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이 당신의 말을 전혀 듣지 않는 것을 염려하지 말라.
아이들이 늘 당신을 지켜보고 있다는 것을 걱정하라.

- 로버트 풀검 (Robert Fulghum) -

 

 

오늘 아침 7시 경만 해도 비가 세차게 내려 아이도 남편도 우산을 찾아 들고 집을 나섰는데,
지금은 다시 강렬한 햇살 아래 매미 소리 우렁차다.

비 내린 후의 햇살,
온 세상 구석구석을 바짝 말려 줄 것 같은 햇살.

더위에 목말랐을 대지와 꽃과 나무를 적셔준 비가 그랬듯이
하루 종일 비가 내려 혹시 울적할새라 다시 나타난 햇살이
그저 고맙기만 하여라.

-----------------------------------------------------------------------------

'모세혈관쿠키' 라고 이름 지으려다가,
들어간 재료 따라서 '백년초쿠키' 라고 이름 붙혔다 ^^






댓글(6)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하양물감 2008-08-13 20: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허걱 모세혈관쿠키라니....요......섬뜩한데요....여름용 호러쿠키인가요?? ^^;

hnine 2008-08-13 20:13   좋아요 0 | URL
ㅋㅋ...반죽에 백년초 가루를 넣어서 구웠더니, 저렇게 나왔네요. 꼭 실핏줄 같지 않나요? ^^

진주 2008-08-14 22: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허걱~모세혈관은 너무 했어요.
쿠키도 막 굽고 그러세요?
허을~대박 존경!

hnine 2008-08-14 22:26   좋아요 0 | URL
실핏줄쿠키는 어떤가요? ㅋㅋ...
반죽하고 굽고, 그리고 먹고, 그저 취미활동 중 하나랍니다.

세실 2008-08-20 00: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백년초 쿠키 좋으네요. 요즘 귀차니즘 돌입. 저도 언젠가 쿠키 만들어본 적 있었죠? ㅎㅎ

hnine 2008-08-20 10:06   좋아요 0 | URL
밀가루와 함께 처음부터 백년초 가루를 넣고 반죽을 하면 전체적으로 핑크빛을 띄는 쿠키가 되는데 저는 뒤늦게 넣었더니 저렇게 나왔어요.
 

나란 사람은 하나이지만
내 마음의 상태는 하루에도 수십 번 바뀐다.

좀더 긍정적이고
사람들에 대해 불만보다는 측은한 마음이 앞서고
내가 좀 더 잘 해줘야지 라는 생각이 드는 때,
좀 더 많이 사랑하며 살다 가자라는 생각이
가슴 한켠에서 뭉글뭉글 피어나는 때가 있는가 하면,

이것 저것 다 귀찮고,
왜 나만 부려 먹어~ 소리가 목젖까지 치밀고,
자신이 초라해보이는 때,
산다는 것이 마냥 허무하다는 생각이 역시 가슴 한켠에서 뭉글뭉글 피어나는 때가 있으니.

가만히 보면,
내 몸 상태가 안 좋거나,
지나치게 덥거나,
지나치게 춥거나,
무리한 목표를 세우고 났을 때,
나랑 잘 안 맞는 사람을
나중을 위해서 잘 사귀어두자 뭐 그런 생각을 할 때,
너무 배부를 때,
너무 배고플 때,
그럴 때에는 누구든지
마음이 너그럽거나 자신을 사랑하는 상태로 유지하기란
심히 어려운 일.
나의 마음됨을 떠나서 사람이라면 일차적으로 영향을 받게되는 것들이니까.

어떤 상황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평정심과 일관성을 가질 수 있도록 마음을 수양하기란
말처럼 쉽지도 않으며
일정 기간 수련하면 이룰 수 있는 단기 코스 과정도 아니고
죽는 그 순간까지 정진해야 할 일.
금방 어떤 결과를 기대할 것이 아니라
차라리 마음을 비우고 노력해야 할 일.

그렇다면
되도록 나 자신을 험한 상황에 두지 말고,
내 마음이 착하게 활동할 수 있는 상황을 만들어주기 힘써보자.
너무 벅찬 일, 또는 의미없는 휴식보다는
적당한 정도의 일을 하고,
적당한 정도의 땀을 흘려 내 몸을 상쾌하게 해 주기,
내 마음을 기쁘게 할 음악을 들어 주고,
내 마음을 어루만져줄 그림을 보아 주자.

내 마음을 너무 자극적이고 위기적 상황에 시달리게 하지말고,
가끔은 이렇게 내 욕심을 낮추어,
쉬게 해주자.
평안한 상황을 만들어주자.


댓글(4)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뽀송이 2008-08-10 22: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아직까지 어려워요.ㅠ.ㅠ
뭐... 시원한 댓글 한줄 못 달아 드려서 죄송해요.^^;; 제 코가 석자라...

hnine 2008-08-11 05:38   좋아요 0 | URL
뽀송이님, '내 탓이오'라는 말이 유행했었잖아요. 그런데 저는 가끔 모든게 다 내 탓이라고만 하면 우리가 우리 마음에도 너무 가혹한 것이 아닌가 생각이 든 적이 있어요. 내가 당장 쓰러질 듯 아프거나, 배가 고파서 말할 힘도 없거나, 뭐 그런 극한 상황에서 보통 사람으로서 웃을 수 있는 사람은 없잖아요. 내 마음 자체를 잘 다스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내 마음을 위해서 잘 어루만져 주는 일도 필요하다 싶어서요. 마음이 원하는바를 듣고 해주는 것이지요.

하양물감 2008-08-12 09: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맞아요....내탓이라고만 하면 오히려 스트레스가 쌓이는 원인이 되지 않을까요? 때로는 객관적으로 바라볼 필요도 있고, 나를 토닥거려줄 필요도 있어요...

hnine 2008-08-12 10:35   좋아요 0 | URL
하양물감님, 공감해주셔서 반갑네요.
언제부턴가 일단은 내탓이다, 내가 양보해야한다는 압력 속에 살고 있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내 마음을, 다른 사람이 알아 주고 토닥거려 주길 기대하기 보다는, 내가 알아주고 아루만져 주어야 할 것 같아요.
 
서라벌 사람들
심윤경 지음 / 실천문학사 / 2008년 5월
평점 :
품절


서라벌, 즉 신라의 옛이름이다. 삼국유사에 전해 내려오는 몇몇 신라인들의 이야기를 통해 옛 신라의 생활상을 보여주고자 한 연작 소설이다.
법흥왕의 부인이자 지증왕의 모친 되는 '연제태후'의 이야기가 그 첫번째. 키가 칠척 오촌이나 된다고 기록에 전해지는데. 과장이 섞였음직한 이 큰 체구는 신라 성골의 상징이었다고 한다. 사실, 첫번 이야기부터 당황스럽다. 이차돈의 순교가 소개되는 이야기라고는 하나, 정작 이차돈이 중국에서 들어온 비토속적 종교, 즉 불교를 신라에 전파하고자 순교를 하게 되는 그 장면보다 더 읽는 사람을 놀라게 하는 것은 신라 사람들의 그 적나라한 성(性)문화를 보여주는 부분들이다. 과연 이게 사실일까. 나라에 큰 일이 있을 때마다 황제와 황후가 제단에 올라가 교합제를 드린다니. 그것도 신하들과 태자까지도 지켜보는 가운데서 말이다. 감히 요즘과 비교가 안되는 사회라고 할만하지 않은가?
화랑도의 이야기를 그린 두번째 '준랑의 혼인'에는 동성애적인 묘사도 서슴치 않는다. 혼사를 앞둔 어린 화랑 준랑과 이미 혼인을 하였고 나이가 지긋한 선배 화랑격인 영랑 사이의, 선배와 후배로서의 존경과 보살핌 차원을 넘어선 애정 행각 (이라고 해야하나?), 혼인날을 하루 앞두고 신부측 친구들끼리 나누는 술과 노골적인 성 묘사가 어우러진 지금의 파티 장면을 글로 읽으며 상상하기란 참 낯 설수 밖에 없었다. 글 중의 노래 가사에 '꽃사내'란 말이 나온다. 요즘말 '꽃미남'은 원조가 신라시대였나? 노래 가사중 '지궁지궁 하여이다, 애공애공 하여이다' 앞 뒷 가사로 미루어 뜻이 짐작이 되는 말.
선덕여왕을 남몰래 사모하여 한번이라도 가까이서 뵙는게 소원이던 미천한 신분의 지귀, 그리고 삼국을 통일한 태종 무열왕의 말년의 모습을 읽을 수 있는 세번째 이야기 '변신'은 무열왕의 차남 김 인문이 작중 화자이다. 과거의 위용과 업적이 그 사람의 말년의 모습과 꼭 일치하란 법이 없구나. 선덕여왕이란 인물은 그리도 비범한 인물이었던가 새삼 관심이 생기기도 한다. 신라 온 국민의 존경과 흠모를 받았던 이유가 아름다워서, 신통해서, 장대해서, 무서워서, 그 어떤 이유로도 딱 들어맞지 않았다는 말은 이 모든 것이 이유가 되기도 했다는 말 아닌가? 슬하에 자식이 없었던 그녀는 비천한 용모와 신분의 지귀의 뜻을 내치지 아니하고 위로해주는 선처를 베풀어 불귀신이 된 지귀의 영혼을 달래준다.
'혜성가'는 옛부터 상서롭지 못한 별로 알려진 혜성의 출현과 왜군의 침입을 잠재우려 실처랑, 거열랑, 보동랑의 세 화랑이 누이 노리혜와 더불어 신궁을 방문하여 신궁 제주의 제안에 따라 하늘에 제를 올리는데, 이것이 또 교합제라. 만인이 지켜보며 예를 올리는 가운데 제단 위에서 보동랑과 노리혜 사이의 교합제가 거행된다.  이웃나라 중국에서는 이런 교합제의 풍습을 들어 신라를 상스러운 국가라 손가락질했다는데, 실제로 글 중에 신라 토속 신앙과 중국에서 갓 들어온 불교와의 대립이 여기 저기서 드러나고 있다. 옛부터 우리 민족은 외부로부터 새로운 사상이나 문물을 받아들이는 것에 대해 위기감과 거부감 같은 것이 있었나보다.
삼국 통일의 일등 공신 김유신과 뜻을 이루지 못한 천관녀의 혼을 달래주기 위한 '천관사'의 설립 과정을 그린 다섯번째 이야기 '천관사'는 원효대사의 파격적인 설교 장면이 나오고, 일생의 어떤 큰 일을 경험하면서 한 인간의 성격이 얼마나 파격적으로 변할 수 있는가를 보여주는 이야기이다.

위의 제목을 '선데이 서라벌'로 붙인 것은, 나의 아이디어가 아니라 작가가 후기에서 그렇게 부른 것을 인용했을 따름이다. 신라 사람들의 토속성이란, 그리고 주체성이란 이렇게 표현 되는 것이었던가 다시 생각해보게 되었는데 작가는 신라 사람들을 희화화 하거나 과장하려는 의도 없이 다큐멘타리를 제작하는 심정으로 소설화 헀다고 한다.
지금 우리들의 삶보다 훨씬 화끈하고 흐드러지고 숨김없었던 신라 사람들. 그것이 인간 본성이었다면야. 그래서 그들은 행복했을까. 지금의 우리들은 얼마나 인간 본성에 충실하게 살고 있는 것일까.
'성인용' 우리의 고전 책 한권을 읽은 느낌인데, 도대체 이 (젊은) 작가는 어쩌면 이렇게 능청스러울만치 자연스럽게 우리 옛 언어를 이리 엮고 저리 엮어 소설로 풀어낼 수 있단 말인가. 여전히 나의 관심 대상 리스트에 올라 있는 작가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예고편을 보면서 찜해두었던 월.E를 개봉하는 어제, 아이를 데리고 가서 보고 왔다.
월.E (WALL-E: Waste Allocation Load Lifter Earth-Class ) 는 지구 폐기물 수거 처리용 로봇.
2100년, 지구는 오염과 쓰레기로 더 이상 생명체가 살 수 없는 폐허가 되고, 지구인들을 거대한 자동화 우주선을 제작하여 타고는 우주를 배회하며 산다.

'니모를 찾아서'로 아카데미 상을 받은 앤드류 스탠튼이 각본을 쓰고 감독을 하고, '라따뚜이'로 이미 전세계적으로 43억 달러의 흥햏기록을 세웠다는 디즈니.픽사 (Disney.PIXAR) 가 제작했다.



 

 

 

 

 

 

 

 

 

 

 

 

더 이상의 줄거리는 스포일러가 될 것 같아 자제하겠지만, 나는 평소에 영화의 내용에서 어느 정도 리얼리티 적인 요소를 발견하지 않는한, 이런 SF종류의 애니메이션에 그닥 흥미를 느끼지 않는 편이다. 그저 재미있게 보면 그것으로 본전이다 생각할 뿐. 그런데 이 영화는 예고편에서 나로 하여금 그냥 재미 이상의 뭔가를 기대하게 하였고, 영화를 보고 만족하며 영화관을 나왔다고 말 할 수 있겠다.

우선, 이 영화의 내용이 영화로만 보이지 않더라. 영화의 배경이 되는 시대가 앞으로 충분히 올 수 있다는 생각 때문이었고 그런 가능성을 구체화시키고 이렇게 스토리까지 실어 멋진 한 편의 영화로 만들 수 있는 사람들은 정말 천재적인 사람들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로봇의 형태가 아주 미끈하다. 일반 PC를 보다가 매킨토시를 볼때의 그 매끈함 같다고 할까. 움직이는 동선이 우리가 알고 있던 기존의 로봇의 움직임이 아니라 마치 춤을 추는 듯이 유연하다. 모든 것이 자동화된 시스템에 맞춰 살면서 사람들은 더 이상 걸을 필요도 없고, 이동을 위해 버스에 올라탈 필요도 없으며, 옷을 갈아 입는 수고를 할 필요도 없다. 자유유영을 하는 듯한 의자에 앉은 채 버튼을 동작시킴으로써 모든 것을 해결하는 세상. 당연히 모두가 비만인 사람들. 나중에 선장이 외치는, 나는 그냥 생존하는 것이 아니라 '살고 싶다'는 외침의 여운이 오래도록 남는다.



 

 

 

 

 

그리고 나를 제일 감동시킨 것은, 낡은 구두 속에서 피어난 그 작은, 이름 모를 식물, 그 작은 생명체의 의미 때문이었다.

또 보고 싶다.

 

 

 


댓글(12)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호랑녀 2008-08-07 09: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이거 괜찮은가요?
아이들 데리고 영화를 보러가려 했는데, 어쩌다보니 님스아일랜드 는 끝나버렸더라구요.
어린이영화가 이것밖에 안 남았는데 좋은 영화라니 다행이네요.

hnine 2008-08-07 10:21   좋아요 0 | URL
예, 추천드리옵니다~ ^^
지난 주에 본 '스페이스 침스'라는 영화도 괜찮던데요. 혹시 끝났는지 모르겠네요.

마노아 2008-08-07 12: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SBS남상석 영화 기자가 이 영화를 올해 최고의 영화라고 꼽았더라구요. 저도 담주 정도에 볼 생각이에요^^

hnine 2008-08-07 13:36   좋아요 0 | URL
마노아님, 오~ 그래요?
만든 사람들 생각이 실제로 그랬는지는 모르겠지만, 환경 문제, 기술로 극복 안 되는 인간 소외, 생명 사상 등, 여러 가지 메시지가 담겨 있다고 혼자 끄덕끄덕 하며 보았답니다.
영화를 보시면 저 포스터의 로봇이 무엇때문에 하늘을 저렇게 간절히 바라보는지 아실거예요. 마노아님도 좋아하실 것 같은 예감 ~ ^^

무스탕 2008-08-07 14: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작은애가 이 영화 보자고 성화입니다.
원래 지난주 정도에 스페이스 침스를 보려고 했었는데 어찌어찌하다 못보고 넘겼더니 이 영화로 목표수정했네요..
울 동네는 더빙판은 없고 자막만 있던데 볼수 있으려나 모르겠어요..

hnine 2008-08-07 17:29   좋아요 0 | URL
이 영화 워낙 대사가 많지 않아요 ㅋㅋ~ 자막도 상관 없을 겁니다.

perky 2008-08-07 15: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영화 관심가더라구요. 괜찮다고 하시니 꼭 봐야겠어요. ^^

hnine 2008-08-07 17:32   좋아요 0 | URL
예, 관심 가는 영화는 일단 봐줘야지요 ^^
두 로봇끼리 서로에게 베푸는 행동들이 뭉클하기도 했답니다.

하양물감 2008-08-08 09: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영화관 안간지 너무 오래되서....낯설어요...ㅎㅎㅎ

hnine 2008-08-08 09:41   좋아요 0 | URL
하양물감님, 그러시지요?
한솔이가 이제 조금만 더 크면 영화관 출입이 시작되겠지요. 그러면 아이가 보는 영화는 좋든 싫든 엄마도 따라서 보게 되더군요. 그런데 가끔 이렇게 아이도 좋아하고 저도 좋아하는 영화도 있네요.

뽀송이 2008-08-10 20: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조카들 데리고 보면 좋아할 것 같군요. 고마워요. 님~~~

hnine 2008-08-11 05:40   좋아요 0 | URL
저도 아이도 재미있게 본 영화이지요.
제 아이는 초등학교 1학년이랍니다.
 
열네 살의 인턴십 - 프랑스의 자유학기제를 다룬 도서 반올림 12
마리 오드 뮈라이유 지음, 김주열 옮김 / 바람의아이들 / 2007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영국의 경우, 대학 재학 중 2학년을 마치고 나면 자신의 적성과 기호에 맞는 일자리를 찾아 1년 동안 일단 학교를 떠나 현장 경험을 쌓은 후 다시 학교로 돌아와 남은 1년의 학업을 마치고 졸업을 하게 하는 제도가 있다. 일종의 인턴쉽 기간인데, 이런 기간을 둠으로써 학생들로 하여금 졸업하기 전, 자신에게 맞는 일이 무엇인지 파악하고 이후 진로를 결정하는데 도움을 주기 위한 제도인 것이다. 의무 조항은 아니지만 대부분의 학생들이 전공과 관련하여 회사나 기업체, 연구소 등에 파견되어 실제 그곳 직원들처럼 일하고, 낮은 급료나마 보수도 받게 되는 이 제도를 옆에서 보고 참 부러워했었다.
이 책의 배경이 되는 프랑스에서는 중학교 3학년인 열 네살 때 학생들로 하여금 학기중 일주일을 학교에 등교하는 대신 자신이 원하는 곳에 가서 일을 해보게 하는 제도가 있는 모양인데, 주인공인 루이라는 남학생이 이 기간을 통해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찾아 가는 과정이 그려지고 있다.
루이는, 외과 의사인 아빠, 주부인 엄마, 언제나 오빠 편인 깜찍한 여동생과 함께 사는, 특별히 잘 하는 것 없고, 학교 다니는 것이 별로 즐겁지 않은 열 네살의 남자 아이이다. 인턴쉽을 어디서 하나 생각하던 중에 우연히 할머니의 소개로 할머니가 다니시는 미용실에서 일을 하게 되고, 뜻하지 않게 미용 일이야 말로 자신이 정말 좋아하고 계속 하고 싶은 일임을 알게 된다. 가족의 반대, 특히 아빠의 심한 반대에 부딪히지만, 그에 쉽게 무릎 꿇지 않고 은근하고 끈기 있게 자신의 뜻을 펼쳐 나가는 루이의 뚝심있는 모습에, 읽는 동안 흐뭇함을 느낌과 동시에 우리나라의 청소년들의 모습이 오버랩되어 안타까운 심정이 되어보기도 했다.
자신이 좋아하고 잘 할수 있는 일을 하는 것은 본인에게도 다행스런 일이지만 그 사람이 속한 일터에게도 축복임을 이 책에서도 보여준다. 그리 나서는 성격이 아님에도 루이가 미용실에 있는 동안은 미용실 전체가 활기있고 즐거운 분위기였음은 루이가 미용실을 떠나고 없는 동안 드러난다. 결국 아들의 꿈을 인정하고 그 길을 갈 수 있도록 도와 주는 루이의 아빠,  뒤늦게 가정 주부에서 벗어나 자신만의 일을 갖기 위해 공부를 시작하는 엄마. 어쩌면 꿈은 저절로 생기는 것이 아니라 찾고자 하는 사람만이 가질 수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성적이 우수하다 싶은 학생들은 모두 외고 아니면 과학고를 목표로 하는 우리 나라의 이 획일화되고 천편 일률적인 길찾기, 내가 선택하기 전에 부모나 선생님, 학교, 주변 상황에 의해 일방적으로 제시되는 그들의 진로는, 언제나 진정한 의미의 꿈 찾기, 후회 없을 자기의 길 찾기로 바뀔 수 있을 것인가. 이 책을 읽는 우리 나라의 독자라면 읽는 동안 다 한번씩 생각해보지 않았을까 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