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리의 창 (Harry's window)

 

 

 

 

 

 

 

저음의 나날들

 

낮고 조용한

 

아예 땅 속으로 들어가라지만

 

저음일지언정

 

울음은 아니라고

 

믿으며

 

버티며

 

 

 

 

 

 

 

 

 

 

유자청을 만들려고

유자를 주문하다

내일은 유자를 씻고 썰겠네

노란 유자를

 

 

 

 

 

 

사철 푸른 사철 나무, 꽃도 연초록이던 사철 나무에 이런 열매가 달릴줄이야. 이렇게 예쁜 빨강 열매가.

 

 

 

 

바람이 얼마나 세게 불던지 한 손으로 가지를 살짝 쥐고 사진을 찍었다. 그래도 흔들렸네 ^^

이 열매가 더 활짝 벌어지면 위의 사진처럼 되는 것.

 

 

 

 

이렇게 열매로 모습을 바꾸고 나니 이게 무슨 나무였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꽃사과였나?

 

 

아파트 뒤 흙길을 걸었는데 흙이 안보일 정도로 소나무잎과 낙엽이 다 덮고 있었다. 요며칠 비와 바람이 세게 불더니.

 

 

 

 

 

가마솥이 깨끗한 아침

 

 

김 해민

 

 

솥전 솥뚜껑 솥운두

잔 먼지 하나 없이 반질하게 닦여있다

컴컴한 정지에서

밤새 부뚜막에 앉아 엄마가

젖은 행주 마른 행주 번갈아 쥐고

앓는 외할머니 대신 가마솥 끌어안고

눈물 없이 울었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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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놀 2013-11-23 05: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을빛 담은 유자를 즐겁게 만지면서 맛난 유자청 빚으셔요~

hnine 2013-11-23 10:21   좋아요 0 | URL
지금 막 품절이라 배송불가라고 연락이 왔어요 ㅠㅠ
 

 

법륜 스님의 책에서 읽은 내용이다.

왜 사는가, 왜 태어났는가 등의 답을 구하려 하지 말라.

사유 이전에 존재가 있는데 존재의 이유와 의미를 사유를 통해 얻으려고 한다는게 앞뒤가 맞겠는가.

 

 

잘 살려는 의욕, 후회없이 성공적으로 살려는 의지 자체가 욕심이 되어 생을 괴롭게 만든다.

10년 뒤의 성공과 행복을 위해 현재는 괴로와도 된다는 생각은 2, 30대까지면 충분한듯.

4, 50대 들어서는 생각이 좀 달라졌으면 한다.

 

사는거?

그거 별거 아니다. 이유가 있어 사는 것도 아니고 목적이 있어 사는것도 아니다.

그냥 사는거.

물이 흐르고, 식물이 자라고, 해가 뜨고 지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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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지개모모 2013-11-26 01: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이건 위대한 통찰이네요. 감동받았습니다ㅜ.ㅜ

hnine 2013-11-26 04:54   좋아요 0 | URL
그러신가요? 그 느낌, 저도 압니다~~ ^^
 
인생수업 - 잘 물든 단풍은 봄꽃보다 아름답다
법륜 지음, 유근택 그림 / 휴(休) / 2013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지금의 자신에게 만족하고 행복한 사람은 굳이 안읽어도 된다. 그렇지 않은 사람이라면 적어도 이 책에서 배워가는게 있을 것이다. 100%는 아니라 할지라도.

제일 좋은 것은 자기가 살아온 경험속에서 스스로 배우는 것인데 막상 우리는 경험을 되새겨 이렇게 배움의 기회로 삼기보다는 앞으로 한발짝 더 빨리 내딛는데 신경을 모으느라 중요하고 지나간 일을 되돌이키는건 후회할때 뿐이다. 그러니 가끔 이런 책을 읽으며 각성의 기회로 삼는건 나쁘지 않다고 본다.

앞서 읽은 <방황해도 괜찮아>보다 확실히 나이가 더 있는 사람들이 공감할 내용들이 많았다.

원하는 것이 이루어지지 않는다고 불행한 일도 아닙니다. 다만 열심히 할 뿐 결과에 연연하지 않으면 그 과정에서 이미 행복합니다. 그런데 자기중심 없이 남의 시선을 의식하고 남의 평가에 매달려 성공이라는 거품을 부풀리면, 그 거품이 꺼질 때 허무해집니다. (23쪽)

겉으로 내색은 잘 안해도 다른 사람들이 나에 대해 하는 사소한 말 한마디에도 무척 마음을 쓰는 편이었다. 그런데 나이가 주는 선물인가, 아니면 저자의 말처럼 경험에서 배운 것인가. 언제부터인지 생각하기를, 다른 사람들의 말 한마디가 나를 평가하는 잣대가 될수 없다는 것, 그건 그대로 그 사람들의 의견일뿐이지 진짜 나 라는 사람을 규정지을 수 없으니 마음 쓸 것 없다는 것이다. 그러고부터 마음이 많이 편안해졌다.

어릴 때는 앞으로 할 일들을 꿈꾸고 생각하는 시간이 많았는데 나이가 들어가니 자연스럽게 그런 시간보다는 지난 일을 떠올리고 추억하는 시간이 늘어가는 것을 발견한다. 그것이 현재의 삶에 보탬이 되는 생각이면 좋겠지만 대부분 '그땐 내가 왜 그랬을까', '그러지 말았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등, 아무 소용없는 생각들을 할 때가 대부분이다. 저자가 자주 하는 말 중 하나가 지난 일에 대해 곱씹고 후회하지 말고, 일어난 일은 언제나 잘된 일이라 생각하라고. 좋은 일, 나쁜 일이란 없는 것이고 그것은 사는 동안 '경험한 일'이며 그것으로 충분히 가치가 있다는 것이다.

'사흘 슬퍼했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집착에 대한 경고이다. 집착이 우리를 얼마나 힘들게 하는가. 이루지 못한 일에 대한 집착, 사람에 대한 집착. 미움에 대한 집착, 애정에 대한 집착.

낚시하러 가서 큰 물고기가 걸렸는데 힘이 부족해서 도저히 끌어올릴 수가 없어 물고기에 끌려들어가 물에 빠져 죽을 정도가 되면 낚싯대를 놓아야 하는데 물고기가 아까워 끝까지 안 놓는 것이 집착입니다. 그러고는 끌려가면서 살려달라고 아우성을 칩니다. 빨리 놓으라고 하면 '죽어도 못 놓겠다. 이런 기회가 어디 있느냐'고 합니다. 집착에 이끌려 고통에 빠지는 겁니다. (164쪽)

모든 집착에는 욕심이 자리잡고 있다. 떠나보내는 과정을 잘 해야 나도 행복하고 떠나는 사람도 편히 간다. 자식에 대한 부모의 끊임없는 관심도 일종의 집착이라고 했다. 스무살이 되면 독립을 시켜야 하고 하물며 자기 가정을 꾸린 자식에 대해 계속 뭔가 더 해주려고 하고 달라는 대로 주려고 하는 것은 부모도 자식도 모두 망치는 길이라고.

그럼 외면이란?

내 뜻대로 하고 싶은데 내 뜻대로 안 되면 집어치워버리는게 바로 외면입니다. 고기가 안 잡히니까 낚싯대를 집어던져 버리는 것과 같아요. 이것은 낚싯대를 놓는 것과는 다릅니다. 내 뜻대로 안 되니까 던져버렸다가 며칠 후에 다시 낚싯대를 잡습니다.(164쪽)

많은 부모가 자식에 대해 집착과 외면을 되풀이 한다고 한다. 자식에 대해 잔소리하는 것은 집착이고, 그러다가 자식이 안따라주면 '집어치워라, 네 인생이지 내 인생이냐?' 하는 것이 외면이라고. 나도 받아봤으면서 내 자식에게도 지금 하고 있는 것 같아 정신이 든다.

더 사랑해서 외로운 것이 아니라 더 기대해서 외로운 것, 결혼으로 외로움을 해소할 기대를 하지 말아야 한다는 말에도 공감. 다른 사람에 의해 외롭고, 그 외로움이 다른 사람에 의해 해소된다면 그것은 그 사람에 의해 내가 행복할 수도, 불행할 수도 있다는 말이다. 나의 행복은 내 손에 있는 것인데.

연세드신 분들에게 다시 몇 살로 돌아가고 싶냐는 질문에 1위는 10대, 20대, 30대도 아닌 50대였다고 한다. 제일 안정되면서 아직 몸도 움직일만한 나이대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니 50대에 들어갈 때 웃으며 당당히 들어갈 것.

수양에서 가장 방해가 되는 것은 '조급함'. 뭐든 빨리 결과를 보려 하고 바로 단정내리는 것. 노력 안하고 공짜로 얻으려 하는 것. 남에게 큰 아픔을 줘놓고 미안하다라는 사과 한 마디에 다 해결되기를 기대하는 것. 

삶과 죽음에 대한 큰 주제부터 손녀를 봐주는 할머니의 고충 같은 자잘한 일들까지, 뜬금없는 조언보다는 오히려 '돌직구'에 가까운 답변을 내놓는다. 그렇게 꼭 하라는것 보다는 저자의 생각이 그러하니 받아들이는 것은 어디까지나 듣고 읽는 사람의 몫이라는 말도 함께 한다. 책의 마지막도 그렇게 맺고 있지 않는가? 행복도 불행도 내가 만드는 것이라고. 행복은 준비하는 것이 아니라 (미래에 있는 것이 아니라) 지금 당장 행복해야 하는거라고.

지금의 나를 있는 그대로 사랑하고 스스로 만족하는 삶.

가끔 아침에 눈을 떠서 아무데도 아프지 않고 오늘 하루 내 손으로 일을 하고 내 발로 돌아다닐 수 있고 맘 먹은 일을 할 수 있다는 것에 안심하면서 누구에겐지 몰라도 그냥 감사하고 싶은 마음이 들때가 있다. 물론 그렇지 않고 그 반대인 날도 많지만, 언제 특히 그런 생각이 드는지는 나도 모르겠다.

요며칠, 하고 있는 일에 대한 나의 능력을 의심하며 '난 그래도 하느라고 했는데 (사실 이렇게 억울함을 깔고 하는 생각들이 문제이다)', '보수는 적으면서 너무 전문적인데까지 요구하는거 아닌가. 이러면 내가 다 다시 공부하고 말지' 이런 생각들로 마음이 좀 무거워있었는데 이럴 때 이 책을 읽게 되어 다행이다. 그래서 더 마음에 쏙쏙 들어왔는지도 모른다.

자기 삶에 스스로 만족하고 행복하다고 느끼는 사람, 충분히 마음의 수양이 되어 있는 사람은 굳이 이 책을 읽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나처럼 이런 책으로 정신 차리고 마음 추스리는 사람도 있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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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놀 2013-11-15 07: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늘 하루 즐겁게 웃으며 누리시기를 빌어요.
이 책에서 법륜 스님이 말씀하기도 했다는 이야기처럼,
hnine 님 삶을 언제나 hnine 님 스스로 아름답게 일구시리라 생각해요~

가을비 지나간 하늘과 숲은
더 파랗고 더 노랗습니다.

hnine 2013-11-15 08:14   좋아요 0 | URL
예, 요즘 며칠 마음이 무거웠더랍니다. 이제 가볍게 털고 일어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오늘 날이 맑으면 며칠 전에 보고 지나친 사철나무 열매 모습을 사진에 담아봐야겠어요. 빨간 열매가 달려있더라고요.

페크pek0501 2013-11-15 10: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일어난 일은 언제나 잘된 일이라 생각하라고. 좋은 일, 나쁜 일이란 없는 것이고 그것은 사는 동안 '경험한 일'이며 그것으로 충분히 가치가 있다는 것이다. '사흘 슬퍼했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 그렇군요. 경험한 자체에 가치가 있군요. 사흘만 슬퍼하면 되는 거군요.
그런데 그게 어려울 때가 있어요. 후회되는 일은 사흘이 아니라 석달이나 갈 때가 있는 걸요.
마음의 인생수업을, 저는 꾸준히 해야 할 것 같아요...
알았다가도 잊어버리니, 이런 책은 사는 날까지 가끔씩 읽어 줘야 할 것 같아요. ^^
많이 배워 갑니다. ^^

hnine 2013-11-15 13:39   좋아요 0 | URL
저는 석달로도 안끝나서 이제 괜찮아졌거니 생각하면 몇 달 후에 또 생각나고, 또 생각나고, 업을 짓는거죠 ㅠㅠ
이런 책이 다 무슨 소용이냐고 하시는 분들도 계시기에 저는 아직도 이런 책 읽습니다 미리 얘기해놓은거랍니다 ^^ 읽은 시기도 이번엔 제가 필요할때 잘 맞았던것 같아요.
(pek님 닉네임 볼때마다 이름이 같은 이니셜이었던 고등학교때 친구 생각이 나요. 그애 이름은 ㅂ ㅇ ㄱ 이었는데...)

2013-11-15 15:2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11-15 15:30   URL
비밀 댓글입니다.
 
방황해도 괜찮아 - 법륜 스님의 청춘 멘토링
법륜 지음, 박승순 그림 / 지식채널 / 2012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책에서 가장 공감한 내용을 내 식으로 바꿔 한 줄로 써보자면 '이 세상에 공짜는 없다'는 것이다. 

이 책은 저자의 책 가운데 이전에 읽은 <쟁점을 파하다> 보다 훨씬 공감이 가는 내용이었다. <쟁점을 파하다>는 한국 사회와 정치에 대한 의견 제시를 내용으로 하고 있다면 이 책은 '청춘멘토링'이라는 제목에서 알수 있듯이 개인적인 고민과 그에 대한 저자의 도움말을 내용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개인적인 고민, 즉 특수한 상황이 아니라 누구나 한번쯤 해보았을 일반적인 고민들이기 때문에 청춘을 지났건 지나지 않았건, 종교가 무엇이든, 상관없이 읽을 수 있는 내용들이었다.

읽는 이에 따라 다르게 받아들일 수 있겠는데 나는 대체로 공감하고 동의하며 읽었다. 사람이 무언가 누리고 있다면 그 댓가를 치뤄야 한다는 것, 자기가 좋아하는 것을 누리는 것은 당연하게 생각하고 그대신 감수해야 하는 것은 억울해하며 손해라 생각하면 안된다는 것은 나도 내 모습을 돌아보며, 그리고 주위의 경우를 보며 깨달아 가고 있는 것 중 하나이다.

결혼하고 싶은 상대를 부모가 반대하여 괴로와 하는 사람에게, 내가 꼭 결혼하고 싶은 사람이고 그 의지가 굳건하다면 부모가 반대하더라도 내가 원하는 사람과 결혼할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괴로와 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자신의 마음을 한번 잘 들여다보면, 내가 좋아하는 사람과 결혼도 하고 싶고, 지금까지 받아온 부모로부터의 혜택, 지지, 지원도 계속 받고 싶은 마음이 남아있기 때문 아니냐고. 결혼은 내가 하는 것이니, 이후로 부모로부터의 어떤 지원 없이도 둘이 힘을 합쳐 살아나가겠다는 굳건한 의지와 소신이 있다면 부모와 당장은 끈을 놓더라도  당당하게 결혼할 수 있어야 한다고. 하나를 얻으면 하나는 놓을 수 있어야 한다. 공짜는 없다.

몇년을 매달려서 했는데도 떨어지기만 하는 시험, 계속 해야하는거냐고 고민하는 사람에게, 언젠가 된다는 각오로 열심히 계속 하라는 식의 답은 저자의 방식이 아니었다. 한번 도전할때 온힘을 기울이고, 결과가 기대한 것에 미치지 못한다면 두번까지는 도전해보되 그 이상의 무모한 도전은 낭비라는 것이 저자의 의견이었다. 안되면 될때까지 하겠다는 생각이 오히려 무한정 세월을 잡아먹게 하는 경우가 있다. 차라리 이번에 해보고 안되면 접는다는 각오가 더 그 일에 집중하게 할때가 있으니까. 마감이 있어야 일에 더 집중하게 되듯이.

몰입해서 하고, 그만두어야 할 때가 되면 그동안의 경험만으로도 많이 누렸다 생각하고 가볍고 기쁘게 '탁' 놓아버리라는 이 방법은 시험에만 해당하지 않는다. 연애, 결혼등 인간관계에도 마찬가지여서 가령 3년을 사귀다 헤어졌다면, 헤어졌다는 결과만 보고 실패했다 생각하여 이후의 인생까지 패배감으로 몰고가지 말고, 내 좋은 사람과 3년이라는 시간을 함께 했으니 그것으로 좋은 경험이었다 생각하고 접을 줄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것은 실패도 성공도 아니라고.

사랑, 헤어짐, 만남, 내가 겪는 이런 일들을 '내가' 주도를 해야지 이것들이 나를 주도하게 하지 말아야 한다.

자기 중심적으로 산다는 것은 이기적으로 살라는 것과 다르다. 내 만족을 위해 상대방이 바뀌길 바라고, 그렇게 되지 않는다고 고민하고 상담하러 올 것이 아니가, 내가 그 관계를 계속 유지하고 싶으면 '내가' 바뀌려는 노력을 하던가, 그게 정 안될 것 같으면 그 관계를 정리하는 편이 낫지, 그 사람도 계속 내 옆에 두고 싶으면서 나는 그대로인채 그 사람을 내 맘에 맞게 고치려드는 것은 '욕심'이고, 결혼할 때도 지금 눈에 보이는 그 사람의 결점이 결혼하고 달라지겠지, 또는 결혼하고 차차 고쳐놓아야지 생각하면 그 결혼 생활은 순탄할 수 없다.

살면서 느끼는 외로움은 인간 본연의 외로움이기 때문에 누구를 만남으로써 해결되지 않는다는 것도 동의한다. 옆에 누가 있든 없든 행복할 수 있어야 한다. 누가 옆에 없어서 외로운게 아니다.

자기 성격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여 고치고 싶은데 잘 안된다고 고민을 털어놓는 남자에 대한 저자의 대답은?

"그냥 생긴대로 사세요."

다른 사람에게 해를 끼치지 않는 범위에서라면 이 세상에 좋은 성격, 나쁜 성격이 어디 있겠는가. 나만 해도 내성적이고 소심하고, 때로 집착이 강한 (이건 이제 안그렇지만) 내 성격을 고치지 않으면 앞으로 살면서 더욱 문제가 커질거라는 생각에, 알게 모르게 얼마나 노력했었던가. 30대 중반 쯤 이르러 나의 결론이 그것이었다, "억지로 바꾸려 들지 말고 타고난대로 받아들이고 살자". 성격을 바꾸어 얼마나 더 나은 사람이 될지 모르겠지만 그렇게 바꾸려 애쓰는 동안 나는 결코 즐거울 수 없었다.

욕심에서 비롯된 걱정을 내려놓고, 과거에 얽매여 상처만 들여다 보며 살지 말고, 대신 하나의 경험, 배움있었다 받아들이고 그 경험을 통해 나에 대해 더 알게 된 계기로 삼는다.

될까? 해볼만 하다.

저자의 말처럼 때에 따라서 찐득찐득하기 보다는 쌀과자처럼 바삭하고 가볍게 털고 일어날 줄 알아야 한다니까.

 

계속 읽으면 다 읽는데 하루도 채 안걸린다. 하루 정도 투자해서 읽어볼만한 책이다. 나처럼 청춘이 지난 사람도 물론.

내친 김에 저자의 <인생 수업>도 주문해놓고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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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놀 2013-11-12 07: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나를 얻으려고 하나를 놓고 보면
나중에 돌아볼 적에
하나를 놓았다지만
그 하나마저 다 나한테 있구나 하고 느낄 수 있구나 싶어요.

얽매이거나 붙잡지 않으며
흐르는 결로 삶을 누리면
무엇이든 스스로 하고픈 대로 하면서
즐겁게 살아갈 수 있으리라 느껴요.

hnine 2013-11-12 18:52   좋아요 0 | URL
함께살기님은 이미 잘 실천하며 살고 계신 듯...

2013-11-13 02:2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11-13 13:01   URL
비밀 댓글입니다.
 
앵무새 죽이기
하퍼 리 지음, 박경민 옮김 / 한겨레 / 1999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베스트셀러와 무관하게 책을 읽는 버릇때문에 이 책이 한창 읽히고 있던 199x년 무렵, 아마 비슷한 시기에 나왔던 앤타일러의 <종이시계>와 제목도 헛갈려 하면서 두 책 모두 한번도 읽을 생각을 안했었다.

지금에 와서 이 책 <앵무새 죽이기>를 읽게 된 동기는 바로 우리 집 아이 때문이다. 아이때문에 읽는다면 대개 아이가 읽고 재미있다고 나에게도 권하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이 책은 그와 반대. 비슷한 나이의 아이를 둔 학부모라면 아시겠지만 이 책은 이른바 읽어야할 책 목록에 항상 들어가있는 책 중 하나이다. 아이가 너무 한쪽 분야의 책만 치우쳐 읽는다고 생각한 아이아빠가 좀 다른 책도 읽게 해야겠다고 고른 책이 바로 이 책. 그런데 앞부분을 조금 읽더니 도저히 재미없어서 못읽겠다면서 끝까지 안읽는다는 것이다. 무슨 얘기인지 이해도 잘 안된단다. 남자 아이라 단순해서 그러는지.

그러자 남편은 읽기로 약속한 이상 다 읽기전엔 다른 책을 안사주겠다고 해서 억지로 다 읽게 하긴 했다는데 그 말을 듣고 도대체 책이 어떻기에 그렇게 억지로 읽어야했을까 궁금해져서, 그리고 알아야겠어서, 도서관에 가서 새로나온 개정판도 아닌 1993년에 한겨레에서 나온 낡은 책을 빌려오기에 이르렀다.

그런데, 일단 읽기 시작하니 책을 손에서 놓을 수 없는 것이다. 이 소설의 주제는 워낙 유명하고 상도 많이 받고 했으니 그렇다치고, 자기 어린 시절 얘기를 어른디 되어서 어쩌면 이렇게 재미있게 풀어낼 수 있는지. 전혀 진부하거나 지루하지 않았다. 거기에 뚜렷한 메시지, 사회상의 반영까지. 이 책이 데뷰작이자 현재까지 작가의 유일한 발표작이라지만, 몇권 몫을 이 한권이 다하고 있다고 해도 무리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소설의 배경은 저자 자신의 고향과 같은 앨러배마 주이다. 네살 위인 오빠보다 호기심도 더 많고 주위에 일어나는 일에 대해 적극적으로 알고 싶어하는 아홉살 꼬마 진 루이스는 변호사인 아버지가 백인이면서 흑인 변호를 한다는 이유로 학교에서 친구로부터, 그리고 동네 사람들로 부터 가끔 놀림을 당한다. 놀림을 당하면 어린 아이임에도 놀림을 당해야 하는 이유를 캐는 똘똘한 꼬마이며, 오빠에게 묻거나 아버지에게 물어서 이해가 가지 않는 일에 대해선 쉽게 굴복하지 않으려 하는 당찬 꼬마이다.

젊은 흑인 남자가 동네 백인 아가씨를 강간했다는 이유로 기소를 당하는 사건이 일어나고, 아버지가 이 흑인 피고의 변호사로 사건을 맡게 되자, 어른들의 허락 없이 진 루이스는 오빠와 함께 법정에 끼어들어가 재판이 진행되는 과정을 지켜보게 되는데.

옳다고 생각하는대로 행동하지 않는 사람들, 그리고 그것이 한 사람의 운명을 완전히 바꿔놓을 수 있다는 것, 죄 없이도 벌을 받는 일이 현실에서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을 눈 앞에서 목격하는 진 루이스와 오빠 젬은 도무지 이것을 어떻게 받아들여할지 몰라 각기 다른 방법으로 방황의 시간을 보내게 된다.

엄마 없이 두 아이를 키우는 아버지의 태도에서도 인상적인 점이 많았다. 이유없이 아이들에게 어떻게 행동하라, 어떻게 보여라, 어떻게 말해라, 강요하지 않는 아버지. 엄마의 부재로 아이들이 버릇 없다는 소리 들을까봐 아이들의 고모는 안절부절이지만 아버지는 아이들을 믿어주고, 다른 사람의 말보다 자기 아이들의 말을 우선적으로 들어주려고 노력한다.  

 

아래, 저자인 하퍼 리의 말은 이 책에서 말하는 메시지이기도 하다. 그 사람의 입장에서 생각해보지 않고서 그 사람을 이해한다고 할 수 없다는 것. 지키기 쉽지 않은 일이다, 명심하고 의식적으로 노력하지 않으면.

 

이제 아이와 이 책에 대해서 얘기할 수 있게 되었다. 어떤 점이 아이로 하여금 어렵고 재미없게 느끼게 했는지 짐작이 간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짐작일 뿐 아직은 아이를 이해했다고 하지 말아야지. 이거 역시 내 입장에서 한 짐작일테니까.

 

 

 

 

 

 

 

 - 네이버에서 퍼온 이미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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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놀 2013-11-11 02: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직 아이한테는 좀 어렵기 때문이 아닐까요?
조금 더 쉽게 다가갈 만한 책을 아이한테 골라 주고,
이 작품은 더 나이를 먹으며 마음이 자란 뒤에 읽히면 좋으리라 생각해요.
아름다운 작품들도 많으니까요.

이원수 님이 쓴 <숲속 나라>, <메아리 소년>, <오월의 노래>, <골목 대장>, <잔디 숲속의 이쁜이>, <민들레의 노래>, <해와 같이 달과 같이>, <꼬마 옥이> 같은 작품들을 아이들이 자라면서 가까이하며 책읽기가 익숙하다면,
<앵무새 죽이기>도 차츰 익숙하게 읽을 책이 되리라 느껴요.

권정생 님이 쓴 <초가집이 있던 마을>, <밥데기 죽데기>, <깜둥바가지 아줌마>, <슬픈 나막신>, <사과나무밭 달님>, <점득이네>, <팔푼돌이네 삼형제> 같은 작품들도, 아이들 마음과 생각을 틔우는 아름다운 책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아무튼, 아이 덕분에 아름다운 책을 만나셨군요~

hnine 2013-11-11 05:42   좋아요 0 | URL
원작은1960년대 출판되었으니 꽤 오래되었죠. 영화로 만들어진 것도 1962년이래요. 영화가 15세 이상 관람가 '범죄, 미스테리' 로 분류되어 있네요. 열세살 아이에게 어려웠을 수도 있겠고, 제가 읽어보니 피고의 죄목이 죄목이니만큼 그런것에 대해 잘 이해가 되지 않을 수도 있겠다 싶어요.
저는 제가 먼저 책을 골라주고 읽어봐라 한적이 별로 없고 아이가 읽고 싶은 책 고르면 사주거나 빌려보게 하는 편이었는데, 그게 옳은 방법이었나 요즘 종종 다시 생각해보고 있답니다. 책의 편식도 편식이니까요.

그러고보니 이 책이 우리 나라에서는 1990년대에 처음 번역본이 나왔으니 꽤 늦게 나온 셈이네요.

다락방 2013-11-11 09: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책 출간되고 한창 광고하고 그럴 때는 오히려 외면했었거든요. 베스트셀러를 읽지 않겠다는 뭐 그런 생각 있잖아요. 그러부터 십년이었나 십오년이었나..아주 한참후에, 오래된 후에 읽으면서 놀랐던 기억이 있어요. 그 후에 같은 주제를 다룬 책들을 읽어보면 역시나 <앵무새 죽이기>가 가장 굳건히 버티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더라고요.

아이랑 이야기 나눠 보신다니, 그 이야기가 궁금해져요. 아이는 왜 재미없어 했을까요. 어려웠던 걸까요, 몰입하기 어려울 만큼 '먼' 얘기라고 느껴진걸까요.

hnine 2013-11-11 15:03   좋아요 0 | URL
아이랑 아직 얘기해보진 않았어요. 어렵기도 하고, 이런 주제에 대해 진지하게 몰입하며 읽기에 아직 어린가보다 (!) 생각도 들고요.
우리 나라에서 뒤늦게 출판하고 말씀하신대로 정말 광고 많이 했지요. 저도 그래서 더 외면을 했나봐요. 그런데 역시, 읽어보니 베스트셀러는 이유가 있더군요.
이 작가가 이렇게 성공작을 쓰고 왜 이후론 더 작품을 내지 않았을까, 전 이것도 막 궁금해지네요 ^^

바람돌이 2013-11-11 10: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제 저희집 애가 숙제로 읽어야 되는 책을 읽으면서 엄마 이건 완전히 교과서야 재미없어 죽겠어.... 투덜 투덜
저는 그 옆에서 재미있는 소설 보면서 "야 세상은 가끔 하기싫은 일도 해야 하는거야. 그게 사는거야"라는 도터는 소리나 하고 있었다죠. ^^
그리고 덧붙여 넌 거걸 다봐야 오늘 엑스오가 나오는 런닌맨을 무사히 볼 수 있어라고 협박!!! ^^

hnine 2013-11-11 15:07   좋아요 0 | URL
교과서 느낌이 나거나, 시험에 나와서, 또는 숙제이기 때문에, 이런 것은 벌써 흥미를 떨어뜨리기 충분하지요. 학교 졸업하고 나서 국어책을 읽어보니 정말 새로운 감동으로 읽혀지던데, 정작 그 책으로 배우고 공부할땐 전혀 그렇지 않았거든요. 따님 말에 공감, 그리고 세상은 하기 싫은 일도 해야하는거라는 바람돌이님 말씀도 공감이요. 사실이잖아요 ^^
엑스오가 나오는 런닝맨이라고 하신걸로 보아, 여기서 '엑스오'는 아마 사람 이름인가보죠?

하늘바람 2013-11-11 11: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그래요 저도 안 읽어보았는데 읽어봐겠어요

hnine 2013-11-11 15:07   좋아요 0 | URL
영화도 비교적 원작에 충실했다고 하니 영화로 보셔도 좋고요. 오래된 책이라 도서관에도 다 있답니다.

프레이야 2013-11-11 13: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집에 사두고 안 읽은 책 중의 하나에요. 너무 유명해서 그럴까요?ㅎㅎ 입장 바꿔 생각해보기!

hnine 2013-11-11 15:08   좋아요 0 | URL
ㅋㅋ 프레이야님도 안 읽으셨구나. 정말 저 책 나오고 한동안 너무 유명했었어요, 귀 아프게 광고도 많이 듣고요.
아마 따님들은 다 읽지 않았을까요?

상미 2013-11-11 17: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경은이가 중학교 때 앵무새죽이기가 권장도서 였어.
애만 사주고 난 안 읽었지.
고등학교 때는 < To kill a mockingbird > 중간고사 땜에 사달라고 해서 사줬고.
나 안 닮아서 책 좋아하고 쉽게 잘 읽고....
아들은 나 닮아서 책 싫어하고 ㅎㅎㅎㅎ

hnine 2013-11-11 17:44   좋아요 0 | URL
궁금해서 블로그를 들락달락했더란다^^ 댓글 남기고 왔지.
다린이는 책 역시 '해야하는 것', 혹은 '읽어야 하는 것'은 안중에 없고 '하고 싶은 것', '읽고 싶은 것'에만 집중하려고 해서 말이야. 어른도 그런데 뭘, 하며 나는 못마땅해도 그냥 두고 보는 편인데 다린이 아빠는 좀 세게 나가더군.
내가 읽어보니 중학교 때 권장도서로 넣기에 좀 무리인 것 같기도 하고... 이번 수능 영어 문제 풀어봤는데 난이도를 떠나서 일단 지문 내용들이 참 좋더라. 근데 왜 그렇게 지문이 다 길대? ㅠㅠ

무지개모모 2013-11-12 00: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뜨끔했습니다. 제가 스무살 때 잘 안 읽혀서 포기했거든요;
주인공 아이가 이웃집을 훔쳐보는 앞부분만 기억나네요...
저도 영화부터 볼까봐요^^;

hnine 2013-11-12 05:05   좋아요 0 | URL
주인공 아이가 호기심의 여왕이지요 ^^
그 이웃집에 사는, 밖에 나오지 않는 사람에게 아이들은 궁금증과 두려움을 갖고 있어서 서로 네가 한번 들어가보라고 쿡쿡 찌르곤 하지요.
그 이웃집 사람이 이 소설에서 한 몫 합니다. 영화는 1962년에 나온, 흑백 영화더군요. 그레고리 펙이 나오는.
영화 좋아하시면 한본 보세요. 원작에 충실하게 만들어진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