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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녀 교육에 관한 책을 많이 읽으면 정말 그만큼 더 나은 자녀 교육을 할 수 있을까.

행복한 결혼 생활에 관한 책을 많이 읽은 만큼 더 행복한 결혼 생활로 가는 길은 가까운 것일까.

연애 소설을 많이 읽는 것은 내가 연애를 하게 되었을 때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을까.

여성 문제를 다룬 책들을 많이 읽는 것은 '내가'  여성으로서 맞는 문제 해결에 도움을 주는가.

그렇다 혹은 그렇지 않다 하고 한마디로 대답할 수는 없지만,

다른 분들의 경우에는 잘 모르겠고, 적어도 내 경우에는 그에 관한 책을 좀 읽었다고 해서, 그 분야에 대해 더 잘 할수 있다는 자신감까지는 가지지 않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다.

그 많은 소설들을 읽으며 접해본 여러 인생, 여러 가지 사랑을 간접 경험하며 나는 어느 정도 사랑을 알고 인생을 안다고 생각했던 부끄러운 시절이 있었으나, 실제로 체험하며 깨닫는 것에 비하면 아예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임을 알게 되었고,  결혼 생활에 대한 다른 사람들의 경험, 또 조언을 담은 책들을 그리도 읽어댔으나 결혼 생활은 여전히 아귀 안 맞는 모순덩어리이며, 여성 문제를 일깨우는 책들은 아무리 읽어도 내가 정작 같은 문제에 당면했을 때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았다. 아이를 가지고서 나의 독서의 반을 차지하는 아이 교육에 관한 책들, 내가 책에서 읽은 만큼 얼마나 아이에게 인내와 일관성으로 대하고 있는지 스스로 자신이 없으니, 책을 읽는 것은 다만 읽는 동안의 자위 목적 뿐이었나.

많이 읽어서 알고 있음을 행여나 자만의 근거로 삼지 말라고 스스로에게 일침을 주는 어느 날의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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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oninara 2006-11-19 22: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억압적 부모형의 대표주자라서..아이 교육에 대한 책을 자주 읽는데..다 그때 뿐이더라구요. 엄마의 만족을 위한 독서라는게 맞긴 하지만..그래도 노력이라도 한다는게 어딘가 자위하게 돼요.

hnine 2006-11-19 23: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sooninara님은 아이 교육에 관한 독서만 열심히 하시는 것이 아니라 정말 몸으로도 열심히 실천하고 계시는 듯 해요.

씩씩하니 2006-11-22 11: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님 생각이랑 정말 같애요,,,
때로는 '아는 것이 독'같구,,,,'모른는게 약'인데..싶지뭐에요..
특히 부부관계에서도 흘려들을 수도 있는 남편 말을, 책 들 속에서 찾은 사례에 준해서 대응하려구 했던 철부지 신혼시절도 있었답니다...

hnine 2006-11-22 14: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니님, 책에 너무 빠져 지내다보면 가끔 이렇게 '오류'가 날수도 있나봐요. 삶의 오류~ ^ ^
 

찌그러지고 흠집많은 가슴

어딜 보는지 방향없는 눈

일분에 한번씩 우울해지다가

문득 정신이 들어

간신히 한 번 지어보는 웃음

그 웃음에 너는

그렇게 좋아하는구나

그 별 것 아닌 웃음을

그렇게 기다리고 있었구나

아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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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바람 2006-11-20 02: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오늘 제게 들려주는 말같아서 찡해집니다

hnine 2006-11-20 03: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늘바람님, 기분 안 좋은 일이 있으셨나봐요. 편히 주무시고 내일은 싹~ 잊어버리세요 ^ ^
 

지금은 모두 미국에 살고 있는 두 친구가 생각이 난다.

한 친구는 대학교 동창인데, 같은 과는 아니었지만 한 동네에 살았었다. 대학 시절 내내 친하게 지냈고, 졸업하고 결혼해서 미국으로 가서도 가끔 전화를 통해 사는 얘기를 주고 받곤 했다. 삼남매중 막내였던 이 친구는 키도 내가 올려다 봐야 할 만큼 컸지만 가끔 막내같은 귀여움과 엉뚱함을 보여주기도 했다. 아빠가 증권사에 가서 뭘 하라고 심부름을 시키시고 가셨는데 자신없다며 같이 가 달라고 해서 기어이 나를 대동하고 그 증권사에 함께 감으로써 나도 잘 모르는 그 심부름에 대한 책임감을 나눠지기도 했었고, 여운형 선생과 관련된 레포트를 써야하는데 어느 책을 봐야 금방 머리에 들어올지 모르겠다고 나에게 물어봐서 언뜻 생각나는 해방전후사의 인식을 보는게 어떻냐고 했더니 나를 너무나 존경스러운 눈으로 바라보며 넌 모르는게 없다는 듯한 표정을 지어 내가 민망했던 기억도 있다 (참고로 그 친구는 문과, 나는 이과 ^ ^). 미국으로 가서도 아이낳고 집안에서만 지내다가 남편있는 학교에서 공부도 더 하고, 나중엔 직업과 연결될수 있는 공부를 하고 싶어 도서관학과가 있는 조그만 대학에 다시 들어갔다. 도서관학과와는 전혀 상관없는 나에게  수강신청을 앞두고 나에게 상의차 전화를 했던 정말 재미있는 친구이다. 둘째 아이가 장애아로 태어나 나는 이제 웬만한 일엔 눈물도 안 나온다던 친구. 보고 싶다. 지금은 전화 번호도 이메일 주소도 가지고 있지 않아 연락도 못하지만, 아이들과 남편과 잘 지내고 있기를, 또 그럴거라고 믿어본다.

또 한 친구는 고등학교, 대학교 동창인데, 나의 고등학교 일기장을 보면 이 친구 얘기가 없는 날이 거의 없을 정도로 내가 집착을 했던 친구이다. 딸 넷인 집의 둘째딸. 체구는 크지 않으나 카리스마도 있고 보스 기질도 있으며 남을 자상하게 챙길줄도 아는 친구였다. 그런데 내 속을 잘 드러내지 않던 나는 고등학교 1, 2학년 내내 이 친구 속을 좀 태웠었나보다. 본격적으로 공부에 매진해야할 3학년에 올라가자 이 친구가 갑자기 나를 보고 아는 척을 안 하는 것이다. 너 왜그래? 하고 물었으면 될 것을 나는 그냥 속상하고 상처받으며 1년을 보냈다. 고등학교 졸업식 무렵, 그 친구로부터 받은 편지에는 너를 아끼는 사람들의 애정에 벽을 쌓지 말라고, 그건 감정의 사치일 뿐이라는, 나를 정말 되돌아보게 하는 내용이 쓰여 있었다. 그런데 이 친구와 같은 대학엘 들어가게 되었고, 이 친구 역시 결혼하고 미국으로 가게 되어 이제 못만나나 했더니 내가 미국에 잠깐 가 있는 동안 우연찮게 연락이 되어 다시 만나게 되었다. 의사로 일하던 이 친구는 나랑 만난날 갑자기 병원에서 oncall이 걸려 바로 나가야되자 나를 결국 끌고 병원까지 가서 나는 그 병원 도서실에서 시간을 보내는 색다른 경험을 해보게 된 적도 있었다. 결혼이 늦어 아이의 연령도 내 친구들과는 많이 동떨어져 있던 내게 이 친구는 그나마 아이를 늦게 낳아 나이차가 제일 적게 나는 아이들을 가지고 있다. 내가 아이를 낳을 거란 소식을 듣고서부터 연령대 별로 아이에게 보여주면 좋을 책 리스트를 만들어 내게 메일로, fax로 보내주던 친구. 아이가 태어나서 당장 카시트가 준비되어 있지 않으면 아이를 병원 밖으로 데리고 나와 차에 태울수도 없는 미국의 실정에 맞게 튼튼한 카시트를 선물로 보내주어 지금까지 우리 아이가 애용하고 있다. 이 친구의 큰 아이 생일이 내 생일과 같아 잊을래야 잊을수가 없다며 거의 매년 내 생일엔 국제 전화로 생일을 축하해 주는 친구. 이번에도 통화하며 너무 보고 싶다는 말을 서로 연발했다.

이제 우리, 정말 언제나 만날수 있을까. 고등학교, 대학교때의 그 앳된 모습 대신 어떤 모습으로 만나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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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실 2006-11-18 09: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친구분들이 멀리 떨어져 있군요. 안타까워요.
님은 한번 맺은 우정 끝까지 지키실 듯 한데.....
이웃에도 좋은 친구가 계셨으면 좋겠어요. 그래서 조금 덜 외로우셨으면 좋겠습니다....

hnine 2006-11-18 11: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세실님, 제가 사람을 잘 못사귀는데 한번 사귀면 오래 가긴 하지요. 위의 친구도 언젠가 꼭 다시 만나게 될 것같은 예감을 그냥 믿고 있어요.
 

올해의 뒷모습이 보이기 시작하다.

어떤 해였나.

정리를 잘 해야해 정리를.

조금 이르지만 올 한해를 되돌아보는 시간을 갖자.

잘 했나 못 했나를 따지기보다

내 인생의 어떤 의미로 남을 한 해였나 생각해보자.

그래서 정말 연말이 되었을때

덜 심난하게

덜 외로와하며

덜 허무해하며

담담하게

감사하는 마음으로

가는 해에

굿바이 인사를 보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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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영엄마 2006-11-17 22: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벌써 정리 들어가시는거예요? 우리 한 해 마무리 잘 해보아요~

hnine 2006-11-18 04: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영엄마님, 정리를 한참 해야할 것 같아서요 ^ ^

해리포터7 2006-11-18 10: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직 정리할 시간이 남았네요..전 12월이 되면 왠지 끙끙 앓곤 했어요..한해를 잘 마무리하지 못해서요..정말 이렇게 순식간에 2006년이 흘러가다니...

해적오리 2006-11-18 11: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회사에서 벌써 송년 모임 이야기들이 나오기 시작하더군요..
2006년은 정말 쏜살같이 지나가 버리네요... 올해도 님은 먼곳에..ㅠ.ㅠ

hnine 2006-11-18 11: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해리포터님, 매도 먼저 맞는게 낫다고, 우리 12월엔 꿋꿋하게 지냅시다~ ^ ^

날나리난쟁이해적님, 나이 드니까 정말 시간이 더 빨리 지나가요. 먼곳에 계신 님, 야속하네요 ^ ^
 

나는 학력고사 세대이다. 선지원 후시험도 아니었고, 수시모집 같은 제도도 없었고, 논술 고사라는 것도 따로 없었고, 그냥 학력고사 시험 한번 보고 나오는 성적과 고등학교 내신 성적으로 적당한 대학에 지원을 하는 시스템하에서 시험을 치뤘다.

고등학교 2학년, 이과반으로 들어간 후 부터 성적이 조금씩 떨어지더니, 고등학교 3학년이 되자 모의고사니 중간 고사, 기말 고사 점수는 시험 한 번 볼 때마다 오르는 일 없이 계속 뚝 뚝 떨어졌다. 어디까지 내려가려고 이러나 처음엔 불안하고 걱정되고 속상하고 어찌해야 할지를 모르겠더니 3학년 2학기를 넘어가면서부터는 거의 포기 상태. 공부를 뒷전으로 하고 다른데 정신이 팔려 있던 것도 아니었다. 오히려 나는 하루 24시간 공부 생각만 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을 정도. 지나고 나서 생각하니 그게 문제였던 것 같다. 걱정, 걱정이었다 공부에 대한 걱정. 책상에 새벽 2시까지 앉아서 내가 한 것은 공부가 아니라 공부에 대한 걱정이었다.

학력고사 시험날, 시험장까지 작은 외삼촌께서 차로 데려다 주셨는데, 엄마도 함께 타고 가셨다. 나를 내려 주시고 엄마는 바로 직장으로 출근. 떨리지도 않고, 그냥 이 시험이 빨랑 지나가버렸으면 했다. 어차피 난 내가 어느 정도의 성적을 받을지 알고 있었으니까. 모의고사는 괜히 보나. 그동안의 성적으로 충분히 짐작할수 있는 나의 코 앞의 미래.

한 교시 끝날때마다 서로 답을 확인해보는 아이들을 보며 난 책상에 가만히 앉아서 무슨 생각을 했었는지 모르겠다. 그냥 이제 한 시간 끝났다, 이제 두 시간 끝났다, 마음속으로 세면서 시간이 가기만을 기다리고 있었을 것이다.

고등학교 3학년 내내 모의고사 볼때마다 나를 괴롭히던 두통이 이 날도 예외 없이 찾아왔다. 3교시쯤부터 시작되는 이 두통은 한쪽 머리가 쪼개지듯이 아파서 4교시 시험볼때쯤이면 (나의 취약점인 과학 과목이 주루룩 들어있는) 제대로 문제에 대한 생각을 할수도 없을 정도였다. 어차피 잘 모르는 답인걸 하며 늘 4교시 답안은 대충 메꿔 내곤 했던 것이다. 아...오늘만은 그러지 않길 바랬는데, 예외가 없었다.

드디어 4교시에 걸친 시험이 모두 끝나고, 같은 고사장 다른 교실에서 시험을 치른 단짝 친구를 만나니 그 친구는 답을 확인해보느라 정신이 없었다. 고사장을 나오니 그 친구의 어머니께서는 고사장 문 밖에서 시험치르고 나오는 딸을 기다리고 계셨다. 함께 버스를 타고 집에 돌아오는데 벌써 라디오에서는 정답과 해설이 나오고 있었다. 귀를 쫑긋하며 듣는 친구, 일부러 안들으려고 하던 나.

고등학교 3학년 어느날 그 친구에게 자조적으로 말한 적이 있었다. 나 이러다가 XX대 정도밖에 못 갈것 같아. 그랬더니 그 친구, 그래도 그 학교보다는 나은 데에 가야하지 않겠니?

결국 나는 그 XX대에 입학을 하였고, 그 친구는 그보다 훨씬 나은, 아니 우리 나라 최고 명문대에 입학을 하였다.

학력고사를 보고나서 입학 원서를 내고, 입학 결정이 되기까지의 얘기는 또 한 묶음거리이다.

그것이 벌써 몇년 전 일인데, 이렇게 대학 입학 시험 날이 되면 어김없이 생각이 나는가. 그리고 우울해하는가. 이유를 찾자면, 그 이후로 나란 인간은 아주 달라졌기 때문이다. 아직도 나를 얘기할때  최소한 거슬러 올라가야 하는 시점이 바로 그 시점이 되기 때문이다.

덧붙임 1.고3 내내 나를 괴롭히던 그 두통에 대해 누구에게도 얘기한 적이 없다. 난 아플 자격도 없다고 생각했던걸까. 그 두통은 학력고사보던 날을 마지막으로 사라졌다.

덧붙임 2. 위의 그 단짝 친구와는 지금까지도 단짝 친구이다. 초등학교부터 지금까지 친구이기 때문에 나를 너무나 잘 아는 제2의 나 라고나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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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적오리 2006-11-16 16: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많이 공감이 되는 내용입니다.
저도 오늘 출근길에 제가 학력고사 보던 날을 떠올렸었거든요.

저도 학교 다닐 때는 공부보다는 공부에 대한 걱정이 더 많았었죠.
어른이 되어서도 어떤 일보다는 그 일에 대한 걱정이 더 많은 것 같아요.
그래서 지금은 걱정하는 시간에 뭔가를 그냥 뛰어들어서 해보자하고 있지만요..

여러가지 생각을 하게하는 글이네요...

hnine 2006-11-16 16: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해적님도 학력고사 세대? 방가방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