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찍은 사진 한 장 - 내 생애 최고의 사진 찍기, 개정판
윤광준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1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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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윤광준의 이름은 몇해전<윤광준의 생활명품>이라는 책으로 익숙해졌다. 그 책을 읽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이름을 익숙하게 할 정도로 리뷰가 많이 올라왔던 책이었다. 제목에 저자 이름을 직접 넣었다는 것도 특이해서 책을 직접 읽지는 않았지만 어떤 내용의 책인지, 저자가 뭐하는 사람인지 궁금해서 찾아보기는 했었다. 이 사람의 직업은 전직 사진 기자. 대학에서 사진을 공부했고 월간 <마당>, <객석>의 사진기자를 거쳐 웅진출판에서 사진부장을 지냈다. 지금은 이곳 저곳 여행을 다니며 사진 작업, 그리고 글쓰기, 강의 등의 활동을 하고 있다.

이 책 <잘 찍은 사진 한 장>은 사실 <윤광준의 생활명품>이라는 책보다 훨씬 이전인 2002년에 초판이 나온 책이다. 초판만 해도 21쇄까지 찍었고 2012년에 개정판을 냈는데 개정판도 벌써 3쇄까지 찍었다니 한번 어떤 책인지 들여다볼만 했다.

읽으동안 사진 그리고 카메라를 제목으로 토막토막 추억이 쭉 엮어지는 경험은 나만 했을 것 같지 않다. 카메라와 사진의 진화는 근래 빠르게 진화되어와서 사진을 찍는 것이 하나의 행사였던 때는 이제 전설이 되었고 이제는 간편하게 전화기로 언제 어디서나 찍을 수 있는게 사진이 되었으니 사진은 일상, 카메라는 일상의 도구가 되었기 때문이다.

이런 시대에 살면서 사진을 전문으로 하는 이 사람은 어떤 얘기를 독자에게 하고 싶은 것일까.

딱히 사진 찍기에 대한 어떤 요령을 말하고 있지 않다. 그런 기술적인 내용보다는 오히려 사진이라는 것, 사진을 찍는 행위에 대한 수필집의 느낌이었다. 기자 출신에, 이미 여러 권의 에세이를 낸 경력 때문인지 에세이집이라고 하기에 손색이 없고, 사유가 담긴 문장이나 구절들도 심심치 않게 눈에 들어왔다.

 

원형을 잃은 에너지는 원래의 상태로 되돌리지 못하는 법이다. 내게 이를 복잡한 엔트로피의 법칙으로 설명할 재간이 없다. 사진에 찍힌 화상 또한 절대 빛으로 복원되지 않는다. 난 사진이란 빛이 제 몸을 태우고 남긴 숭고한 흔적이란 그럴싸한 생각을 하고 있다. 사진이 좋아 끌어안고 뒹구는 이유를 자신있게 설명할 수 있다. 빛의 죽음으로 바꾼 사진을 아무렇게나 대하지 못하는 미안함 때문이다. (225쪽)

 

사진이란 빛이 제 몸을 태우고 남긴 숭고한 흔적이라는 표현은 아무나 지어내지 못한다고 생각하니까.

기술적인 내용을 굳이 찾아내자면, 아주 전문가가 아니라면 비싼 DSLR을 구입하는데 큰 지출 감수할 필요 없다는 것, 자기가 어떤 목적으로 사진을 찍으려고 하는지가 가장 중요하며 그에 부합하는 것이 최고의 카메라라고 조언한다. 요즘 나오는 미러리스를 많이 권장하고 있고, 사진 찍을 때도 수동으로 촛점을 맞추느라고 더 중요한 것에 집중해야하는 여력을 놓치지 말라고, 최선의 촛점은 자동촛점이라는 조언을 한다. 카메라 렌즈도 독일제 렌즈가 최강임은 두말할 필요도 없지만 요즘은 일본 렌즈의 기술이 그에 필적하여 보통 사람들은 독일 렌즈 카메라로 찍은 작품과 구별도 못할 정도이니 구색을 갖추는데 신경 쓰지 말고 '실용적'인 마인드로 선택, 구입하여 더 많이 찍어보는 것이 몇배 더 낫다고 한다. 백배 공감.

이젠 이 책에 대해 아쉬운 점 두가지를 얘기하고 넘어가야겠다. 첫째는, 이 책에 실린 사진 작품들이 그렇게 마음을 빼앗을 정도가 아니었다는 아쉬움이다. 이건 물론 개인적인 취향일지도 모르겠지만, 사진에 대한 내용을 읽기도 전에 단 하나의 대상이 흑백으로 포착되었음에도 말문이 막히게 했던 최민식의 사진과는 엄청난 거리라고 할까. 윤광준의 사진엔 우선 대상이 단출하지 않다. 어디서 무얼 봐야하는지 찾아야 한다. 한 사람의 모습과 표정에 클로즈업 시키는 대신 여러 사람이 각기 다양한 표정과 포즈를 하고 있는 사진들이 많다. 책에 실린 사진 들 중 읽으면서 눈 여겨 오래 들여다본 것은 겨우 서너장.

두번째 아쉬움은 이 책의 제본이다. 아, 정말 나 이런거 따지는 편 아닌데 이 책은 읽는 내내 얼마나 불편하던지. 책상위에 놓고 읽어도 불편, 손에 들고 읽어도 불편, 무릎 위에 놓고 읽어도 마찬가지. 독서대에 올려놓아도 책이 펴진 상태로 고정이 잘 되질 않는다. 사진때문에 종이질을 높이다보니 종이 두께가 두꺼워져서 그런가보다. 그렇지만 방법이 그렇게 없었을까? 이 책을 빨리 읽어치우게 한 동기를 제공했다는 것으로 위안을 삼는다.

 

이 책에선 사진보다 글이 차라리 더 돋보인다는 것으로, 별 두개와 세개 중 그래도 세개로 마무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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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ma 2015-02-21 16: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리집 서가에서 찾아보니 10년 전 쯤에 구입한 이 책이 있네요. 읽다가 만 책인데 그 당시 저는 글에도 사진에도 별 매력을 못 느꼈었던 것 같아요. 아니면 더 재밌는 다른 짓을 하고 있었거나. 하여튼 다시 꺼내 읽어봐야겠어요.
그런데 그 책에서 예전 편지가 한 통 나와서 깜짝 놀랐답니다. 제 서재에 사진 올려보았어요.

hnine 2015-02-21 17:58   좋아요 0 | URL
와~ 저 지금 nama님 서재로 갑니다~~

Nussbaum 2015-02-23 13: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hnine님 서재에 들르면 꼭 올리신 책을 확인해보고픈 마음이 생깁니다.

저는 그리 많은 것을 기억하지는 못하지만, 꼭 어떤 인상깊은 것들은 오래 기억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 책은 한 번 어디선가 만날 기회가 있을 것 같습니다.

김갑수의 최근 책에 보면 사진작가 윤광준을 언급한 구절이 나오는데 그 두 사람의 이미지가 겹쳐지면서 이 책을 한 번 펼쳐보고 싶다는 생각이 드네요.

여유로운 오후 보내고 계시지요?

hnine 2015-02-23 13:58   좋아요 0 | URL
두사람이 절친이래요, 이 책 저자와 김갑수요. 이 책 서문에도 김갑수가 글을 썼고 본문 중에도 저자가 시인 친구라고 여러번 언급하는데 김갑수를 뜻하는것 같고요.
연휴 잘 보내셨나요? 너무나 길게 느껴진 연휴였어요 ^^
 
소송 펭귄클래식 15
프란츠 카프카 지음, 홍성광 옮김 / 펭귄클래식코리아 / 200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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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프카. 대학에서 법을 공부했고 법학박사 학위까지 있던 카프카 그가 법에 얽힌 부조리를 외치는 이런 소설을 썼다. 아마 법에 얽힌 부조리라기 보다는 소송이라는 사건을 소재로 하여 이 세상의 부조리를 외치고 싶었을 것이다.

잘 자고 일어난 아침, 느닷없는 외부인의 방문을 받고 당신은 체포되었다고 통고를 받는다. 무슨 죄목인지도 모르고 소송에 휘말려 그것을 밝히려 이리 저리 헤매고 뛰어다닌지 일년이 되는 날로 이 소설은 결말을 맺는다. 그리고, 그 결말은 섬뜩하다.

1883년에 태어나 1924년에 건강이 악화되어 죽기까지 40여년의 짧은 생을 살다간 카프카는 유태인이었지만 독일어로 교육받고 독일 문화권에서 자라, 언어나 문화면에서 독일인에 가까웠다고 한다. 자기가 좋아하는 것보다 아버지의 기대에 맞춰 살아야했던 그는 글쓰기를 도피처 삼아 몰두하였지만 자기가 쓴 글을 스스로 없애거나 죽은 후에도 찬구 브로트를 시켜 자기의 작품을 모두 없애줄 것을 부탁했을 정도로 내향적이고 스스로 고립된 세계에서 살았던 것 같다. 다행이 그 말을 듣지 않은 친구 덕분에 그의 작품이 세상에 알려지게 되었고 현대에 이르기까지 가장 많이 읽히는 작품의 하나로 꼽히고 있다.

워낙 짧은 생애를 살다가기도 했지만 그는 제대로 자기만의 가정을 꾸려보지 못했고 아버지의 영향력에서 자유로울 수 없어 개인적으로 고립되고 외로운 삶을 살았다. 하지만 그 댓가였을까. 그렇게 사는 동안 남달리 깊어진 그의 사유 세계는 독특하고 독보적이어서 성, 소송, 변신 등, 이전의 누구도 발표한 적이 없던 내용의 소설들을 쓸 수 있었을 것이다.

무고한 사람이 체포되고, 판결 받고, 판결 받기까지 소송이라는 과정에 싫든 좋든 들어가야한다. 이 순간부터 개인의 의지와 생각따위는 중요하지 않다. 이렇게 진행되는 과정이란 그것이 소송이든 칭송이든 처형이든 체벌이든, 그 얼마나 무의미한가. 또, 그런 과정을 거쳐 단정지어지고 결론지어지는 사람의 일생에서 무슨 의미를 찾을 수 있을까. 카프카가 동양의 노장사상에도 조예가 깊었다는 것은 무관하지 않다. 탐욕스런 부르조아에 대한 반대의 표명이었다고 보는 그의 채식주의까지도. 

후세의 많은 철학자들이 카프카의 이 소설을 분석하고 해석했으며 1962년엔 오손 웰즈에 의해 같은 제목의 영화로 만들어지기도 했는데 비교적 원작에 충실했으나 결말은 소설과 다르게 맺고 있다.

주인공처럼 어느 날 갑자기 소송에 휘말린 것은 아니어도, 우리는 불확실하고 불안한 운명에 내맡겨진 오늘을 살고 있다. 불확실한 생을 살고 있다는 그것만이 확실할 뿐. 부정할 사람은 부정하시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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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실 2015-02-18 07: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불확실하고 불안한 운명!
늘 걱정거리를 달고 사는....
행복과 불행은 순서대로 오네요.
늘 행복할수도, 늘 불행할수도 없는 인생.
마음먹기 나름이긴 하죠?

부모역할이 참 중요한데 가끔은 버거워요. 카프카는 자유롭게 냅뒀으면 더 잘, 오래 살았겠죠?

hnine 2015-02-18 08:25   좋아요 0 | URL
아, 세실님. 이 소설의 마지막이 정말 충격이었어요.
읽는 사람의 입장에서도 너무 허무해서 뒤의 해설까지 다 읽었답니다.
소설과 작가가 불가분의 관계가 있기도 하지만 특히 카프카에 대해서는 그의 소설만큼이나 작가의 일생에 대해 관심이 많이 가더군요.
부모 역할에 대해서는 전 요즘 시기 같아선 없는 듯 있어주는게 최선이 아닐까 생각하고 있답니다. 일종의 수행을 하는 기분이랄까요 ^^

파란놀 2015-02-18 16: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삶을 깊이 들여다보고 생각할 때에
비로소 문학이 태어나고
이 문학이
우리한테 나 스스로와 이웃을 더욱 곰곰이 살피도록
이끄는구나 하고 느껴요.

설 아름답고 즐겁게 누리시기를 빌어요~

hnine 2015-02-18 17:37   좋아요 0 | URL
함께살기님도 아이들과 가족들과 설 잘 보내시고 또다시 힘찬 걸음 내딛으세요~
 
영어 스피킹 기적의 영어코칭 30 - 예일대 비즈니스 스쿨 엄선 30강
윌리엄 A. 반스 지음, 최드림 옮김 / 로그인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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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적의 영어코칭' 이라는 말은 번역하면서 붙여진 것이고 첫장에 보니 원제는 English Communication Skills That Move Your Business Forward 라고 되어 있다. 제목의 비즈니스라는 말이 꼭 사업과 관련되었다고 볼 필요는 없다. 아주 막역한 친구 사이에 쓰는 경우만 아니면 되고 그보다는 실례가 되지 않도록 신경써서 대화를 해야 하는 상대와 이야기 할 경우에 해당한다고보면 될 것이다.

예일대 윌리엄 반스 박사의 책은 지난 번에 <영어 스피킹 기적의 영단어 100> 이라는 책이 처음이었고 내용이 마음에 들어 다른 저서 두권을 마저 구입하였다. 이 책외의 다른 한권은 <영어 스피킹 기적의 7법칙>, 옆에서 내가 읽어줄 순번을 기다리고 있는 중이다.

이 책은 30개의 꼭지로 나뉘어 영어로 말을 할때 혹은 메일을 보낼때 주의할 점들을 짚어주고 있는데, 역시 쉬운 말로, 쉽고 흔한 예를 들어 설명하고 있어서 읽는데는 문제가 되지 않고 전혀 지루하지 않다. 활용하는데는 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겠지만.

 

복습할 겸 몇가지 내용을 들어보자.

 

1. 우리가 외국인을 만날때 거의 입에 달고 사는 말, Thank you에 대한 것인데, 이제는  Thank you 만 하고 끝내지 말고 고마운 이유를 덧붙여 말하라는 것이다.

Thank you for saying that. 그렇게 말씀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Thank you for helping with this. 이걸 도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이것만 해도 실천하는게 금방 될 것 같지 않다. 습관처럼 Thank you! 해버리고 마는게 보통이기 때문이다.

 

2. I'm sorry. 에 관한 것이다. 아마도 우리가 Thank you 다음으로 습관화 되어 있는 말일지도 모르는데 생각만큼 그렇게 막 쓸수 있는 말은 아니다. 이말 속에는 과실이 내쪽에 있다는 것을 인정한다는 뜻이 들어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나도 이점에 대해 주의 받은 적이 있다. 외국에 살면서 아무 상황에서나 쉽게 I'm sorry 라고 하지 말라고. 그럼 대신 쓸 수 있는 말은? Excuse me!

 

3. 당신 (You)를 주어로 할땐 can 이나 can't를 사용하는데 주의해야한다.

 

4. 못알아들으면 되묻기를 주저하지 말라. 대충 알아듣는 척 하고 지나치면 더 난처한 상황에 부딪힐 수 있으니까.

 

5. 남이 칭찬을 할때 너무 손사래 치면서 부인하지 말라. 겸손이 아니라 말한 상대방을 무안하게 할 수 있으니 칭찬은 열린 마음으로 받아들이고 대신 칭찬해준데 대해 감사인사를 한다.

 

6. 상대방의 제안에 대해 No라고 한 후엔 그 이유를 밝힌다.

 

7. 커뮤니케이션은 탁구가 아니라 배구이다.- paraphrasing

   

8. 이메일에 대한 답장은 24시간 이내로 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라.

 

9. 매직 넘버 3 - 이유나 목적을 얘기할때 세가지로 요약하여 말해보자.

 

10. 대화에 활기를 주는 Yes, + and,  대화를 불편하게 만드는 Yes, + but

 

11. 동의어라도 뜻이 똑같지는 않다. 정도의 차이

     * 삭감하다        trim<cut<slash

     * 언짢게하다     trouble<disturb<upset

     * 어려운           challenging<difficult<formidable

     * 기쁜              glad<happy<thrilled

     이건 외워놓았다가 활용하는 수 밖에. 외워놓아도 활용까지는 또 시간이 걸릴 것을 각오해야지.

 

 

 

30가지 중 몇개만 예로 들었다. 쓸데 없어 보이는 내용이 없다. 앞에 읽은 책 <영어스프킹 기적의 영단어 100>은 읽는데 시간이 좀 걸렸으나 이 책은 두께도 덜 두껍고 읽는데 오래 걸리지도 않는다.

자, 다음엔 세권 중 마지막 <영어 스피킹 기적의 7법칙>을 읽어야겠다. 읽는거야 어렵지 않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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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eanne_Hebuterne 2015-02-07 20: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즈음 외국어로 뭔가를 써야 할 일이 많아져서 이런 책에 무척 목말랐어요. 유의어, 반의어를 정리한 책을 보고는 있지만 22000개를 내가 어느 세월에 다 외우나...싶기도 하고(아는 단어 몇 개 빼도 동의어 반의어 유의어 다발에서 모르는 단어가 우후죽순), 무엇보다도 22000개 정도는 기본으로 외우되 다른 용례가 더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계속 쓰기연습하기에도 지치는 그 기분ㅠㅠ

언젠가 이 책을 다른 곳에서 잠시 보고 비즈니스 스쿨이라는 말에 갸웃거렸는데 hnine님의 책소개를 읽으니 간략히 정리가 잘 된듯 싶어요. 외국어가 제겐 실은 늘 폭은 무척 넓고 단차는 작은 계단같이 느껴져요. 시간과 노력이 무척 많이 들어간 듯한데 늘었다는 느낌은 아주 작고, 그나마 그 느낌이라도 느껴볼라치면 다시 뭔가 아련해지는 것이, 왜 치매예방대책으로 고스톱과 외국어 공부를 권하는지 알 듯 합니다. 배워보려 노력했으나 시작부터 포기한 고스톱보다야 외국어가 낫지만 미리미리 뭔가 준비하고는 싶었으되 정보는 넘쳐나고 그 중 어느 갈피를 잡아야할지 막막했는데, 책 소개 정말 고마워요.

hnine 2015-02-07 21:00   좋아요 0 | URL
아, 외국어 공부가 치매예방에도 좋다고그래요? 그럼 더욱 열심히 해야겠어요 (두주먹 불끈~ ^^).
이제 어느 직업도 외국어를 피해갈 수가 없어지는 것 같아요.
말보다 글 쓰는데에는 이 책보다 같은 저자의 <영어스피킹 기적의 영단어 100> 이 책이 더 좋아요. 좀 더 내용이 많고요. 지금 이 책은 훨씬 더 가벼운 내용인데 가볍다고 해서 쓸모 없다는 건 아니고요.
외국어 실력은 폭은 무척 넓고 단차는 작은 계단 같다는 비유가 정말 딱! 입니다.

2015-02-16 23:1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2-16 23:2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2-16 23:48   URL
비밀 댓글입니다.

EV 2015-03-11 10: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교수님의 교수법에 관심을 가져주셔서 감사합니다. 2015/03/24 드디어 예일대 윌리엄반스 교수님이 한국에 오십니다. 나의 일반 영어를 글로벌 비즈니스 리더의 품격 있는 영어로 튜닝할 수 있는 특강을 온오프믹스에서 확인하세요. http://onoffmix.com/event/42417
 
일단은 즐기고 보련다 - 75세 도보여행가의 유쾌한 삶의 방식
황안나 지음 / 예담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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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75세 되셨으니 할머니라고 불러도 되련만, 실제로 저자가 글 속에서 자신을 그렇게 일컫고 있기도 하지만 저자는 내 어머니와 딱 한살 차이. 내게는 할머니 세대가 아닌 어머니 세대이신 셈이다.

수십년 동안 초등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시다가 퇴직하셨지만 이제는 도보여행가라는 이름이 따라다니는 이분의 팬이라면 팬이다. 다른 이유가 있어서가 아니라 이분의 글을 읽고 나면 힘이 나고 기운이 나는 걸 느끼기 때문이다. 이 책엔 읽는 사람들의 마음을 어루만져주는 곱고 잔잔한 글만 들어있지 않다. 마음 푸근한 따뜻함만 느껴지는 것도 아니다. 머리보다는 직접 겪고 걷고 움직이며 보고 느낀 바를 썼고, 저자의 털털해보이는 차림새와 달리 내가 보기엔 완벽주의 기질도 있고 원칙을 지키며 사느라 때로 오해를 받을 때도 있으며 남에게 폐 끼치는걸 무척 싫어하니 어떤 사람은 차갑다고 느끼기도 할 것 같다. 그럼 이분의 어떤 점이 나에게 힘을 주고 기운을 북돋는 것일까. 아마도 결코 곱고 순탄하지 않았던 시간을 겪어냈다는, 꾸밀 것도 숨길 것도 없는 인생 경로때문 아닐까 한다.

나의 어머니 세대이니 지금보다 많이들 어려웠던 때라고는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불도 안들어오는 방에서 사과 궤짝을 뉘어 놓고 부엌 찬장 삼았으며 스물 네살에 첫 아기를 낳았는데 병원에도 못가고 남편이 보는 옆에서 집에서 나아야 했으며, 남편 사업이 부도나고 남편은 집을 나가니 채권자들이 저자가 꼬맹이들 수업하고 있는 초등학교 교실까지 쳐들어오는 모욕을 겪으며 살았다. 이대로 죽어야겠다 마지막으로 친정 어머니를 찾아간 일, 바닥까지 갔으니 이젠 더 나은 일만 있지 않겠냐는 어머니의 한마디에 살기로 마음을 고쳐먹은 일. 몸과 마음이 지쳤기 때문일까. 그녀는 정년을 몇년 앞둔 58세때 학교를 퇴직한다. 그리고 길을 나선다. 그렇게 시작한 도보 여행. 나중엔 옆에 벗 하나 없이 혼자서 국토 종단 여행을 하는데 저자의 나이 65세때 이야기이다.

지금도 새벽 5시 40분이면 어김없이 동네 헬스장에 가서 두시간 운동하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하고, 한달에 적어도 열 권의 책을 구입하여 읽으며 블로그 관리, 이곳 저곳 강연까지, 우울할 새가 없다. 늙음을 한탄할 새가 없다. 아니, 우울하지 않기 위해, 앉아서 한탄할 시간을 주지 않기 위해 부지런히 산다고 해야할 것이다.

막상 젊었던 시절은 남편의 빚때문에 두 아이를 데리고 극빈의 생활까지 경험했다니까 그렇게 자기를 소진시킨 남편을 원망할 만도 한데 자식을 모두 출가시키고 집에 남편과 둘만 살면서도 참 정답고 남편과 서로를 생각해주는 마음이 각별하다. 붙박이 가구 같은 영감이라도 꼭 있어야 한다고 말하고 있으니까.

나도 이분 나이 되어서 이렇게 살 수 있을까? 나도 모른다. 하지만 내가 그 나이 될때까지 기다릴 것도 없이 이분의 글은 지금의 나에게 기운을 북돋워준다. 이분이 극복한 구절양장 같은 시간들, 자존심을 포기하고 죽음까지 떠올렸던 시간들, 다 지내오고서 찌든 얼굴로 남은게 아니라 오히려 활짝 웃으며 오늘도 길을 나서는 이분 사는 모습 자체가 마치 우울증 약 같은 약효를 준다.

이 책의 제목 "일단은 즐기고 보련다". 그래, 하루를 즐겁게 보내면 일생이 즐거울 수 있겠지. 하루를 우울하게 보내면 일생이 우울할거야.

이 세상에 사람이 사는 방법은 정말 여러가지가 있고, 그 방법은 스스로 선택하는 것이다.

이 책을 읽은 약효가 좀 오래 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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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2-06 19:4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2-06 21:5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2-07 01:0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2-07 04:38   URL
비밀 댓글입니다.

stella.K 2015-02-07 16: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렇지 않아도 이 책을 읽을 기회가 있었는데 그냥 넘긴게 좀 아쉽네요.
나이가 드니까 다리부터 안 좋아지더라구요. 그래서 어디를 다닌다는 게
자신없어지더라구요. 그런데 박범신 작가도 히말라야를 오르는데
그 양반이라고 다리가 온전해서 오를까 그런 생각이 들더군요.
이런 책이 저에게 용기를 줄 텐데...
그런데 하루 두 시간씩 운동을 한다니 갑자기 용기가 줄어 들었습니다.
전 하루 두 시간씩 운동할 지신이 없거든요. ㅎㅎ

그런데 제목이 참...! 프로작 무슨 약 이름이잖아요.^^

hnine 2015-02-07 16:10   좋아요 0 | URL
stella님, 한번 읽어보세요. 이분 블로그도 있으니 한번 들어가보셔도 좋고요.
박범신 작가 얘기도 나와요. 이분이 박범신 작가 팬이시라는군요 ^^
이렇게 운동을 하고 걷기를 수년 동안 했는데도 나이는 못속이는지 이분도 척추 수술을 하셨어요. 운동은 학교를 그만두고 앞으로 걷기를 대비해서 준비를 해야한다는 차원에서 시작하셨대요. 처음부터 두시간은 아니었겠지요~
프로작은 항우울제 이름이랍니다 ^^

nama 2015-02-13 13: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 구매할 때는 무조건 hnine님 앞으로 Thanks to 쏩니다. 이미 한꺼번에 3개 쐈지용~~

2015-02-13 14:1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2-13 14:27   URL
비밀 댓글입니다.
 

 

 

 

 

이런 빵이 먹고 싶은 날이 있다.

 

 

 

 

 

 

그냥 평범한 식빵.

집밥이 아니라 집빵.

내맘대로 두께를 조절할 수 있으니 두툼하게 잘랐다.

식구들에게는 사과잼을 내주었다. 너무 맛이 없는 사과 구제 차원에서 만들어놓았던 잼.

나는 그냥 먹는다. 빵만. 오로지 빵만.

그 안에도 충분한 맛이 들어있기 때문에.

 

 

 

 

 

 

 

 

 

 

 

 

그런가하면 이렇게 달다구리 케잌류가 먹고 싶은 날이 있다.

 

 

 

이런 달다구리는 식사 대용이 아니라 후식용으로 더 어울리지만,

그런거 상관없다. 기분이 문제이지.

늘 설탕, 우유 섞어 커피 마시는 내가, 유일하게 블랙으로 커피를 마시는 때는 이런 빵을 먹을때.

 

 

 

두 종류의 빵.

만드는데 걸리는 시간도 다르고, 재료도 다르고, 굽는 동안 냄새도 완전 다르다.

 

식빵은 발효빵이기 때문에 발효 시간을 포함시키면 보통 3-4시간 걸리고, 케잌류는 1시간 정도면 만들수 있다.

식빵 구울때 냄새, 아늑하고 차분하고 안정된 냄새.

책으로 치자면 읽고 또 읽어 천천히 감동이 오는 시집, 세계 명작, 고전.

피아노곡으로 치자면 하농, 체르니, 바하 인벤션, 평균율.

 

 

케잌 구울때 냄새, 달콤하고 잠자던 감각이 열리고 흥분시키는 냄새.

책으로 치자면 반전 뛰어난 소설, 흥미진진 여행기, 추리소설.

피아노곡으로 치자면 멘델스죤, 쇼팽, 리스트.

 

 

먹기만 할때 모르던 기분을 만드는 동안 느낀다.

 

 

 

 

 

 

벌써 2월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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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실 2015-02-01 09: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빵과 클래식이야기로 책 써도 대박?ㅎ
어제 친구가 맛있는 빵집 데려가서 밤식빵이랑 다른 종류 2개 사줬는데 부드러우면서 쫀득하더라구요.
집빵 같았다는... 전 빵순이ㅎ

hnine 2015-02-01 09:26   좋아요 0 | URL
부드러우면서도 쫀득이라...무슨 빵이었을까요?
만들 수 있는 빵의 종류가 많으면 여러 가지 기분을 느낄 수 있을텐데 만들 수 있는게 두어가지 정도 밖에 되지 않네요.
밤식빵도 많이들 좋아하는 빵인데 이름엔 `식빵`이란 말이 들어가지만 밤을 설탕이나 시럽에 조려서 넣기 때문에 식빵보다 훨씬 달달하지요. 저희 집에도 얼마전에 밤이 많이 있어서 다 어떻게 먹나 했었는데 밤식빵을 떠올렸으면서도 밤 조리기가 귀찮아서 안했어요 ^^

세실 2015-02-01 09: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진을 올리려고 했는데 댓글에 사진은 올라가지 않네요.
빵 속에 콩떡처럼 들어가 있어요.
밤도 듬뿍^^

hnine 2015-02-01 10:33   좋아요 0 | URL
아이쿠, 제가 공연히 세실님 번거롭게 해드렸나봐요, 사진까지 올려주려 하셨다니.
콩은 어디에 어떻게 들어가도 맛있고 영양도 좋아요.
밤까지 들어갔다니 맛있었겠어요.
검은 콩, 완두콩 넣어서 찰떡 만들어본 적 있는데 그것도 아주 오래전 이야기네요. 몇년 전엔 찹쌀가루에 콩과 견과류를 넣어 속은 떡처럼 쫄깃하게, 겉은 바삭하게 굽는게 아주 유행하기도 했었지요.

2015-02-01 10:2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2-01 10:2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2-01 10:5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2-01 20:50   URL
비밀 댓글입니다.

stella.K 2015-02-01 16: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파운드 케잌 같아요. 예전에 파운드 케잌도 좋아했는데
지금은 너무 달아서 잘 안 먹고 저는 마늘빵을 좋아하죠.
마늘과 버터와 하니가 적절히 녹아든 맛. 커피와 같이 먹으면 그 맛이란...!
빵맛을 피아노 곡과 비교를 하시다니 굉장한 심미안이신데요?.^^

hnine 2015-02-01 20:48   좋아요 0 | URL
파운드 케잌이라는 이름의 유래 아시지요? 설탕과 밀가루와 버터가 1 파운드씩 들어간다는...그러니 얼마나 달겠어요 ㅋㅋ
마늘빵 맛있지요. 어떻게 빵과 마늘을 조합할 생각을 해내었는지 모르겠어요.
위의 두 종류의 빵 맛이 너무 다르니까 저절로 비교를 해보게 되더라고요. 제가 그림에 대해 잘 알았다면 그림으로 비유를 해보았을것이고 언어 구사력이 뛰어나다면 꼭 맞는 단어로 표현을 했을텐데 그러질 못하니 제가 좋아하는 음악으로 비교를 해보았어요 ^^

페크pek0501 2015-02-02 14: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빵을 잘 감상하며 내려오니...
벌써 2월입니다...

hnine 2015-02-02 16:43   좋아요 0 | URL
네, 벌써 2월이네요. 1월은 좀 긴장 되고 지난 해의 습관에서 아직 못벗어나 불안정한 느낌이 있는데 2월은 점차 안정되어 가는 달인것 같아요 그러다가 3월이 되면 또 웬지 들뜨는 느낌, 봄이라서 그럴까요?
저는 올해 시작이 그랬던 것 처럼 2월이 되도록 울적하고 가라앉은 기분의 계속이어요. 뭐, 일년중 350일쯤은 그런 저이니까 새삼스러울것도 없지만요 ^^

nama 2015-02-03 09: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주말이면 생협에서 사온 쌀식빵과 참기름이나 들기름으로 드레싱한 샐러드를 아침으로 먹는데 그럴때마다 빵을 만들어 먹으면 어떨까 생각해 보거든요. 탐스런(?) 빵에 곁들인 음악 얘기라...멋져요.

hnine 2015-02-04 05:12   좋아요 0 | URL
건강식이네요, 쌀식빵과 오일드레싱 샐러드.
빵은 가끔 만들면 재미있지요. 먹는 시간 대비 걸리는 시간이 길지만 만드는 과정을 즐길 수 있다면 좋고요. 그래서 저도 가끔, 아주 가끔만 만들어요 ^^
빵은 다 만들어져서 입으로 들어갈 때보다 사실 저렇게 오븐에서 꺼낸 후 슬라이스 할때가 제일 기분이 좋답니다.

Nussbaum 2015-02-06 21: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못볼것을 봤습니다.

2월 첫 주 매우 바쁘게 보내다가 이제 오늘밤부터 주말까지 뭘 좀 하려고 책상에 앉았는데 너무 맛있어 보입니다. ㅠㅠ
빵은 내일 사러 가기로 하고 오늘은 늦었으니, 코코아라도 한 잔 타야겠습니다.

어느새 2월도 지나가고 있네요 ~~

hnine 2015-02-06 22:17   좋아요 0 | URL
하하, Nussbaum님. 내일이 이제 몇 시간 안 남았으니 맛있는 빵 내일은 드시기 바랄께요.
빵 중에 Nussbaum님 닉네임과 같은 돌림자 들어가는 빵 있어요. 바움쿠헨 (Baumcuchen이던가? 정확한 철자는 모르겠네요 독일어인데)~ ^^ 나무결 무늬가 들어있는 케잌이지요.
코코아도 좋지요. 코코아라는 이름 조차 오랜만에 들어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