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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수업 - 잘 물든 단풍은 봄꽃보다 아름답다
법륜 지음, 유근택 그림 / 휴(休) / 2013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지금의 자신에게 만족하고 행복한 사람은 굳이 안읽어도 된다. 그렇지 않은 사람이라면 적어도 이 책에서 배워가는게 있을 것이다. 100%는 아니라 할지라도.
제일 좋은 것은 자기가 살아온 경험속에서 스스로 배우는 것인데 막상 우리는 경험을 되새겨 이렇게 배움의 기회로 삼기보다는 앞으로 한발짝 더 빨리 내딛는데 신경을 모으느라 중요하고 지나간 일을 되돌이키는건 후회할때 뿐이다. 그러니 가끔 이런 책을 읽으며 각성의 기회로 삼는건 나쁘지 않다고 본다.
앞서 읽은 <방황해도 괜찮아>보다 확실히 나이가 더 있는 사람들이 공감할 내용들이 많았다.
원하는 것이 이루어지지 않는다고 불행한 일도 아닙니다. 다만 열심히 할 뿐 결과에 연연하지 않으면 그 과정에서 이미 행복합니다. 그런데 자기중심 없이 남의 시선을 의식하고 남의 평가에 매달려 성공이라는 거품을 부풀리면, 그 거품이 꺼질 때 허무해집니다. (23쪽)
겉으로 내색은 잘 안해도 다른 사람들이 나에 대해 하는 사소한 말 한마디에도 무척 마음을 쓰는 편이었다. 그런데 나이가 주는 선물인가, 아니면 저자의 말처럼 경험에서 배운 것인가. 언제부터인지 생각하기를, 다른 사람들의 말 한마디가 나를 평가하는 잣대가 될수 없다는 것, 그건 그대로 그 사람들의 의견일뿐이지 진짜 나 라는 사람을 규정지을 수 없으니 마음 쓸 것 없다는 것이다. 그러고부터 마음이 많이 편안해졌다.
어릴 때는 앞으로 할 일들을 꿈꾸고 생각하는 시간이 많았는데 나이가 들어가니 자연스럽게 그런 시간보다는 지난 일을 떠올리고 추억하는 시간이 늘어가는 것을 발견한다. 그것이 현재의 삶에 보탬이 되는 생각이면 좋겠지만 대부분 '그땐 내가 왜 그랬을까', '그러지 말았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등, 아무 소용없는 생각들을 할 때가 대부분이다. 저자가 자주 하는 말 중 하나가 지난 일에 대해 곱씹고 후회하지 말고, 일어난 일은 언제나 잘된 일이라 생각하라고. 좋은 일, 나쁜 일이란 없는 것이고 그것은 사는 동안 '경험한 일'이며 그것으로 충분히 가치가 있다는 것이다.
'사흘 슬퍼했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집착에 대한 경고이다. 집착이 우리를 얼마나 힘들게 하는가. 이루지 못한 일에 대한 집착, 사람에 대한 집착. 미움에 대한 집착, 애정에 대한 집착.
낚시하러 가서 큰 물고기가 걸렸는데 힘이 부족해서 도저히 끌어올릴 수가 없어 물고기에 끌려들어가 물에 빠져 죽을 정도가 되면 낚싯대를 놓아야 하는데 물고기가 아까워 끝까지 안 놓는 것이 집착입니다. 그러고는 끌려가면서 살려달라고 아우성을 칩니다. 빨리 놓으라고 하면 '죽어도 못 놓겠다. 이런 기회가 어디 있느냐'고 합니다. 집착에 이끌려 고통에 빠지는 겁니다. (164쪽)
모든 집착에는 욕심이 자리잡고 있다. 떠나보내는 과정을 잘 해야 나도 행복하고 떠나는 사람도 편히 간다. 자식에 대한 부모의 끊임없는 관심도 일종의 집착이라고 했다. 스무살이 되면 독립을 시켜야 하고 하물며 자기 가정을 꾸린 자식에 대해 계속 뭔가 더 해주려고 하고 달라는 대로 주려고 하는 것은 부모도 자식도 모두 망치는 길이라고.
그럼 외면이란?
내 뜻대로 하고 싶은데 내 뜻대로 안 되면 집어치워버리는게 바로 외면입니다. 고기가 안 잡히니까 낚싯대를 집어던져 버리는 것과 같아요. 이것은 낚싯대를 놓는 것과는 다릅니다. 내 뜻대로 안 되니까 던져버렸다가 며칠 후에 다시 낚싯대를 잡습니다.(164쪽)
많은 부모가 자식에 대해 집착과 외면을 되풀이 한다고 한다. 자식에 대해 잔소리하는 것은 집착이고, 그러다가 자식이 안따라주면 '집어치워라, 네 인생이지 내 인생이냐?' 하는 것이 외면이라고. 나도 받아봤으면서 내 자식에게도 지금 하고 있는 것 같아 정신이 든다.
더 사랑해서 외로운 것이 아니라 더 기대해서 외로운 것, 결혼으로 외로움을 해소할 기대를 하지 말아야 한다는 말에도 공감. 다른 사람에 의해 외롭고, 그 외로움이 다른 사람에 의해 해소된다면 그것은 그 사람에 의해 내가 행복할 수도, 불행할 수도 있다는 말이다. 나의 행복은 내 손에 있는 것인데.
연세드신 분들에게 다시 몇 살로 돌아가고 싶냐는 질문에 1위는 10대, 20대, 30대도 아닌 50대였다고 한다. 제일 안정되면서 아직 몸도 움직일만한 나이대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니 50대에 들어갈 때 웃으며 당당히 들어갈 것.
수양에서 가장 방해가 되는 것은 '조급함'. 뭐든 빨리 결과를 보려 하고 바로 단정내리는 것. 노력 안하고 공짜로 얻으려 하는 것. 남에게 큰 아픔을 줘놓고 미안하다라는 사과 한 마디에 다 해결되기를 기대하는 것.
삶과 죽음에 대한 큰 주제부터 손녀를 봐주는 할머니의 고충 같은 자잘한 일들까지, 뜬금없는 조언보다는 오히려 '돌직구'에 가까운 답변을 내놓는다. 그렇게 꼭 하라는것 보다는 저자의 생각이 그러하니 받아들이는 것은 어디까지나 듣고 읽는 사람의 몫이라는 말도 함께 한다. 책의 마지막도 그렇게 맺고 있지 않는가? 행복도 불행도 내가 만드는 것이라고. 행복은 준비하는 것이 아니라 (미래에 있는 것이 아니라) 지금 당장 행복해야 하는거라고.
지금의 나를 있는 그대로 사랑하고 스스로 만족하는 삶.
가끔 아침에 눈을 떠서 아무데도 아프지 않고 오늘 하루 내 손으로 일을 하고 내 발로 돌아다닐 수 있고 맘 먹은 일을 할 수 있다는 것에 안심하면서 누구에겐지 몰라도 그냥 감사하고 싶은 마음이 들때가 있다. 물론 그렇지 않고 그 반대인 날도 많지만, 언제 특히 그런 생각이 드는지는 나도 모르겠다.
요며칠, 하고 있는 일에 대한 나의 능력을 의심하며 '난 그래도 하느라고 했는데 (사실 이렇게 억울함을 깔고 하는 생각들이 문제이다)', '보수는 적으면서 너무 전문적인데까지 요구하는거 아닌가. 이러면 내가 다 다시 공부하고 말지' 이런 생각들로 마음이 좀 무거워있었는데 이럴 때 이 책을 읽게 되어 다행이다. 그래서 더 마음에 쏙쏙 들어왔는지도 모른다.
자기 삶에 스스로 만족하고 행복하다고 느끼는 사람, 충분히 마음의 수양이 되어 있는 사람은 굳이 이 책을 읽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나처럼 이런 책으로 정신 차리고 마음 추스리는 사람도 있는 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