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문화 산책 - 단어 따라 어원 따라
이재명.정문훈 지음 / 미래의창 / 201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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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이든 외국어든, 말의 고향이나 기원에 대해 관심이 많은 편이다. 책 제목, 가게 이름, 회사 이름, 상품명 등, 제목이나 이름을 보면 왜 저런 이름이 붙었을까 잠깐이라도 궁금해한다. 그러니 이런 종류의 책 선전을 보고 혹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가 일상에서 흔히 보거나 사용하는 단어들의 어원과 그 배경이 되는 문화를 소개한다는 취지의 책이었다.

수록된 단어가 서른 일곱개이니 그리 많은 편은 아니다. 알고 있던 단어와 기원도 있고, 이 책에서 처음 보는 것들도 있었다. 차례에 수록되어 있는 단어들 목록을 쭉 훑어 보면 흥미가 돋지 않을 수 없다. Aussie가 호주사람을 뜻하는 단어라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이와 관련된 단어로 outback, 스테이크 하우스 이름이기도 한 이 단어가 사람이 가볼만한 가치가 없는 극한지대라는 뜻의 황무지를 뜻한다는 것은 모르고 있었다. 왜 이 단어가 스테이크 하우스 이름이 되었느냐. 이런 황무지에서 먹을 수 있는 대표적인 요리가 직접 구워먹는 바베큐이기 때문이란다.

출산이 임박한 임산부나 갓 태어난 신생아를 축하하는 행사를 뜻하는 베이비 샤워에서 '샤워'란 단어가 들어가게 된데에는 이런 아이디어를 처음 낸 사람 이름이 프란츠 샤우어라는 데서 비롯되었다는 것.

우리나라에서 유행인 '먹방'을 영어로  'food porno'라고 한다는데, 여기서 porno는 우리가 알고 있는 pornography의 porno와는 무관하다고 한다.

매점율 1위, 서비스 평가 1위의 커피전문점 '스타벅스'가 허먼 멜빌의 소설 모비딕에 나오는 항해사 이름이라는 것은 많이들 알고 있다. 여기 들어가는 bucks가 미국에서 달러 대신 쓰인다는 것도 많이 알려져 있고,어찌보면 달러보다 더 자주 쓰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이다. 영국에서 파운드 대신 quid이 쓰이는 것과 비슷하다. 이뿐 아니라 dough, dosh, bread 모두 돈과 상관없는 money대신 쓰이는 말이라는 것도 알게 되었다.

돈을 돼지저금통에 모으는 것은 우리 나라에만 있는 습관은 아닌 듯. 이런 전통은 돼지와 아무 상관 없이 시작되었는데 pygg라고 불리는 지점토 병에다가 소금, 돈 등을 모으던 중세에서 비롯된 습관으로 발음이 비슷한 pig이 저금통의 모델로 사용되면서 돼지 저금통이 된 것이다.

필리핀이 스페인 식민지였다는 것도 몰랐던 형편에 필리핀이라는 나라 이름이 스페인 왕 펠리페에서 왔다는 것은 알았을리 만무. '펠리페의 것'이라는 뜻이라고 한다.

pomodoro (포모도로)는 이탈리아어로 토마토를 뜻하는데 어원으로 보자면 황금의 사과라는 뜻이란다. 그래서 그리스 로마 신화에서 헤라클레스의 얼한번째 과업이었던 금단의 과일 황금사과도 사실은 사과가 아니라 토마토였을 거라고 추측한다는데 사과가 어떻게 토마토라는 뜻이 되었는지는 이해가 잘 안되고 넘어간 대목.

 

이 책에서 아쉬운 점은 두명의 공저자가 풍부한 외국 여행, 외국 생활 경험을 바탕으로 썼다는 것은 알겠는데 여행기가 이 책의 원래 목적이 아니라면 얕은 곁다리 문화 설명에 지면 할애하는 것은 좀 줄이고 차라리 단어를 좀 더 많이 실었으면 책의 내용이 더 풍부해지고 원래 책의 목적에 더 충실할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점이다. 이미 많이 알려져 있는 내용이 많았고 특히 중심 단어에 끌어다 붙인 상식 내용은 더 그랬다. 세계문화산책이라는 책 제목도 제대로 붙인 제목은 아니라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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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실 2017-09-22 21: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래서 제목이 참 중요하지요.
베이비 샤워가 이름을 딴거군요. 단순하여라...ㅎ

hnine 2017-09-22 22:32   좋아요 1 | URL
이름의 유래가 궁금해서 알아보면 의외로 사람 이름에서 온것들이 많더라고요.
영국 서점 체인 중에 waterstone 이라는데가 있거든요. 무슨 심오한 뜻이 있나 무척 궁금했는데 그것도 서점을 설립한 사람 이름이었어요 ^^
세실님의 닉네임은 세례명이신거죠?

세실 2017-09-24 10:31   좋아요 0 | URL
네. 세실리아를 제 맘대로 세실로 줄였어요^^
 

 

2017년 본 영화가 꽤 된다.

며칠 전 일도 깜빡 하기 일수인 요즘 정신머리를 봐서는 이렇게 짧게라도 기록해두지 않으면 '그 영화 내가 봤던가?' 이럴 것 같아서.

 

 

 

 

 

 

 

한수산의 소설 <군함도>를 읽기도 했고 그 이전에도 군함도에 관해 듣고 읽어 좀 알고 있긴하다.

영화는 내가 읽은 소설과 같은 내용은 아니었다.

출연한 배우 중 두 사람의 역할과 연기력에 어쩔 수 없이 비중이 컸고, 처음부터 끝까지 예상과 기대를 넘어서지 않고 딱 그 예상과 기대대로만 끝맞쳐주니, 평균 점수는 주겠으나 그 이상의 점수는 줄 수 없었다.

★★★☆☆

 

 

 

 

 

 

이 영화 대체로 평이 좋던데 내가 마음이 넓지 못해서 그런지 여주인공과 저 남자의 사랑을 아름답게만 볼 수 없었다. 폭력, 천대, 무시가 있는 관계는 어떤 경우에라도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봐주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비열한 남편에 굴하지 않고 자기 세계를 지켜나간 여주인공의 인내력과 의지력에 차라리 집중하고 싶지, 제목처럼 <내사랑>이란 주제로 보고 싶지 않았다. 아름다운 사랑이라고 감동은 커녕 보면서 나도 모르게 불쑥 불쑥 화가 치밀어 오르기까지 했던 영화.

 

★★★☆☆

 

 

 

 

 

혹성탈출 1, 2편이 열배쯤 더 좋았다.

이번 영화는 뭐랄까, 드러내놓고 영웅주의. 누가 헐리웃 영화 아니랄까봐. 인간의 퇴화와 유인원의 진화로 가게 되는 개연성과 근거 빈약. 과학적 근거보다는 스토리를 위한 스토리에 억지로 웅장한 결말로 유도하려는 것 같아 별로 재미없게 봤다.

 

★★☆☆☆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라는 건 알지만, 광주 항쟁 같은 역사적 사건 상황에서 너무나 있을 법한 이야기를 너무나 있을 법 하게 영화로 만들었기 때문에 영화 초반에 이미 결말이 다 보이는 듯 해서 아쉬웠다. 송강호 연기야 말 할 필요 없지만 영화 만드는 분들이 너무 그걸로 흥행은 다 된줄 기대한 건 아닌가. 송강호 혼자 웃기려 하고 감동 주려 하고 눈물 주려 하고.

광주 항쟁을 그린 영화라면 차라리 이전의 <화려한 외출>이 나았다.

 

★★★☆☆

 

 

 

 

이렇게 화끈하게 재미라도 있던지.

킬러한테 보디가드가 붙을 수 있을 줄이야. 목숨이 한 서너개 되는 사람처럼 위험을 무릅쓰는 킬러이지만 좋아하는 여자 앞에선 순정남도 그런 순정남이 없는 것을 보고, 모든 남자가 그런건 아니겠지만 남자는 참 단순한 면이 있다는 생각을 했다.

절대 지루하지 않은 영화. 그것만 해도 어디냐 근래 본 실망스런 영화들에 비하면.

 

★★★★☆

 

 

 

 

 

영화를 같이 본 남편은 다 보고 나더니 영화 내용이 얽히고 섥혀 머리 아프다고 하는데 나는 뻥뻥 허술한 구멍이 많이 보여서 아쉬웠던 영화이다. 원작 소설 읽은 적 없고 내용도 거의 모르고 보러 간 영화였기 때문에 특별히 어떤 기대를 한 것도 아니었다.
소설이든 영화든, 결말엔 살인 동기가 뚜렷하게 밝혀져야 하는 것 아닌가? 살인 장면보다는 오히려 살인 동기가 밝혀지는 과정에서 보는 사람은 오싹하기도 하고 전율하기도 하고 그런 것 아닌지. 특히 김남길의 경우엔 그것이 모호하고 빈약하기만 했다. 다 죽어갈 정도로 피투성이가 된 배우가 갑자기 벌떡 일어나 상대를 공격하는 장면도 그렇고. 에효, 실망스럽기만 했다.

 

★★☆☆☆

 

 

 

 

 

올해 들어 본 영화중 제일 좋았던 영화.

영화 초반부엔 이게 도대체 무슨 영화인가 감이 안잡히고 이해가 안되서 졸뻔 하기까지.

그런데 다 보고 나올땐 눈물을 훔치며 나왔다. 이러는 나를 보고 남편은 도대체 이 영화에 울 내용이 어디있냐고. 다 잘 풀렸지 않냐고. 아니아니, 잘 풀리고 안 풀리고의 문제가 아니지 않나.

인생에 있어서 선택할 수 없이 결정지어지는 것들, 그리고 마음과 다르게 흘러가는 인생의 한 대목 한 대목이, 그렇게 고정되어져야 하는 인생의 적지 않은 부분이 눈물 나게 했다.

제목 베이비 드라이버는 사이먼 앤 가펑클의 노래 제목에서  온 것이라는데 한번 찾아서 들어봐야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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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onnight 2017-09-17 11:4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베이비 드라이버 남자주인공이 롭 패틴슨 이후로 요즘 젤 인기있는 친구라는 기사 본 것 같네요. 어떤 영화인고 했는데 제일 좋으셨다니 궁금해집니다^^

hnine 2017-09-17 11:52   좋아요 1 | URL
이 영화를 계기로 감독과 함께 이번에 한국 방문도 했었다네요.
요즘은 한눈에 봐서 광채가 날 정도로 잘 생긴 남자보다 앤설 에거트처럼 평범해보이는 인물이 더 인기인가요? 저는 이 영화에서 처음 보는 배우랍니다. 액션, 느와르, 범죄...여러 이름이 붙어 있는 영화인데 저는 보는 동안 두 대목에서 ‘이건 사랑 영화네...‘ 했어요. 스포일러가 될까봐 구체적인 내용은 적지 않았지만요.
영화 줄곧 음악이 끊이질 않는데 주인공 청력에 문제가 있다는 것과 관계가 있지요.

고양이라디오 2017-09-17 12: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본 영화는 ‘택시운전사‘ 뿐인데 안 본 영화들 리뷰가 참 공감가네요ㅋ

저랑 영화보는 관점이나 취향이 비슷할 거 같습니다. 저도 개연성이나 현실성이 부족하면 급흥미가 떨어지더라고요.

택시 드라이버에 이어 베이비 드라이버를 봐야겠네요^^


hnine 2017-09-17 14:38   좋아요 1 | URL
베이비 드라이버가 요즘 영화이긴 한데 배경도 음악도 요즘은 아니라는 것도 특이해요 ^^
고양이라디오님은 이 영화를 액션, 느와르, 범죄, 로맨스...어느 부류로 보실지 궁금하네요. 저는 말씀드렸다시피 하나를 꼽자면 사랑 영화라고 봤어요. 사랑 영화 같지 않은 사랑 영화요. 참고로 베이비 드라이버라는 제목의 <베이비>는 남자주인공의 본명 아닌 별칭이랍니다.

stella.K 2017-09-17 20: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영화 많이 보셨네요.
영화 취향이 저랑 비슷하시네요.
택시운전사 기대되긴 하지만 굳이 극정까지 갈 필요있을까?
빨리 IP TV에서 천원에 보여 주거나
명절에 지상파에서 보게되길 기다리고 있어요.
<내 사랑>은 누가 극찬을 해서 솔깃했다
예고편 봤는데 과연 괜찮을까...? 의문이 가더군요.
한 번 봐야겠슴다.

hnine 2017-09-18 04:48   좋아요 0 | URL
아마 2017년 처음부터 잘 찾아보면 저보다 더 많이 봤을텐데 생각나는 것만 올렸어요. 저도 주로 다운로드 받아 보는 편이었는데 아이가 커서 집에 혼자 두어도 되니까 (오히려 혼자 있고 싶어하니까 ^^) 나가서 보기 시작한게 주말마다 이어지게 되었어요.
<내사랑>은 아마 좋아하시는 분들이 더 많을텐데 저는 남편이 몸도 성치 않은 아내를 너무나 폭력적이고 하대하는 것을 보니 그만 거기서부터 마음이 많이 상해서... stella님은 어떻게 보실지 궁금하네요.

혜덕화 2017-09-18 18: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택시운전사만 겹치네요.
몇 달 전은 생각도 안나고, 최근에 청년경찰도 보았어요 후반부엔 싸우는 장면이 많아서 소리만 들었지만....
살인자의 기억법은 그림만 봐도 무섭네요.
옥자는 꼭 보고 싶었는데, 집에서 너무 먼 곳에서 해서 못가보고...
다운 받아 달라고 해야겠어요.^^

hnine 2017-09-18 21:57   좋아요 0 | URL
저도 옥자 보고 싶었는데 못봤네요.
살인자의 기억법은 생각만큼 무섭진 않았어요.
혼자서도 잘 보러 가지만 누구와 함께 보러 가면 보고 나서 영화 얘기를 한동안 나눌 수 있어서 그게 좋더라고요. 같이 봤는데 전혀 다른 느낌을 받기도 하고 다르게 해석하기도 하고요.
이번주에도 뭐 재미있는 영화 개봉하는거 없나 검색해봐야겠어요~ ^^
 
한 포물선이 다른 포물선에게
박정애 지음 / 사계절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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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역시 내가 그리는 포물선과 너무 다른 포물선을 이해해보겠다는 명분으로 이런 가상의 소설을 얼마나 자주 마음 속으로 써보며 살고 있는지 모른다. 이러는 내가 정상인가 하는 생각이 들때가 있을 정도인데 이게 혹시 망상이 아닐까 하는 의혹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렇게 한 소설가, 그것도 내가 이름을 알고 있던 소설가의 작업은 이런 과정들의 결과물로서 잘 다듬어진 말끔한 한편의 소설을 탄생시켰다.

왜 하필 포물선이라고 했을까. 포물선이란 형태는 일단 올라갔다가 정점을 찍은 후 내려와야 완성된다. 계속 올라만 가서도, 정점에 머물러 있어도 포물선이 아니다. 우리는 사는 동안 이 포물선을 몇번이나 그리며 살까. 또 얼마나 많은 다른 포물선과 만나게 될까. 내려오는 시기에 만날 수도 있고 정점에서 만날 수도 있을 것이다. 제목만 보고 벌써 내 생각은 망상인지 상상인지 한참을 혼자 가고 있었다.

한 사람이 그리는 하나의 포물선. 그렇다고 여러 개의 포물선이 얽히고 섥히는 방식으로 이야기가 진행되는 방식은 아니다. 단출한 한 가정. 40대 부부와 중학생 딸, 아들로 구성된, 대한민국의 흔하디 흔한 한 가정. 작가는 여러 개의 포물선이 얽히고 섥혀 만드는 극적인 스토리 텔링이 목적이었다기 보다, 평범해 보이는 가정조차 그 본질은 서로 다른 포물선이 만나고 헤어지는 것이라는 말을 하고 싶었던 것 같다.

동생이지만 똑부러지는 딸에 비해 어리숙하고 문제를 일으키기 일쑤이며 학교에서 적응도 잘 못하여 부모가 학교에 불려가게 하는 아들. 부모 덕 못받고 컸기 때문에 성공에 대한 열의가 더 컸던 대기업 회사원 아버지. 학생이라치면 모범생이었을 교사가 직업인 엄마. 아들때문에 좌절한 부모는 결국 해외 이민을 고려하게 되고, 실제로 현지 답사를 하며 알아보기도 하는데 결과는 더욱 큰 좌절로 인한 포기이다. 하지만 포기를 포기로 끝나지 않게 하는 것은 그래도 가족, 결국은 가족이기 때문이었다.

실제 작가 자신은 대학에서 교편을 잡고 있지만 두 자녀 모두 학교라는 제도권에서 교육을 마치지 않았다고 알고 있다. 그래서일까. 내용의 흐름에 억지나 과장의 느낌이 없고 자기 얘기 술술 풀어내듯이 자연스럽다.

학교에서 적응을 하든 못하든, 공부를 잘하든 못하든, 아들 내면의 착한 본성, 그리고 서로 불평 불만이 많으면서도 그 착한 본성을 믿고 알아주고 싶은 가족의 본질때문에, 가족들의 문제 없음이 아니라 문제를 해결해가는 방식때문에 읽는 사람의 마음을 따뜻하게 한다.

평범한 이름 때문에라도 듣고 잊어버릴 수 있었던 작가의 이름을 여전히 기억하고 있다가 이 책을 구입해서 읽게 된 것은 예전에 읽은 <환절기>라는 소설이 참 좋았기 때문이다.

작가의 말 마지막 열 줄, 누구에게는 아무렇지도 않을 그 열 줄 문장에서 작가의 진심이 느껴져 마음이 푹 젖고 말았다.

소설 한 편에 힘이 있으면 얼마나 있을까마는 울고 나서 마시는 차 한 잔, 비벼 먹는 밥 한 그릇 정도의 힘이라도 있기를 소망한다.

조금 더 욕심을 내 볼까.

엄마와 아빠와 자식이 돌려 읽고 그 '차이 있는 불안'의 속내를 물끄러미 들여다보기를.

제 불안에 눈멀어 자식을, 배우자를 짓누르지 말기를.

오래된 불안을 다독거리며 움싹 같은 희망에 손 내밀어 보기를. (169쪽 작가의 말)

그래, 작가는 결국 희망을 말하고 싶었던 것이다. 움싹 같은 희망. 불안 속에서 다독거려 살려내는 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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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수된 기념. 시간 펑펑 나는 기념.

그렇다고 집순이 기질이 어디 가나. 집에 틀어박혀 있기는 마찬가지.

두권의 책을 번역해보기로 했다.

아무도 시키지 않을 때 해보기. 이게 평소 내가 잘 하는 짓 중 하나.

막상 누가 하라고 시키면 못한다고 고사한다.

 

 

 

 

 

 

 

 

 

 

 

 

 

 

 

 

 

 

왼쪽 책. Lewis Thomas의 긴 제목의 책은 내가 가지고 있는 책과 표지가 다른 것이 검색되고 있는데, 저자인 Lewis Thomas는 과학저술가로 꽤 유명한 사람으로 이 책 외에도 많은 저서를 남겼는데 우리 나라에선 그리 많이 번역되어 있는 것 같지 않다. 내가 가지고 있는 것만 두권. 2000년 어느날, 자주 가던 서점에서, 저자에 대한 아무 사전 지식 없이 구입했는데 책이 얇아서 만만히 봤고 제목도 멋있어서 낚였을 것이다. 그런데 웬걸, 막상 읽어보니 글의 내용과 깊이가  내 수준을 훌쩍 넘어서는지라 첫 페이지부터 한장 한장 읽기 보다는 내킬때 아무곳이나 펼쳐서 몇줄 읽어보고 덮는 그러기를 17년째 하고 있는 책이다.

 

 

그 옆의 Science set free 라는 책은 며칠 전 남편 사무실에 갔다가 사다 놓고 읽지 않은 책 쌓아올린 책탑 가운데 토막 쯤에서 발견한 책이다. 제목이 마치 성경의 <진리가 너희를 자유케 하리라>는 문장을 연상시켜 눈에 팍 들어왔다. 문장이 의외로 그리 어렵지 않다.

 

 

그런데 해석과 번역이 이렇게 다르구나. 혼자 읽을땐  무슨 뜻인지 감이 오면 다음 문장으로 넘어가면 되는데, 번역을 해보자 하니 문장으로 제대로 옮겨 놓는데 시간이 많이 걸린다. 이 단어 써봤다가 저 단어 써봤다가, 말의 순서를 이렇게 해봤다가 저렇게 해봤다가. 이 과정 자체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진도 안나간다고 스스로 안달복달하면 안될 것 같다.

 

 

 

(내가 가지고 있는 Lewis Thomas의 책은 표지가 이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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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ualia 2017-09-09 19: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hnine 님께서 번역가에 함 도전해 보시면 좋겠습니다.
충분히 잘 하실 것 같은데요. ^^

hnine 2017-09-09 22:58   좋아요 0 | URL
에궁, 오늘 하루 종일 몇페이지 했냐하면요, 겨우 세 페이지요 ㅠㅠ
번역가는 언감생심이고, 연습이라 생각하고 해보려고요. 두권 모두 좋은 책들이니 연습의 가치는 충분하다고 봐요. 그래도 용기를 북돋워주시니 감사합니다 ^^
 
보이지 않는 세계
리즈 무어 지음, 공경희 옮김 / 소소의책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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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의 <무게 (Heft)> 라는 제목의 소설을 너무나 감동적으로 읽었었다.

후속작이 나오면 꼭 읽어보리라 했는데 얼마전에 바로 그 후속작이 우리 나라에 번역되어 나왔다기에, 그리고 즐겨 듣는 팟캐스트에서 진행자가 하도 극찬을 하기에 더 망설일 필요가 없이 바로 구입하여 읽게 되었다. <보이지 않는 세계>라는 제목만 봐도 어쩐지 추리소설 같기도 하고, SF 소설 같기도 한 것이, 전작 <무게>와는 많이 다를 것 같다고 넘겨 짚고 싶었는데 그 예감은 틀리지 않았다.

과학자인 아버지와 딸이 등장한다. 어머니는? 없다. 대리모를 통해 출생한 딸이기 때문이다. 아버지가 과학자라는 것은 자기 얘기이기도 하지만 주인공과 달리 자기는 그리 과학에 뛰어나지 못했다고 저자가 말하는 것을 보면 과학 영재 여부를 떠나 어쨌든 이 소설에 어느 정도는 저자의 어린 시절과 경험이 반영되어 있지 않나 싶다.

전작 <무게>와 다르다. 많이 다르다. 만약 저자가 무슨 무슨 문학상을 받는다면 아마 <무게>보다는 이 책 <보이지 않는 세계>로 받을 것이다. 이렇게 말하는 이유는, 첫장부터 독자에게 궁금증으로 시작하게 하니 가독성에서도 성공적이고, 무엇보다도 현재 사회적으로 이슈가 되는 주제들, 예를 들면 인공지능, 프로그래밍, 대리모 출산, 동성연애, 가상현실 등을 하나도 아니라 복합적으로 모두 하나의 스토리 속에 집어넣었다는 점이다. 더구나 1920년대부터 2000년대 까지 시공간을 드나들며 이야기를 전개시키는, 대단한 플롯이라고 할 수 밖에. 그러면서도 이야기가 자칫 식상하고 기계적으로 흐르지 않는 것은 아버지와 딸 사이의 애절한 연대감이 소설 전체에 흐르고 있다는 점이다.

하지만 장점과 단점은 백짓장 한장 차이로 왔다 갔다 하기 쉬운 법. 저자가 너무 여러 가지 주제를 이야기하고 싶어하지 않았나. 독자의 가슴을 깊이있게 건드리지는 못한 것 같다. 적어도 내게는 그랬다. 보이지 않지만 존재하는 것. 보이지 않는 세계가 무엇을 일컫는지는 혹시 스포일러가 될 듯 하여 여기에 적지 않기로 한다. 마지막 에필로그는 누구의 시선으로 적어나갔는지도 역시 여기에 적지 않기로.

저자가 머리를 많이 쓴 작품이긴 한데, 어디가 아쉽다고 콕 집어낼만한 것도 아닌데 이렇게 맘 놓고 칭찬하지 않게 되는 것은, 전작 <무게>가 훨씬 개인적으로 좋았기 때문이기도 하고, 저자의 공이 들어간 것 만큼 감동적으로 읽히지 않았기 때문이기도 하고, 보이지 않는 시계라는 제목처럼 저자가 전달하려고 하는 주제 의식을 너무 드러내놓고 있음에 김 빠졌기 때문이기도 하다. 한가지 더. 우리 나라 대표적인 번역가의 번역이라서 믿고 읽기 시작했는데 이것 또한 기대만큼 매끄러운 번역은 아닌 것 같았다는 아쉬움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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