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학교에서는 1년에 몇 차례 학부모를 학교로 오게하여 공개 면담 혹은 상담을 한다. 어제가 바로 이 날이었기에 남편과 함께 아이 학교에 다녀왔다. 과목별로 면담을 마치고 나니 짐작은 하고 있었지만 대체 이 아이를 앞으로 어떻게 키워야 할지 종잡을 수가 없다.

어떤 과목은 수업 시간에 좀처럼 집중을 안하고 멍하니 있을 때가 많아서 숙제를 내줘도 뭘 해오라는 것인지 이해를 못해 엉뚱하게 숙제를 해올때가 있다고 한다. 반면, 어떤 과목은 매우 재능이 있어보여서 눈여겨 보고 있다고 하신다. 제일 끝까지 남아서 하고 있는 아이가 바로 이 아이라고. 또 어떤 과목은 수업 시간에 옆의 아이와 떠드느라고 그 시간에 충분히 마칠 수 있음에도 다 못해서 숙제로 떠안고 갈 때가 많다고 하신다. 더 잘할 수 있을텐데 급하게 마무리 짓는게 안타깝다고 하는 과목이 있는가하면, 지기 싫어하는 경향이 있어서 가끔 과민 반응을 보일때가 있다고 한다. 이게 모두 한 아이에 대한 과목별 소견이라면 그 부모가 황당함을 느끼는 것은 당연하지 않은가? 이 아이가 바로 내 아이고 내가 그 부모.

어릴 때부터 좋고 싫은 것에 대한 반응이 뚜렷이 달랐지만, 아이들이 다 그렇지 뭐, 이렇게 생각했었다. 2년 전 적성검사 결과를 가지고 상담 선생님과 얘기할 기회가 생겼는데 선생님 말씀이, 자기가 앞으로 하고 싶은 걸 이루기 위해서는 지금 당장은 하기 싫어도 해야할 필요가 있음을 집에서 엄마도 얘기해주라고 하셨다. 그래서 나름 그런 잔소리를 해왔다고 생각했는데 아이의 성향은 별로 달라지지 않았나보다.

싫어도 싫다 소리 못하고, 해야한다고 하면 군소리 없이 참고 해야하는 줄 알았던 나의 어린 시절을 떠올리면, 이런 나를 닮지 않은게 오히려 다행스런 생각도 없잖아 들지만, 그래도 이 세상 살아가려면 싫은 것도 해야하는 것이 있다는 걸 아이가 알아야 하는데.

 

그건 그렇고, 어제 학교에 갔다가 어떤 엄마로부터 들은 말이 나를 두번 주저앉게 만들었다.

아이의 사춘기와 엄마의 갱년기가 겹치는 경우, 바로 최악의 경우라고.

내 얘기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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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클 2012-11-09 12: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의 사춘기와 엄마의 갱년기가 겹치면 아빠에게 최악의 경우가 되지 않을까요? ㅎㅎ
아무튼 큰 문제 없이 잘 지나가길 바랍니다 ^^

hnine 2012-11-09 14:41   좋아요 0 | URL
ㅋㅋ 그렇겠네요.
어제 저 말을 해준 엄마 말이, 아이를 한대 쥐어박으려고 했더닌 아이가 그 엄마 손을 턱! 잡더래요. 다른 한 손으로 쥐어박으려고 했더니 그 손도 턱! 잡더래요. 두 손을 다 잡히고 결국 발로 아이 무릎을 퍽! 찼다네요 ㅠㅠ

파란놀 2012-11-09 14: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도 어른도 스스로 가장 좋아하는 대로 하잖아요.
엄마이든 아빠이든 '좋아하는 책'만 읽지 안 좋아하는 책은 못 읽어요.
좋아하는 영화를 보지 안 좋아하는 영화를 못 봐요.
안 좋아하는 영화를 함께 보면, 꼭 쿨쿨 자는 사람이 있잖아요.

아이들이 학교에서 모든 수업을 똑같이 잘 듣고 잘 따라가기를 바라는 일은
크나큰 잘못이라고 느껴요.

그러니까, 교사는 아이들을 탓하거나 나무랄 수 없어요.
모든 과목을 아이들이 잘 따라오기를 바라면
모든 아이한테 다 다르게 맞춰서 교수법을 바꿔야 하니까,
교사 스스로 교사가 잘못한다는 걸 털어놓는 셈이 되겠지요.

'지기 싫어하는' 것이 아니라 '끝까지 내 힘으로 하고 싶은' 것을
교사가 읽지 못하면, 어머님이 슬기롭게 잘 읽고 북돋아 주시리라 믿어요.

hnine 2012-11-09 14:49   좋아요 0 | URL
내 아이니까 엄마된 사람이 아이에 대해 잘 알고 있어야 하겠지만, 때로는 객관적인 눈으로, 다른 아이들과 함께 있을 때 관찰할 수 있는 선생님의 의견이 엄마가 못 집어내는 점을 집어낼 수 있다고 봐요. 저 학교 선생님들은 저보다 오히려 아이의 긍정적인 면을 강조하여 말씀하시더군요. 제 아이를 나무라는 뜻은 전혀 없었고요. 그래도 부모인지라, 학교에서의 태도가 단지 수업, 성적, 그런 것만 의미하는 것이 아닐 것 같은 걱정이 어쩔 수 없이 드네요.

2012-11-09 14:4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11-09 15:01   URL
비밀 댓글입니다.

프레이야 2012-11-09 20: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찌찌뽕이요, 나인님. 작은딸과 저요. 야클님 말씀대로 힘든 사람은 따로 있네요. 역시 예리하신 야클님.ㅎㅎ

hnine 2012-11-09 21:50   좋아요 0 | URL
프레이야님 나이야 제가 알고 (^^), 작은따님이 올해 몇이시더라요? 아마 다린이 나이 쯤 되었을까요? 방년 12세요. 사춘기된 아들 입 한번 열게 만들려면 엄마가 열마디 떠들어야 대답 한번 들을까 말까 라던데 다린이는 말이 많은 아이니 그렇진 않은데...아무튼 쉽지 않아요.
그렇죠? 야클님 댓글 보기전에 저는 전혀 생각지도 못했었네요.

프레이야 2012-11-09 23:31   좋아요 0 | URL
젤 무섭다는 중2에요. ㅎㅎ
다린이 나인 아직 사춘기라기엔 좀 이르지않나요 라고 하려다 제가 그 나이 때를 생각해보니까 맞네요. 개인적 차이들이 조금씩 있긴 하지만ᆢ 요즘애들은 더 빠르다고들 하고요.
작은딸이랑 저는 서로 감정노동을 하고 있는 것 같아요.

hnine 2012-11-10 02:05   좋아요 0 | URL
중2가 제일 무섭다면, 전 제일 무서운 단계를 아직 겪지 않은거군요 ㅠㅠ
다린이가 지금 중1이니까요 (벌써?? 하고 계시지요?).
감정노동이라는 말씀이 와닿네요. 이것도 정말 노동 맞아요.

2012-11-10 05:5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11-12 22:46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