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날 아이는 창고로 가서 엉겅퀴 꽃이 수놓아진 이불을 잘 챙겨가지고 나와 사란국으로 향했단다.
"네가 누구길래 나를 만나고 싶다고 하느냐?"
사란국의 왕이 물었지.
"저는 땅 속의 몽당국에서 왔습니다. 폐하께 보여드릴 것이 있어서요."
아이는 가지고 온 이불을 꺼내어 왕과 왕비에게 내밀었지.
"이게 뭐냐. 무슨 덮개 같은데, 이걸 왜 내게 보여준다는 것이냐?"
사란국의 왕이 말했지.
"왕비 마마께서도 이것을 보고 혹시 기억나는 것이 없으신지요?" 
아이는 왕비에게도 물었어.
왕비는 아이가 건네 주는 이불을 만져보며 여기 저기 살펴보다가 문득 생각나는 것이 있는지 소리쳤어.
"아니, 이것은! 너 이것을 어디서 가지고 왔다고 했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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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곡의 제목이 왜 '흑건 (Black key)'일 것 같니?"
"흑건이요? 검은 건반이란 뜻의 흑건이요?"
"응"
"글쎄요..."
"그건 쳐보면 알아."
'모르는 제목을 쳐본다고 아나?'
 
그런데 정말 쳐보니까 알겠더라. 흰 건반보다는 거의 검은 건반 위에서 손가락이 왔다 갔다, 종횡무진해야하는 곡이었다. 빠르기는 또 얼마나 빠른지.
몇 주를 레슨을 받아도 여전히 손가락 미끄러지고 잘못 누르고... 결국엔 연습 부족이라고 생각하신 피아노 선생님께서 내리는 최후의 처방을 받고 말았지.
"다음 시간까지 외워와!"

 

 

 

Chopin의 연습곡 (Etude)중에는 곡의 고유 번호외에도 이를테면 별명이 붙은 곡이 유난히 많다.
'나비 (Butterfly)' 라는 애칭이 붙은 곡을 쳐보면 정말 나비가 가볍게 날아다니는 모습이 보이는 것 같다, 피아노 건반 위에서, 소리 속에서. 

 

 

 

 

영화 <말할 수 없는 비밀>을 보고 아침부터 Chopin의 음악을 듣고 있다.

대만 영화인데, 감독을 겸한 주연 배우를 보면서 섣부른 생각인지 모르지만 저기 천재적인 사람이 또 하나 있군 이라고 생각했다.

다른 사람들에게 안 보이는 것을 볼 수 있다는 것은 행운일까, 불행일까.

행운일까, 불행일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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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미 2010-10-04 10: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몇년전 추석 특집으로 티비에서 해준거 피아노 소리에 빠져서 보게되었다가 ,
끝이 궁금해서 늦게 까지 본 영화.
네가 올린 쇼팽 곡도 가볍고 참 좋다.

hnine 2010-10-04 15:01   좋아요 0 | URL
그랬구나. 나는 며칠 전에 EBS라디오에서 우연히 이 영화 소개하는 것을 듣고 (아마 음악과 관련있는 영화 소개하는 코너였을거야) 한번 봐야겠다고 생각했었어.
쇼팽은 이전 음악가들에 비해 비교적 궁핍하지 않은 환경에서 음악을 해서 그런지 무겁고 진지한 곡들 보다는 빠르고 가볍고 아름다운 곡들을 많이 작곡한 것 같아.

sslmo 2010-10-04 11: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호로비츠도 좋지만,폴리니도 좋아요~^^

hnine 2010-10-04 15:04   좋아요 0 | URL
'쇼팽'하면 Maurizio Polini도 거의 같이 떠오르지요.

마녀고양이 2010-10-04 18: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굉장히 아름다운 영화죠?
저... 이 영화 정말 좋아해요. 음악도 아름답고,
주인공도 아름답고, 영상도 아름답고, 줄거리는 더 아름답고..... ^^

DVD가 넘 비싸서 못 사고 있어요. ㅠㅠ

hnine 2010-10-05 13:09   좋아요 0 | URL
늦게라도 보게 되어 다행이라고 생각해요.
영화 속의 중국어가 이렇게 매혹적으로 들리긴 처음인 것 같지요? ^^

마녀고양이 2010-10-05 14:03   좋아요 0 | URL
네,, 중국 영화는 양가위 감독 외에는 묘한 선입견이 있었는데
정말이지.... 불시에 씻어준 아름다운 영화였어요.
 

 

아직 다 보지도 못했다.
그런데 웬지 해피 엔딩이 아닐 것 같은 예감이 벌써 들어 오늘은 이만 보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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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lmo 2010-10-04 01: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잼날 것 같은데...
저도 오늘은 낼을 생각해서 일찍 자 주려구요~
(하긴 일찍도 아니네,아니 아주 일찍 맞네요.)

님도 굿 나잇~!!!

hnine 2010-10-04 06:08   좋아요 0 | URL
양철나무꾼님도 이 영화 아직 안보셨군요.
30분 밖에 못봤는데도 참 좋네요.
오늘 마저 봐야지요.

상미 2010-10-04 06: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나도 언젠가 포스팅 했던적 있어.
피아노 친 주걸륜이 감독,주연 직접한거래.대단하지?
악보 찾아서 경은이 연습하라고 줬더니, 악보 보고 혀를 내두르더라.
묘한 결말이란다...
근데, 보는 동안, 약간 느낌이 왔었다는....
<저 아이 ****만 저렇지?> 했거든. 그걸 알아챈 내가 무섭더라.

hnine 2010-10-04 09:29   좋아요 0 | URL
경은이에게 어떤 곡의 악보를 줬는지?
그렇네, 묘한 결말이네...
 

  

나의 노래 

 

                                                   오 장환 (1918-1951) 

 

나의 노래가 끝나는 날은
내 가슴에 아름다운 꽃이 피리라.

새로운 묘에는
예 흙이 향그러

단 한번
나는 울지도 않었다.

새야 새 중에도 종다리야
화살같이 날러가거라

나의 슬픔은
오직 님을 향하야

나의 과녁은
오직 님을 향하야

단 한번
기꺼운 적도 없었더란다.

슬피 바래는 마음만이
그를 좇아
내 노래는 벗과 함께 느끼었노라.

나의 노래가 끝나는 날
내 무덤에 아름다운 꽃이 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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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10-10-02 01: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재작년에 동서식품 문학기행으로 오장환 문학관에 갔었는데...

hnine 2010-10-02 08:17   좋아요 0 | URL
순오기님, 제가 그 사이트에 들어갔다가 눈에 띄어 옮겨온 시인데 대번에 아시네요 ^^ 순오기님도 그때 가셨어요?

2010-10-02 13:0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10-04 17:54   URL
비밀 댓글입니다.

sslmo 2010-10-04 01: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한스짐머를 아주 애정해요~
시도 좋은데,한스짐머에게 빠져서 말이죠,헤에~^^

hnine 2010-10-04 06:10   좋아요 0 | URL
한스 짐머는 양철나무꾼님의 애정을 받을만 하지요. 만드는 영화음악마다 어쩌면 그렇게 수작인지... 영화는 못봤어도 음악만으로도 이렇게 좋은데 영화와 함께 보면 그 울림이 몇배 더 하겠지요.

2010-10-04 18:2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10-05 12:25   URL
비밀 댓글입니다.
 

 

   
 

나: 왜 의사란 직업을 그만 두고 여기 (대학 연구실) 와서 일하기로 한거야?

그녀 (베네주엘라 출신) : 의사로 일하기엔 내게 좀 문제가 있다는 걸 알았어. 

나: 문제? 어떤 문제? 

그녀: 우리 병원에서 의사 한 사람이 하루에 봐야하는 환자수가 백명이 넘거든. 환자 한 사람에게 할당된 시간은 겨우 몇 분 정도야. 그런데 나는 환자 한 사람 앞에 놓고 20분도 좋고 30분도 좋고, 너무 시간을 끄는거야. 

나: 왜? 

그녀: 너희 나라는 어떤지 모르겠는데 우리 베네주엘라에선 말야, 의사에게 오는 환자들, 특히 나이가 많은 할머니, 할아버지 환자들은 와서 아픈 증상만 얘기하지 않거든. 어디가 아프다는 얘기를 듣고 있다 보면 그것과 상관없는 얘기까지 자꾸 이어서 하는거야. 

나: 하하, 그건 어느 나라나 마찬가지 아닐까? 

그녀: 기다리는 환자를 위해서 그걸 적당한 때 끊어야 하는데, 나는 그걸 못하겠는거야. 조금만 더, 조금만 더, 그러면서 들어주고 있다 보면 시간이 후딱 지나고. 그게 문제가 되었어. 그래서 나는 그 직업이 내게는 아무래도 맞지 않나보다 생각하게 되었지. 

 
   

 

익숙하지 않은 분야의 일을 새로 시작하느라 좀 힘들어보였던 그녀. 다른 직업도 아니고 '의사'란 직업을 그만 두고 다른 나라까지 와서 왜 고생하나 싶어 물은 나에게 그녀가 한 대답이다.
내가 먼저 그곳을 떠났고 이후 연락을 해본 적은 없는데 지금 그 곳 홈페이지에 가보니 그동안 그곳을 거쳐간 사람들 명단에도 없다.
어디서든 잘 지내고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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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10-10-01 14: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환자의 얘기를 들어주는 것만으로도
의학적 치료만큼이나 효과있는 게 아닐까요?
그래서 전 어느 섬에 보건소 의사야 말로
진짜 의산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가끔해요.^^

hnine 2010-10-01 18:48   좋아요 0 | URL
그럼요, 누가 나의 얘기를 진심으로 잘 들어주는 것만큼 마음의 위로가 되는 것이 없으니까요. 그래야 몸에도 차도가 생길 것 같고요.
그런데 현대의 병원이라는 곳이 그렇게 돌아갈 수 없는 시스템이라는 것을 저도 인정은 해요.

상미 2010-10-01 15: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약국 와서도 내가 뭘 해결해주길 바래서가 아니고,
얘기를 하고 싶어서 이야기를 쭉 이어가시는 분들 많단다...
얘기 끊기 은근 어려워.

hnine 2010-10-01 18:59   좋아요 0 | URL
준이 약국 가서 보니까 정말 그렇더라구. 박카스 한병 사면서도 이런 저런 얘기를 늘어놓는 아주머니들, 그런데 그런 얘기 들어주는 것을 참 잘 하데~~ ^^

2010-10-01 16:2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10-01 18:54   URL
비밀 댓글입니다.

무스탕 2010-10-01 16: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70도 넘은 할아버지께서 공인중개사 접수를 하러 오셨더랬죠. 공인중개사 시험이 어려워요. 저 같은 경우는 시험 시간안에 문제나 다 읽을수 있을까? 의문이 들 정도의 문제를 풀어야 하지요. 것도 시험시간만 250분인 까다로운 시험인데 이렇게 고령의 할아버지께서 어쩌시려고 접수를 하시나 물었어요. 그랬더니 사람구경 하려고 접수하셨다네요 -_-;

남의 이야기를 들어주는거, 정말 감사한 일이지요.
그래서 가끔 생각해요. 병원 정신과를 찾는 사람들은 하소연을 들어주는 상대가 필요해서 찾는 사람이 많을거라구요.

hnine 2010-10-01 19:00   좋아요 0 | URL
'사람 구경 하려고' 그 말씀이 웬지 찡 하네요. 나이 들수록 상대할 수 있는 사람, 상대해주는 사람이 줄어가니 사람이 그리워지는 거죠.

남의 이야기 들어주는거라면 저 정말 잘 할 수 있는데...다른 사람 얘기 듣다가 위로 차원이라면서 저의 창피한 얘기도 다 불어버려서 탈이지만요 ^^

2010-10-01 17:0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10-01 18:57   URL
비밀 댓글입니다.

세실 2010-10-01 21: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희 시엄니도 말씀하시는거 참 좋아하세요. 식당에 모시고 가면 주인 붙잡고도 어찌나 대화를 하시는지.....좀 줄이시면 좋으련만.
그런 생각 들다가도 사람이 그리우신거 같아서 가슴이 찡하기도 합니다.
요즘 거의 집에 계시거든요. 아버님은 저녁이나 되어야 들어오니 외롭기도 하시겠죠.
전? 요즘은 2주일에 한번정도 잠깐 들른답니다. 에구....

hnine 2010-10-01 21:53   좋아요 0 | URL
나도 나이 들어 얘기할 상대가 그리우면 어떡하나 전 지금도 가끔 생각하거든요. 책 읽으면 되지 뭐, 하고 생각했다가도 어디 책이 사람과 비길까 생각하면 참 쓸쓸해요. 저희 친정부모님께서도 며칠 전화가 없으면 먼저 저희 집에 전화를 주시는데 전화하신 용건이라는 것이 들어보면 별로 중요하지도 않은...그러니까 일종의 구실인 셈이지요.

순오기 2010-10-02 01: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그분은 정신과 의사를 했으면 시간에 구애받지 않았을까요?
어쩌면 그분이 진정한 의사의 모습이겠죠. 환자는 육신만 병든 게 아니라 마음이 먼저 병들었기에 마음치료가 더 우선일수도 있으니까요. 그분, 참 좋은 의사였을거라고 생각돼요.

hnine 2010-10-02 08:19   좋아요 0 | URL
그러게요. 자기 나라로 돌아가 다시 의사로 돌아갔는지, 그건 잘 모르겠어요. 나름 대접 받는 직업이었을텐데 새로운 일을 배우느라 고전을 하면서도 늘 생글생글 웃고 다니던 친구였는데.....
환자는 육신뿐 아니라 마음이 먼저 병 들었다는 말씀에 저도 동의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