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김영순 - 엄마의 삶은 시간이 흘러 우리 모두의 인생이 된다
고혜정 지음 / 21세기북스 / 201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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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엄마도 이제 시간있을 때 노트에 엄마 살아온 얘기좀 써봐요."

내가 내엄마에게 종종 하는 말이다.

6.25때 엄마 나이 열한 살. 외할아버지께서 그때 행방불명되시고 혼자 되신 외할머니께서 엄마와 외삼촌 두분을 데리고 고생하신 얘기는 내가 어릴 때부터 엄마에게 들어온 고정 레퍼토리이다. 그런데 나는 들어도 들어도 질리지가 않았다. 엄마께서 워낙 극적으로 표현을 하시며 말씀하셔서 그런지 들을 때마다 뭉클하곤 했다.

엄마 연세 올해 일흔 셋. 엄마께서 아직 건강하실 때 나에게 들려주셨던 얘기를 어디에 일기처럼 적어놓으면 앞으로 엄마의 손주들에게도 할머니께서 이렇게 살아오셨다고 보여줄 수 있을 것 같아서이다. 글 쓰는 것 보다 말씀하시는 것을 더 좋아하시는 엄마는 그럴때마다 눈도 침침하고, 그걸 언제 쓰고 있냐고 마다하셨다.

이 책 <엄마 김영순>의 소개글을 보니 여든 다섯 되신 '김영순'할머니께서, 돌아가시기 전에 당신이 살아오신 얘기를 글로 남기고 싶은데, 쓸 능력은 안되고, 결국 누군가에게 부탁을 하기에 이르렀는데 그렇게 이 책의 작가 '고혜정'은 김영순 할머니를 소개받게 된다.

유명 인사가 아니더라도 이 정도 나이 되어 자신이 살아온 얘기를 남기고 싶어하는 김영순 할머니의 마음을 십분 이해할 것 같다. 고혜정 작가는 비슷한 연령대의 자기 친정 어머니 생각도 나고 해서 김영순 할머니와 열차례 만나며 살아오신 얘기를 듣게 된다. 그래서 이 책은 모두 10장으로 되어 있다.

읽으면서 어떤 감동을 받게 되려니 대충 짐작을 하고 읽기 시작했는데, 전혀 생각 못했던 것들이 읽는 동안 불쑬불쑥 떠올랐다.

첫째, 이 할머님, 살아온 얘기의 80%는 모두 자식 얘기라는 것. 우리 어머니 세대의 삶이 다 그랬겠지만, '할아버지와 어떻게 지내셨는지 좀 들려주세요, 힘들었던 기억은 없으셨나요, 혹시  자식들에게 서운한 점은 없으셨어요?' 작가가 아무리 유도를 해도 결국은 자식 얘기로 연결지으시더라는 것이다. 내 자식이 얼마나 효자이고 자랑스러운지, 한번도 부모 말을 거스른 적이 없고 쉰이 넘은 지금까지도 엄마에게 사랑한다는 말도 해주니 더 바랄게 없다는 말씀이다. '그럴리가 없는데.' 라며 그냥 받아들이지만 않는 작가도 보통이 아니고 할머니도 보통 분이 아니셨다.

어려운 환경 속에서 두 아들 모두 훌륭하게 키워내신 할머니의 살아오신 시간들은 충분히 존경받아야 한다. 그런데 한편 아쉽기도 하다. 할머니에게 삶의 목표, 목적은 바로 자식이었기 때문에 나중에 할머니의 큰아들과도 잠깐 인터뷰를 해보니 자신은 다른데 한눈 팔 겨를이 없었다고 한다. 오로지 공부 열심히 해서 성공하는 것. 부모님이 그거 하나 바라고 고생하시는 걸 알기 때문이었다고, 나름대로 아쉬움을 얘기하더란다.

둘째, 같은 일을 두고 어머니와 아들, 혹은 어머니와 며느리가 각각 하는 말이 같지 않다는 것이다. 할머니의 둘째 아들은 맏아들만큼 고분고분 하지는 않았던 모양으로 모험심이 있어서 초등학교3학년때 하라는 공부는 안하고 친구의 유혹에 넘어가 '아이스케끼' 장사를 한다고 나선적이 있단다. 이 일에 대해서 아들이 하는 말은, 워낙 어려운 형편이기도 했지만 어머니께서 워낙 엄격하고 용돈을 주지 않으셔서, 그렇게라도 스스로 돈을 구하는 수밖에 없었다는 것.

또한가지 에피소드는 지금도 한 집에서 층만 달리하여 사는 큰아들 내외와 작은 아들에게 아침에 밥을 다 해놓고 먹여서 출근시킨다는 것이다. 여든 다섯 나이에 힘들지 않으시냐고 했더니 하나도 힘들지 않다고, 오히려 기쁘게 한다고 말씀하시는 할머니에 반해, 따로 마련된 자리에서 며느리는 표현못하는 부담감을 비치더란다.

내가 대학생일때 일이 생각났다. 방학동안 나는 친구들대신 엄마와 일부러 단둘이 여행을 간 적이 있다. 어릴 때 엄마와 여행을 많이 다닐 기회가 없던 나는 대학생이 되어서라도 엄마를 모시고 여행을 가보고 싶어서, 그리고 그렇게 하면 엄마가 좋아하실것 같아서 (착한 아이 컴플렉스^^) 내가 직접 여행사에 전화를 하고 예약을 하였다. 그런데 그렇게 다녀온 후 엄마께서 친구분에게 말씀하시는 걸 들으니, 엄마가 데리고 다니지 않으면 숫기가 없어서 여행도 변변이 못다닐 아이기 때문에 일부러 엄마께서 대학생이나 된 나를 데리고 여행을 다녀오셨다고 하시는거다!

자신이 살아온 얘기를 하면서, 그당시로는 늦은 나이인 서른 넘어 결혼을 하시고도 오로지 결혼하여 자식을 낳은 후부터의 얘기만 하시는 할머니. 자식이 성공한 것 (큰 아드님이 서울대법대 졸업하고, 스물 몇살 때 사시 패스를 하셨단다)이 본인 인생의 결과물이고, 그것에 대해 매우 만족하시는 할머니. 그것 외에 다른 것은 말씀하실 것이 없는 할머니.

이 책을 구입하여 읽기 시작할때의 예상과는 좀 동떨어진 기분으로 책장을 덮어야했다.

솔직히 좀 착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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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놀 2012-11-19 03: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김해자 시인이 쓴 <당신을 사랑합니다>(삶이보이는창,2012)라는 책은 많이 다르리라 생각해요. <당신을 사랑합니다>는 할머니 할아버지가 당신 살아온 이야기를 퍽 낱낱이 밝혀 주셔요. 시골에서 맨손으로 산을 깎아 논밭을 일구던 할머니 살아온 이야기는 참 놀랍기도 하더라고요. <당신을 사랑합니다>에서는 '성공했다고 보기 힘든 사람들' 이야기가 가득 실렸으니, 한번 구경해 보셔요.

서울대 법대에 붙는다든지, 고시에 붙는다든지, 이런 일이 '성공'일까 모르겠지만, 이런저런 '자식농사 성공'을 말하는 이야기책은 어쩐지... 듣기가 많이 힘들더라고요...

hnine 2012-11-19 04:44   좋아요 0 | URL
이 책의 할머니께서도 여든 다섯 해를 편히 살아오신 분이 아니고 고생도 많이 하시고 방도 아닌 곳에 어린 두 아들 데리고 머물면서 평생 삯바느질로 살아오신, 훌륭한 분이세요. 그런 일들이 내 자식 잘 키워 번듯한 제 몫을 하는 사람으로 키우자, 하는 바람 하나로 가능했었다니, 본인은 그렇게 고생하며 살았는데 만약 아들이 부모 기대만큼, 세상 사람들이 말하는만큼의 성공을 못했을때, 그럴 때엔 할머니의 인생은 그만큼 덜 성공적인 삶이 될까. 그런 생각들을 하니 착잡했어요. 이건 이 할머니 한분만에 해당하는 것은 아니고 대부분 우리나라 어머니들의 고정관념이 아닌가 해서요. 어쩌면 이렇게 생각하는 할머니가 평범한 분이고, 김해자 시인의 책에 나오는 분들이 특별한 분들이 아닌가 생각될 정도로.
김해자 시인은 저도 관심 가지고 있는 시인이랍니다. 말씀하신 책 둘러보고 왔어요. 책 소개 고맙습니다.
 

 

 

오늘 아침 나에게 주는 노래.   ♪♬♭

 

우울한 가사도 리듬감을 살리니 우울하게 들리지 않는다.

몇개만 들어봤지만 이 가수 노래의 특징인가보다.

 

The show라는 노래는 처음 듣는 노래가 아닌 것 같다고 생각했더니

언젠가 본 영화 Money ball에서 브래드 핏의 딸이 아빠 앞에서 기타를 치며 들려주던 노래였다.

 

 

 

때로 아이들의 말이나 행동이 어른들을 정신들게 한다.

 

아래는 lenka가 부른 노래.

 

 

 

 

 

 

리듬을 타며 살면 좋겠다.

리듬을 타며 산을 넘고 물을 건너노라면 힘든 순간도 즐겁게 넘을 수 있지 않을까?

Lenka의 노래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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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12-11-17 09: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머니볼에서 소녀의 저 노래 기억나요. 늘 참 좋은 나인님, 리듬을 타며 몸도 마음도 가볍게 우리 잘 살아봐요. 주말도 따사로이 잘 지내구요.^^

hnine 2012-11-17 22:09   좋아요 0 | URL
와, 프레이야님 기억하시는군요. 역시~ ^^
저 오늘 아침에 이 가수 노래 다 찾아들어보느라고 컴퓨터 앞에서 몇 시간을 보냈는지 ㅋㅋ

블루데이지 2012-11-17 12: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갑자기 지루해 지려했던 저의 주말오후에 큰 반전을 일으킨 ..오호~~참 좋아요...!!

hnine 2012-11-17 22:12   좋아요 0 | URL
블루데이지님, 날이 추워져서 아가 데리고 산책 자주 못가시겠어요. 저도 아이 어릴때 유모차 태우고 진짜 많이 돌아다녔는데...제가 좋아서라기보다 자꾸 나가자고 보채는 녀석때문에요. ^^
저 요즘 '반전'이라는 말의 매력을 알아가고 있답니다. 소설도 그렇고, 사람의 삶도 그렇고, 반전이 있어서 더 극적이고 희망적이잖아요? Lenka의 다른 노래도 한번 찾아서 들어보세요.

쿼크 2012-11-19 23: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노래 잘 듣고 갑니다. 상큼하니 좋아요.. 머니볼은 책으로만 읽었는데..영화로도 보고 싶어지네요...

hnine 2012-11-20 04:53   좋아요 0 | URL
쿼크님, 노래 좋지요? 트로트도 아닌데 나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끄덕, 혹은 발로 박차를 맞추며 듣고 있더라고요 ^^
머니볼은 작년이었나, 재작년이었나, 아이 데리고 가서 본 영화였지요. 아이는 야구 영화라고 생각해서 대뜸 따라나섰고요.
 

우리 나라 조상들은 먹거리 보관에 참 탁월한 능력을 지녔던 것 같다.

장기 보관이라하면 곧 곰팡이가 번식못하는 상태로 만들어주는 것이 핵심이다.

그래서 곰팡이가 살지 못하는 상태로 먹거리를 변화시켜주면 된다.

수분을 없애주거나 (시래기, 곶감, 감말랭이, 무말랭이, 호박고지 등),

고농도의 설탕이나 소금, 간장 등에 절여서 삼투압을 못이겨 곰팡이가 도저히 번식 못하게 만들어주거나 (간장, 된장, 장아찌, 서양음식중 잼 등),

산도를 높여 pH가 안맞아 곰팡이가 도저히 버티지 못하게 만들어준다 (장아찌, 김치, 서양음식의 피클 등).

 

 

집에 갑자기 과일이 많이 생겼다.

사과 없으면 안되는 내가 사다  놓은 사과 한 상자, 부모님께서 보내주신 단감 한 상자, 이것만해도 냉장고가 꽉 찼는데, 며칠 전에 어떤 분께서 단감 한 상자를 또 선물로 보내주셨다. 그래서 여태 안해본 모험을 지금 하고 있는 중이다. 감말랭이 만들기.

곶감을 만들면 좋겠지만 매달만한 장소가 마땅치 않고, 감말랭이 만드는게 조금더 쉬워보여서 시작했는데 요즘 비도 오고 공기가 축축해서 과연 곰팡이 안생기고 성공할지 모르겠다.

요즘은 주방기기들이 거의 웬만한 실험실 기기 수준. 전기로 하는 건조기 있으면 간단히 마르겠지만 나는 그냥 햇빛과 바람에만 의존해서 며칠 걸릴지도 모르는 모험을 하고 있는 중이다.

 

그나저나 '감말랭이'라는 말, 하면 할수록 정겹고 구엽다 (귀여운게 아니라 구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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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12-11-15 16: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구여운 감말랭이ㅎㅎ 저도 이거 좋아해요. 곶감도 맛나지만 모양 없이 그저 수수하고 구여운ㅋㅋ 감말랭이요. 초겨울 햇볕과 바람 그리고 나인님의 정성으로 아주 맛날 게 마를 거에요. 행복한 오후 보내세요. 방긋♥

hnine 2012-11-15 17:50   좋아요 0 | URL
프레이야님, 감말랭이 좋아하시는구나~ ^^ 전 예전엔 감은 먹을 때 손에 다 묻히기 일쑤라서 별로 좋아하지 않았었는데 올해부터는 감에 맛들이고 있어요.
오븐을 이용해서 저온으로 구워내는 방법도 있던데, 그건 또 맛이 다르겠지요? 내일도 비가 온다는데...저거 하나 해놓고 일기 예보 열심히 본답니다.

bookJourney 2012-11-15 19: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부지런한 hnine님~~ 맛있는 감말랭이가 될 것 같아요~ ^^

hnine 2012-11-15 21:46   좋아요 0 | URL
정겨운 이름, 감말랭이,
반가운 이름, 책세상님!!
잘 지내시지요? 그림 잘 그리는 따님과 과학, 역사 좋아하는 아드님도요.
감이 마르면서 단내가 나는지, 저희 집 강아지가 감 말리는 주위를 뱅뱅 돌며 킁킁 거리네요 ^^
말랑말랑하고 달콤달콤한 가을을 보내시길 바랍니다!

몬스터 2012-11-16 01: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맛나겠어요. 지금 보다 어릴때 엄마가 말려서 주셨는데.. 머릿 속으로 맛을 기억해 낼려고 하는데 잘 생각이 안나네요.. 몇번밖에 못 먹어서 그런가봐요 ㅎㅎ.. 곶감은 많이 먹었는데.. 이 감 말랭이는 곶감보단 도톰하고 촉촉하게 되는 거죠?

hnine 2012-11-16 05:04   좋아요 0 | URL
안녕하세요 N/A님, 지금 영국에 계신거 맞죠? 더 반갑네요 ^^
여기선 별거 아니더라도 한국음식 사진 보면 생각 나시겠어요. 영국에도 '감'이라는 과일을 요리가 아닌 과일로 먹었는지, 그것도 가물가물합니다.
저도 이번에 처음 말려보는거라서 어떤 결과가 될지 모르겠어요. 곰팡이만 생기지 않으면 뭐, 어떻게든 먹을 수 있겠지요~ ^^

Mephistopheles 2012-11-17 01: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를 저 사진 앞에 갖다 놓으면 감말랭이가 되기도 전에 감쪽같이 사라지게 하는
마술을 부리는 걸 보여드릴 수 있습니다. (말은 시키지 마세요)

hnine 2012-11-17 07:30   좋아요 0 | URL
그런 일이 실제로 일어나고 있어요 ^^ (메피님이 다녀가셨나?)

파란놀 2012-11-17 02: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껍질만 벗겨서 꼭지를 실로 묶어 베란다에 매달아 놓아도 겨우내 먹을 수 있어요.
단감은 굳이 냉장고에 안 두어도 되지 싶은데...
저희는 읍내에서 한 접씩 사다가
마당에 그냥 놓고 먹어요~

hnine 2012-11-17 07:32   좋아요 0 | URL
아, 과일에도 '접'이라는 단위를 쓰는군요.
예, 그런 방법으로도 한번 해보지요.

블루데이지 2012-11-17 12: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희안한 입맛을 가진 저는 곶감, 홍시, 단감 말고 이 감말랭이가 참 좋아요..
정말 신기하게도 말리면 곶감처럼 이 감말랭이는 하얀분이 안 나오는 것 같더라구요.
호두랑 함께 그냥 심심풀이로 먹으면 너무 좋은 간식인것같아요..
hnine님 맛있게 드셔요...보기만 해도 너무 먹음직스럽고, 깔끔한 감의 자태가
hnine님을 닮았을듯해요...즐거운 주말 보내세요!

hnine 2012-11-17 22:14   좋아요 0 | URL
감말랭이 잘근잘근 씹는 맛이 꼭 젤리 먹는 느낌도 나고, 식감이 있어서 저도 좋아요. 어릴땐 쭈글쭈글 모양이 이상해서 곶감 잘 안 먹었었는데...ㅋㅋ
호두랑 함께 먹는 방법도 있었네요. 치매 예방도 할겸 ^^

파란놀 2012-11-17 21: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그리고... 감이 좀 많다 싶으면
'감 얼음보숭이'를 해 볼 수 있어요.
냉동실에 감을 놓고서
꽁꽁 언 감을
숟가락으로 파서 아이스크림처럼 먹는데,
이렇게 먹어 보면
또 새로운 맛이 되더라고요.

얼음을 아주아주 좋아하는 우리 집 다섯 살짜리 큰아이는
'감 얼음보숭이'도 되게 잘 먹어요..

..

저희는 아직 시골에 땅이 없어서
감도 사다 먹지만,
다른 이웃들은 가끔 장마당으로 가지고 가서 파시지요 ^^;;;;
고흥에서는 감 한 접(100알)에 2만 원쯤 해요.
지난해보다 5천 원쯤 올랐는데 ^^;;;;;;;
(올해 태풍에 많이 떨어지는 바람에)
그래도, 100알에 2만 원이면... 거의 거저로 먹는 셈이에요.

고흥감은 농약도 뭐도 아무것도 안 친
참 좋은 감이랍니다 @.@

hnine 2012-11-17 22:17   좋아요 0 | URL
'감 얼음보숭이', 흔히 말하는 아이스홍시 말씀하시는거죠? 그거 만들어져있는것 살려면 꽤 비싸더라고요. 지난 여름에 찬것 찾는 아이 간식거리로 살려고 몇번을 망설이다가 비싸서 안샀는데, 된장님 덕분에 지금 생각났네요. 이건 그냥 잘 씻어서 얼리면 되니까 단감이 시간이 좀 지나 말랑말랑해지면 해놓아야겠어요.
감 한 접이 2만원이라니, 그것도 5천 원 올른 것이 그렇군요.
 

한때는 새벽에 일어나 영화를 보며 두어 시간을 보낸 적이 있었다. 그리 오래 전이 아니다.

한때는 새벽에 일어나 운동부터 하여 몸을 풀고 마음을 가지런히 하던 때가 있었다.

요즘은 새벽에 일어나 계속 이 책을 읽고 있다. 이 책이야 말로 한번에 읽어치울 책이 아니라 조금씩 매일 읽는 것이 더 도움이 될 것 같아 양보다 질로, 즉 페이지를 넘기는 것보다, 한줄 한줄 집중해서 읽으려 하고 있다.

 

 

 

 

 

 

 

 

 

 

 

 

 

 

 

 

 

 

 

 

 

 

위의 저 겉표지를 벗겨 내고 읽고 있는데 그래서 더 내게 눈에 익은 표지는 이렇다.

 

 

 

 

 

 

'쉴 휴 (休)'

 

 

오늘 읽은 것중 일부분을 발췌하여 올려본다. 대략 352쪽에서 380쪽 사이에 있는 내용이다.

 

 

 

삶을 바르게 살면, 삶을 진실로 살면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자신의 삶을 진실로 사는 자는 죽음을 기꺼이 맞이 한다.

삶을 제대로 살지 못한 사람에게는 죽음의 두려움이 일어난다. 삶을 제대로 살지 못한 사람에게 죽음은 더 살아야 될 생과 시간과 기회를 앗아가는 저승사자가 된다. 여기에서 두려움이 떠오른다. 이 두려움은 죽음에서 오는 게 아니라 제대로 살지 못한 삶에서 온다.

왜 우리는 삶을 놓치는가? 왜 우리의 몸은 나이를 먹지만 정신은 나이를 먹지 못하는가? 무언가 잘못되었기 때문이다. 길을 잘못 들었기 때문이다.

사람은 어렸을 때 타협을 한다. 아무것도 아닌 것을 위하여 자신의 존재를 판다. 자기 자신이 아닌 다른 사람이 되는 데 타협을 한다. 거기서부터 그릇된 길로 접어들기 시작한다. 어머니가 이런 사람이 되라 하고 아버지가 저런 사람이 되라 하며 사회가 나 아닌 다른 사람이 되라 강요한다. 어쩔 수 없이 따라간다. 그러다가 나 자신이 아닌 다른 사람이 되리라고 결심하게 된다. 그리고 나 아닌 다른 사람으로 살아가기 시작한다.

"왜 저는 늙어가는 것을 두려워합니까? 이 두려움을 없앨 수 있는 방법을 가르쳐주십시오." 라는 질문을 하는 그대는 두려움을 이해하려는 게 아니라 두려움을 그저 없애려고 한다.

무조건 문제를 없애려 하기보다는 자신의 가면을 벗으려고 노력하라. 누구의 말을 들어서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다 스스로 깨우치고 체험해야 하는 것이다.

두려움은 사실 그릇된 삶을 살았다는 사실을 끊임없이 일깨워주는 좋은 증상이다. 사실 아무도 그대를 바른 길로 인도할 수 없다. 어떤 인도자도 바른 인도자가 될 수 없다. 인도 자체가 틀렸기 때문이다. 타인에게 자신의 인도를 맡기면 그는 그대 인생에 해가 될 것이다.

틀 없는 삶을 살라. 틀과 이론과 체계로부터 자유로운 삶을 살라. 이 순간 과거로부터 자유로운 삶을 살라.

 

 

 

 

이 책의 마지막 페이지에 써 있는 두줄은 이 모든 내용을 집약하지 않나 생각된다.

 

무대에서 내려오라.

삶을 공연으로 만들지 말라.

-Osho-

 

보이기 위한 삶을 살지 말라는 뜻으로 받아들였다.

 

 

나를 변화시키려는 목적으로 읽지 않는다.

그냥 읽는다.

그냥.

 

목적없이 읽지만

읽고 나면 차분해져서 좋다.

500쪽이 넘는 분량이지만 다 읽고 나면 다시 처음부터 조금씩 또 읽으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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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12-11-14 14: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 아닌 다른 사람으로 살아가기 시작한다, 라는 문장. 지금 읽고 있는 책에도 똑같은 구절이 나와요. 정말 나로서 진짜로 살아가는 건 뭘까요? 추위와 졸음으로 엉망이다 싶은 하루, 그런 생각에 더 머리가 복잡하네요.

hnine 2012-11-14 15:09   좋아요 0 | URL
추위와 졸음의 악조건 속에 계시는군요! 이런 날은 집에 들어가 내 방에 들어섰을 때 몇배는 더 포근하고 아늑하게 느껴지겠지요?
나 아닌 다른 사람으로 살아가고 있는 것 자체를 모르고 살아온 것 같아요 지금까지. 이제서 조금씩 보이기 시작한다고 할까요.
따뜻한 코코아라도 좀 마시지...(온기 + 카페인 효과) ^^

프레이야 2012-11-14 20: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쇼의 글, 참 좋아요. 실천하기엔 쉽지 않지만 각성제가 되구요.
무대에서 내려오라, 삶을 공연으로 만들지 말라!.. 새겨봅니다.
삶은 한 편의 연극, 자신이 무대의 주인공이라고 생각하고 산다는(살라는)
진부한 상투적 표어가 생각나는군요. 공연으로 만들지 말자, 내 삶!
나인님, 편안한 저녁 쉬면서 보내세요^^
사람은 쉬기 위해 산다는 속담이 떠올라요. 티비에서 봤는데, 유럽 어느 작은 나라의
속담이래요. 태어날 때 이미 힘들게 세상에 나왔으니 이제 쉬자고..ㅎㅎ

hnine 2012-11-14 22:13   좋아요 0 | URL
마음이 평화로울땐 저런 책으로 눈이 안가요. 요즘 새벽에 눈뜨면 저 책부터 펼쳐드는 것은 제 마음에 분란이 일고 있다는 증거가아닐까 해요.
읽으면서, 정말 그런가? 생각해보기도 전에, 그냥 보자마자 마음이 쿵!하고 울려오는 부분이 있더라고요. 직관이 사유를 앞선다고 저 책에도 나와있던데, 직관이 어쩌면 더 꾸밈이 없기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드네요.
오늘 아침은 저 구절을 읽고 시작할 수 있어서 좋았는데, 오늘 밤은 프레이야님 댓글을 보고 평안해져서 좋아요.

책읽는나무 2012-11-15 10: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삶을 제대로 살지 못한 사람이 죽음의 두려움이 일어난다.
삶을 공연으로 만들지 말라.
음~
이런 문구의 글들!
내마음이 심란할때 내눈에만 확대되어 다가오는 묘한 마력이 있어요.ㅋ
저도 분명 심란하고 마음에 분란이 일고 있나봅니다.
조용한 이시간,세탁기 돌아가는 소리만 들리는 이시간,
저도 사뭇 명상의 시간이 되네요.^^
잘 읽고 갑니다.

hnine 2012-11-15 16:02   좋아요 0 | URL
고백하자면 저는 죽음이라는 걸 떠올릴때마다 무섭고 허무해요. 결국 어떤 삶을 살던 종착역은 죽음이라는 걸 생각하면 그렇게 허무할 수가 없어요. 그런데 어제 읽은 부분에 바로 그것에 대한 내용이 있더라고요. 늙는다는 것은 쇠퇴기가 아니라 점점 더 성숙해져 가는 것이고, 완성되어 가는 것이라고.
읽는 동안이나마 위안이 되었어요. 며칠 지나면 약발, 아니 책발이 떨어지겠지만요 ^^ 그래서 다 읽고나서도 처음부터 다시 계속 읽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지요.
세탁기 돌아가는 소리만 들리는 시간... 전 가끔 돌아가는 세탁기 앞에 앉아 빨래가 돌아가는 모습을 멍하니 지켜보고 있을 때도 있었어요. 정말 무념무상의 순간은 그런 순간인것 같아요.
 

아이 학교에서는 1년에 몇 차례 학부모를 학교로 오게하여 공개 면담 혹은 상담을 한다. 어제가 바로 이 날이었기에 남편과 함께 아이 학교에 다녀왔다. 과목별로 면담을 마치고 나니 짐작은 하고 있었지만 대체 이 아이를 앞으로 어떻게 키워야 할지 종잡을 수가 없다.

어떤 과목은 수업 시간에 좀처럼 집중을 안하고 멍하니 있을 때가 많아서 숙제를 내줘도 뭘 해오라는 것인지 이해를 못해 엉뚱하게 숙제를 해올때가 있다고 한다. 반면, 어떤 과목은 매우 재능이 있어보여서 눈여겨 보고 있다고 하신다. 제일 끝까지 남아서 하고 있는 아이가 바로 이 아이라고. 또 어떤 과목은 수업 시간에 옆의 아이와 떠드느라고 그 시간에 충분히 마칠 수 있음에도 다 못해서 숙제로 떠안고 갈 때가 많다고 하신다. 더 잘할 수 있을텐데 급하게 마무리 짓는게 안타깝다고 하는 과목이 있는가하면, 지기 싫어하는 경향이 있어서 가끔 과민 반응을 보일때가 있다고 한다. 이게 모두 한 아이에 대한 과목별 소견이라면 그 부모가 황당함을 느끼는 것은 당연하지 않은가? 이 아이가 바로 내 아이고 내가 그 부모.

어릴 때부터 좋고 싫은 것에 대한 반응이 뚜렷이 달랐지만, 아이들이 다 그렇지 뭐, 이렇게 생각했었다. 2년 전 적성검사 결과를 가지고 상담 선생님과 얘기할 기회가 생겼는데 선생님 말씀이, 자기가 앞으로 하고 싶은 걸 이루기 위해서는 지금 당장은 하기 싫어도 해야할 필요가 있음을 집에서 엄마도 얘기해주라고 하셨다. 그래서 나름 그런 잔소리를 해왔다고 생각했는데 아이의 성향은 별로 달라지지 않았나보다.

싫어도 싫다 소리 못하고, 해야한다고 하면 군소리 없이 참고 해야하는 줄 알았던 나의 어린 시절을 떠올리면, 이런 나를 닮지 않은게 오히려 다행스런 생각도 없잖아 들지만, 그래도 이 세상 살아가려면 싫은 것도 해야하는 것이 있다는 걸 아이가 알아야 하는데.

 

그건 그렇고, 어제 학교에 갔다가 어떤 엄마로부터 들은 말이 나를 두번 주저앉게 만들었다.

아이의 사춘기와 엄마의 갱년기가 겹치는 경우, 바로 최악의 경우라고.

내 얘기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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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클 2012-11-09 12: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의 사춘기와 엄마의 갱년기가 겹치면 아빠에게 최악의 경우가 되지 않을까요? ㅎㅎ
아무튼 큰 문제 없이 잘 지나가길 바랍니다 ^^

hnine 2012-11-09 14:41   좋아요 0 | URL
ㅋㅋ 그렇겠네요.
어제 저 말을 해준 엄마 말이, 아이를 한대 쥐어박으려고 했더닌 아이가 그 엄마 손을 턱! 잡더래요. 다른 한 손으로 쥐어박으려고 했더니 그 손도 턱! 잡더래요. 두 손을 다 잡히고 결국 발로 아이 무릎을 퍽! 찼다네요 ㅠㅠ

파란놀 2012-11-09 14: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도 어른도 스스로 가장 좋아하는 대로 하잖아요.
엄마이든 아빠이든 '좋아하는 책'만 읽지 안 좋아하는 책은 못 읽어요.
좋아하는 영화를 보지 안 좋아하는 영화를 못 봐요.
안 좋아하는 영화를 함께 보면, 꼭 쿨쿨 자는 사람이 있잖아요.

아이들이 학교에서 모든 수업을 똑같이 잘 듣고 잘 따라가기를 바라는 일은
크나큰 잘못이라고 느껴요.

그러니까, 교사는 아이들을 탓하거나 나무랄 수 없어요.
모든 과목을 아이들이 잘 따라오기를 바라면
모든 아이한테 다 다르게 맞춰서 교수법을 바꿔야 하니까,
교사 스스로 교사가 잘못한다는 걸 털어놓는 셈이 되겠지요.

'지기 싫어하는' 것이 아니라 '끝까지 내 힘으로 하고 싶은' 것을
교사가 읽지 못하면, 어머님이 슬기롭게 잘 읽고 북돋아 주시리라 믿어요.

hnine 2012-11-09 14:49   좋아요 0 | URL
내 아이니까 엄마된 사람이 아이에 대해 잘 알고 있어야 하겠지만, 때로는 객관적인 눈으로, 다른 아이들과 함께 있을 때 관찰할 수 있는 선생님의 의견이 엄마가 못 집어내는 점을 집어낼 수 있다고 봐요. 저 학교 선생님들은 저보다 오히려 아이의 긍정적인 면을 강조하여 말씀하시더군요. 제 아이를 나무라는 뜻은 전혀 없었고요. 그래도 부모인지라, 학교에서의 태도가 단지 수업, 성적, 그런 것만 의미하는 것이 아닐 것 같은 걱정이 어쩔 수 없이 드네요.

2012-11-09 14:4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11-09 15:01   URL
비밀 댓글입니다.

프레이야 2012-11-09 20: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찌찌뽕이요, 나인님. 작은딸과 저요. 야클님 말씀대로 힘든 사람은 따로 있네요. 역시 예리하신 야클님.ㅎㅎ

hnine 2012-11-09 21:50   좋아요 0 | URL
프레이야님 나이야 제가 알고 (^^), 작은따님이 올해 몇이시더라요? 아마 다린이 나이 쯤 되었을까요? 방년 12세요. 사춘기된 아들 입 한번 열게 만들려면 엄마가 열마디 떠들어야 대답 한번 들을까 말까 라던데 다린이는 말이 많은 아이니 그렇진 않은데...아무튼 쉽지 않아요.
그렇죠? 야클님 댓글 보기전에 저는 전혀 생각지도 못했었네요.

프레이야 2012-11-09 23:31   좋아요 0 | URL
젤 무섭다는 중2에요. ㅎㅎ
다린이 나인 아직 사춘기라기엔 좀 이르지않나요 라고 하려다 제가 그 나이 때를 생각해보니까 맞네요. 개인적 차이들이 조금씩 있긴 하지만ᆢ 요즘애들은 더 빠르다고들 하고요.
작은딸이랑 저는 서로 감정노동을 하고 있는 것 같아요.

hnine 2012-11-10 02:05   좋아요 0 | URL
중2가 제일 무섭다면, 전 제일 무서운 단계를 아직 겪지 않은거군요 ㅠㅠ
다린이가 지금 중1이니까요 (벌써?? 하고 계시지요?).
감정노동이라는 말씀이 와닿네요. 이것도 정말 노동 맞아요.

2012-11-10 05:5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11-12 22:46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