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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황해도 괜찮아 - 법륜 스님의 청춘 멘토링
법륜 지음, 박승순 그림 / 지식채널 / 2012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책에서 가장 공감한 내용을 내 식으로 바꿔 한 줄로 써보자면 '이 세상에 공짜는 없다'는 것이다.
이 책은 저자의 책 가운데 이전에 읽은 <쟁점을 파하다> 보다 훨씬 공감이 가는 내용이었다. <쟁점을 파하다>는 한국 사회와 정치에 대한 의견 제시를 내용으로 하고 있다면 이 책은 '청춘멘토링'이라는 제목에서 알수 있듯이 개인적인 고민과 그에 대한 저자의 도움말을 내용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개인적인 고민, 즉 특수한 상황이 아니라 누구나 한번쯤 해보았을 일반적인 고민들이기 때문에 청춘을 지났건 지나지 않았건, 종교가 무엇이든, 상관없이 읽을 수 있는 내용들이었다.
읽는 이에 따라 다르게 받아들일 수 있겠는데 나는 대체로 공감하고 동의하며 읽었다. 사람이 무언가 누리고 있다면 그 댓가를 치뤄야 한다는 것, 자기가 좋아하는 것을 누리는 것은 당연하게 생각하고 그대신 감수해야 하는 것은 억울해하며 손해라 생각하면 안된다는 것은 나도 내 모습을 돌아보며, 그리고 주위의 경우를 보며 깨달아 가고 있는 것 중 하나이다.
결혼하고 싶은 상대를 부모가 반대하여 괴로와 하는 사람에게, 내가 꼭 결혼하고 싶은 사람이고 그 의지가 굳건하다면 부모가 반대하더라도 내가 원하는 사람과 결혼할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괴로와 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자신의 마음을 한번 잘 들여다보면, 내가 좋아하는 사람과 결혼도 하고 싶고, 지금까지 받아온 부모로부터의 혜택, 지지, 지원도 계속 받고 싶은 마음이 남아있기 때문 아니냐고. 결혼은 내가 하는 것이니, 이후로 부모로부터의 어떤 지원 없이도 둘이 힘을 합쳐 살아나가겠다는 굳건한 의지와 소신이 있다면 부모와 당장은 끈을 놓더라도 당당하게 결혼할 수 있어야 한다고. 하나를 얻으면 하나는 놓을 수 있어야 한다. 공짜는 없다.
몇년을 매달려서 했는데도 떨어지기만 하는 시험, 계속 해야하는거냐고 고민하는 사람에게, 언젠가 된다는 각오로 열심히 계속 하라는 식의 답은 저자의 방식이 아니었다. 한번 도전할때 온힘을 기울이고, 결과가 기대한 것에 미치지 못한다면 두번까지는 도전해보되 그 이상의 무모한 도전은 낭비라는 것이 저자의 의견이었다. 안되면 될때까지 하겠다는 생각이 오히려 무한정 세월을 잡아먹게 하는 경우가 있다. 차라리 이번에 해보고 안되면 접는다는 각오가 더 그 일에 집중하게 할때가 있으니까. 마감이 있어야 일에 더 집중하게 되듯이.
몰입해서 하고, 그만두어야 할 때가 되면 그동안의 경험만으로도 많이 누렸다 생각하고 가볍고 기쁘게 '탁' 놓아버리라는 이 방법은 시험에만 해당하지 않는다. 연애, 결혼등 인간관계에도 마찬가지여서 가령 3년을 사귀다 헤어졌다면, 헤어졌다는 결과만 보고 실패했다 생각하여 이후의 인생까지 패배감으로 몰고가지 말고, 내 좋은 사람과 3년이라는 시간을 함께 했으니 그것으로 좋은 경험이었다 생각하고 접을 줄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것은 실패도 성공도 아니라고.
사랑, 헤어짐, 만남, 내가 겪는 이런 일들을 '내가' 주도를 해야지 이것들이 나를 주도하게 하지 말아야 한다.
자기 중심적으로 산다는 것은 이기적으로 살라는 것과 다르다. 내 만족을 위해 상대방이 바뀌길 바라고, 그렇게 되지 않는다고 고민하고 상담하러 올 것이 아니가, 내가 그 관계를 계속 유지하고 싶으면 '내가' 바뀌려는 노력을 하던가, 그게 정 안될 것 같으면 그 관계를 정리하는 편이 낫지, 그 사람도 계속 내 옆에 두고 싶으면서 나는 그대로인채 그 사람을 내 맘에 맞게 고치려드는 것은 '욕심'이고, 결혼할 때도 지금 눈에 보이는 그 사람의 결점이 결혼하고 달라지겠지, 또는 결혼하고 차차 고쳐놓아야지 생각하면 그 결혼 생활은 순탄할 수 없다.
살면서 느끼는 외로움은 인간 본연의 외로움이기 때문에 누구를 만남으로써 해결되지 않는다는 것도 동의한다. 옆에 누가 있든 없든 행복할 수 있어야 한다. 누가 옆에 없어서 외로운게 아니다.
자기 성격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여 고치고 싶은데 잘 안된다고 고민을 털어놓는 남자에 대한 저자의 대답은?
"그냥 생긴대로 사세요."
다른 사람에게 해를 끼치지 않는 범위에서라면 이 세상에 좋은 성격, 나쁜 성격이 어디 있겠는가. 나만 해도 내성적이고 소심하고, 때로 집착이 강한 (이건 이제 안그렇지만) 내 성격을 고치지 않으면 앞으로 살면서 더욱 문제가 커질거라는 생각에, 알게 모르게 얼마나 노력했었던가. 30대 중반 쯤 이르러 나의 결론이 그것이었다, "억지로 바꾸려 들지 말고 타고난대로 받아들이고 살자". 성격을 바꾸어 얼마나 더 나은 사람이 될지 모르겠지만 그렇게 바꾸려 애쓰는 동안 나는 결코 즐거울 수 없었다.
욕심에서 비롯된 걱정을 내려놓고, 과거에 얽매여 상처만 들여다 보며 살지 말고, 대신 하나의 경험, 배움있었다 받아들이고 그 경험을 통해 나에 대해 더 알게 된 계기로 삼는다.
될까? 해볼만 하다.
저자의 말처럼 때에 따라서 찐득찐득하기 보다는 쌀과자처럼 바삭하고 가볍게 털고 일어날 줄 알아야 한다니까.
계속 읽으면 다 읽는데 하루도 채 안걸린다. 하루 정도 투자해서 읽어볼만한 책이다. 나처럼 청춘이 지난 사람도 물론.
내친 김에 저자의 <인생 수업>도 주문해놓고 기다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