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랑 얘기 도중 바이러스 같은 작은 생물을 보려면 현미경이 있어야 한다는 말이 나왔다. 집에 있는 작은 현미경 모양의 '완구'를 가리키더니 저기 있지 않느냐고 하길래, 바이러스는 무척 작아서 저런 현미경 말고 아주 더 크게 확대하여 볼수 있는 현미경이 필요하다고 했다.

나: 다린이 예전에 엄마 실험실 와서 그런 현미경 본적 있는데 기억 안나?

다린: (어렴풋이 기억나나보다) 아...맞다.

        그런데 엄마, 엄마 이제  다시 연구소 나가지 그러세요? 저 이제 혼자서도 집에
        있을  수 있는데요.

나: ????

다린: 엄마 연구소 다니면 진짜 멋질텐데.

나: ???????

저녁 식사후, 나도 모르게 인터넷 구직 게시판을 보고 있었다. 이 사이트 들어가본지가 언제인지 가물가물한데.

나: (다린이 들으라고) 어, 이 연구소에 가볼까? 그런데 이 연구소 서울에 있다네. 그럼 엄마는 혼자 서울로 이사가야겠네.

다린: 그런데 말고요. 엄마 예전에 다니시던 연구소 있잖아요 (집에서 10분 거리). 아니면 그 옆에 있는 XXXX연구소도 있잖아요. 집에서 가까운 그런데 다니시라고요.

ㅋㅋㅋ 연구소면 아무데나 다 가도 되는 줄 안다. 이쯤 부터 아이에게 차근차근 설명을 해주었다. 연구소마다 하는 일이 다 구별되어 있다는 것에서부터, 연구소에 그렇게 아무때나 들어갔다가 아무때나 그만 둘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 엄마가 힘들게 들어간 연구소를 그만 두기로 결정한 이유 등등.
어느 정도 아이가 알아듣는 것 같다.

그런데, 가슴이 조금 아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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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4-24 20:20   URL
비밀 댓글입니다.

hnine 2008-04-24 20:26   좋아요 0 | URL
아~ 지금 님의 서재에 가서 La Wally듣고 있던 참이었어요.
이 노래 너무 좋지 않니? 옆에서 기웃거리는 다린이에게도 그래가면서 ^^

2008-04-24 22:38   URL
비밀 댓글입니다.

hnine 2008-04-25 06:03   좋아요 0 | URL
저도 어릴 때 그랬거든요.
그래서 어린 맘에도 저는 그런 엄마가 되고 싶었어요.
사실 어제 아이에게 그런 얘기도 다 해주었어요.

2008-04-24 23:02   URL
비밀 댓글입니다.

hnine 2008-04-25 06:04   좋아요 0 | URL
그리 바쁜 일정이 아닐 수도 있는데, 올 해는 이상하게 더 힘이 드네요.
나이가 드느라고 그러나보다 생각되어요. 뭐, 그렇다면 자연스런 일이겠지요 ^^
여덟살 다린이, 맞습니다.

turnleft 2008-04-25 02: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린이가 다 컸군요 ^^

hnine 2008-04-25 06:05   좋아요 0 | URL
ㅋㅋ 요즘은 멋부리는데도 관심이 생겨서는 학교 가기전에 머리에 물 묻혀서는 이상하게 세우기도 하고 그런답니다. 얼마나 웃긴지 몰라요.

L.SHIN 2008-04-25 09: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무슨 연구소에서 일하셨었는데요? 갑자기 막- 궁금해지는군요.(웃음)

hnine 2008-04-25 14:41   좋아요 0 | URL
연구소 이름을 여기에 쓰기는 좀 그렇네요. 제가 사는 동네에 많은 연구소 중의 하나이지요. 나중에 기회가 되면 알려드릴께요 ^^

세실 2008-04-25 12: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님 요즘 프리랜서 하시는거예요? 음
전 일 하신다고 생각했는데.....

hnine 2008-04-25 14:51   좋아요 0 | URL
예, 아이가 학교에 있는 시간에 주로 일을 하도록 조정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렇게 일도 하고 집안 일도 하고 아이도 거두고 하려니 힘이 좀 들긴 드네요^^

가시장미 2008-04-25 16: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가슴이 아리신다고 하시니.. 저도 그 기분을 조금 알 것 같아요.
그래도.. 다린이가 곁에 있으니, 행복하시죠? :)

hnine 2008-04-25 23:15   좋아요 0 | URL
가슴이 아리는 정도로 끝나야하는데... ^^
알아주시니 감사합니다.

하양물감 2008-04-28 08: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공감공감...그래도 아이가 엄마마음을 알아줄 날도 얼마 안남았겠는데요? ^^;

hnine 2008-04-28 12:40   좋아요 0 | URL
하양물감님, 아장아장 기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여덟살이고, 저렇게 스스로 컸다는 말도 할줄 아는 때가 왔네요.
공감해주시니 감사합니다.

이리스 2008-05-01 11: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연구소다니는 님을 상상 중.. ㅎㅎ
멋져보인다는 아이의 말에 혼자 입가에 미소를 걸쳤더랬어요.

hnine 2008-05-01 12:23   좋아요 0 | URL
연구소에서 하는 일, 노가다 중의 노가다 지요 ㅋㅋ
 


경주를 좋아하게 된 이유를 언제 한번 추적해보아야겠다. 우연은 아니었다는 것만 기억할 뿐. 신혼여행을 경주로 가자고 제안한 것도 나였지.

군중 속의 고독을 느꼈던 뉴욕. 가지각색의 사람들. 나와 같은 사람임에도 불구하고 둥물원의 동물들 보기보다 더 호기심을 불러 일으켰던 사람들로 꽉 찬 도시. 부와 가난, 에술과 비예술, 성공과 타락, 고급과 초라함이 공존한다고 생각되었던 도시. 첫번 째 방문은 C대학에서 공부 중이던 J를 만나기 위해서였고, 두번째 방문은 Job interview때문이었다.

대전. 스물 몇 살때 집을 떠나 대전으로 이사했다. 일터 따라서.

다리 아프게 참 많이도 걸어다닌 런던. 주말이면 혼자 영화를 보거나, 아니면 런던의 공연을 보는 것이 낙이던 시절.

서울, 서울, 서울. 태어나고 자란 곳에 대한 끌림은 때로는 질려하면서도 끊어지지 않는다. 딱히 이유도 없다. 길들여짐, 편안한, 익숙함의 위력.

내가 태어난 곳, 청량리 위생병원 ㅋㅋ

밤기차를 타고 간 정동진. 지금의 정동진과 많이 달랐다. 그냥 바다, 망망한 바다. 새벽에 도착해서 맞는 바닷 바람은 여름이지만 차가왔다.

콜로라도. 이곳을 어찌 잊으리. 큰 트럭에 남편과 나의 짐을 싣고와 풀어 놓은 Folsom street의 원룸. 거기서 아이도 태어나고, 나는 많이도 웃고 울었었다.

20대 후반에 갔던 태국. 경제적으로 아주 잘 사는 나라는 아니었으나 평화로운 그곳 사람들의 눈매와 표정에 감명받았던 곳. 그들의 표정으로부터 어렴풋이 알아들었다. 물질적인 풍요가 꼭 평화는 아니라고.

아직 가보지 않은 프라하. 여기 언제 한번 같이 가자고, 결혼 전의 남편이 그랬었다. 완전 익명으로 지낼 수 있었던 몇 달이 참 좋았던 곳이라면서.
미래의 이력지 후보로 적어 놓자.

학교를 졸업하고 직장에 들어가 첫 여름휴가를 보낸 곳은 하와이 이다.
수영복 차림으로 하와이 대학 도서관엘 들어갔었다는 사실.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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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대와 책'에서 저자가 한 것 처럼 따라해 보았다.
빈 칸은 틈틈이 생각날 때마다 채워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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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인이여, 그대 이름은 무엇이냐?-몰라요

어디서 태어났으며 어디 출신인가?-몰라요

왜 땅굴을 팠느냐?-몰라요

언제부터 여기에 숨어 있었느냐?-몰라요

왜 내 약지를 물어뜯었느냐?-몰라요

우리가 당신에게 절대로 해로운 짓을 하지 않으리라는 걸 아는가?-몰라요

당신은 누구 편이지?-몰라요

지금은 전쟁 중이므로 어느 편인지 선택해야만 한다-몰라요

당신의 마을은 존재하는가?-몰라요

이 아이들이 당신 아이들인가?-맞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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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노아 2008-04-24 15: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hnine 2008-04-24 19:10   좋아요 0 | URL
포로로 잡힌 베트남 여인에 대한 시인것 같은데, 찡 하지요.

비로그인 2008-04-24 23: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카테고리 이름이 자꾸 입에 맴돌아요.
왜, 그런 말 많이 만들며 놀곤 했었잖아요.
같은 스펠을 넣어가며 문장을 만드는것.
She sells seashell by the seashore...따위.
저는 영어를 전공하지 않아서 저런 문장을 만들기 쉽지 않았지만
한때 친구가 제 앞에서 여러 문장을 연습장에 적어주며 이야기해준 적이 있었어요.
시 샵이라는 한글로도 멋진 카테고리가 입에 착!붙네요.

hnine 2008-04-25 06:02   좋아요 0 | URL
아, 그런가요?
저 카테고리 이름을 계속 써야겠네요.
무심코 떠오른 이름이었는데 ^^
 
침대와 책 - 지상에서 가장 관능적인 독서기
정혜윤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07년 11월
품절


'한때 그렇게 빛나던 광채가 지금 내 눈앞에서 영원히 사라진들 어떠랴, 풀의 광휘의 시간, 꽃의 영광의 시간을 다시 불러오지 못한들 어떠랴, 우리는 슬퍼하지 않고 오히려 뒤에 남은 것에서 힘을 찾으리라'며 영원불멸의 시를 읊던 방식을 곧이곧대로 이해하는 것이 나의 여행 방식이다.-57쪽

모든 대상은 그 자체로 좋거나 나쁜 것이 아니라 그것을 대하는 우리의 시선에 따라 좋거나 나쁜 것으로 인식될 뿐이라는 것도 여행 덕에 알게 되었다.-58쪽

잔말 말고 딱 네 방식으로 단순 명료해져라. 너 이상의 존재가 되려고 하지 마라. 너 아닌 존재가 되려 하지 마라.-14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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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대와 책 - 지상에서 가장 관능적인 독서기
정혜윤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07년 11월
평점 :
품절


책을 좋아하는 사람의, 책과 관련된 가벼운 사유의 흐름으로 역어진 책일 것이라고 예상했었다. 나도 모르게 저자가 잘 나가는 여성 라디오 PD라는 것에서 선입관을 가졌나. 정말 나도 모르게 말이다. 그런데 읽어보니, 소개된 책들을 봐도 그렇고 저자의 그 사유의 흐름이라는 것이 누구든지 쉽게 따라갈만 한 수준의 것이 아니더라는 것.
책 속에서 수백 종류의 인생을 살아본다는 것은 이 정도 경지에 올라야 가능한 것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녀의 삶 자체가 마치 책 속에서 영위되는 듯한 느낌. 책으로 묻고 책으로 답하고, 책으로 생각을 이어나가는 듯한 삶의 방식.
그녀가 책 만큼 좋아하는 '여행' 역시 하나의 삶이 아닌 수백 개의 인생을 꿈꾸는 것이기 때문에 좋아하는 것이라고 하니, 소원대로 여행과 관련된 또 하나의 프로그램이 기대되기도 한다.
그녀의 독서 편력은 문학적인 책 읽기에만 한정되지 않는다. 시사다큐 전문 프로듀서로서의 경력때문일까. 사회 문제에 대해서 날카롭게 뻗고 있는 촉수가 여기 저기서 드러난다. 수잔 손택의 <타인의 고통>에서 '사람들은 왜 전쟁의 참사를 기록한 끔찍한 사진을 보는가?'라고 던진 질문을 소개하며,
오로지 연민만을 베풀기를 그만 두어야 하는 이유, 그것은 내가 세계를 대하는 방식이 내가 나를 대하는 방식과 같아야 하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나는 우리라는 말을 쓸 때 가슴에 손을 얹고 조심하게 되었다. 뭔가 행동할 수 있을 때에만 '우리'라는 말을 쓸 수 있게 되길 바란다. '우리'라는 말을 하는 관계를 늘리는 것, 그것이 내가 이 사회에서 할 일이다. (81쪽)
라고 말하고 있다. 한동안 가슴에 남을 것 같은 구절.
책 속에 파묻혀 지내는 사람들은 스스로를 세상과 단절시키려는 경향이 있지 않을까? 그녀는 그 반대로 대답한다. 책이 나를 기분 좋게 하는 이유는, 책은 고독 속에 있으면서도 끝없이 세상과 연결하고 대면할 기회를 갖게 한다는 점 때문이라고.
그녀가 이 책에서 소개하거나 언급한 여러 권의 책들 중 따라서 읽어봐야 겠다고 메모해 놓은 책은 한 권도 없다. 어쩌면 한 권도. 리뷰 제목을 생각보다 만만치 않다고 붙인 이유가 될까.
마지막으로 제대로 멋진 인간을 이렇게 표현해 놓은 것이 재미있어서 옮겨 본다.
'시니컬한 줄 알았더니 뜨거운, 안 할 줄로 알았는데 하는, 관심 없는 줄 알았지만 관심 있는, 쿨한 척하지만 찐득찐득한, 무정한 줄 알았더니 껴안아주는, 다른 줄 알았는데 닮은, 혼자인 줄 알았는데 옆에 있어주는, 미워하면서도 사랑하고, 호통지면서도 존중하고, 경멸하면서도 끌어안고...' (225쪽)

아, 이 책 읽고 따라해보고 싶은 것은 있다. 무더운 여름 밤에 스메타나의 <몰다우> 들어보기, 52쪽에 소개된,  지명 이름을 따라서ㄱ,ㄴ,ㄷ 순서로 내 인생의 이야기를 풀어보기가 그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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