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어렸을때 아이책은 일부만 구입하고 대부분은 도서관에 가서 읽거나 대여해서 읽거나 물려받아 읽혔다. 특별한 소신이 있어서는 아니었고 순전히 경제적인 이유에서였다.

그 아이는 이제 스무살 청년이 되어 더이상 그림책이나 어린이책을 읽지 않는데, 요즘 나는 종종 그림책이나 어린이책을 구입하고 싶어진다. 내가 보기 위해서, 나를 위해서이다.

최근 구입해서 본 네권의 어린이책이다.

 

 

<햇빛초 대나무 숲에 새글이 올라왔습니다> 황지영 글, 백두리 그림

 

어린이 책 치고 제목이 길다. 2020년 8월에 나왔으니 따끈따끈한 책.

초등학교 6학년생을 주인공으로 하여 어린이책 치고 160여쪽 꽤 긴 이야기를 끌어나간 작가의 능력은 인정하겠으나, 왜 대부분 우리나라 어린이창작물은 이야기가 억지로, 겨우 이어나간다는 느낌이 들게 하는 것일까. 이야기 진행이 자연스러우려면 우연보다는 인과에 의한 진행이어야 하고, 서사가 확실해야 할 것 같다. 어른 작가의 창의력이 거기까지 못미치는데서 비롯된 결과인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이 책 정도면 어린이 눈높이에 맞춰, 트렌드에 맞게 썼다는데는 동의한다.

 

 

 

 

 

 

 

 

 

 

 

 

 

 

 

 

 

 

<우리 집에 왜 왔니?> 황지영 글, 이명애 그림

 

같은 작가의 책을 한권 더 보기로 했다. 이 책은 2020년 5월에 나왔으니 아마도 최근 작품 활동을 활발히 하는 작가인것 같다.

겉으로 보이는 것과 달리 상처와 아픔을 가진 아이가 나오는 책은 많다. 여기서도 예빈이란 아이는 뭐 하나 못하는 것 없어 주위의 부러움을 사는 아이이다. 전학 온 학교에서 유나와 친해지면서 예빈이는 유나 집에 놀러가는 일이 잦아지는데 유나네 집에 와서 자기 집에 돌아가려고 하질 않는다. 유나 가족은 예의 바르고 공부도 잘하는 예빈이가 유나와 친하게 지내는 것을 환영하다못해 유나 보다 예빈이를 더 인정해주는 것 같아 유나는 속상하다. 여기에 양념처럼 유나 할머니의 복수여행 이야기가 들어가서 읽는 재미를 더해준다. 나중에 예빈이의 갈등 해소와 할머니의 복수 여행의 결말이 서로 통하는 면이 있어 좋았다고 할 수도 있겠고 어떻게 보면 공식처럼 글을 끌고 나간 것 같은 느낌이 들어 아쉽기도 했다.

 

 

 

 

 

 

 

 

 

 

 

 

 

 

<큰일 한 생쥐> 정범종 글, 애슝 그림

 

저학년용 동화이다.

고양이 앞에 당당한 쥐의 모습이 표지에 보인다. 그것부터가 큰일이다. 여기서 큰일이란 힘들고 어려운 일이기도 하고 좋은 의미의 큰일, 즉 대단한 일이라는 뜻이기도 하다. 세상의 모든 작고 어린 존재를 응원하는 이야기라는 설명이 붙어있는 것을 보고 '큰일'의 의미를 다시 생각해보게 되었다. 큰일, 즉 대단한 일이란 무엇일까. 나보다 더 크고 힘센 동물 앞에서 겁먹지 않는 것이 큰일일까? 생쥐의 언니와 오빠에게는 아직 어린 동생 생쥐를 돌보는게 큰일, 즉 힘드는 일이었다. 나중에 생쥐의 엄마 아빠는 생쥐에게 말한다. 엄마 아빠도 어린 동생들을 보살피느라 힘들었던 적 있다면서 이 세상에 큰일을 하지 않은 생쥐는 없다고.

고양이와 생쥐의 관계가 겨우 말 몇마디로 친구 사이로 급변하는 설정이 이 어른의 눈에는 아무래도 아닌 것 같으니 어쩌나. 꼬마 생쥐가 하는 일들이 책의 설명대로 과연 용기와 지혜에서 비롯한 일들인지도 뚜렷하지 않은 것 같고.

 

 

 

 

 

 

 

 

 

 

 

<나와라 파랑!> 나은경 글, 그림

 

글, 그림 모두 독특한 그림책이다.

여기선 '파랑'이 명사이자 동사, 그리고 형용사이기도 하다. 그리고 아이와 상대해주는 하나의 개체이기도 해서 파랑의 모습을 상상할 수 있게 그려놓았다. 과연 파랑은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까. 파랑이라고 소리내면서 느껴지는 경쾌함과 시원함.

이 책에 먹색 외에 등장색은 오로지 파랑이다. 그런데 수채화일까, 판화일까. 아니면 번지기 기법? 흐르기 기법? 그림의 방식이 독특하다. 파랑을 묘사하기 위해 그림 방식마저 여러가지를 이용한 듯 하다. 어른까지도 오랜만에 상상력을 펼치게 하는 글과 그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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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크pek0501 2020-09-01 18:5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그림이 있는 책이라 재밌을 것 같네요.
새로운 재미에 빠지신 걸 축하드립니다.

동화책도 어른이 흥미롭게 읽을 수 있어야 하고
어른 책도 어린이가 읽을 수 있도록 쉽게 써야 한다고 말한 사람은 미셸 투르니에였어요.
정채봉 작가의 책에서 읽었어요.

저도 동화를 읽어서 상상력을 키워야겠어요. ㅋ

hnine 2020-09-02 08:14   좋아요 1 | URL
동화책은 어린이가 등장하는 책이지 어린이만을 위한 책은 아니라고들 하잖아요? 말씀하신 정채봉 작가님은 특히 어른에게도 친한 동화책을 많이 쓰셨지요.
좋은 그림책들이 참 많아요. 좋은 그림책에는 어른책과 다른 방식으로 촌철살인의 메시지가 담겨 있기도 하고, 어른책에서 보여주지 못하는 상상력이 담겨있기도 하고요. 매력적인 분야이지요.
 
공간을 말하다 - 있는 그대로의 자유로움, 생긴 그대로의 자연스러움
이상호 지음 / 북바이북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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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는 동안에도 몰랐는데 다 읽고 리뷰를 쓰기전 표지를 다시 보니 제목 사이로 "있는 그대로의 자유로움, 생긴 그대로의 자연스러움" 이라는 작은 글씨 한줄이 눈에 들어왔다.

인간은 수정란이라는 하나의 세포로서 시작되는 순간부터 이미 공간을 차지하고 공간을 필요로 하며 생을 지속 시킨다. 있는 그대로의 자유스러움 생긴 그대로 자연스러움이 결국 인간 삶의 본성이라면 왜 인간은 공간을 그렇게 두지 않고 새로이 만들어내고 꾸며내며 살아온 것일까. 심지어는 가상의 공간까지 만들어가며 말이다.

도시공학자인 저자는 이러한 공간을 하나의 관점이 아닌 여러 시각, 즉 열두 가지 학문적 시각에서 바라보며 말하고 있다.

 

1장. 공간 역사학: 공간은 역사를 기록한다.

인간은 수명을 다하면 사라지지만 거주하던 공간은 인간보다 오래 남는다. 그렇게 공간은 역사를 기록하고, 이것은 입지, 시설, 배치, 모양이라는 원칙을 통해 나타난다.

 

2장. 공간 철학: 생각이 다르면 공간도 다르다.

건물과 터전을 보면 그것을 만들고 사용하던 사람들의 생각을 읽을 수 있게 마련이다. 책에서 예시한 에벤에저 하워드의 전원도시라는 소도시론과 르 코르뷔지에의 빛나는 도시라는 대도시론은 모두 가난한 노동자의 피폐해진 도시거주 공간을 바꾸려는 시도였다. 두 개의 다른 시도중에서 결국 선택된 것은 무엇일까. 두 가지 주장이 있다는 것은 상반된 것 처럼 보이나 결국 두 의견 모두 그만한 니즈가 있었다는 의미도 된다.

 

3장. 공간 경제학: 공간이 돈을 만든다. 똑똑한 부동산 투자

부동산에 대한 내용이 포함되리라는건 예상을 못했다. 하지만 분명 공간은 돈으로 연결된다.

 

4장. 공간 심리학: 사람의 심리와 공간

살고 싶은 집은 곧 살고 싶은 삶이기도 하다. 어떤 공간에서 살고 싶으냐는 물음은 어떤 삶을 살고 싶은가라고 묻는 것이다. 압축 성장 과정을 거쳐온 한국 사회에서는 남들처럼 하고, 남들만큼 하고 사는게 중요한 기준이 되었다. 남의 눈이 중요한 것이다. 김중업 건축가의 말을 인용하였다. "집이란 어드메 한 구석 기둥을 부여잡고 울 수 있는 공간이 있어야 한다. 그래야 좋은 집이고 집다운 집이다."

저자는 파워포인트에다 틈틈이 앞으로 살고 싶은 집을 설계해본다고 한다. 이미 설계되어 나와서 고르기만 하면 되는 아파트가 아니라 내가 살고 싶은 집을 내 손으로 계획해보는 것이다. 당장은 형편이 안되어도 상상의 날개를 펼치며 할 수 있는 것 부터 하는거라고.

 

5장. 공간 경영학: 여러분이 시장이 된다면 도시를 어떻게 경영하고 싶으신가요?

서울, 파리, 제주, 벤겐 (스위스), 시드니 등 도시의 모습은 같지 않다. 자연과 달리 도시는 인간이 계획하고 꾸며가는 곳, 경영이 이루어지는 곳이다. 좋은 도시 경영이란 어떤 것인지 몇몇 도시를 예로 들어 설명한다. 파리 시민은 느릿느릿 진화하는 도시를 선택했고 바르셀로나라는 도시는 가우디가 얼굴이 되다시피 했다. 근래는 개발이나 관광으로 유명해지기 위해서보다도 거기 사는 시민이 행복한 도시를 만들자는 운동이 일어나고 있는데 우리나라의 대구 삼덕동, 서울의 성미산등도 그 예이다.

 

6장. 공간 인문학: 잘 사는 사람의 공간

르 코르뷔지에와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는 건축 전공하지 않은 사람에게도 그 이름이 익숙할 정도로 유명한 현대 건축의 거장이다. 여기서는 르 코르뷔지에가 어머니를 그리며 지은 '작은 집',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의 '낙수장', 르 코르뷔지에가 말년을 보낸 바닷가 '오두막집'을 소개한다.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의 낙수장을 통해서는 자연과 건축이 서로 유기적으로 연결되는 것을 추구한 그의 유기적 건축 (organic architecture) 에 대해서도 알아본다.

 

7장. 공간 정치학: 공간을 둘러싼 권력투쟁

고려시대 묘청의 난과 노무현 전 대통령의 행복도시는 무엇을 주장하여 어떻게 추진되었고 어떻게 막을 내렸는가.

 

8장. 공간 문화학: 지속 가능한 전통 공간의 아름다움

동남아시아의 필로티, 몽골의 게르, 미국 산타페의 어도비, 일본 시라카와고의 갓쇼즈쿠리, 알프스의 파크베어하우스와 함께 우리의 한옥, 서원, 가람을 소개하였다.

 

9장. 공간 사회학: 우리가 사는 공간

슬럼을 대표적인 예로 하여 공간의 사회학적 의미를 살펴보았다. 자본축적과정에서 탄생한 '슬럼'은 도시가 가난해서가 아니라 도시가 부유해서 생겨났다는 아이러니를 담고 있다.

 

10장. 공간 공학: 과학기술이 꿈과 현실의 간극을 좁힌다

또 르 코르뷔지에다. 그의 '빌라 사보아'와 '유니테 다비타시옹'은 현대식 건물 시스템의 출발점이 된 혁신 상품이다. 지금의 아파트의 기원이 되기도 한 이 건축 형태를 통해 사람들은 원하는 공간을 보다 많이, 더 아름답게 만들 수 있게 되었다.

여기에서 나아가 미래가 지향하는 공간 이용 방법인 '공간 유동화 기술'에 대해 소개한다. 공간 유동화가 본격화되면 공간의 용도가 시시각각 변화하고 공간의 생산자가 곧 소비자가 되는데 이러기 위해선 공간 변환을 위한 기술의 뒷받침은 필수적이다. 공간도 진화한다. 과학기술의 발달과 융합이 이것을 가능하게 한다.

 

11장. 공간 디자인학: 같은 터, 다른 느낌. 디자인 코드

같은 공간에서 다른 느낌이 드는 것은 공간 디자인 코드 때문이다. 그것은 마치 같은 옷을 누가 입느냐에 따라 느낌이 다르게 연출되는 드레스 코드 같은 것이다. 르 코르뷔지에가 설계한 롱샹 성당, 용산 역세권 개발 프로젝트에 참가한 다섯 개 설계사의 완전 다른 느낌의 설계안, 훈데르트바서의 공간 디자인 코드를 예로 들어 설명한다.

 

12장. 공간 미래학: 미래의 도시는 어떻게 달라질 것인가

'스마트시티'가 미래도시의 모델로 이야기된다. 스마트시티는 도시공학자인 저자의 전문 분야이기도 하다. 시멘트에 철근을 비벼서 만들던 건물에 정보통신망을 깔고 지식과 콘텐츠를 넣어서 건설하는 것이다. 여기엔 STIM아키텍쳐가 필요하다. STIM이란 서비스 (S), 정보통신기술 (T), 인프라 (I), 운영 관리 시스템 (T)을 말하는데, 미래도시는 STIM에 따라 버추얼 시티, 인포메이션 시티, 와이어드 시티, 지식기반 도시 등 그 이름이 바뀌었다. 2003년 한국에선 '유비쿼터스 시티'라고 불리는 스마트시티 모델이 제안되었다. 스마트워크 시스템을 통해 재택근무가 이루어지고 통근 통행에 소요되는 시간이 줄어드는 저비용의 도시를 경험하게 된다. 태양광을 통하여 집이 에너지를 생산하고 거래하는 친환경의 도시가 만들어지며 자동차를 함께 이용, 주차장도 함께 사용하는 고효율의 공유도시가 된다. 직접민주주의의 도시이다.

 

'공간'이라고 하면 아무것도 없는 백지, 즉 빈 공간이 떠오를수도 있다. 하지만 비어있던 공간은 인간의 필요와 목적에 따라 여러 가지 형태로 바뀐다. 저자는 열두 가지 학문적 시각에서 이 공간을 다루어보려고 했고 어떤 사람에겐 이 한 분야가 평생 연구 분야가 되기도 할 것이다. 내용은 전혀 딱딱하지 않고 이해하기 어렵지 않다. 무엇보다도 공간을 바라보는 저자의 시각이 따뜻하고, 자연스러움과 자유스러움에 대한 인간의 회귀본능 같은 것을 염두에 두고 있기 때문일지 모른다.

삽입된 모든 건축물, 도시 풍경, 거리, 도시나 건축물 설계도 등이 사진이 아니라 손그림이라는 것도 이 책을 다른 책과 달리 보이게 하는 이유로 생각된다. 글 만큼 정성과 공이 많이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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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매 맺는 계절이 되었습니다

 

이 와중에도,

어김없이.

 

 

 

 

 

 

 

 

 

그런데 이 아이는 너무 일찍 나무에서 떨어진듯합니다

더 익었어야 하는데

 

 

 

 

 

 

 

 

 

 

 

열매들이 아직은 초록색

저거 먹었다가는 다람쥐들 배탈날까요?

 

 

 

 

 

어제 산책길, 하트를 찾았습니다 (아래 사진)

'엄마 마음이야'

아들에게 사진 전송

 

 

 

 

 

 

정말 오랜만에 만화를 보고 있습니다

 

 

 

 

 

 

 

 

 

 

 

 

 

 

 

 

 

 

 

 

 

 

 

어떻게 보면 같은 말

"마음은 편하지만 외로워"

"외롭지만 마음은 편해"

하지만 후자처럼 말하는 사람이면 좋겠습니다

 

외롭지 않고 마음도 편하고

그렇다면 좋겠지만

그건 두개 다 가지고 싶어하는

욕심이라는걸 아는 나이

 

 

 

 

 

 

80세 나도 이런 모습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 사진을 찍어놓았습니다

저 사진처럼 원고지를 메우고 있지 않아도 좋은데

저렇게 웃음이 기본적으로 얼굴 표정에 깔려있는

웃는 할머니이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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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크pek0501 2020-08-25 17: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음은 편하지만 외로워, 는 부정적인 시각 같고
외롭지만 마음은 편해, 는 긍정적인 시각 같아요. 같은 말이지만.

나인 님은 바라시는 대로 그런 할머니가 될 것 같아용~~

hnine 2020-08-26 04:30   좋아요 1 | URL
마음 편함은 공짜로 얻어지는 것이 아니라 외로움이라는 댓가를 치룰때 비로소 얻게 되는 경우가 많더라고요.
80세까지 사는 게 문제가 아니라 저 만화 속 노인처럼 건강하게 80세를 맞을 수 있으면 좋겠어요. 몸도 마음도 건강하게요. 제가 노력해야지요. 오랜만에 만화를 보는데 2권까지 무사히 잘 보고 있어요 (제가 만화랑 잘 못친하거든요 ^^).

moonnight 2020-08-25 19:3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어머낫 저도 읽고싶어요. 저렇게 예쁜 할머니가 되었으면♡

hnine 2020-08-26 04:32   좋아요 0 | URL
만화라서 비현실적인 얘기도 나오지만 (80세에 새로이 연애를 하게 된다든가 하는) 그게 또 만화의 재미라는걸 깨달으며 보고 있어요. 너무 후딱 후딱 넘어간다는게 흠이예요. 어떻게 구입하고 반나절도 안걸려 다 읽느냐는 말이지요 ㅠㅠ
 
피은경의 톡톡 칼럼 - 블로거 페크의 생활칼럼집
피은경 지음 / 해드림출판사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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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을 한마디로 말하면 '짧은 평'이라고 할 수 있을지. 수필과 다른 점은 어떤 사안에 대한 의견, 평, 대안 제시가 포함된다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선 적절한 논리와 근거가 뒷받침되어야 할 것이다. 다소 글이 딱딱해질 가능성이 있어보인다.

이 책 제목의 톡톡칼럼을 비롯하여 생활칼럼집이라는 부제까지, 칼럼집이라는 것을 명시하는데는 일반 수필집과 차별화하려는 의도가 보여 그점에 특별히 관심을 가지고 읽기 시작했다.

글은 그렇게 딱딱하지도, 지루하지도 않았다. 정치나 경제보다는 생활 관련 글을 선호하여 연애, 결혼, 인간관계, 인간 심리, 삶, 문화 등에 관한 글을 쓰고자 한다는 저자의 소개글대로이다. 생활 속 이야기, 일상의 경험에서 출발하는 글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저자는 '생활칼럼'이라고 세분했다. 저자만의 특수한 일상이나 경험이라기 보다 누구라도 겪을 수 있는 소재를 채택했어도 거기에 저자의 독특한 시선과 생각이 담긴다면 더욱 좋을 것이다. 이 책에서 이런 역할로서 한몫 단단히 하는 것이 저자의 그간의 독서 경력이다. 재미작가 이 창래가 어느 인터뷰에서 "누구나 그럴 것이다. 많이 읽다보면 쓰고 싶어진다." 라고 한것을 본 적 있다. 쓰기와 읽기는 꼭 별개의 분야가 아닐 수 있다는 것이다. 저자의 경우는 어느 것이 먼저였을지 모르겠다. 책 읽기를 좋아하고 많이 읽다보니 자신의 글을 쓰고 싶어졌을까, 글 쓰기에 관심이 있다보니 더 많이, 열심히 읽게 되었을까.

본인의 일상속 경험에서 시작, 관련된 독서 기록중 적절한 대목 인용, 끝으로 글의 결론으로 맺는 구성을 대부분 채택하고 있다. 글이 일목요연하게 정리되는 효과를 위한 듯, 첫째, 둘째, 세째 등 번호 매겨 기술하는 방식을 택한 곳이 많은 것도 특색이라면 특색이었다.

어렵지 않은 주제들을 부담없이 읽으며 공감하는 곳이 나오면 공감이 되어 기쁘고, 다소 나와 다른 의견을 발견하면 그런 발견 자체로 새로운 마음이 들어 좋다. 단순히 느낌의 기술이 아니고 저자의 깨우침, 너무 강하지 않은 평, 주장이 들어가 있다는 것은 글에 진지함을 더해주고, 과한 미사여구를 줄일 수 있고, 주제에서 벗어나지 않게 해주어 좋았다.

저자의 의도를 제대로 읽은 것일까 했는데 마침 저자 서문을 보니 아주 빗나가진 않은 듯 하다.

나의 동족인 블로거들이 이 책을 읽고 수필과 다른 칼럼의 맛을 좋아하게 되길 바란다.

블로거들뿐 아니라 누구나 세상을 향해 의견을 내거나 주장하고 싶은 게 있을 터이다. 그것을 칼럼이란 형식에 담아 보라고 모두에게 권하고 싶다. 그러면 더 나은 세상을 꿈꾸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저자 서문 중)

세상을 향한 의견이나 주장. 수필과 칼럼의 다른 점이기도 하다.

더 많은 독서와 쓰기를 통해, 칼럼을 향한 저자의 눈, 저자만의 눈이 더 빛나게 될 것이라고 믿는다.

이 책에 가장 많이 등장한 단어 중 하나가 '배려'가 아닐까 싶다. 일부러 의도하지 않아도 글 쓰는 이의 성격과 가치관은 이렇게 드러나는구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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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크pek0501 2020-08-24 11: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느 날, 글을 써야 겠다, 로 다짐하고 제일 먼저 한 것이 책을 사 보는 일이었어요. 독서에만 집중하고 살면서
소설, 수필, 시 등의 문학 강의를 들었어요. 몇 백 권을 읽고 나서... 수필을 쓰다가 방향을 튼 게 칼럼이에요.
수필은 삶에 대한 관조, 여운, 문학성. 이런 게 필요하다면 칼럼엔 의견이나 주장을 제시하고 그것이 맞다고 독자들이
여길 만한 설득력이 필요해요. 어떤 면에서 논술과 비슷해요.
장강명 작가는 칼럼 잘 쓰는 법, 이란 글에서 이렇게 썼더군요. ˝A쪽이든 B쪽이든 치우쳐 써라. 양다리 걸치지 말고.˝
주장을 분명히 하란 뜻 같아요.

에이치나인 님은 리뷰의 고수 같아요. 어떻게 금방 저자와 책을 꿰뚫는 리뷰를 쓸 수 있는 건지 우러러보게 됩니다.

이 글을 알라딘의 ‘이달의 당선작‘으로 강추합니다. 리뷰 써 주셔서 진심 감사합니다. 좋은 하루 보내세요...꾸우벅^^

hnine 2020-08-24 21:57   좋아요 0 | URL
읽으면서 메모해놓은 것은 더 많은데, 객관적으로 쓰겠다고 간추려서 리뷰 올렸습니다.
지금까지 칼럼이라는 것은 저와 무관한 것으로 생각했었는데 pek님 책 읽으며 새로운 시각이 생겼어요. 칼럼쓰기를 염두에 두고 일상을 보기 시작하면 그 전과 다르게 보일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고요.
글을 쓴다는 것이 누구말처럼 글감옥이 되지 않고 감옥의 창 같은 것이 될 수 있어야 한다고, 결국은 핑계만 대며 글 쓰는 일에서 고개 돌리고 살고 있는 게으름을 반성했습니다.
좋은 책 내주시고 새로운 반성을 하게 해주셔서 독자로서 감사드립니다.
수고 많으셨어요.

바람돌이 2020-08-24 18: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글에는 진짜 그 사람의 성격이나 사람됨이 드러날 수 밖에 없는거 같아요. 그거 꾸밀려고해도 잘 안돼요. ㅎㅎ

hnine 2020-08-24 22:00   좋아요 0 | URL
그 사람의 성격이나 사람됨이 드러나는 글이 솔직하고 제대로 쓴 글이기도 하겠지요.
갑자기 부끄러워지네요.
제가 알라딘에 서재만든지 벌써 몇년째인데, 제 좁고 얄팍한 심성이 여기 저기서 다 드러나있을거 아녜요 ㅠㅠ
잘난체도 꽤 했고, 착한 척도 했을테고, 1시간 후 변할거면서 깨달은체도 했을테고...아이구 부끄럽습니다.
 
옥상에서 만나요
정세랑 지음 / 창비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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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랑 알아가기, 아니 정세랑 소설 알아가기로 두번째 고른 책은 2018년 창비에서 나온 단편소설묶음집 <옥상에서 만나요>이다. 만화 같은 표지 그림의 초록색 옥상은 한때 내가 다니던 동네 도서관 옥상을 연상시켰다. 도서관이라는 특성때문인지, 모여있기 좋아하는 우리 나라 사람들 특성과 달리 혼자 올라와 있는 사람들이 많았다. 담배를 피는 사람, 커피를 마시는 사람, 그냥 먼산을 보고 있는 사람. 나 역시 자판기 커피 들고 잠시 먼산을 바라보다 내려오곤 했었다.

 

이 책에는 <옥상에서 만나요>를 포함, 모두 아홉 편의 단편소설이 들어 있다.

<웨딩드레스 44> 

제목의 44라는 숫자가 얼른 여자들의 옷 사이즈부터 연상시키는데 여기서는1번부터 44번까지 번호매겨놓은, 웨딩드레스 한벌을 거쳐나간 사람들에 대한 44개의 짧은 이야기를 나타내기도 한다. 이 단편 하나 읽었는데 감이 오더라. 왜 사람들 사이에 정세랑의 소설이 잘 읽히는지. 대화체, 짧은 분량 (늘어지지 않는 분량), 트렌드에 부합하는 주제, 독자를 시원하게 해주는 명쾌한 대사, 지지부진하지 않은 진행.

44번이 아니라 100번 까지도 충분히 이야기를 이어갈 수 있을 듯한 신뢰감이 간다.

<효진>

작가 후기를 보면 효진은 작가 절친의 얘기이며 그 친구의 매력을 잘 농축해담은 이야기라고 하는데, 재미있게 읽긴 했지만 어떤 문학적 의미가 있는지에 대해서라면 갸우뚱이다.

<알다시피, 은열>

석사논문 주제와 현재 몸담고 있는 인디그룹 얘기를 엮어서 독창적인 새로운 이야기를 탄생시킨 것은 성공적이고, 등장인물 모두 트렌드 부합형 인물들이라는 것도 역시 정세랑인데, 그냥 말끔하게 맺어진 이야기 한편이라는 소감 이상 떠오르는게 없다는 것이 유감이다.

<옥상에서 만나요>

여기서 드디어 정세랑에 대한 생각이 업그레이드 되었다. 재미있게만 읽힌다는 차원을 넘어서 상징과 함축이 들어갔다고 보여지는 작품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녀가 옥상으로 올라가기까지 과정 - 혼자 해결하기의 한계, 주위의 조언 내지는 권유, 그것을 청하게 되는 과정, 내면 심리 등 -, 결국 그렇게 옥상으로 올라가서 소환해낸 것의 실체에 대해 작가는 끝까지 무엇이라고 구체화하지 않았다. 그래서 고맙다. 표면적으로는 남편이라고 해놓았지만 독자는 그렇게 해석하지 않는다. 독자의 몫이다. 그녀가 남편처럼 평생을 끌어안고, 보듬고, 미운정 고운정 쌓아가게 될 운명같은 것. 차라리 '문학'이라고 보면 모를까.

<보늬>는 왜 제목이 보늬가 되었을까. 화자인 보윤은 언니인 보늬의 갑작스런 죽음후 두 친구와 함께 '돌연사.net' 이라는 인터넷 사이트를 만든다. 돌연사 기록을 모아보면 그동안 모르게 진행되고 있던 돌연사의 원인에 대한 실마리라도 알게 되지 않을까 하는 바램에서이다. 하지만 공백은 그냥 공백으로 남을 뿐이고 돌연은 그저 돌연으로 남을 뿐이다.

여기서 보윤의 친구로 나오는 매지. 작가 후기에서 작가가 밝히기로 본명이 임혜지인 친구의 별명에서 이름을 빌려왔다고 했는데 그 말을 들으니 반짝하고 생각나는 이름이 있었다. 정세랑 작가 프로필을 보니 문학동네에서 편집자로 일했다고 하니, 그 친구는 한때 알라디너셨던 그분이 맞지 않나 싶다.

<영원히 77사이즈>

뒤의 해설을 읽기전엔 무슨 얘기인지 이 아둔한 머리로 이해가 안되던 작품이다. 아, 정세랑 작가가 SF소설도 쓰는 작가였지, 끄덕끄덕, 편한 맘으로 해설을 읽고서야 이해했다. 하지만 특별히 관심을 끌 정도의 내용전달은 아니었다. 뱀파이어가 되게 한 설정을 통한 작가의 의도는 무엇일까. 실연에 대한 복수일까 아니면 실직에 대한 복수였을까. 곶감의 갑작스런 등장은 또 뭘까 했더니 작가가 이 소설 구상을 하게 된 발단이 바로 그 곶감이었다는 후기 글이 있었다. 대단한 상상력이고 스토리 구성력이다.

<해피쿠키이어>

신체 일부분과 심리와 사회상을 잘 섞어서, 읽는 재미까지 느끼게 만드는 작품 탄생이다.

<이혼 세일>

시니컬한 제목 같지만 이야기의 바탕엔 작가의 배려심, 따뜻한 천성같은게 담겨 있다고 보여지는 작품이다.

<이마와 모래>에서는 나라간 격차를 넘어서, 성별을 넘어서, 세대를 넘어서, 교류하고 소통하는 과정을 담고 있는데, 읽는 사람마다 다른 출구로 나가는 미로 같은 소설이 쓰고 싶다는 작가의 의도는 여기서도 성공적이지 않나 싶다.

 

정세랑.

더 알고 싶은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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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티나무 2020-08-22 15: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더 알고 싶은 작가예요. 목소리를 드릴게요, 만 읽었지만..^^

hnine 2020-08-23 05:20   좋아요 0 | URL
찾아보니 비교적 최근작이네요 <목소리를 드릴게요>
이 책을 처음 작가를 만나셨군요.
저도 읽어보겠습니다~

반유행열반인 2020-08-22 18: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읽다 보니 어느 새 네 권 본 작가...

hnine 2020-08-23 05:21   좋아요 1 | URL
네 권씩이나! 워낙 책을 많이 읽으시긴하지만 한 작가의 책, 그것도 젊은 작가의 책을 그 정도 보셨으면 작가에 대해 많이 알게 되셨겠어요. 궁금해라.

반유행열반인 2020-08-23 05:24   좋아요 0 | URL
음 얘 왜 이렇게 쓰냐 부족해하다가 중간중간 설탕 폭발에 으 달다! 하다 작가가 심은 눈물 폭탄 포인트에서 질질 짜다 결국 다음에도 콜 하게 되더라구요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