괭이부리말 아이들 - MBC 느낌표 선정도서. 양장본
김중미 지음, 송진헌 그림 / 창비 / 2001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기온이 뚝 떨어진 오늘 아침, 학교 가기 위해 집을 나서는 아이에게 겉옷의 지퍼를 목까지 올려주고도 목도리를 둘러주며 말했다. "xx야, 이렇게 추운 날, 따뜻한 옷이 없어 떨며 지내는 사람들도 있어."
나와 내 가족 앞에 당장 닥친 일만 마음 속에 담고 사느라, 우리 주위를 둘러 보지 못하고 산다. 마음의 여유를 내지 못하고 사는 것인가, 마음 자체가 아예 메말라 버린 것일까.
책의 첫장을 넘겨 머리말을 읽으면서부터 마음 한 구석이 먹먹해져왔다. 초등학교때부터 고등학교 때까지 굶주리며 살아온 아이와 한 집에 살기로 하고서, 아무리 배불리 먹여도, 사랑한다는 말을 해주어도 행복해하지 않더니, 결국 집을 떠났다며, 하루 세끼밥으로 텅빈 그 아이의 마음을 채워주기엔 너무 늦었나보다라는 작가의 말. 조금만 그 아이를 더 일찍 만났더라면 하며 안타까워하며 머리말을 맺는 작가의 서운하고 안타까운 마음이 이런 책을 쓰게 하지 않았을까 생각했다.
인천에서 가장 오래된 빈민지역인 괭이부리말.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사는 일로 바쁜 달동네 삶이 고달퍼 술주정꾼이 된 아버지, 앞날이 막막한 상황을 견디다 못해 집을 나간 어머니, 남겨진 아이들 마음 속에 굳어가는 불신감. 이들은 그래도 자기들끼리 어꺠를 기대고 버티며 기다린다. 집나간 어머니를, 아버지를, 그리고 함께 둘러 앉아 먹는 따뜻한 밥상을, 세상의 관심을.
특별히 누구를 원망할 수 없었다. 아이를 두고 돈 벌러 나갔다는 아버지를? 아니면 사는 것 자체에 지쳐 어디론가 가버린 어머니를? 이들 역시 뒤안길로 밀려난 힘없는 우리의 이웃이며, 우리 자신의 모습이기도 한데.
하지만 몇몇 따뜻한 마음을 가진 사람들, 아직 마음의 울림을 낼 수 있는 사람들의, 사랑이란 이름의 파장으로 희망이 생겨나고, 이 길이 막히며 저 길을 찾아낼 수 있는 힘이 이 희망에서 나온다. 섣불리 동정하고 마음 아파하며 읽어가다가, 오히려 이들이 서로 도와 길을 헤쳐나가는 모습에서 내가 힘을 얻는다. 이런 종류의 희망, 한겨울 시멘트 바닥 틈에서 싹을 내미는 민들레를 보고 동수 마음에 차오르던 그런 느낌 말이다.
책을 덮으며 문득 누구에겐가 나의 그런 마음을 담아 이 책을 전해주고 싶어졌다. 누구에겐가.

-- 작가에 대한 관심이 점점 커지는 것을 느끼며 --


댓글(2)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미즈행복 2007-12-06 08: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답답하고 답 안나오지요. 저도 한때 많이 아파하고 고민했는데 정말 가난구제는 나라도 못하는지 모르겠더라고요. 많은걸 해보려는 생각을 접고 그냥 제가 할 수 있는 정도만 하자고 마음먹고 제가 할 수 있는 정도만 해요. 고아원에 매달 일정액 보내기, 엠네스티 후원하기 등... 저도 한 번 읽어봐야겠네요.

hnine 2007-12-06 09:31   좋아요 0 | URL
한국에 계시다면 제가 당장 한권 선물하는건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