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나라 조상들은 먹거리 보관에 참 탁월한 능력을 지녔던 것 같다.

장기 보관이라하면 곧 곰팡이가 번식못하는 상태로 만들어주는 것이 핵심이다.

그래서 곰팡이가 살지 못하는 상태로 먹거리를 변화시켜주면 된다.

수분을 없애주거나 (시래기, 곶감, 감말랭이, 무말랭이, 호박고지 등),

고농도의 설탕이나 소금, 간장 등에 절여서 삼투압을 못이겨 곰팡이가 도저히 번식 못하게 만들어주거나 (간장, 된장, 장아찌, 서양음식중 잼 등),

산도를 높여 pH가 안맞아 곰팡이가 도저히 버티지 못하게 만들어준다 (장아찌, 김치, 서양음식의 피클 등).

 

 

집에 갑자기 과일이 많이 생겼다.

사과 없으면 안되는 내가 사다  놓은 사과 한 상자, 부모님께서 보내주신 단감 한 상자, 이것만해도 냉장고가 꽉 찼는데, 며칠 전에 어떤 분께서 단감 한 상자를 또 선물로 보내주셨다. 그래서 여태 안해본 모험을 지금 하고 있는 중이다. 감말랭이 만들기.

곶감을 만들면 좋겠지만 매달만한 장소가 마땅치 않고, 감말랭이 만드는게 조금더 쉬워보여서 시작했는데 요즘 비도 오고 공기가 축축해서 과연 곰팡이 안생기고 성공할지 모르겠다.

요즘은 주방기기들이 거의 웬만한 실험실 기기 수준. 전기로 하는 건조기 있으면 간단히 마르겠지만 나는 그냥 햇빛과 바람에만 의존해서 며칠 걸릴지도 모르는 모험을 하고 있는 중이다.

 

그나저나 '감말랭이'라는 말, 하면 할수록 정겹고 구엽다 (귀여운게 아니라 구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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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12-11-15 16: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구여운 감말랭이ㅎㅎ 저도 이거 좋아해요. 곶감도 맛나지만 모양 없이 그저 수수하고 구여운ㅋㅋ 감말랭이요. 초겨울 햇볕과 바람 그리고 나인님의 정성으로 아주 맛날 게 마를 거에요. 행복한 오후 보내세요. 방긋♥

hnine 2012-11-15 17:50   좋아요 0 | URL
프레이야님, 감말랭이 좋아하시는구나~ ^^ 전 예전엔 감은 먹을 때 손에 다 묻히기 일쑤라서 별로 좋아하지 않았었는데 올해부터는 감에 맛들이고 있어요.
오븐을 이용해서 저온으로 구워내는 방법도 있던데, 그건 또 맛이 다르겠지요? 내일도 비가 온다는데...저거 하나 해놓고 일기 예보 열심히 본답니다.

bookJourney 2012-11-15 19: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부지런한 hnine님~~ 맛있는 감말랭이가 될 것 같아요~ ^^

hnine 2012-11-15 21:46   좋아요 0 | URL
정겨운 이름, 감말랭이,
반가운 이름, 책세상님!!
잘 지내시지요? 그림 잘 그리는 따님과 과학, 역사 좋아하는 아드님도요.
감이 마르면서 단내가 나는지, 저희 집 강아지가 감 말리는 주위를 뱅뱅 돌며 킁킁 거리네요 ^^
말랑말랑하고 달콤달콤한 가을을 보내시길 바랍니다!

몬스터 2012-11-16 01: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맛나겠어요. 지금 보다 어릴때 엄마가 말려서 주셨는데.. 머릿 속으로 맛을 기억해 낼려고 하는데 잘 생각이 안나네요.. 몇번밖에 못 먹어서 그런가봐요 ㅎㅎ.. 곶감은 많이 먹었는데.. 이 감 말랭이는 곶감보단 도톰하고 촉촉하게 되는 거죠?

hnine 2012-11-16 05:04   좋아요 0 | URL
안녕하세요 N/A님, 지금 영국에 계신거 맞죠? 더 반갑네요 ^^
여기선 별거 아니더라도 한국음식 사진 보면 생각 나시겠어요. 영국에도 '감'이라는 과일을 요리가 아닌 과일로 먹었는지, 그것도 가물가물합니다.
저도 이번에 처음 말려보는거라서 어떤 결과가 될지 모르겠어요. 곰팡이만 생기지 않으면 뭐, 어떻게든 먹을 수 있겠지요~ ^^

Mephistopheles 2012-11-17 01: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를 저 사진 앞에 갖다 놓으면 감말랭이가 되기도 전에 감쪽같이 사라지게 하는
마술을 부리는 걸 보여드릴 수 있습니다. (말은 시키지 마세요)

hnine 2012-11-17 07:30   좋아요 0 | URL
그런 일이 실제로 일어나고 있어요 ^^ (메피님이 다녀가셨나?)

파란놀 2012-11-17 02: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껍질만 벗겨서 꼭지를 실로 묶어 베란다에 매달아 놓아도 겨우내 먹을 수 있어요.
단감은 굳이 냉장고에 안 두어도 되지 싶은데...
저희는 읍내에서 한 접씩 사다가
마당에 그냥 놓고 먹어요~

hnine 2012-11-17 07:32   좋아요 0 | URL
아, 과일에도 '접'이라는 단위를 쓰는군요.
예, 그런 방법으로도 한번 해보지요.

블루데이지 2012-11-17 12: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희안한 입맛을 가진 저는 곶감, 홍시, 단감 말고 이 감말랭이가 참 좋아요..
정말 신기하게도 말리면 곶감처럼 이 감말랭이는 하얀분이 안 나오는 것 같더라구요.
호두랑 함께 그냥 심심풀이로 먹으면 너무 좋은 간식인것같아요..
hnine님 맛있게 드셔요...보기만 해도 너무 먹음직스럽고, 깔끔한 감의 자태가
hnine님을 닮았을듯해요...즐거운 주말 보내세요!

hnine 2012-11-17 22:14   좋아요 0 | URL
감말랭이 잘근잘근 씹는 맛이 꼭 젤리 먹는 느낌도 나고, 식감이 있어서 저도 좋아요. 어릴땐 쭈글쭈글 모양이 이상해서 곶감 잘 안 먹었었는데...ㅋㅋ
호두랑 함께 먹는 방법도 있었네요. 치매 예방도 할겸 ^^

파란놀 2012-11-17 21: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그리고... 감이 좀 많다 싶으면
'감 얼음보숭이'를 해 볼 수 있어요.
냉동실에 감을 놓고서
꽁꽁 언 감을
숟가락으로 파서 아이스크림처럼 먹는데,
이렇게 먹어 보면
또 새로운 맛이 되더라고요.

얼음을 아주아주 좋아하는 우리 집 다섯 살짜리 큰아이는
'감 얼음보숭이'도 되게 잘 먹어요..

..

저희는 아직 시골에 땅이 없어서
감도 사다 먹지만,
다른 이웃들은 가끔 장마당으로 가지고 가서 파시지요 ^^;;;;
고흥에서는 감 한 접(100알)에 2만 원쯤 해요.
지난해보다 5천 원쯤 올랐는데 ^^;;;;;;;
(올해 태풍에 많이 떨어지는 바람에)
그래도, 100알에 2만 원이면... 거의 거저로 먹는 셈이에요.

고흥감은 농약도 뭐도 아무것도 안 친
참 좋은 감이랍니다 @.@

hnine 2012-11-17 22:17   좋아요 0 | URL
'감 얼음보숭이', 흔히 말하는 아이스홍시 말씀하시는거죠? 그거 만들어져있는것 살려면 꽤 비싸더라고요. 지난 여름에 찬것 찾는 아이 간식거리로 살려고 몇번을 망설이다가 비싸서 안샀는데, 된장님 덕분에 지금 생각났네요. 이건 그냥 잘 씻어서 얼리면 되니까 단감이 시간이 좀 지나 말랑말랑해지면 해놓아야겠어요.
감 한 접이 2만원이라니, 그것도 5천 원 올른 것이 그렇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