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리틀 아인슈타인을 이렇게 키웠다
진경혜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1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이런 책을 읽을 때마다 나는 내가  무슨 아이를 영재아로 키우고 싶어하는 부모로 비춰질까 염려되는 것이 사실이다. 정답이 없는 아이키우기를 하고 있으면서, 그 중요성은 크게 느끼면서 방법에 대해 늘 자신없는 엄마가 할 수 있는 길찾기 목적 정도인데 말이다.

몇 년전에 TV에서 이 책의 주인공이 '쇼'군에 대한 프로그램이 소개되는 것을 우연히 본 적이 있다. 아홉살에 대학생이 된 쇼군은 귀여운 외모, 어린이 다운 행동, 밝고 잘 웃는 그런 꼬마였다. 내가 유심히 본 것은 쇼군의 어머니 였는데, 자상하면서도 어딘지 모르게 카리스마가 있는, 부드러우면서도 강단있어 보이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고 할까. 엄마 본인은 아이가 천재소리를 듣기를 염원한 적도 없고, 또 천재로 키우기 위해 일부러 무엇을 특별히 해본 기억이 없다고 하는데, 그런 목적은 아니라 할지라도, 아이를 위한 엄마의 정성과 노력은 역시 아이를 키우고 있는 똑같은 엄마로서 존경해마지 않을 정도였다.

아이에게 특별한 재능이 있음을 우연히 발견하게 되었고, 초등학교의 커리큘럼에 도저히 아이를 맞출수 없게 되자 이 엄마는 미국에서는 상당히 많이 보급되어 있는 '홈스쿨링'의 방법을 택하여 아이를 교육시킨다. "천재라 불리며 아홉 살에 벌써 대학을 다니고 있어서인지 쇼는 어린 시절의 노는 즐거움을 전혀 모르겠구나 하는 오해를 많이 받는다. 어떤 사람은 어린아이가 놀지도 못하고 공부만 한다며 쇼를 무척 불쌍해하기도 한다. 그러나 쇼가 대학에 가기 전까지 자고 싶은 잠도 제대로 못 자고 공부한 사람은 쇼가 아니라 엄마인 나였다. 잘 기억도 나지 않는 중고등학교 과정을 아이이게 가르쳐 주기 위해서는 내가 먼저 공부해야 했기 때문이다. 자꾸 밑으로 처지는 눈꺼풀을 억지로 치켜 가며 밤을 새운 날들을 누가 알랴." (본문 중에서) 이런 엄마였음에도 특별한 엄마는 아니었다고 말하는 것은, 훨씬 더 아이에게 해주고 싶은 것들이 가슴속에 많기 때문일까.

미국에 유학와서 석사 학위까지 받은 사람이 집에서 아이들이나 돌보고 있으면 되겠느냐고 말씀하시는 분을 만난 적이 있다고, 이 책의 프롤로그에서 저자는 말한다. '아이들이나 돌보고' 라니. 아이들을 돌보는 것 이상으로 힘들고, 그냥 거저 되지 않으며, 또 가치 있는 일을 오래 살진 않았지만 난 지금까지 발견하지 못했는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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씩씩하니 2006-08-19 21: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의 영재성이 아니라 아이의 재능을 발견할 수 있는 엄마의 지혜..전 늘 그게 배우고 싶드라구요~

hnine 2006-08-20 02: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씩씩하니님, 맞아요. 이 책에서 저자도 그걸 강조하더군요.

비자림 2006-08-20 19: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존경스럽더군요. 뱃속에 있을 때부터 끊임없이 정성을 쏟는 저자의 모습이 저를 많이 돌아보게 했어요. 가끔은 이런 책을 읽어야 좀 자극받는 것 같기도 하고..

hnine 2006-08-22 20: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 비자림님. 엄마의 정성이 정말 존경받을만 하지요.
 
꽃보다 먼저 마음을 주었네
곽재구 / 열림원 / 199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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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김 용택 시인 뿐 아니라 곽 재구 시인 역시 섬진강을 떠올리게 하는 시인이다. 1999년에 열림원에서 나온 시집인데 이제사 차근차근 읽어보았다.

드러난 감정보다는 담아놓은 감정을 노래하는, '꽃'보다는 '마음'을 앞세우는, 따뜻한 언어들이 행마다 가득. 나룻배, 뱃사공, 강, 하늘 같은 시어들이 자주 등장하는 마음을 어루만져주는 시들이었다.

다음은 시인의 '칠석날'이라는 시 전문.

칠석날

                                  곽 재 구

우리 할머니

채송화 꽃밭에서

손금 다 닳아진 손으로

꽃씨 받으시다가

 

이승길 구경 나온

낮달 동무 삼아

하늘길 갔다

 

반닫이 속

쪽물 고운 모시적삼도

할머니 따라

하늘길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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씩씩하니 2006-08-17 12: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슬퍼요,,,,,,,,,,,진짜 슬퍼져요...

hnine 2006-08-17 13: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니님, 하니님, 이렇게 곱게 이승과 작별할 수 있는 것도 좋은 일이라고 생각해요.

전호인 2006-08-17 13: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흑흑흑! 겉보다는 속을 이야기하는 것 같습니다.

hnine 2006-08-17 13: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호인님, 이 분이 동화도 쓰시는 분이라서 그런지, 더 시가 순수하게 느껴져요.
 
자전거여행
김훈 지음, 이강빈 사진 / 생각의나무 / 200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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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요즘 들어 여행기 형식의 책을 연달아 읽게 되는 것 같다. 여행기 읽는 맛을 알아버렸다고나 할까)

저자가 1999년 가을부터 2000년 여름까지, 자전거를 끌고 우리 산하를 누비고 다니며 느낀 소감을 쓴 책이다. 여행기의 형식을 빌고 있지만 역시 저자의 평소의 생각들이, 여행하며 보고 겪은 어떤 장면, 사건들이 계기가 되어 막힘없이 쏟아져 나온다. 그 고장의 역사적인 배경, 예전에 살던 인물들이, 지금의 상황, 지금 그 고장을 지키고 있는 인물들로 자연스럽게 이어지고, 그리워하고 아쉬워하며, 사람사는 맛, 멋, 철학이 그의 필치를 통해 쏟아져 나온다.

사람은 누구나 '느끼며' 산다. 하지만, 그 느낌을 이렇게 유려하고 정확하고, 멋드러지게 언어로 표현해낼 수 있는 사람은 몇 안 된다. 부럽다. 저자의 이 문학성이랄까 글로 사람을 매혹시키는 능력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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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바람 2006-08-16 13: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저도 부러워요

해적오리 2006-08-16 13: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저 책 읽으면서 어찌 같은 한국사람인데 국어사용능력이 이리도 차이가 나는가하는 생각을 했답니다..

전호인 2006-08-16 15: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딩때 친구들과 같이 가던 하이킹과는 또다른 맛이겠지여?

hnine 2006-08-17 05: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늘바람님, 타고난 능력 + 끊임없는 노력이겠지요.
날나리난쟁이해적님, 그렇지요? 흡인력이 있어요.
전호인님, 전 고딩때 친구들이랑 하이킹도 한번 안가보고 뭐했는지 모르겠습니다.

비자림 2006-08-17 23: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김훈의 문체가 참 아름답지요.^^

hnine 2006-08-23 13: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비자림님, 아름답고, 힘도 느껴지고요. 내공이 느껴지는 것도 좋고요.
 
안녕 내 사랑 레이먼드 챈들러 선집 3
레이먼드 챈들러 지음, 박현주 옮김 / 북하우스 / 200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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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너무 기대를 하고 읽기 시작했나.  한때 추리소설에 빠져 지내던 적이 있었고, 워낙 평이 좋은 작가이기에 기회가 되면 어느 작품이던지 읽어보리라 생각하고 있다가 처음 손에 잡게 된 책이  챈들러가  빅 슬립으로 큰 성공을 거둔 뒤 1940년에 발표한 '안녕 내 사랑' 이다.

다른 사람들의 평들을 읽어보니, 거의 동감할만 하다; '미국 대중 문화의 상징적인 존재' , '생생하게 묘사된 캘리포니아', '미국을 이야기하는 새로운 방식'

하지만, 여전히 내게는 추리소설로서 보기에 만족 못할 뭔가가 느껴지니. 추리소설이 가지고있는 박진감 혹은 긴장감, 더 영리하게 얽히길 기대했던 plot, 풀어나가는 과정의 더 구체적인 묘사 등 등 말이다. 심리 묘사보다는 상황 묘사, 인물 묘사, 풍경 묘사가 탁월하게 두드러진 점은 이 작가의 특징인지 아니면 미국 대중 소설들이 가지고 있는 특징인지는 자신없어 말 못하겠다. 하지만 또 한사람의 미국 대중 작가 James Baldwin의 소설을 읽고서 느낀 것과는 아주 다른, 뭔가 나의 심부까지는 건드리지 않고 지나간 작품이라고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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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만두 2006-08-12 10: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왜 이 책을 먼저 보셨나요? 차라리 맨 마지막 작품 <기나긴 이별>을 보셨더라면 하는 생각이 듭니다.

비자림 2006-08-12 10: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요새 '크라임 제로' 읽고 있는데 재밌네요.

하늘바람 2006-08-12 10: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아직 한권도 못 읽어봤는데 읽어봐야겠네요

hnine 2006-08-12 10: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물만두님, 그러게요. 해설을 읽어보니 기나긴 이별 (long goodbye)를 대표작으로 해 놓았네요.
비자림님도 요즘 챈들러를?
물만두님과 비자림님 답글 덕에 저 이러다가 챈들러 책 두어권 더 읽게 생겼습니다. 좋~지요.
하늘바람님, 읽어보시와요. '안녕 내사랑' 말고 '기나긴 이별' 부터 권장합니다.

물만두 2006-08-12 12: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크라임 제로는 챈들러 책이 아니옵니다.

hnine 2006-08-12 12: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에궁~ 물만두님, 어쩐지 챈들러 작품 리스트에 없어서 이상타 생각했더니.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비자림 2006-08-20 19: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에궁 hnine님, 혼란을 드려 죄송하옵나이당^^
비슷한 장르를 보시는 것 같아 반가운 마음에 그만. 호호호
 
창가의 침대
M. 스캇 펙 지음, 이상호 옮김 / 열음사 / 2005년 9월
평점 :
품절


스캇펙 박사의 <아직도 가야할 길>을 읽고서 연달아 구입한 책이 <거짓의 사람들> 과 <창가의 침대>. 그 중 이 책을 먼저 읽게 되었다.  거의 600페이지에 달하는 분량이지만, 지루한 줄 모르고 앉으나 서나 붙잡고 읽을 수 있었던 것은 역시 '심리 스릴러'라고 소개되어 있듯이 답이 기다리고 있는 추리소설의 특성과 스캇펙이라는 사람에게 가지는 기대 때문이었던 것 같다.

사설 간호요양원에서 일어나는 살인 사건을 둘러 싸고, 그곳과 관련된 여러 등장 인물들의 심리 묘사와 심리의 변화 과정 중심으로 스토리가 전개되고 있다. 선과 악, 잠재 의식, 용서, 구원 등의 키워드가 담겨 있는.

추리소설이라고 하기엔 뭔가 긴장감과 반전효과, 흥미 등이 모자라는 듯 했지만, 저자는 그런 요소만이 아니라 뭔가 우리 인간의 정신 세계에 대해서 절실히 얘기하고 싶어한다는 느낌이 계속 들었다. 추리소설 형식을 빌어 스캇펙은 또하나의 심리서를 썼다고 보여지는 책.

아! 그리고,

저자는 이 책에서 소설의 형식을 빌어, 다른 심리서에서 정확한 근거를 가지고 말하기 어려웠던 자신의 생각을 여기 저기에 적잖이 풀어놓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소설을 쓴다는 것에는 그런 장점이 있겠구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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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만두 2006-07-30 17: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너무 두꺼워 아직도 못 읽고 있습니다 ㅠ.ㅠ

hnine 2006-07-30 17: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일단 다섯페이지만 읽어보세요. 전 오늘 밥 안먹는 아들에게 삐진 척 하고 방에 들어가 남은 부분을 다 읽어버렸답니다 ㅋㅋ

비로그인 2006-08-01 20: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더 재밌으셨겠습니다. 애랑있으면 집중하고 책 보기가 더 힘들지요.

hnine 2006-08-01 20: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Manci님, 오랜만이에요. 삐진 척 하고 책보는 엄마를 보고 아이가 책을 미워하게 되지 않을까 잠깐 걱정도 했습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