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빵이 먹고 싶은 날이 있다.

그냥 평범한 식빵.
집밥이 아니라 집빵.
내맘대로 두께를 조절할 수 있으니 두툼하게 잘랐다.
식구들에게는 사과잼을 내주었다. 너무 맛이 없는 사과 구제 차원에서 만들어놓았던 잼.
나는 그냥 먹는다. 빵만. 오로지 빵만.
그 안에도 충분한 맛이 들어있기 때문에.

그런가하면 이렇게 달다구리 케잌류가 먹고 싶은 날이 있다.

이런 달다구리는 식사 대용이 아니라 후식용으로 더 어울리지만,
그런거 상관없다. 기분이 문제이지.
늘 설탕, 우유 섞어 커피 마시는 내가, 유일하게 블랙으로 커피를 마시는 때는 이런 빵을 먹을때.
두 종류의 빵.
만드는데 걸리는 시간도 다르고, 재료도 다르고, 굽는 동안 냄새도 완전 다르다.
식빵은 발효빵이기 때문에 발효 시간을 포함시키면 보통 3-4시간 걸리고, 케잌류는 1시간 정도면 만들수 있다.
식빵 구울때 냄새, 아늑하고 차분하고 안정된 냄새.
책으로 치자면 읽고 또 읽어 천천히 감동이 오는 시집, 세계 명작, 고전.
피아노곡으로 치자면 하농, 체르니, 바하 인벤션, 평균율.
케잌 구울때 냄새, 달콤하고 잠자던 감각이 열리고 흥분시키는 냄새.
책으로 치자면 반전 뛰어난 소설, 흥미진진 여행기, 추리소설.
피아노곡으로 치자면 멘델스죤, 쇼팽, 리스트.
먹기만 할때 모르던 기분을 만드는 동안 느낀다.
벌써 2월이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