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나라 조상들은 먹거리 보관에 참 탁월한 능력을 지녔던 것 같다.
장기 보관이라하면 곧 곰팡이가 번식못하는 상태로 만들어주는 것이 핵심이다.
그래서 곰팡이가 살지 못하는 상태로 먹거리를 변화시켜주면 된다.
수분을 없애주거나 (시래기, 곶감, 감말랭이, 무말랭이, 호박고지 등),
고농도의 설탕이나 소금, 간장 등에 절여서 삼투압을 못이겨 곰팡이가 도저히 번식 못하게 만들어주거나 (간장, 된장, 장아찌, 서양음식중 잼 등),
산도를 높여 pH가 안맞아 곰팡이가 도저히 버티지 못하게 만들어준다 (장아찌, 김치, 서양음식의 피클 등).
집에 갑자기 과일이 많이 생겼다.
사과 없으면 안되는 내가 사다 놓은 사과 한 상자, 부모님께서 보내주신 단감 한 상자, 이것만해도 냉장고가 꽉 찼는데, 며칠 전에 어떤 분께서 단감 한 상자를 또 선물로 보내주셨다. 그래서 여태 안해본 모험을 지금 하고 있는 중이다. 감말랭이 만들기.
곶감을 만들면 좋겠지만 매달만한 장소가 마땅치 않고, 감말랭이 만드는게 조금더 쉬워보여서 시작했는데 요즘 비도 오고 공기가 축축해서 과연 곰팡이 안생기고 성공할지 모르겠다.
요즘은 주방기기들이 거의 웬만한 실험실 기기 수준. 전기로 하는 건조기 있으면 간단히 마르겠지만 나는 그냥 햇빛과 바람에만 의존해서 며칠 걸릴지도 모르는 모험을 하고 있는 중이다.
그나저나 '감말랭이'라는 말, 하면 할수록 정겹고 구엽다 (귀여운게 아니라 구엽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