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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연습 - 서른이 넘으면 자기 마음에 책임을 져야 한다
황상민 지음 / 생각연구소 / 2012년 3월
평점 :
절판
언젠가 TV에 출연한 저자를 본 적 있다. 내가 본건 주로 특강 형식의 프로그램이었는데 외모에서 받는 인상은 구수하고 따뜻하고, 재미있게 얘기 잘 풀어나갈 타입으로(만) 예상했는데 의외로 강연의 내용은 꽤 날카롭고, 뜻을 완곡하게 전달하기 위해 몸을 사리지 않아보여 이름이 기억에 남아있었다.
며칠 전 서점에 갔다가 그가 낸 책이 눈에 뜨이길래 몇 페이지 들추어 읽어보게 되었다. 그런데 이 리뷰의 제목으로 삼은 '상처는 핑계다'라는 제목이 제일 먼저 눈에 들어왔다. 보통 심리학을 한다는 사람들은 내면에 숨겨져 있는 상처, 즉 성장 과정에서 받은, 자신도 모르고 있는 상처를 찾아내고 어루만지고 치유하고 용서해야 현재의 문제들이 해결된다고, 상처, 상처, 상처...에 대해 설명하려 드는데 이 저자는 한마디로 "상처 핑계 그만 대"라고 말하고 있다니.
결국 그날 그 책을 구입하고 말았다.
김연아 선수의 교생 실습에 대한 발언으로 한참 오르내리더니, 엊그제인가는 어떤 방송에 초대되어서 역시 거침 없는 발언으로 신문에 기사화 된 것을 보았다.
이 책에서 역시 그는 에둘러 말하지 않는다.
상담을 받으려 그를 찾아오는 많은 사람들이 자기의 마음을 묻는단다. 자기가 앞으로 무엇을 했으면 좋을지. 이에 대해 그의 답은 간결하다. 그걸 왜 나에게 물어?
물론 상담자로서 그렇게 무 자르듯 한마디로 말하지는 않았겠지만 결국 요점은 그거란 얘기다. 자기의 결정에 대해, 자기의 미래에 대해, 다른 사람의 의견을 구하는 많은 경우 그 이유는, 혼자서 그 책임을 지기가 버겁기 때문에, 나중에 결과가 뜻하지 않게 나왔을 때 그 책임을 자기 혼자 다 떠맡는 것이 미리 두려워서인 경우가 많다고 하는데 적어도 그것에 동의한다. 다른 사람의 조언을 구할때 조언의 수준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누가 주체인지 모를 정도로 처음 부터 끝까지 타인이 자기를 위해 결정해주기를 바라는 경우를 나도 종종 본다. 혼자 결정하지 못하는 사람들.
대학생들 중에도 방학 특강을 하나 들어도 꼭 그것을 함께 들을 친구를 찾아 함께 등록을 해야하고, 동아리를 들어도 누군가 함께 들 사람부터 찾는 것을 특히 우리 나라 학생들의 경우에 많이 본다. '독립'도 연습이 필요한데. 그냥 주어지는게 아닌데. 주어진 기회를 우리가 내치는 경우가 많다.
내가 지금 어떤 문제를 가지고 있는 것은 다 어릴 때 어떤 상처가 있기 때문이라는 것은, 그 원인을 발견한 것에 의의를 두어야 하는데, 그것이 앞으로도 자기의 미래를 결정할 수 밖에 없을 거라고 생각해버리고 마는 우리의 심리 그 이면을 냉정하게 볼줄 알아야 한다.
어릴 때 상처가 지금의 나를 넘어, 앞으로의 나까지 좌지우지 할 것은 아니듯이, 지금 내가 살아가고 있는 모습이 만족스럽지 않더라도 (사실, 만족스러운 사람이 몇이나 되겠는가) 그 이유를 내 자신이 아닌 내 주위 환경에서만 찾아내려고 하면 안될것이다.
어릴 때 엄마가 집에 안계셨기 때문에, 맏이로 자랐기 때문에, 집안이 풍족하지 않았기 때문에, 누군가로부터 정신적 학대를 받았기 때문에, 차별하는 선생님 때문에...등등. 그런 이유들이 사소하다는 것이 아니라 그것에 더 이상 질질 끌려가지 말자는 것이다. 누구로부터 위로받고 다독임 받음으로써 해소되길 기다리지 말고 스스로 위로하고 다독이고 털고 일어나자는 것이다.
한가지, 이 책을 읽으며 슬며시 든 생각은, 아무리 옳은 주장이고 생각이더라도, 모든 현상과 심리를 너무 거기에 맞춰 설명하려 하고, 그 관점으로만 보려고 하는 위험은 우리가 늘 경계해야 한다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