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감정 교육 1 ㅣ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322
귀스타브 플로베르 지음, 지영화 옮김 / 민음사 / 2014년 7월
평점 :

대중적으로 더 알려진 소설 <보바리 부인>을 읽기 전에 이것부터 읽은 것은 어떤 내용이기에 소설 제목이 '감정교육'일까 라는, 책이나 영화를 고를 때 제목 영향을 많이 받는 나의 성향이 한몫 했다. 좋아하는 한 시인이 감명깊게 읽은 소설로 이 작품을 들었다는 것도 다른 한 이유이다.
플로베르는 1800년대 사람으로, 프랑스를 대표하는 소설가 중 한 사람이며 사실주의 문학의 선구자로 평가받는 사람이다. 약 10년 먼저 발표된 <보바리 부인>이 부르주아 삶의 공허함과 환상에 사로잡힌 여인의 비극을 사실적으로 묘사한 작품이라면 <감정교육>은 청춘의 좌절과 이상의 붕괴를 그린 작품이다. 플로베르 자신이 부유한 가정 출신이긴 하지만 대학에서 낙제, 신경증 발작으로 요양생활을 하기도 했다.
주인공 프레데릭 모로는 지방에서 파리로 공부하러 온 청년. 부유한 사업가인 아르누의 아내인 아르누 부인을 보고 첫눈에 사랑에 빠진다. 프레데릭에게 아르누 부인은 이상적이고 고귀한 여성으로서, 남의 아내인 그녀를 평생 짝사랑하게 된다. 이 시기 프랑스는 시민과 노동자들이 혁명을 일으켜 왕정을 무너뜨리고 공화국을 설립하였으나 기대와 달리 혼란만 가중되던 때이고, 이 혼란을 기회로 루이 나폴레옹 (나폴레옹 1세의 조카)이 쿠데타로 권력을 장악하여 제2제정을 시작함으로써 독재 체제를 수립하기도 하는 시기였다. 프레데릭 같은 청년들은 자유, 정치, 예술을 꿈꾸지만 이상과 현실의 충돌은 대부분 무기력하게 체제에 흡수되고, 정치적 기회주의자, 돈만 추구하는 사람등 부르주아의 속물성이 판을 치는 가운데 정치와 사회 모두에 환멸을 일으키며 허무하게 끝나는 것을 볼 수 있다. 이런 가운데 사랑 역시 이상과 현실이라는 두 세계는 마치 한 몸이 다른 세계를 사는 것 같다. 첫눈에 반한 아르누 부인이 이상적인 사랑이지만 이루어질 수 없는 이상을 대신하여 현실에서는 창녀 로자네트, 시골 처녀 루이즈 등과 덧없는 사랑을 나눈다. 이상도 현실도 프레데릭과 상대에게 모두 상처와 허무만 남기고, 프레데릭은 절망에 빠진다.
정치 사회적으로 격변과 혼란의 시기에 오히려 수동적이고 우유부단한 젊은이의 삶은 방향을 잃고 목표를 잃는 것으로 묘사된다. 프레데릭이 그러한 전형적인 인물이라면 그의 친구 델로리에는 권력을 향해 질주하는 인물로 나오며, 아르누는 소브로주아를 대표하는 인물이다. 노동자를 대표하는 뒤사르디에, 혁명가이지만 변절하는 세네칼, 귀족이자 사업가인 당브뢰즈, 늙은 보수주의자 로크 영감등의 주변인물들은 그 시대 사람들의 샘플 역할을 하는 것 같다.
프레데릭이 첫눈에 반한 아르누 부인, 창녀 로자네트, 어릴 적 친구인 시골 처녀 루이즈, 사교계 여왕 같은 존재인 당브뢰즈 부인 등 서로 다른 계층의 네 여자들을 프레데릭이 차례로 거쳐가는 과정에서 프레데릭의 감정 교육이 이루어진다는 것일까? 교육이라는 말이 끝까지 어색하다.
많은 찬사가 따르는 소설임에도 불구하고 나는 이 책 두권을 얼마나 오래 걸려 완독했는지 모른다.
주인공 프레데릭을 비롯해서 등장하는 많은 인물 중 공감 가는 인물이 단 한명도 없었다는 것이 읽는 재미를 떨어뜨렸는지모른다. 프레데릭의 삶의 어느 대목에서라도 진정성을 찾을 수 있을지. 감각과 기회에 즉흥적으로 반응하는 행동만 보였으니 말이다.
프레데릭의 여인 편력, 우유부단이 감정교육이라는 그럴싸한 말로 포장된 것은 아니기를, 내가 발견하지 못한 이 소설의 매력이 어딘가에 있는 것이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