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곡의 제목이 왜 '흑건 (Black key)'일 것 같니?" "흑건이요? 검은 건반이란 뜻의 흑건이요?" "응" "글쎄요..." "그건 쳐보면 알아." '모르는 제목을 쳐본다고 아나?' 그런데 정말 쳐보니까 알겠더라. 흰 건반보다는 거의 검은 건반 위에서 손가락이 왔다 갔다, 종횡무진해야하는 곡이었다. 빠르기는 또 얼마나 빠른지. 몇 주를 레슨을 받아도 여전히 손가락 미끄러지고 잘못 누르고... 결국엔 연습 부족이라고 생각하신 피아노 선생님께서 내리는 최후의 처방을 받고 말았지. "다음 시간까지 외워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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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opin의 연습곡 (Etude)중에는 곡의 고유 번호외에도 이를테면 별명이 붙은 곡이 유난히 많다. '나비 (Butterfly)' 라는 애칭이 붙은 곡을 쳐보면 정말 나비가 가볍게 날아다니는 모습이 보이는 것 같다, 피아노 건반 위에서, 소리 속에서.
영화 <말할 수 없는 비밀>을 보고 아침부터 Chopin의 음악을 듣고 있다. 대만 영화인데, 감독을 겸한 주연 배우를 보면서 섣부른 생각인지 모르지만 저기 천재적인 사람이 또 하나 있군 이라고 생각했다. 다른 사람들에게 안 보이는 것을 볼 수 있다는 것은 행운일까, 불행일까. 행운일까, 불행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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