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곡의 제목이 왜 '흑건 (Black key)'일 것 같니?"
"흑건이요? 검은 건반이란 뜻의 흑건이요?"
"응"
"글쎄요..."
"그건 쳐보면 알아."
'모르는 제목을 쳐본다고 아나?'
 
그런데 정말 쳐보니까 알겠더라. 흰 건반보다는 거의 검은 건반 위에서 손가락이 왔다 갔다, 종횡무진해야하는 곡이었다. 빠르기는 또 얼마나 빠른지.
몇 주를 레슨을 받아도 여전히 손가락 미끄러지고 잘못 누르고... 결국엔 연습 부족이라고 생각하신 피아노 선생님께서 내리는 최후의 처방을 받고 말았지.
"다음 시간까지 외워와!"

 

 

 

Chopin의 연습곡 (Etude)중에는 곡의 고유 번호외에도 이를테면 별명이 붙은 곡이 유난히 많다.
'나비 (Butterfly)' 라는 애칭이 붙은 곡을 쳐보면 정말 나비가 가볍게 날아다니는 모습이 보이는 것 같다, 피아노 건반 위에서, 소리 속에서. 

 

 

 

 

영화 <말할 수 없는 비밀>을 보고 아침부터 Chopin의 음악을 듣고 있다.

대만 영화인데, 감독을 겸한 주연 배우를 보면서 섣부른 생각인지 모르지만 저기 천재적인 사람이 또 하나 있군 이라고 생각했다.

다른 사람들에게 안 보이는 것을 볼 수 있다는 것은 행운일까, 불행일까.

행운일까, 불행일까. 

... 


 

 

 


댓글(7)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상미 2010-10-04 10: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몇년전 추석 특집으로 티비에서 해준거 피아노 소리에 빠져서 보게되었다가 ,
끝이 궁금해서 늦게 까지 본 영화.
네가 올린 쇼팽 곡도 가볍고 참 좋다.

hnine 2010-10-04 15:01   좋아요 0 | URL
그랬구나. 나는 며칠 전에 EBS라디오에서 우연히 이 영화 소개하는 것을 듣고 (아마 음악과 관련있는 영화 소개하는 코너였을거야) 한번 봐야겠다고 생각했었어.
쇼팽은 이전 음악가들에 비해 비교적 궁핍하지 않은 환경에서 음악을 해서 그런지 무겁고 진지한 곡들 보다는 빠르고 가볍고 아름다운 곡들을 많이 작곡한 것 같아.

sslmo 2010-10-04 11: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호로비츠도 좋지만,폴리니도 좋아요~^^

hnine 2010-10-04 15:04   좋아요 0 | URL
'쇼팽'하면 Maurizio Polini도 거의 같이 떠오르지요.

마녀고양이 2010-10-04 18: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굉장히 아름다운 영화죠?
저... 이 영화 정말 좋아해요. 음악도 아름답고,
주인공도 아름답고, 영상도 아름답고, 줄거리는 더 아름답고..... ^^

DVD가 넘 비싸서 못 사고 있어요. ㅠㅠ

hnine 2010-10-05 13:09   좋아요 0 | URL
늦게라도 보게 되어 다행이라고 생각해요.
영화 속의 중국어가 이렇게 매혹적으로 들리긴 처음인 것 같지요? ^^

마녀고양이 2010-10-05 14:03   좋아요 0 | URL
네,, 중국 영화는 양가위 감독 외에는 묘한 선입견이 있었는데
정말이지.... 불시에 씻어준 아름다운 영화였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