내 서른 살은 어디로 갔나 - 신현림 치유 성장 에세이
신현림 글.사진 / 민음사 / 2007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신현림이 그동안 발표한 것은 시집에서부터 수필, 최근의 동시집에 이르기까지 거의 다 읽었다고 할 수 있다. 어딘가 나에게 와 닿는 점이 있었기 때문이겠지만 그녀의 힘들어보이는 한발 한발이, 그냥 남 얘기 같지가 않았었다. 힘든 고비를 여러 번 넘으며 결국 굳건히 일어서는 모습을 확인하고 싶은 마음이었다.

성장 치유 에세이라는 작은 제목이 붙어 있는 이 책은 이전의 그녀의 수필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이 읽고난 느낌이다. 새로울 것이 없다고나 할까. 어려서 부모와의 갈등, 연이은 대학 실패, 시인이 되고 싶어 몸부림 친 세월들, 결혼과 헤어짐,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그녀의 분신을 홀로 키우느라 벌이는 악전고투, 외로움과의 싸움, 가난과의 싸움. 정말 읽다 보면 산다는 건 누구나 다 그렇다고, 한마디로 단정지을 수 있는 것일까 회의가 든다. 인생에 있어서 30대는 누구에게나 순탄치 않은 시기인가보다. 그런 30대를 지내고 난 후에 맞는 40대는 또 다른 회의와 갈등, 적당한 체념과 포기의 반복의 시기가 아닐까. 치열하라 30대여. 어떤 종류의 치열함이든, 그것은 그만한 가치가 있으니.

제목이 좀 직접적이지만 책의 내용들이 그 제목 아래 잘 구성되어 있다는 느낌이 들었던 이전 작품 <싱글맘 스토리>에 비교한다면 이 책은 제목에 좀 거품이 들어간 것 같은 느낌이랄까. 그냥 잔잔한 일상의 느낌을 엮은 수필이라고 생각하며 읽기 시작했더라면 더 좋았을 걸 그랬다.

한 작가의 글이 작픔마다 같은 목소리를 내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이전 작품과 차별화 하려면 어떠해야 할까. 그런 문제를 생각해보게 하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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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 둥지를 튼지 몇 해가 되었는지, 헤아려 본 적도 없다.
하지만 참 좋은 여러 분들을 만났다. 그 분들 중에는 나를 아는 분도 있고 모르는 분도 있지만,
생을 진지하게 사는 분, 멋지고 활기있게 사는 분, 소심하지만 고운 심성을 갖고 있어 늘 다치기 쉬운 마음을 가진 분, 누구나 기대고 싶은 강인한 버팀목 같은 분, 늘 유머와 여유를 주시는 분, 소탈하고 솔직함이 얼마나 그 사람을 돋보이는가를 보여주시는 분, 싫고 좋음이 너무나 분명하여 읽다가 멈칫하는 신선한 충격을 주시는 분...어찌 다 헤아리랴.

가끔 어떤 연유로 이곳을 떠나는 분들이 계시다. 그러다 곧 다시 돌아오시는 분도 계시지만 그렇지 않은 분들도 계시다. 인사를 남기시는 분도 계시지만 그렇지 않은 분들도 계시다. 하지만 그럴 때마다 반가운 마음으로 다시 만날 때가 있었으면 좋겠다 하는 마음을 가져볼 뿐, 너무 많이 아쉬워 하지 않으려고 한다. 아쉽지 않아서가 아니라, 그냥 그러려고 한다.

어디선가 모두들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 열심히 살고 계시기를. 나 또한 내 자리에서 열심히 살고 있어야지. 그러다 언젠가 다시 만나면 얼마나 반가우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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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바람 2008-07-08 11: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언제부턴가 저는 서평보다는 마이페이터 읽기가 더 즐겁고 기다려지더라고요 특히 지인이 된 분들의 마이페이퍼요 당연 님의 마이페이퍼도 기다리지고요

hnine 2008-07-08 18:57   좋아요 0 | URL
마이페이퍼에 더 속 이야기를 털어놓게 되지요. 그래서 저도 언제부턴가 페이퍼 수가 리뷰 수를 훌쩍 뛰어 넘어버렸네요 ^^
더운 날씨에 태은이랑 잘 지내시는지요.

세실 2008-07-08 13: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님께 어떤 사람으로 비추어 질까요? ㅎㅎ 갑자기 궁금^*^
어수선해서인지 책 읽기도 페이퍼 쓰기도 힘듭니다. 전 안떠날꺼지만요~~~

hnine 2008-07-08 18:58   좋아요 0 | URL
세실님이요? 식초같은 느낌을 주는 분! 전달이 잘 되었으려나? ^^

세실 2008-07-15 12:54   좋아요 0 | URL
식초라.....새콤, 달콤(?), 시큼? ㅎㅎ

hnine 2008-07-15 19:46   좋아요 0 | URL
식초, 즉 energizer의 뜻이랍니다.
언제나 통통 튀는 활기가 느껴지는 분. 주위에까지 그 활기를 퍼뜨리시는 분~
물론 세실님 자신은 힘들때도 많으시겠지만, 다른 사람이 보기에 그렇다는 말씀이지요. 저도 그 기운을 좀 받아봤으면^^

2008-07-08 13:32   URL
비밀 댓글입니다.

hnine 2008-07-08 19:01   좋아요 0 | URL
어느 특정 분이 가셔서 한 말은 아니고요, 그냥...그렇잖아요. 가끔 제가 올린 예전 글 다시 읽다보면 거기 달린 댓글의 주인공들을 이제 여기서 못 뵌지 오래되었다는 것을 알고서 느끼는 서운함이요. 제가 안 그런 척 하려고 하지만 상당히 사람에 연연하는 타입이거든요 ^^
 

아이에게

우리 나라 좋은 나라 라고

가르쳐 줄 수 있었으면 좋겠다.

 

오늘 아침,

함 민복 시인의 구타 장면을 보니

가슴이 참 먹먹하구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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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7-08 06:3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8-07-08 09:0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8-07-09 05:12   URL
비밀 댓글입니다.

하늘바람 2008-07-08 11: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저는 못 보았는데 이게 왠일인지

hnine 2008-07-08 19:02   좋아요 0 | URL
누가 누구를 대상으로 하든, 이런 일 좀 없었으면 좋겠어요. 어떻게 이럴 수 있나, 참 우울해지지요.

라로 2008-07-08 23: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답답한게 한두가지가 아니에요,,,우리나라,,,

hnine 2008-07-09 07:24   좋아요 0 | URL
아이가 물어볼 때 제일 막막하지요. 뭐라고 대답해주나.
어른들끼리 저렇게 마구 때리고 짓밟고 히는 이유를 뭐라고 설명해줄지...
 
내 마음의 무늬
오정희 지음 / 황금부엉이 / 2006년 1월
평점 :
품절


이 책은 오 정희의 소설이 아닌 산문집이다. 그동안 작가는 소설도 그렇지만 산문집도 많이 낸 편이 아니다. 그래서 더 반갑게 집어든 책.

오 정희의 글은 쉽게 읽혀지지가 않는다.
어려운 문장을 써서가 아니다.
한 문장 한 문장 쓰기까지 기울였을 그녀의 진지함과 어려움이 느껴져서이다.
중년을 훌쩍 넘어선 나이이지만, 다작의 작가는 아니라는 것은 그녀에게 단점이 아닌 장점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겠다. 그만큼 그녀 내부에 충분히 고인 후에야 어렵게 글 한편을 길어올리는 우물 같다고 할까. 행여나 설익은 글이 함부로 만들어질까, 충분히 고뇌하지 않고 쓰여진 글이 문학이라는 이름에 누를 끼치지 않을까 하는 극단의 조심스러움은 그녀의 글쓰기에 대한 자존심이고 문학에 대한 외경에 가깝다는 생각이 든다.
그녀가 많은 후배 소설가들에게 얼마만한 영향을 끼쳤을지는 표지의 글을 읽어보지 않더라도 짐작이 간다. 지금도 문학을 공부하는 사람들에게 교과서로 받아들여지고 있다는 오 정희의 글.
그녀가 피와 땀으로 길어올린 우물물을 나는 참으로 쉽게 받아 마시는구나. 본문 중 40대의 딜레마에 대해 쓴 부분은 요즘 나의 머릿속을 채우고 있는 고민의 본질을 제대로 표현해주고 있으니, 어째 내 고민의 핵심을 다른 사람의 글에서 발견하고 쾌재를 부른단 말이냐. 작가란 바로 그런 존재인지도 모른다.

한 사람에게, 오랜 세월에 걸쳐 형성된 무늬는 사람마다 다르리라.
문학이 아니더라도, 자신의 일에 이만한 소명 의식과 애정을 가지고 임해야 할 것 같다. 그런 삶이 되어야 할 것 같다. 그렇게, 비슷하게라도 살아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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춤추는인생. 2008-07-09 10: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가끔 오정희 선생의 글을 읽을때 무릎이라도 끓고 읽어야 하는 생각이 들어요. 말씀하신것처럼 한문장한문장에 그녀가 기울였을 진지함과 어려움 그리고 망설임이 느껴져서 그저 눈으로 훓기에는 너무나 죄송스러운 마음이 드는 까닭인것같아요. 나인님의 리뷰를 읽으면서 사십대가 되면 꼭한번 다시 읽어야 하겠다 라는 생각을 해보게되요. 오정희 선생님의 마음의 무늬는 어떨까요? 조금은 낡았지만 만지면 보드라울것 같은 느낌일것같아요 그오랜시간동안 고뇌했던 선생의 삶의 연륜이 그마음의 무늬를 부드럽게 감싸안을것같은 예감이거든요.
좋은 리뷰 읽게 해주셔서 감사해요 나이님^^

hnine 2009-10-21 20:22   좋아요 0 | URL
저 사실은 대학교 1학년 때인가, 오 정희 님의 소설을 처음 읽어보고는 무슨 초현실 작품인줄 알았지 뭐예요. 과거와 현재를 넘나들고, 상상과 현실이 뒤얽혀서는 느낌이 이상하더라구요. 지금 생각하니 웃음이~ ^^
어쨌건 저도 얼룩이 아닌 '무늬'를 그리며 나이들어갈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아이와 동네 도서관 가는 길.
버스에서 내려 입구까지, 키가 6-70 cm정도 되는 해바라기의 호위를 받으며 걸어들어갔다.
며칠 전 비바람에 그랬는지, 그중 몇개의 해바라기 고개가 무참히 꺽여있는 것을 보고,

"휴...인생은 잔인한거예요."
....

허걱! 이란 말은 이런 때 쓰는 거겠지? 저런 말은 어디서 배웠단 말인가 (난 아니다!)
뭐라고 대꾸하기가 막막.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어쩌구 할 수도 없고.

인생이란 말은 사람에게 쓰는 말이라고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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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7-03 15:1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8-07-03 15:21   URL
비밀 댓글입니다.

하양물감 2008-07-04 19: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굳이 해바라기에 못쓸 이유도 없지요....벌써부터 인생의 잔인함을 알아버린 게 서글프긴 하지만요^^

hnine 2008-07-04 19:34   좋아요 0 | URL
ㅋㅋ...하양물감님, 인생의 잔인함을 알았다기보다, 요즘 어디서 보거나 들은 말을 자기도 직접 써보려는 시도를 하고 있는 것으로 보여요. 웃기지요? ^^

프레이야 2008-07-05 10: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참 어휘의 팽창을 보여주고 있는 시기라고 보여요.^^
전 얼마전 교외에서 길가에 핀 코스모스를 봤어요.
요샌 정말 철없는 꽃들이 많아요. ㅎㅎ

hnine 2008-07-06 06:42   좋아요 0 | URL
혜경님, 코스모스를 보셨다니, 어제밤 더워서 잠을 설친 지금, 웬지 위안이 되네요. 다음엔 코스모스 한들거릴 계절이 기다리고 있다는 생각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