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심하고 겁 많고 까탈스러운 여자 혼자 떠나는 걷기 여행 2 - 스페인 산티아고 편 소심하고 겁 많고 까탈스러운 여자 혼자 떠나는 걷기 여행 2
김남희 지음 / 미래인(미래M&B,미래엠앤비) / 200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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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처럼 소심하고 겁이 많은 것이 아니라, 소심하고 겁 많아 보이나 강단 있고 용기 있는 여자인 김 남희. 그녀의 국내 도보 여행기를 인상깊게 읽은 적이 있어 기억에 남는 이름이었고, 요즘 갑자기 사람들 입에 많이 오르내리는 산티아고 도보 여행 기록을 담고 있기에 주저 없이 골라서 단숨에 읽은 책이다. 그녀의 전작에서도 그랬듯이 이 책에서도 그녀의 여정은 새로운 것을 보고 듣고 어디에 도달하려는 여행이기에 앞서, 혼자 감당키 어려운 어떤 물음에 대한 답을 얻기 위한 사유의 여행이기도 하고, 순례의 여행이기도 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즐겁고 유쾌한 여행이라기 보다는, 불가의 삼천배 같은 의미의 여행이랄까.
사실 산티아고란 우리말로 야곱이라고 부르는 예수의 열 두 제자 중 하나였던 사람의 스페인식 이름이며, 그가 복음을 전하러 에루살렘에서 스페인까지 걸어간 행로를 9세기초 부터 성지순례의 성격으로 기독교 신자들이 따라 걷기 시작하면서 그의 시신이 묻힌 곳 콤포스텔라를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 라고 부르게 되었다고 한다.

저자가 산티아고로의 도보 여행을 시작하고 얼마 안 되어 다리의 심한 통증 때문에 할수 없이 걷기를 중단하고 휴식을 취한 지 일주일 후, 다시 걷기를 시작하며 성당에 혼자 들어가 무릎 꿇고 올린 기도가 마음에 와닿았다. "당신을 뭐라고 불러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지금 제 마음속에 가득한 감사와 기쁨을 당신은 느끼고 계시겠지요? 저를 이 세상에 오게 하신 분, 건강한 몸으로 세상을 둘러보고, 이 세상의 모든 것들을 사랑할 수 있도록 허락하신 분이 있다면, 그분이 당신이라면, 감사드립니다. 이제 내일부터 저는 다시 길 위에 섭니다. 제 몸의 소리에 귀 기울이며 천천히 걸어갈 수 있도록 허락하소서. 끝까지 가야만 한다는 욕심에 제가 많은 것을 놓치지 않도록 하소서. 이 길 위에 욕심과 미련과 어리석은 마음은 다 내려놓을 수 있기를, 그래서 길의 끝에 섰을 때 깃발처럼 가볍게 나부낄 수 있기를, 더 많이 사랑하고, 더 많이 웃고, 더 많이 나눌 수 있는 여백용기를 허락하소서." (89쪽) 아, 그녀를 길 위에 있게 하는 이유이구나, 그녀가 지금도 계속 가보지 못한 곳을 걷고 있는 이유이구나.

보는 것만으로도 가슴을 물결치게 하는 풍경 사진들도 책 속에 많이 수록 되어 있다. 그림인가, 사진인가 다시 들여다 본 풍경들.
그녀의 후작 여행기 3, 4편도, 그리고 산티아고를 여행한 다른 사람의 여행기도 앞으로 읽을 책의 목록에 추가해본다. 그리고 그녀에게 화이팅을, 그녀가 물음에 대한 자신의 답을 어디서 찾을지 함께 기다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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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7-12-22 07: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녀의 책을 읽으면 저 또한 치열하게 걷고 생각하고난 후의 개운함이 느껴져서 좋더군요 (인대가 늘어나거나 물집이 생기거나 하는 고통은 없이)

hnine 2007-12-22 10:29   좋아요 0 | URL
확실이 pain이 있으면 gain이 있나보죠? ^^
저런 용기, 아무나 낼수 있는게 아닌데 말이지요.

미즈행복 2007-12-28 13: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소심하고 겁많고 까탈스러운' ? 으잉? 이건 정말 나를 딱 규정하는 말인데...
저도 봐야겠네요. 소심하고 겁많고 까탈스러움에도 불구하고 유럽여행은 가고 싶으니 말예요.

hnine 2007-12-29 21:14   좋아요 0 | URL
소심한 사람들이 한번 결심하면 무섭습니다~ ^^
 
성장 비타민 - 아이가 자라는 동안 꼭 해줘야 할 46가지
송정림 지음, 유재형 그림 / 글로세움 / 200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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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에 이 책에 대한 소개글을 어디서 읽고는 목차만 우선 따로 적어두고 종종 읽어 보고는 했었다. 자라나는 아이에게 해줄 수 있는 46가지 일들 목록에는 당연한 것들도 있었지만 미처 생각 못 했던 것들도 있었기 때문이다. 악기 하나쯤은 꼭 가르치기, 아침밥은 꼭 먹이기, 함께 여행 하기, 함께 둘러 앉아 밥 먹기, 공연 같이 가기, 인사 잘 하는 아이로 키우기, 이성 친구 사귀게 해주기, 인생은 초콜릿 상자임을 알려 주기, 약속한 모든 일 지키기, 짧고 간단한 운동 시키기, 의자에 바르게 앉히기, 선생님 존경하기, 등등. 추상적인 목표들이 아니라 지금 당장 옆에 있는 아이에게 해줄 수 있는 사항들이다. 악기 하나쯤 잘 다룰 수 있는 아이는, 자신의 스트레스를 푸는 방법을 안다. 운동을 즐길 수 있는 아이는 규칙을 지키고 다른 사람과 어울리는 방법을 안다. 가족과 함께 여행을 많이 한 아이는 이 세상에 혼자가 아니라는 것을  마음 속에 새겨둘 수 있다. 인사를 잘 하도록 가르침을 배운 아이는 다른 사람과 웃으며 소통하는 방법을 자연스레 익히게 된다. 의자에 바르게 앉는 습관을 배운 아이는 어떤 일에 집중하는 방법을 안다. 선생님을 존경하는 아이는 탈선하기 어렵다. 함께 둘러 앉아 밥 먹는 시간은 일부러 시키지 않아도 자신의 생활과 생각을 부모에게 털어 놓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이처럼 아이에게 어떤 것을 갖춰 주고 싶을 때, 정직한 사람이 되어라, 돈을 아껴쓰는 사람이 되어라, 신뢰할 수 있는 사람이 되어라 등의 '지침'보다는, 실천하며 자연스레 몸에 배어들 수 있는 작은 사항들을 부모와 함께 생활 속에서 습관화 시켜나가면 좋으리라 생각된다.

가끔 내가 지금 아이에게 해줄 수 있는 작은 일들 몇 가지, 10가지면 10가지, 20가지면 20가지, 나만의 목록을 스스로 만들어 보는 일을 해봐야 겠다는 힌트를 얻고 책장을 덮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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뽀송이 2007-12-22 15: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음... 당장 해줄 수 있는 일이라는데 전 이것도 어렵게 보여요.^^;;
'인생은 초콜릿 상자임을 알려 주기'의 내용이 궁금합니다.^^

hnine 2007-12-22 18:10   좋아요 0 | URL
영화 포레스트 검프에서 엄마가 아들 포레스트에게 그러지요. 인생은 box of chocolates이라고. 아마 여러 종류의 다른 초콜릿이 담긴 상자를 말하는 것 같은데, 그중에 어떤 종류의 초콜릿을 꺼내게 될지, 또 다음엔 어떤 초콜릿이 나올지 예상할 수 없다는 말인 것 같아요. 그러니 현재 어떤 일에 대해 너무 비관하거나 낙관하지 말라는 뜻, 그런 의미로 전 이해했어요. 이책에 그림을 그린 유 재형이 저자의 고등학생 아들이라네요.

뽀송이 2007-12-22 20:10   좋아요 0 | URL
아~하!! 그렇군요.^^
멋진 이야기인 것 같아요.^^
님~ 즐거운 주말 보내셔요.^.~
 
세계만물그림사전 - 말과 사물의 표준
궁리 편집부 엮음 / 궁리 / 200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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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드케이스에 담긴 본책입니다.
원제 The New Visual Dictionary, 2007년 캐나다에서 펴낸 것의 한국판입니다.

겉장을 넘기면 이렇게 대주제 목록이 알아보기 쉽게 색깔별로 되어있습니다. 천문, 지구, 식물계, 동물계, 인간, 먹거리와 주방, 집, 손수짜기와 정원 가꾸기, 의복, 몸치장과 개인용품, 예술과 건축, 커뮤니케이션과 사무자동화, 교통과 기계류, 에너지, 과학, 사회, 스포츠와 게임 등, 없는 분야가 없지요.

의복에 관한 분야 중 한 쪽입니다.
칼라에 저렇게 많은 명칭이 있을 줄이야, 또 저렇게 많은 종류의 칼라의 종류가 있을 줄이야. 이 사전을 보다보면 계속 하게 되는 말이랍니다.

웬만한 해부학 책 처럼 그림이 상세하지요. 인상적인 것은 해부학적 명칭이 우리말화 되어 있는 것이 많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면 pineal body는 송과체가 아니라 솔방울샘으로, cortex를 피질이 아닌 겉질 등으로요.

건축 분야중 대성당의 구조입니다.

포크 (fork)의 '홈타기 (slot)'가 어느 부분일까요?

복숭아의 단면이랍니다. 12개의 명칭이 한국어, 영어, 프랑스어, 독일어, 스페인어로 나와 있습니다.

만만치 않은 가격이지만, 충분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이 드는 사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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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rine 2007-12-15 11: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고싶어서 안달이 난 책입니다.
좋은 소개 감사합니다.^^

hnine 2007-12-15 11:13   좋아요 0 | URL
저도 그렇게 몇주일 안달하다가 샀습니다 ^^
워낙 고가여서.
그런데 사고 나니 좋으네요.
 
<아이의 손을 놓지 마라> 서평단 알림
아이의 손을 놓지 마라
고든 뉴펠드 외 지음, 이승희 옮김 / 북섬 / 200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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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아이를 키우는 것은 배워야 되는 '기술'이 아니다. 타고난 '본능'이다.
태어나서 성숙된 인간으로 성장하기 까지 필요한 부모와의 자연스런 '애착 (attachment)'단계가 요즘은 또래지향성 (peer orientation)으로 대체되고 있음을 지적하고, 꼭 필요한 시기에 충족되지 않은 부모와의 애착관계는 다른 어느 것으로도 대치될 수 없다고 이 책은 강조하고 있다.
칼 융은 부모-자녀 관계에서 일어나는 무언가가 아이에게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니라, 부모-자녀 관계에서 '결핍'된 부분이 아이의 인격에 크나큰 상처를 남긴다고 했다 (28쪽). 아이에게 무언가 더 해주기 위해, 더 큰 혜택을 누리게 해주기 위해 쏟는 관심과 노력을, 혹시나 하나라도 꼭 필요한 시기를 놓치고 지나는 것이 없지 않나 되돌아보는 관심으로 돌려야 할 것 같다.
아이를 보살피는 일이 과소평가 되고 있는 현대 사회에서, 엄마는 아이를 직접 보살피는 일에 전념하도록 기대되기 보다는, 전문가에게 양육을 맡기고, 그 전문가로부터 하나라도 더 배울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하기 위한 경제 기반을 구축하는데 일조하는 쪽을 차라리 선택하도록 무언의 지시를 받고 있다. 아이와 관계없는 사람이 아이의 애착과 지향 욕구를 충분히 충족시켜주는 것은 힘들다고 저자는 말한다. 모르던 바 아니지만, 알아도 무어라 답이 안 나오는 문제이구나. 엄마 혼자 그렇게 맘 먹는다고 될 일이나 싶기도 하고, 이런 본연의 부모 역할을 수행하기에 우리 사회는 너무나 멀리 방향이 틀어져 있지 않은지에 대한 회의감이 밀려왔다.
부모와 애착 관계 형성이 충분히 이루어지지 않은 아이들은 자기들끼리 불완전한 애착관계를 형성하고, 이것은 아이들에게 어떠한 안정적 기반도 되어주지 못하고 그저 서로 따라하기를 통해 결속을 다지며 당장의 불안감을 해소할 뿐이다.

애착보다 경제적 측면이 더 중요시되는 사회. 이렇게 애착 결핍이 급증하게 된 원인으로서 저자는 확대가족이 사라지게 된 것을 들고 있다. 다세대 가족이 서로 감싸주는 포옹은 이제 극소수의 아이들만이 누릴수 있는 특권이 되었다면서 (59쪽). 애착형성이 이루어지지 않으니 아이는 부모대신 또래그룹에 의존하게 되고, 부모는 부모대로 아이와의 관계에 자신이 없어져 전문가의 가르침에 의존하려고 한다.
또래지향성이 주는 폐해를 이 책에서는 여러 가지를 들고 있는데, 그 중 하나가 공격성의 원동력이 된다는 것이다 (188쪽). 사람을 공격하게 만드는 것은 좌절감이고, 좌절감은 공격성의 원료가 된다면서, 왕따를 당하는 아이뿐 아니라, 왕따가해자 아이를 선도하는 유일한 방법은 다름아닌 애착 허기를 채워주는 것임을 말하고 있다. 아이들이 부모에게 기댈 수 있고, 고민거리에 대처할 수 있고, 눈물흘리며 털어놓을 수 있는 한, 아무리 불행한 일을 겪는다고 해도, 다른 사람들을 공격하는 위험한 상황에까지 이르지는 않음을 알려준다 (220쪽).
독립심을 키워준다는 명분 아래, 준비안된 아이들을 내몰고 있지는 않는가 라는 대목에서도 역시 잠시 멈출 수 밖에 없었다. 어른들에게도 감당키 어려운 독립, 분리의 문제를, 아이들에게 강요하며 억지로 우리의 품으로부터 떼어놓으려고 하면, 아이들은 급작스런 공포를 보이며 부모의 자리에 결국은  대체물-또래그룹-을 앉히게 된다고 한다. 진정한 독립에 이르려면 의존적인 상태를 거쳐야하며, 그 의존의 대상은 또래 그룹이 아닌, 부모가 되어야 바람직하다는 말이다.

마지막 페이지까지 이 책에 일관적으로 흐르는 단어 '애착'.
누가 우리 아이들을 기를 것인가?
바로 우리, 부모이다. 아이들을 소유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아이들이 마음껏 발전할 수 있게 하기 위해, 아이들을 부모 마음대로 제지하게 위해서가 아니라, 필연적인 발달을 성취할 수 있게 하기 위해, 우리는 아이들의 손을  끝까지 놓지 말아야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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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설 2007-12-13 01: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문가에게 양육을 맡기고 경제기반을 구축하는데 일조하는 쪽을 선택하도록 무언의 지시를 받고있다는 말 너무 공감이 갑니다...

hnine 2007-12-13 10:44   좋아요 0 | URL
눈에 안보이는 중요한 것들이, 눈에 보이는 물질적인 것들에 밀려나는 현상 중의 하나이겠지요. 소신을 가지고 살려고 노력은 하지만...

하늘바람 2007-12-13 09: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제 이런 종류의 책을 많이 읽어야 하는데 뭣부터 잡아야할지 망설였어요.^^

hnine 2007-12-13 10:45   좋아요 0 | URL
이 책도 리스트에 넣어보세요. 읽으실만 해요.

미즈행복 2007-12-13 11: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들 너무 돈, 돈 하지요? 어휴...
안그래도 후배 하나도 맞벌이 하면서 은행빚 엄청 내서 작년에 집 샀는데 오르는 대출이자를 감당못해 다시 집 팔고 전세로 가기로 했다고 해서 제가 좀 속이 상했어요. 그런걸 보면 전문가에게 양육을 맡기면서 경제 기반을 구축하기는커녕, 비 전문가에게 맡기고도 경제 기반도 구축도 못하는, 엄마 노릇과 경제인 노릇을 다 못하면서도 하루 하루 쫓기며 살아가는 슬픈 제 주위 많은 사람들 생각에 한숨이 나옵니다. 뭐가 답인가요???

hnine 2007-12-13 13:03   좋아요 0 | URL
글쎄요. 따로 마련된 답은 없지 않을까요? 내가 어떤 마인드를 가지고 사느냐가 중요한 것 같아요. 답을 스스로 만들며 살려고 합니다만...어려운 문제이지요.
 
괭이부리말 아이들 - MBC 느낌표 선정도서. 양장본
김중미 지음, 송진헌 그림 / 창비 / 200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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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온이 뚝 떨어진 오늘 아침, 학교 가기 위해 집을 나서는 아이에게 겉옷의 지퍼를 목까지 올려주고도 목도리를 둘러주며 말했다. "xx야, 이렇게 추운 날, 따뜻한 옷이 없어 떨며 지내는 사람들도 있어."
나와 내 가족 앞에 당장 닥친 일만 마음 속에 담고 사느라, 우리 주위를 둘러 보지 못하고 산다. 마음의 여유를 내지 못하고 사는 것인가, 마음 자체가 아예 메말라 버린 것일까.
책의 첫장을 넘겨 머리말을 읽으면서부터 마음 한 구석이 먹먹해져왔다. 초등학교때부터 고등학교 때까지 굶주리며 살아온 아이와 한 집에 살기로 하고서, 아무리 배불리 먹여도, 사랑한다는 말을 해주어도 행복해하지 않더니, 결국 집을 떠났다며, 하루 세끼밥으로 텅빈 그 아이의 마음을 채워주기엔 너무 늦었나보다라는 작가의 말. 조금만 그 아이를 더 일찍 만났더라면 하며 안타까워하며 머리말을 맺는 작가의 서운하고 안타까운 마음이 이런 책을 쓰게 하지 않았을까 생각했다.
인천에서 가장 오래된 빈민지역인 괭이부리말.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사는 일로 바쁜 달동네 삶이 고달퍼 술주정꾼이 된 아버지, 앞날이 막막한 상황을 견디다 못해 집을 나간 어머니, 남겨진 아이들 마음 속에 굳어가는 불신감. 이들은 그래도 자기들끼리 어꺠를 기대고 버티며 기다린다. 집나간 어머니를, 아버지를, 그리고 함께 둘러 앉아 먹는 따뜻한 밥상을, 세상의 관심을.
특별히 누구를 원망할 수 없었다. 아이를 두고 돈 벌러 나갔다는 아버지를? 아니면 사는 것 자체에 지쳐 어디론가 가버린 어머니를? 이들 역시 뒤안길로 밀려난 힘없는 우리의 이웃이며, 우리 자신의 모습이기도 한데.
하지만 몇몇 따뜻한 마음을 가진 사람들, 아직 마음의 울림을 낼 수 있는 사람들의, 사랑이란 이름의 파장으로 희망이 생겨나고, 이 길이 막히며 저 길을 찾아낼 수 있는 힘이 이 희망에서 나온다. 섣불리 동정하고 마음 아파하며 읽어가다가, 오히려 이들이 서로 도와 길을 헤쳐나가는 모습에서 내가 힘을 얻는다. 이런 종류의 희망, 한겨울 시멘트 바닥 틈에서 싹을 내미는 민들레를 보고 동수 마음에 차오르던 그런 느낌 말이다.
책을 덮으며 문득 누구에겐가 나의 그런 마음을 담아 이 책을 전해주고 싶어졌다. 누구에겐가.

-- 작가에 대한 관심이 점점 커지는 것을 느끼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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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즈행복 2007-12-06 08: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답답하고 답 안나오지요. 저도 한때 많이 아파하고 고민했는데 정말 가난구제는 나라도 못하는지 모르겠더라고요. 많은걸 해보려는 생각을 접고 그냥 제가 할 수 있는 정도만 하자고 마음먹고 제가 할 수 있는 정도만 해요. 고아원에 매달 일정액 보내기, 엠네스티 후원하기 등... 저도 한 번 읽어봐야겠네요.

hnine 2007-12-06 09:31   좋아요 0 | URL
한국에 계시다면 제가 당장 한권 선물하는건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