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예고편을 보면서 찜해두었던 월.E를 개봉하는 어제, 아이를 데리고 가서 보고 왔다.
월.E (WALL-E: Waste Allocation Load Lifter Earth-Class ) 는 지구 폐기물 수거 처리용 로봇.
2100년, 지구는 오염과 쓰레기로 더 이상 생명체가 살 수 없는 폐허가 되고, 지구인들을 거대한 자동화 우주선을 제작하여 타고는 우주를 배회하며 산다.
'니모를 찾아서'로 아카데미 상을 받은 앤드류 스탠튼이 각본을 쓰고 감독을 하고, '라따뚜이'로 이미 전세계적으로 43억 달러의 흥햏기록을 세웠다는 디즈니.픽사 (Disney.PIXAR) 가 제작했다.

더 이상의 줄거리는 스포일러가 될 것 같아 자제하겠지만, 나는 평소에 영화의 내용에서 어느 정도 리얼리티 적인 요소를 발견하지 않는한, 이런 SF종류의 애니메이션에 그닥 흥미를 느끼지 않는 편이다. 그저 재미있게 보면 그것으로 본전이다 생각할 뿐. 그런데 이 영화는 예고편에서 나로 하여금 그냥 재미 이상의 뭔가를 기대하게 하였고, 영화를 보고 만족하며 영화관을 나왔다고 말 할 수 있겠다.
우선, 이 영화의 내용이 영화로만 보이지 않더라. 영화의 배경이 되는 시대가 앞으로 충분히 올 수 있다는 생각 때문이었고 그런 가능성을 구체화시키고 이렇게 스토리까지 실어 멋진 한 편의 영화로 만들 수 있는 사람들은 정말 천재적인 사람들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로봇의 형태가 아주 미끈하다. 일반 PC를 보다가 매킨토시를 볼때의 그 매끈함 같다고 할까. 움직이는 동선이 우리가 알고 있던 기존의 로봇의 움직임이 아니라 마치 춤을 추는 듯이 유연하다. 모든 것이 자동화된 시스템에 맞춰 살면서 사람들은 더 이상 걸을 필요도 없고, 이동을 위해 버스에 올라탈 필요도 없으며, 옷을 갈아 입는 수고를 할 필요도 없다. 자유유영을 하는 듯한 의자에 앉은 채 버튼을 동작시킴으로써 모든 것을 해결하는 세상. 당연히 모두가 비만인 사람들. 나중에 선장이 외치는, 나는 그냥 생존하는 것이 아니라 '살고 싶다'는 외침의 여운이 오래도록 남는다.

그리고 나를 제일 감동시킨 것은, 낡은 구두 속에서 피어난 그 작은, 이름 모를 식물, 그 작은 생명체의 의미 때문이었다.
또 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