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레터 - 나희덕, 장석남 두 시인의 편지
나희덕.장석남 지음 / 좋은생각 / 2011년 9월
평점 :
절판


 

실제로 글을 쓰는 일과 땅을 일구는 일과 바느질하는 일은 크게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 들어요. 가장 정직하고 나지막한 자세로 엎드려 세상의 섭리를 익히고 그것을 통해 새로운 산물을 창조해낸다는 점에서 작가와 농부와 바느질하는 여인은 닮아 있지요. (169쪽)

 

나희덕 시인이 장석남 시인에게 보낸 편지글중 마지막, 서른번째 글 일부이다. 마지막 한 페이지를 남겨 놓고 잠시 생각에 빠진다. 가장 정직하였는가? 나지막한 자세였는가?

글 쓰는 일, 땅을 일구는 일, 바느질 하는 일. 모두 무언가를 짓는 일이다. 지어내는 아픔이 있을 것이고 지어내는 기쁨이 있을 것이다.

 

편지쓰기를 좋아하는 아이였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초등학교때부터 방학이 되면 선생님께 편지를 쓰고, 같은 집에는 살지 않아도 별로 멀지 않은 곳에 사시던 외할머니께도 편지를 썼던 게 2학년때였다. 초등학교 고학년이 되면서는 편지쓸 대상을 찾아 그당시 어린이 잡지 뒤에 나오는 펜팔 친구 주소를 보고 모르는 아이와 편지를 주고 받기도 했다. 중학생이 되어서는 그것도 성에 안차 매일 학교에서 보는 친구임에도 편지를 주고 받기도 했다.

 

두 사람 모두 나와 동년배. 잘 알려진 시인이라는 것을 떠나서라도 얼마나 부러운 일인가. 정제되고 정갈한 언어로 서로의 안부를 묻고 자신의 안부를 전한다는 일은. 서로 잘 아는 사이라고 하나 존대말을 쓰며 감정의 지나침 없이, 과장 없이, 보고 느낀 것을 한 단계 내려 적어 보내는 일이란.

 

웃음이란 단순한 가벼움이 아니라 많은 것을 비워 낸 뒤에 싹트는 표정이라는 생각도 듭니다. (나희덕,14쪽)

 

거지의 짐이 많고 성자의 짐은 없는 이치 (장석남, 19쪽)

 

어느 편지의 마지막 인사를 "그 마음 잔잔하소서" (121쪽)라고 마친 이유는 결코 한시도 잔잔할 수 없는 시인의 마음이라는 걸 알기 때문이었을거다. 이렇게 서로를 알아주는 사이란 꼭 부부일 필요도 없고 붙어다니는 단짝일 필요도 없다. 그래서 더 오래 갈 수도, 기약없이 끊어질 수도 있다.

 

위에 인용한 말처럼 '성자'가 되려고 그러는지, 요즘은 책을 다 보기가 무섭게 옆에 쌓아두지 않고 내 손을 떠나보내는데, 이 책은 다 읽고난 지금 몹시 망설여진다. 또 봐야하지 않겠나 싶어서. 이런 글을 주고 받을 사람이 그리울 때, 이 책이라도 다시 읽어 갈증을 달래야하지 않을까 싶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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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12-09-16 19: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아직도 읽은 책 떠나보내는 일이 쉽지 않아요.
거지의 삶! 훌훌~ 그게 안 되는 성격인지.ㅎㅎ
이 책도 참 마음에 들어요, 나인님^^

hnine 2012-09-16 23:22   좋아요 0 | URL
이 책 좋아요. 시인들은 이렇게 산문 마저 잘 쓰는구나, 감탄하게 되더군요.
 

 

 

방 안에는 난이,

 

 

 

 

 

 

천천히 조금씩 열어가는 모습을 바로 옆에서 지켜보고 있던 며칠,

난이 왜 품위있는 꽃인지 알 것 같았다.

 

 

 

 

 

 

 

 

흐린 하늘 아래 집을 나섰는데, 결국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해서

우산 쓰고 찍었다.

사진에서 물맛이 난다 적어도 내가 보기에는.

 

 

 

 

 

 

 

 

 

 

 

 

 

 

 

 

 

그래, 가을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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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12-09-14 19: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ᆢ좋아요. 특히 아래에서 두번째 사진요. 마음이 좀 나아져요.^^

hnine 2012-09-14 20:43   좋아요 0 | URL
저도 마음이 답답하여, 저녁 할 시간 다 되어서 밖으로 나갔답니다. 한바퀴 휘 돌고, 마음 같아선 길이 이어지는대로 좀 더 걷고 싶었는데 아쉬운 마음으로 발길을 집으로 돌려야했지요.
내일은 결혼식때문에 일찍부터 서울가는데, 비가 안왔으면 좋겠어요.

책읽는나무 2012-09-16 10: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니~
이런 멋진 집 안과 집 밖을 소유하고 계시다니~~^^;;

hnine 2012-09-16 14:04   좋아요 0 | URL
사진은 이렇게 제가 보여주고 싶은 부분만 보여줄 수 있지요.
제 책상 바로 옆이데 그나마 집에서 제일 깨끗한 방이 제 방이고 그 외에는 도저히 다른 사람에게 보여줄 수 없을 정도로 너저분 합니다. 치우고 살아야 하는데 그러기 시작하면 하루 종일 그것만 매일 하며 시간 보내게 될거 같아서 아예 손 안대고 산답니다.
집 밖은 아직 공사판인 곳이 많은데 꾸며진 조경이나마 저렇게 꽃을 볼 수 있는 곳이 많아요.

icaru 2012-09-16 14: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이지 기품이란 저런 것이지 싶어요 사진 너무 멋져요 ^^ 첨으로 달아본 핸드폰으로 하는 댓글쓰기임돠 ㅋ

hnine 2012-09-16 14:46   좋아요 0 | URL
다른 페이퍼 하나 올리고 났더니 그새 icaru님께서 들러가셨네요.
난은, 예전엔 색깔도 모양도 별로 눈에 확 들어오지 않는 것에, 별로 감정이 생기지 않았는데 바로 옆에서 같이 지내며 눈길을 주다 보니 저 자주, 더 자세히 들여다 보게 되고, 그러다보니 모르던 멋을 발견하게 되는 것 같아요.
핸드폰으로 달아주신 댓글이군요. 저는 성격이 급해서 노트북으로 자판 두드리면서도 마구 오타내는데, 그 작은 핸드폰으로 꼭꼭 눌러 달아주신 댓글이라니, 감사합니다.

블루데이지 2012-09-17 00: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멋진 사진들 보니 정말 가을 같아요~~
왠지 쓸쓸한것같기도하고!왠지 설레이기도한 희안한 가을맞이 제 기분이에요

hnine 2012-09-17 15:33   좋아요 0 | URL
쓸쓸한 것 같기도 하고 설레이기도 한 기분이란, 당사자가 아니라서 그런지 저는 아주 감성 충만, 물기 촉촉한 최고의 기조일 것 같은데요?
방 안에서 비 안 맞은 저도 비에 젖고 바람에 맞은 느낌입니다 지금. 창문으로 보는 나무들이 몸서리를 치고 있네요. 큰 피해가 없어야 할텐데요.
 

 

 

 

 

 

 

 

 

 

 

 

 

 

 

사람은 저마다 마음 저 깊은 곳에 밖으로 쏟아내고 싶은 사연을 지니고 살아가고 있다면 아마 김하늘 선생님에게 그것은 섬진강, 지리산 자락 고향 이야기가 아닐까 한다. 그곳에서 나고 자라며 겪고 보고 들은 이야기들, 그냥 뇌의 기억 세포 몇개를 차지하고 있는 데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말 그대로 가슴에 '묻어두어' 언제고 불쑥불쑥 튀어나오려고 하는 이야기들 말이다.

이 책 <큰애기 복순이>는 아마도 저자의 고모? 어머니? 쯤 되신 분의 이야기가 아닐까, 혼자 짐작해본다.

하심재, 벅시골, 깜장골, 이런 마을 이름들이 나오고, 꼬시래기 할매, 삼봉이 아재, 경상도 사투리가 억세면서 동시에 친숙하게 책 속에서 튀어나올 듯 하다.

하복순이라는 이 아이는 일찍 어머니를 여의었지만 아버지, 언니, 오빠들의 대가족 속에서 있는 듯 없는 듯, 조용히 제 할일 하며 기특하게 크는 아이이다. 큰언니네 가서 아기 봐주라면 가서 봐주며 지내다 오고, 심부름 다녀오라면 다녀오고, 하라는 일을 고분고분 하는 순하고 착한 이 아이가 일제 치하와, 해방, 6.25 전쟁등의 시기를 살아내오는 것이 이 책의 시간적 배경이 된다.

문학동네 보름달 문고는 우리 역사와 정서를 담은 우리 작가들의 이야기책 모음으로서 초등하교 고학년 이상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 문영숙 작가의 <무덤 속의 그림>, <궁녀 학이>, 이영서의 <책과 노니는 집> 등이 이 문고에 속하는 책들이다. 출판사가 이 책의 대상 연령을 5,6학년으로 잡았다고 하지만 이건 어른들이 읽어야 더 그 맛을 느낄 수 있을 책이다. 책 속 주요 등장인물의 연령을 따라 읽는 사람의 연령을 정하게 되면 올 수 있는 오류가 아닐까 하는데, 읽어서 마음에 들일 수 있는 누구라도 읽으면 될 일이다.

경상도 사투리가 익숙하지 않은 사람에게 사투리로 계속 진행되는 대화를 이해하는 것도 버거울 수 있겠다 싶은데 익숙하지 않은 지명, 등장 인물이 너무 많이 나오는 것도 이야기 속에 몰입을 방해하는 한 요인이 된다.

비슷한 시대 배경을 가지고, 비슷한 내용의 책들이 선점하고 있겠지만, 문장 하나 하나에서 느껴지는 깊이와 울림은 오래 갈고 닦고 공들인 작가의 손길이고 마음길이라 하겠다.

곧 나올 예정이라는 소설 제목도 '지리산 소년병'이라니, 기대된다.

 

마치 초상화를 그린 듯한 삽화와 표지 그림도 주목해주어야 한다. 표지의 저 아이 모습이 글 속의 복순이 성격을 그대로 보여주는 듯 하다. 그림 작가가 분명 그러기 위해 노력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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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딸의 엄마에게 - 아주 특별한 입양 이야기
이정애 지음 / 동녘라이프(친구미디어) / 201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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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양'으로 검색을 해보면 이 책이 많이 언급되어 있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그래서 읽어보게 된 책이다. 그만큼 입양에 대해 나와 있는 자료가 많지 않다는 것을 말해주는 것이고, 개인의 체험 수기인 이 책이 그런대로 정보서 역할도 아쉬운대로 해주고 있다는 뜻이다.

아들 둘을 이미 키우고 있던 저자는 하루 24시간이 모자랄 정도로 바쁜 워킹맘이지만 남편과 고민 끝에 딸아이를 한명 입양하기로 한다. 적어도 6개월은 기다려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입양신청서를 작성해내고 불과 일주일만에 연락을 받고 데려온, 생후 사흘된 아기 민효.

아기가 겨우 백일 되었을 때 민효를 낳은 생모(미혼모)가 아이를 애타게 보고 싶어하며, 자기가 낳은 아기를 떠나보냈다는 것에 가슴 아파 병원 치료를 받고 있다는 소식을 전해 듣지만 이 책의 저자는 아이를 포기하지 않고 그 상황에서는 생모와 만나게 하는 것을 허락하지 않는다.

이제 여섯 살이 된 딸 민효를 보며, 언젠가 자기 생모에 대해 알고 싶어하고 또 혹시 만나게 될지도 모를 그 날을 위해 저자는 이 책을 썼다고 한다.

책에는 저자가 입양을 결정하고 아이를 데려와 지금까지 키워오면서의 일들이 일기 처럼 아주 자세하게 나와있다. 또 이 책의 출판을 위해 찍었음직한 민효의 사진들이 가득하다. 사진으로는 마냥 행복해보이는 아이.

저자는 독자에게, 나아가 이 세상 사람들에게 부탁한다. 제발 입양한 가족이나 입양된 아이를 색안경을 쓰고 바라보지 말아달라고. 누구나 이 세상에 태어났으면 보살핌을 받으며, 행복을 추구하며 살 권리가 있는 것이라고.

자기가 낳은 아이든, 입양한 아이든, 한 아이를 키워내는 일, 즉 부족한 인간이 부족한 인간을 키워내는 일 보다 더 어려운 일이 이 세상에 있을까? 내가 낳은 아이는 내가 키우고, 당신이 낳은 아이는 당신이 알아서 키운다는 생각이 아니라, 이 세상에 태어난 귀한 생명들을 우리가 함께 관심을 가지고 그들이 잘 자라날수 있도록 마음써줌이 옳다고 본다.

입양을 어렵게 결정하여 키우면서, 내가 낳은 아이가 아니라서 어쩔 수 없이 마음을 덜 쓰게 되면 어떡하나 하는 것은 아마 입양을 생각하는 사람들 누구나가 하는 고민일 것이다. 하지만 한편으로 생각해보면, 요즘처럼 자식에 대한 부모의 과도한 기대와 집착이 오히려 아이를 그늘로 모는 시대에 오히려 조금 느긋하고 여유있는 마음이 아이에게 더 나을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도 해본다. 정답이 없다. 그래서 힘들다.

양 부모가 다 있어야 입양을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것, 현 입양 제도에 대한 현실적인 문제점 등에 대하여 알 수 있었지만 이런 책들이 좀 더 많이 나와 있어 참고할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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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부모들이 가진 잘못된 믿음
    from 빈둥빈둥 대롱대롱 - 오늘도 괜찮았어 2012-09-12 18:40 
    1. 부모 교육이라는 수업을 듣고 있다.이제 겨우 2주 들었다.그런데 벌써 꼭 함께 나누고픈 구절이 생겨서 옮겨본다. 부모들이 가진 잘못된 믿음 1. 부모가 자녀의 모든 행동에 개입하고 이에 책임져야 한다.이러한 생각을 가지고 있는 부모는 자녀의 숙제나 친구 관계 등은 물론이고 자녀가 힘으로 할 수 있는 일까지도 모두 부모가 관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부모의 행동은 자녀를 숨막히게 하고, 이로 인해 자녀는 위축되거나 혹은 반항을 하게 된다. 또한
 
 
sslmo 2012-09-11 13: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리뷰를 읽으니, 얼마전 읽은 더글라스 케네디 '행복의 추구'가 생각나요.
아, 맞다...꽃으로 말해줘...도 생각나요.
저 외동아들이어서 한때 입양 심각하게 생각했었거든요.
지금은 아들이 반대해서 보류하고 있지만여~.

쉽지 않은 주제이고,
쉽게 내릴 결정이 아니지 싶습니다.

hnine 2012-09-11 15:41   좋아요 0 | URL
양철나무꾼님 댁은 아들이 반대하는군요. 가족 구성원중 한사람이라도 반대하는 사람이 있으면 추진하기 어렵지요. 저도 늘 생각만 하고 있어요. 입양에 관해 검색해보니 다른 어떤 자료보다 이 책을 읽어보라는 답변이 많이 나와있길래 구입해서 읽어보았답니다.

마녀고양이 2012-09-12 18: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요, 요즘 부모교육이라는 수업을 듣고 있거든요.
아하하, 아직 부모 역할이 무엇인지 모르겠지만 말이죠. 그래두
주저리주저리 쓰여있는 말 중에 인상 깊은 글이 있었는데,

잊어버릴까봐, 제 서재에 쓸래요... 아하하.

hnine 2012-09-12 19:50   좋아요 0 | URL
어디서 수업 들으시는지 궁금해요. 달사막여우님 서재로 지금 갑니다.

2012-09-13 02:1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09-13 05:0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09-14 00:2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09-14 14:53   URL
비밀 댓글입니다.

파란놀 2012-09-14 05: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도리스 클링엔베르그, <엄마가 사랑해>라는 책이 있어요.
외국으로 입양된 한국 아이 이야기랍니다.
<피부색깔 꿀색>이라는 만화책도
외국으로 입양된 한국 아이 이야기예요.

..

한국에는 아주 '이상한 법'이 있어서
'미혼부'는 없어도 '미혼모'만 있어요.

청소년일 때에 아기를 낳으면
나라에서 강제로 아기를 빼앗아요.
아마, 이런 나라는 한국만 있겠지요.
이웃한 일본도 미국도 서양도 아시아도 모두,
청소년 나이, 곧 15살이든 18살이든
당신 아이가 아기를 낳으면
부모가 함께 돌보는데,
왜 한국만 청소년 나이라 하더라도 '어머니'가 되었는데
아기를 돌보지 못하게 하면서
강제로 빼앗아 입양을 시킬까요.

이 책을 쓴 분이 '아기 엄마'가 아기를 보고 싶다 하는데
못 보게 했다는 일은...
아기와 생모한테 어떤 '삶'이 될까 모르겠습니다...

hnine 2012-09-14 15:46   좋아요 0 | URL
우리나라에서 미혼모의 아기는 강제로 빼앗나요? 저는 몰랐어요.
이 책에서도 미혼모의 아기를 입양기관에서 강제로 빼앗은건 아니어고요.
영국의 경우엔 나라에서 보조금이 적지 않게 나오더군요. 적어도 경제 능력 없는 미혼모가 아기 데리고 혼자서 쩔쩔매게 두진 않아요.
미혼모는 있으되 미혼부는 없다는 것은 저도 한번도 생각해보지 않았어요. 정말 그렇네요.
 

감독 우디 앨런.

2011년에 만들어져 우리 나라에서도 불과 얼마전 까지 상영되던 영화이다.

남자 주인공으로 나오는 Owen Wilson은 낯이 익다 했더니 이전에 본 영화 <말리와 나>에 나왔었다.

 

영화에서 '상상속의 황금시대'라는 말로 묘사되는 1920년대 파리.

남자 주인공 '길'은 우연한 경로로 밤마다 이곳을 방문하게 된다. 그러니까 영화 제목의 한밤 중의 파리는 현실 속의 파리가 아니라 과거로 돌아간 어느 시공간을 말하는 것이다. 아예 상상 속의 어느 장소 , 어느 시대를 상징한다고 봐도 좋을 것 같다.

하지만 상상 속의 어느 시대든 거긴 가끔 방문해보는 것으로 족할 뿐. 우리가 부대끼고 울고 웃고 좌절하고 극복하며 살아야할 곳, '진짜로' 살아내야 할 곳은 현실일 뿐.

 

다음 사진은 이 영화의 마지막 장면, 비 오는 파리의 밤 거리 모습이다.

영화에서 저 여자 가브리엘은 옆에 있는 주인공 남자에게, 파리는 비 올때 정말 멋있다고 말하지만, 실제 저렇게 한밤 중, 비는 오고, 인적 없는 거리를 혼자 걷고 있을 때, 나는 참 쓸쓸하더라. 파리가 아니라 어디에 있더라도 그럴 것 같다.

 

상상 속의 황금시대. 현실을 살아내기 위해서 우리에게 필요한 시대. 그만큼 현실은 녹녹치 않은 곳.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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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lmo 2012-09-11 13: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모든게 생각하기 나름인 거 같아요.
누군가는 가을비 소리도...
간고등어에 소금 치듯이 후투투툭 후투투툭 하고 리드미컬하게 표현하던걸요, ㅋ~.

음~, 저는요...
실제 저렇게 한밤 중, 비는 오고, 인적 없는 거리를 걷고 있을 때,
혼자라면 참 쓸쓸할 것 같구요.
더불어 함께라면 내리는게 비 아니라 폭우여도 넉넉하고 축복일 것 같구여, ㅋ~.



hnine 2012-09-11 15:45   좋아요 0 | URL
그러고보니 저 장면에서는 혼자가 아니라 둘이 걷고 있군요. 그것도 지금 차 한잔 함께 하자고 해서 같이 걷는 중이거든요. 별로 쓸쓸하지 않을 상황이네요.
저 영화 보셨어요? 우디 앨런은 나이 들어 은발이 되니 더 나은 것 같아요.

지금은 비도 안오고 대낮인데 왜 이렇게 쓸쓸할까요...

프레이야 2012-09-11 16: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인님, 이 영화 므흣^^ 대가들을 두루 만나볼 수 있어서요. 물론 상상이지만 제법 실제처럼 나오지않던가요.ㅎㅎ 황금시대는 대개 지난날에 있다고들 생각하게 되는데 정말 님 말씀처럼 지금 바로 이 시간이 황금시절이라고 여기며 살아야 재미가 나겠지요. 저도 조금은 쓸쓸해요, 나인님. 그거도 충분하다 즐기는 수밖에요. 가을이잖아요^^ 말리와 나,도 잼나게 봤던 기억이 나요.

hnine 2012-09-11 16:45   좋아요 0 | URL
피카소, 달리...우디 알렌답다고 생각했어요.
만약 우리 앞에 느닷없이 자동차가 멈춰 서고 어서 타라고 하면 과연 우리가 탄 자동차는 어디로 우리를 데려다 줄까요? 우리가 평소에 의식적으로, 또는 무의식적으로 그리던 곳으로 가게 될까요?

프레이야님도 쓸쓸하신가요?
가을이라는 이유까지 합해서 쓸쓸한 이유가 저는 음...한 일곱가지쯤 됩니다.

Jeanne_Hebuterne 2012-09-11 18: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는 사람들 마음 속에서 영원히 살고 싶지 않다. 뉴욕의 내 아파트에서 영원히 살고 싶다.라고 말한 감독!

hnine 2012-09-12 05:07   좋아요 0 | URL
뉴욕. 그렇지요 우디 알렌 하면 뉴욕이 함께 떠오르는 법인데 이 영화보는 동안엔 파리때문에 잠깐 잊고 있었어요.
누군가의 마음속에 영원히 살아 있는거나, 뉴욕의 아파트에 영원히 사는거나...^^

Jeanne_Hebuterne 2012-09-13 15:08   좋아요 0 | URL
뉴욕의 아파트라면 영원히 살아도 좋을 것 같습니다.
그나저나 저 뒷모습의 그녀는 미션 임파서블에서 사피아노를 들고 남자를 죽이며 당당히 걸어가고, 다이아몬드를 받고 일하던 그녀 아닙니까! 계속 생각했어요. 어디서 보았는데! 라고.

hnine 2012-09-13 16:12   좋아요 0 | URL
뉴욕의 아파트, 수년 전에 한번 알아볼 기회가 있었는데 월세가 너무너무 비싸더군요. 결국 다른 곳으로 결정해야하는 이유가 되었었답니다 ㅠㅠ

영화 속 뒷모습을 보이는 저 여자, 쇳소리 나는 목소리에, 바람 소리 나는 복장에, 묘한 매력이 있다고 생각했었답니다. 미션 임파서블에 나왔었나요? 저의 현재 기억력이란, 내가 미션 임파서블을 봤던가 안봤던가...이러는 수준이랍니다.

블루데이지 2012-09-12 01: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 파리예찬영화라고 표현해도 될듯싶은 영화죠!
그가 깨닫게 되는 진짜 마법이 뭘지 자꾸 생각하게된 영화..
다시 한번 보고싶네요!

hnine 2012-09-12 05:11   좋아요 0 | URL
왜 우리가 꿈속에 자주 나타나는 곳이라든지, 뭐 그런 곳들이 일종의 그런곳 아닐까요? 우리가 뭔가 아쉬움, 그리움, 기대, 소망, 그런것을 품고 있는 장소 혹은 시간대가 그렇게라도 맛뵈기로 나타나주는 것이요. 이제 저는 더 이상 그런 일이 없는 것 같아 이 영화 보면서 더 쓸쓸해지더군요.
파리에 두번 가봤는데 내게도 그렇게 좋은 곳이었나? 싶기도 했고요. 기억력도 무뎌지고, 감성도 메말라 가고요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