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크샵을 마치고 집에 돌아와보니 세살된 아들이 바닥에 드러누워 떼를 쓰고 있었다. 남편은 그저 옆에서 학을 뗀 표정을 하고 서있을 뿐이었다. "자, 아동 전문가께서 오셨으니 이 아이를 어떻게 다루시는지 한번 볼까?" 이 사태에 내가 나서야만 하겠구나 라는 느낌이 왔다. 여전히 발길질을 하고 소리를 질러대는 조슈아를 내려다보던 나는 전화기 옆에 있던 연필과 메모패드를 집어들었다. 그리고는 무릎을 굽히고 앉아 조슈아에게 연필과 메모패드를 건네주며 말했다. "자, 네가 얼마나 화가 났는지를 나타내봐. 네 기분을 그림을 그려서 보여주는거야" 

조슈아는 즉시 일어나더니 화가 난 듯한 원들을 그리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내게 그것을 보여주며 말했다. "이게 내가 얼마나 화가 났는지 하는거여요." 

나는 "너 진짜 화가 났구나!" 라고 말하며 메모패드에서 종이를 한장 더 뜯어 주었다. "더 보여줘봐." 

조슈아는 마구 휘둘러 그려댔고 나는 또 말했다. "세상에, 이렇게 화가 난걸..." 우리는 이 과정을 한번 더 거쳤다. 내가 네번째 종이장을 내밀었을때 조슈아는 확실이 훨씬 진정이 되어보였다. 그 아이는 종잇장을 한참 동안 바라보더니 말했다. "이젠 좋은 내 기분을 나타내볼께요." 그러더니 원 하나를 그리고 눈과 웃는 모양의 입을 그려넣었다. 믿을 수 없는 일이었다. 2분 만에 그 아이는 신경질이 있는대로 난 상태에서 웃을 수 있는 상태로 돌아온 것이다. 나는 그저 그 아이로 하여금 내게 자신의 기분을 보여주게 한 것 뿐인데.  

 
   

 

 

   

 

 

  

- 이 책중  31쪽 내용을 옮김 - 

 -----------------------------------------------------------------------------------

아이가 어떤 말을 하거나 기분을 표현할 때, 그것을 듣고 (혹은 다 듣기도 전에) 어떤 단정을 짓거나 결론을 내리고 다음 단계 지시까지 내리는 것으로 대화를 마무리하는 부모가 있다.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아이는 그런 목적으로 말을 시작한 것이 아닌데...
단순한 호응의 표현만 하면서 끝까지 아이가 자기 기분을 맘껏 표현하도록 들어주고 (listen), 그 상태를 있는 그대로 인정해주고 (acknowledge), 함께 느껴주는 것 (empathy), 부모의 역할은 거기까지이다.
육아, 교육 관련 서적을 읽는 동안, 또 관련된 일을 하시는 분들의 말씀을 들을 때 가장 많이 듣게 되는 말 중 하나가 바로 empathy (감정이입)라는 단어 아닐까 한다.


댓글(4)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조선인 2009-02-17 08: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호오 아주 흥미가는 책입니다. 영서로 읽고 계시나봐요?

hnine 2009-02-18 06:04   좋아요 0 | URL
이 책으로 몇몇 분들과 일주일에 한번씩 만나 세미나 비슷한 모임을 갖고 있어요. 영어이지만 쉽게 쓰여있고, 대화체 예문이 많고 혼자 읽는 것이 아니다보니 부담없이 흥미있게 보고 있습니다.

춤추는인생. 2009-02-17 13: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들어주고 인정해주고 함께 느껴주고. 비단 부모자식뿐만 아니라, 사람사이에서 이게 얼마나 크게 중요한지 알것같아요. 전 그런 사이가 젤 좋아요 나인님.^^

hnine 2009-02-17 16:18   좋아요 0 | URL
맞아요, 비단 부모자식 사이에서만 요구되는 건 아니라고 생각해요. 어른인 우리도 내 말을 잘(열심히) 들어주는 사람을 찾게 되잖아요.
이렇게 이론만 알면 뭐하나, 행동은 따로인데...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었는데, 의식하고 실천해보고자 하니까 조금씩 나아지는 것도 같아요 ^^
 
엑스를 찾아서
데보라 엘리스 지음, 권혁정 옮김 / 나무처럼(알펍) / 2007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데보라 엘리스라는, 처음 들어보는 작가의 책이다. 캐나다 태생으로 평화 단체, 여성 단체, 반전, 인권 운동가 로서의 경력을 가지고 있는데 책의 인세 수입도 아프가니스탄의 난민 어린이를 위한 기금으로 이용한다고 한다. 그녀의 첫 작품이 바로 이 책 '엑스를 찾아서' 이다.
자폐 증상을 갖고 있는 쌍둥이 동생들과 스트립 댄서 출신의 싱글맘인 엄마와 함께 캐나다의 빈민지역에 살고 있는 소녀 '카이버'는 결핍된 현실에 대한 반항이자 벗어나고픈 기대와 희망으로 '엑스'라는 가상의 친구를 만들어내는데, 책에서 그녀는 엑스를 마치 실제 존재하는 인물인 양 샌드위치를 만들어 만나러 나가기도 하고, 나중에는 엑스를 찾아 며칠 씩 집을 나가 돌아다니기도 한다. 특별한 교육과 보살핌이 필요한 쌍둥이 동생들에게 더 나은 양육 환경으로 보낼 것을 계속해서 설득하는 사회복지사의 권유에 따라 마지 못해 기관에 보내기로 어려운 결정을 내린 엄마에 결사 반대하여 카이버는 집을 나오게 되고.
옛날에 비해 아무리 소득 수준이 높아졌다고 하나 그것은 평균치에 불과할 뿐이고, 이 세상에는 여전히 굶주리고, 어려운 사람들이 있다. 돈을 세어가며 빵을 사는 사람들, 배고픔에서 벗어나고픈 아이들이 있는 것이다. 이 책에서 '엑스'로 상징되는 존재는 지금 내게 없는 것을 꿈꾸게 하는 기대이자 희망이며, 그런 나의 초라하고 궁핍한 마음을 숨김없이 털어 놓고 위안 받을 수 있는, 오ㄴ 하루를 더 버틸 수 있게 하는 숨통같은 존재인 것이다.
나중에 작가의 이력을 읽고 나니, 책 내용 중 싱글맘 가정의 경제와 양육 문제, 사회보장 문제, 카이버를 공격하는 인종단체 사람들의 등장, 여성 엘비스 그룹의 도움 등이 나오는 이유를 짐작하게 했다. 그녀는 그렇게 작품 속에서 자신의 생각과 주장을 그녀 식으로 외치고 있는 것이다.
이 책으로 그녀는 캐나다 최고 권위의 총독 문학상을 수상했다. 현재 캐나다 터론토의 여성단체에서 상담가로 활동하고 있다는 작가의 다른 작품에도 관심이 간다. 아프가니스칸 내전을 배경으로 한 작품도 냈다는데 ('파르바나' 시리즈) 거기서 그녀는 또 어떤 식으로 자신의 주장을 조용히 펼치고 있을지 찾아보고 싶어서이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하늘바람 2009-02-16 11: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세상에는 참 존경스러운 사람이 많은 것같아요 이 작가도 그렇네요. 참 대단해요. 저도 읽어보고 싶네요

hnine 2009-02-16 16:49   좋아요 0 | URL
보통 사람들과 조금 차원이 다른 사람들이죠.
재미있고 금방 읽을 수 있는 분량이어요. 한번 읽어보셔도 좋을 것 같네요.
 
상상력에 엔진을 달아라 나남신서 1198
임헌우 지음 / 나남출판 / 2007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요즘 여러 분야에서 지향되고 있는 개인 능력 중 하나가 창의력이라면, 상상력과 창의력은 동전의 앞뒷면 같은 관계라고 생각한다. 상상력 없는 창의력이란 있을 수 없기 때문이다.  
다른 나라와 비교해 볼 때 우리 나라 사람들이 성실성과 집약적인 노력면에서 월등한 반면 창의력 면에서 많이 떨어진다는 말을 많이 듣는다. 획일적인 교육, 개성을 키워주기 보다 정답에 가까운 인간형으로 만들려는 풍조 등이 한몫 하지 않았나 싶다. 나 역시 어떤 문제를 풀때 '상상력 테스트'라든지 혹은 '창의력이 요구되는' 이란 말이 들어가면 일단 긴장하게 되는데, 스스로 약점이라는 잠재 의식이 자리잡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디자인을 전공한 저자는 이 책 '상상력에 엔진을 달아라' 에서, 기발한 상상력이 발휘된 광고 작품의 예를 여럿 보이면서, 단순히 광고에 대한 얘기가 아니라, 상상력에 얼마나 우리가 인생을 보는 시각을 넓힐 수 있는지, 인생의 위기를 달리 볼 수 있는 안목을 기를 수 있는지를 얘기하고 있다. 책의 구성도 특이하여 각 소제목의 글 시작 페이지는 마치 마음대로 낙서를 한 듯한 쪽지 처럼 꾸며져 있어서 보는 사람의 이목을 끌도록 되어 있다. 상상력은 당신의 가능성과 잠재력을 열어주는 '캔 오프너'가 될 것이라는 알렉세이 브로도비치의 말을 인용하면서, 아는 것이 적으면 사랑하는 것도 적다 (레오나르도 다빈치), 실패는 경험일 뿐이다, 사람은 자기가 생각하는 그대로 존재한다, 생각하는 대로 보이고, 상상한 대로 이루어 진다 등의 제목아래 상상력으로 사고의 범위를 넓히고, 가능성의 한계를 확장시키고, 인생을 바라보는 시야를 넓히라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 나이, 성별, 신체 조건 등이 우리의 가능성을 제약할 이유는 아무 것도 없으며 오히려 '나이듦'은 또하나의 도전이라는 생각은 얼마나 참신한가. 실패는 경험일뿐, 실패의 두 발자국 뒤에서 희망이 따라온다는 말은 참 근사한 카피 아닌가? 또한 새로운 아이디어란 꼭 아무 것도 없는 무에서 유로의 창조가 아니라, 기존에 있던 것들을 과감히 잘라냄으로 가능할 수도 있다면서, 우리의 하루도, 우리의 일도 정리 정돈해보면 이전에 안 보이던 새로운 프레임이 눈에 띌 수도 있다고 한다. 외국의 광고들이 말과 화면을 절제하면서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강하게 전달하는 반면 우리 나라의 광고는 상투적인 이미지와 카피를 무조건 많이 꽉 차게 보여주려는 경향이 있다는 말도 덧붙이면서.
불필요한 가지를 과감히 쳐내다 보면, 중요한 핵심이 보이고, 더 확실하게 보인다는 것, 잊고 살기 쉬운 것 중의 하나가 아닌가 싶다. 우리는 자꾸 새로 뭔가를 더 보태려고 하지, 잘라보려는 시도는 안하게 되니까 말이다.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나이란 능력과 관계없고 스스로를 바라보는 태도와 관련있다는, 그 '태도'를 가지고 자신을 보고, 세상을 보고, 내 앞에 닥친 일을 볼 수 있다면, 왜 아니겠는가. 희망은 바로 실패의 두 발자국 뒤에서 따라온다는 것. 그렇게 보는 세상은 훨씬 멋지지 않을까. 그런 태도와 사고를 가지는 나는 훨씬 멋진 사람이지 않을까.

꿈, 희망, 상상력, 가능성, 시작, 도전, 이런 메시지가 가득 담겨 있는 책이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꽃다발은 '마음' 입니다.' 

 

: 오늘 책을 읽으며 여러 구절을 노트에 베껴 놓았는데 그 중 하나이다.
  아무리 아름다운 꽃다발이라 한들 마음에 비하랴, 그런 뜻이겠지.  

 그 밖에 옮겨 적어 놓은 부분들.
 

'평범한 성공은 교만을 가져오고, 멋진 실패는 도전을 가져온다.' 

'실패의 두 발자국 뒤에서 희망은 따라온다.' 


'물살이 센 냇물을 건널 때에는
 등에 짐이 있어야 물에 휩쓸리지 않듯이
 내 등의 짐이 나를
 불의와 안일의 물결에 휩쓸리지 않게 했으며
 삶의 고개 하나하나를 잘 넘게 했습니다.'

 

음...리뷰 써야겠다.

 

 

 

 

 

  




댓글(5)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픽팍 2009-02-16 09: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진 너무 예쁘네요 ㅋ 벌써 봄이 성큼 다가온 것 같아 뭔가 짠해집니다.

하양물감 2009-02-16 09: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리 한솔이가 이 사진보고 [장미가 너무 예쁘다~~~] 이러네요^^

하늘바람 2009-02-16 10: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내 등의 짐이라
아~
마음먹기에 달렸군요. 정말

프레이야 2009-02-16 12: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참 좋은 글귀에요.
평범한 성공은 교만을 가져오고..

hnine 2009-02-16 16:56   좋아요 0 | URL
픽팍님, 거의 꽃 봉오리 바로 아래에서 전지해서 만든 꽃다발이라 얼마 못가고 시들 것 같아요. 핑크색 장미도 그런대로 괜찮네요.

하양물감님, 한솔이에게 감사를~ ^^ 장미란 꽃은 어린 아이의 눈에도, 어른의 눈에도, 예쁘게 보이는가봐요.

하늘바람님, 짐이라 생각말고, 나를 지탱시켜 주는 버팀목 이라고 생각해 볼까요? 말씀하신대로 정말 마음먹기에 따라 세상이 달라보인다 하는 것이 저 위의 책의 요점이더라고요. 전 단순히 광고 관련 책인 줄 알고 읽었는데...

혜경님, 성공을 교만으로 이끌수도 있고, 실패를 멋진 기회로 만들 수 있는 것이 모두 우리 손 안에 있는데 말이지요. 저 책 속에 멋진 말들이 꽤 많더라구요.
 

나는 소통한다 고로 존재 한다. 

 

나는 협상한다 고로 존재한다. 

 

: 소통의 수단은 예전보다 훨씬 다양해졌는데,
  진실한 소통의 기회는 자꾸만 줄어 들고 있는 듯한 느낌이다.
  수많은 정보에 접근하고 받아들이는 데는 내 방 책상의 컴퓨터 앞에 앉아 손가락 두드리는 동작으로도 충분히 가능하지만, 다른 사람과 마음으로 생각을 주고 받는 행위까지 충족시켜 주지는 못한다.  

소통의 기회가 줄어든다기 보다, 현대인들은 어딘가 소통을 두려워하고 있기 때문 아닐까.
부딪히기 싫어하는 심리, 혹시 나와 다른 의견과 협상하는 수고를 하고 싶어하지 않는 심리, 내가 모르는 분야는 그냥 계속 모르고 싶어하는 심리...


댓글(4)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프레이야 2009-02-16 12: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부딪히기 싫어하는 심리, 가장된 평화..
공감되는 글이에요.^^

2009-02-16 16:5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02-17 08:1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02-17 14:48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