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은경의 톡톡 칼럼 - 블로거 페크의 생활칼럼집
피은경 지음 / 해드림출판사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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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을 한마디로 말하면 '짧은 평'이라고 할 수 있을지. 수필과 다른 점은 어떤 사안에 대한 의견, 평, 대안 제시가 포함된다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선 적절한 논리와 근거가 뒷받침되어야 할 것이다. 다소 글이 딱딱해질 가능성이 있어보인다.

이 책 제목의 톡톡칼럼을 비롯하여 생활칼럼집이라는 부제까지, 칼럼집이라는 것을 명시하는데는 일반 수필집과 차별화하려는 의도가 보여 그점에 특별히 관심을 가지고 읽기 시작했다.

글은 그렇게 딱딱하지도, 지루하지도 않았다. 정치나 경제보다는 생활 관련 글을 선호하여 연애, 결혼, 인간관계, 인간 심리, 삶, 문화 등에 관한 글을 쓰고자 한다는 저자의 소개글대로이다. 생활 속 이야기, 일상의 경험에서 출발하는 글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저자는 '생활칼럼'이라고 세분했다. 저자만의 특수한 일상이나 경험이라기 보다 누구라도 겪을 수 있는 소재를 채택했어도 거기에 저자의 독특한 시선과 생각이 담긴다면 더욱 좋을 것이다. 이 책에서 이런 역할로서 한몫 단단히 하는 것이 저자의 그간의 독서 경력이다. 재미작가 이 창래가 어느 인터뷰에서 "누구나 그럴 것이다. 많이 읽다보면 쓰고 싶어진다." 라고 한것을 본 적 있다. 쓰기와 읽기는 꼭 별개의 분야가 아닐 수 있다는 것이다. 저자의 경우는 어느 것이 먼저였을지 모르겠다. 책 읽기를 좋아하고 많이 읽다보니 자신의 글을 쓰고 싶어졌을까, 글 쓰기에 관심이 있다보니 더 많이, 열심히 읽게 되었을까.

본인의 일상속 경험에서 시작, 관련된 독서 기록중 적절한 대목 인용, 끝으로 글의 결론으로 맺는 구성을 대부분 채택하고 있다. 글이 일목요연하게 정리되는 효과를 위한 듯, 첫째, 둘째, 세째 등 번호 매겨 기술하는 방식을 택한 곳이 많은 것도 특색이라면 특색이었다.

어렵지 않은 주제들을 부담없이 읽으며 공감하는 곳이 나오면 공감이 되어 기쁘고, 다소 나와 다른 의견을 발견하면 그런 발견 자체로 새로운 마음이 들어 좋다. 단순히 느낌의 기술이 아니고 저자의 깨우침, 너무 강하지 않은 평, 주장이 들어가 있다는 것은 글에 진지함을 더해주고, 과한 미사여구를 줄일 수 있고, 주제에서 벗어나지 않게 해주어 좋았다.

저자의 의도를 제대로 읽은 것일까 했는데 마침 저자 서문을 보니 아주 빗나가진 않은 듯 하다.

나의 동족인 블로거들이 이 책을 읽고 수필과 다른 칼럼의 맛을 좋아하게 되길 바란다.

블로거들뿐 아니라 누구나 세상을 향해 의견을 내거나 주장하고 싶은 게 있을 터이다. 그것을 칼럼이란 형식에 담아 보라고 모두에게 권하고 싶다. 그러면 더 나은 세상을 꿈꾸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저자 서문 중)

세상을 향한 의견이나 주장. 수필과 칼럼의 다른 점이기도 하다.

더 많은 독서와 쓰기를 통해, 칼럼을 향한 저자의 눈, 저자만의 눈이 더 빛나게 될 것이라고 믿는다.

이 책에 가장 많이 등장한 단어 중 하나가 '배려'가 아닐까 싶다. 일부러 의도하지 않아도 글 쓰는 이의 성격과 가치관은 이렇게 드러나는구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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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크pek0501 2020-08-24 11: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느 날, 글을 써야 겠다, 로 다짐하고 제일 먼저 한 것이 책을 사 보는 일이었어요. 독서에만 집중하고 살면서
소설, 수필, 시 등의 문학 강의를 들었어요. 몇 백 권을 읽고 나서... 수필을 쓰다가 방향을 튼 게 칼럼이에요.
수필은 삶에 대한 관조, 여운, 문학성. 이런 게 필요하다면 칼럼엔 의견이나 주장을 제시하고 그것이 맞다고 독자들이
여길 만한 설득력이 필요해요. 어떤 면에서 논술과 비슷해요.
장강명 작가는 칼럼 잘 쓰는 법, 이란 글에서 이렇게 썼더군요. ˝A쪽이든 B쪽이든 치우쳐 써라. 양다리 걸치지 말고.˝
주장을 분명히 하란 뜻 같아요.

에이치나인 님은 리뷰의 고수 같아요. 어떻게 금방 저자와 책을 꿰뚫는 리뷰를 쓸 수 있는 건지 우러러보게 됩니다.

이 글을 알라딘의 ‘이달의 당선작‘으로 강추합니다. 리뷰 써 주셔서 진심 감사합니다. 좋은 하루 보내세요...꾸우벅^^

hnine 2020-08-24 21:57   좋아요 0 | URL
읽으면서 메모해놓은 것은 더 많은데, 객관적으로 쓰겠다고 간추려서 리뷰 올렸습니다.
지금까지 칼럼이라는 것은 저와 무관한 것으로 생각했었는데 pek님 책 읽으며 새로운 시각이 생겼어요. 칼럼쓰기를 염두에 두고 일상을 보기 시작하면 그 전과 다르게 보일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고요.
글을 쓴다는 것이 누구말처럼 글감옥이 되지 않고 감옥의 창 같은 것이 될 수 있어야 한다고, 결국은 핑계만 대며 글 쓰는 일에서 고개 돌리고 살고 있는 게으름을 반성했습니다.
좋은 책 내주시고 새로운 반성을 하게 해주셔서 독자로서 감사드립니다.
수고 많으셨어요.

바람돌이 2020-08-24 18: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글에는 진짜 그 사람의 성격이나 사람됨이 드러날 수 밖에 없는거 같아요. 그거 꾸밀려고해도 잘 안돼요. ㅎㅎ

hnine 2020-08-24 22:00   좋아요 0 | URL
그 사람의 성격이나 사람됨이 드러나는 글이 솔직하고 제대로 쓴 글이기도 하겠지요.
갑자기 부끄러워지네요.
제가 알라딘에 서재만든지 벌써 몇년째인데, 제 좁고 얄팍한 심성이 여기 저기서 다 드러나있을거 아녜요 ㅠㅠ
잘난체도 꽤 했고, 착한 척도 했을테고, 1시간 후 변할거면서 깨달은체도 했을테고...아이구 부끄럽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