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지 않는 세계
리즈 무어 지음, 공경희 옮김 / 소소의책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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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의 <무게 (Heft)> 라는 제목의 소설을 너무나 감동적으로 읽었었다.

후속작이 나오면 꼭 읽어보리라 했는데 얼마전에 바로 그 후속작이 우리 나라에 번역되어 나왔다기에, 그리고 즐겨 듣는 팟캐스트에서 진행자가 하도 극찬을 하기에 더 망설일 필요가 없이 바로 구입하여 읽게 되었다. <보이지 않는 세계>라는 제목만 봐도 어쩐지 추리소설 같기도 하고, SF 소설 같기도 한 것이, 전작 <무게>와는 많이 다를 것 같다고 넘겨 짚고 싶었는데 그 예감은 틀리지 않았다.

과학자인 아버지와 딸이 등장한다. 어머니는? 없다. 대리모를 통해 출생한 딸이기 때문이다. 아버지가 과학자라는 것은 자기 얘기이기도 하지만 주인공과 달리 자기는 그리 과학에 뛰어나지 못했다고 저자가 말하는 것을 보면 과학 영재 여부를 떠나 어쨌든 이 소설에 어느 정도는 저자의 어린 시절과 경험이 반영되어 있지 않나 싶다.

전작 <무게>와 다르다. 많이 다르다. 만약 저자가 무슨 무슨 문학상을 받는다면 아마 <무게>보다는 이 책 <보이지 않는 세계>로 받을 것이다. 이렇게 말하는 이유는, 첫장부터 독자에게 궁금증으로 시작하게 하니 가독성에서도 성공적이고, 무엇보다도 현재 사회적으로 이슈가 되는 주제들, 예를 들면 인공지능, 프로그래밍, 대리모 출산, 동성연애, 가상현실 등을 하나도 아니라 복합적으로 모두 하나의 스토리 속에 집어넣었다는 점이다. 더구나 1920년대부터 2000년대 까지 시공간을 드나들며 이야기를 전개시키는, 대단한 플롯이라고 할 수 밖에. 그러면서도 이야기가 자칫 식상하고 기계적으로 흐르지 않는 것은 아버지와 딸 사이의 애절한 연대감이 소설 전체에 흐르고 있다는 점이다.

하지만 장점과 단점은 백짓장 한장 차이로 왔다 갔다 하기 쉬운 법. 저자가 너무 여러 가지 주제를 이야기하고 싶어하지 않았나. 독자의 가슴을 깊이있게 건드리지는 못한 것 같다. 적어도 내게는 그랬다. 보이지 않지만 존재하는 것. 보이지 않는 세계가 무엇을 일컫는지는 혹시 스포일러가 될 듯 하여 여기에 적지 않기로 한다. 마지막 에필로그는 누구의 시선으로 적어나갔는지도 역시 여기에 적지 않기로.

저자가 머리를 많이 쓴 작품이긴 한데, 어디가 아쉽다고 콕 집어낼만한 것도 아닌데 이렇게 맘 놓고 칭찬하지 않게 되는 것은, 전작 <무게>가 훨씬 개인적으로 좋았기 때문이기도 하고, 저자의 공이 들어간 것 만큼 감동적으로 읽히지 않았기 때문이기도 하고, 보이지 않는 시계라는 제목처럼 저자가 전달하려고 하는 주제 의식을 너무 드러내놓고 있음에 김 빠졌기 때문이기도 하다. 한가지 더. 우리 나라 대표적인 번역가의 번역이라서 믿고 읽기 시작했는데 이것 또한 기대만큼 매끄러운 번역은 아닌 것 같았다는 아쉬움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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