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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건, 사랑이었네
한비야 지음 / 푸른숲 / 2009년 7월
평점 :
이제는 너무나 유명해진 사람, 한 비야의 책을 처음 읽었을 때가 기억난다. 10년 쯤 전이었는데, 참 신선했던 기억이.
지금이야 세계 여행을 비롯해서 오지를 여행하는 사람들이 예전보다 많아졌고, 그들이 쓴 기행문 성격의 책들이 다투어 쏟아져 나오고 있지만, 그 당시 그녀는 거의 선봉에 선 사람이었다고 생각한다. 그녀의 그 펄펄 살아 움직이는 것 같은 글을 읽고서 무덤덤할 수 있었던 사람은 아마 별로 없었을 것이다. 그녀의 이름을 그녀가 쓴 책에서만 만난 것이 아니었다. 그녀가 세계 여행을 시작하기 전, 굴지의 홍보대행회사에서 근무했다는, 그 회사의 사장이었던 사람이 바로 조안 리. 그녀의 자서전 중 글의 한 꼭지에도 등장하는 한 비야는 물론 비전있는 젊은이의 한 표상으로서 그려지고 있었다.
중국어를 공부하기 위해 떠났다는 중국 체류기 역시 재미있게 읽었고, 그 후 월드비전에서 일하면서의 활약상을 듣고 있던 중 오랜 만에 나온 그녀의 이 책은, 과연 나오기가 무섭게 베스트 셀러에 올랐고 많은 사람들에게 깊은 인상을 주며 사랑을 받고 있다. 구호 기관에서 한동안 있는 힘껏 열심히 일하고, 결코 머무름이 어울릴 것 같지 않은 그녀가 다시 새로운 공부를 위해 미국으로 떠나기 전, 그간의 일들을 정리하는 의미에서 이 책을 쓴 것으로 생각된다.
그녀의 글쓰기 스타일을 조금은 안다고 할 수 있기에 처음처럼 호기심으로 책장을 펼치진 않았음을 솔직히 말해야겠다. 자신의 사적인 이야기들과 구호 활동 중의 이야기, 그리고 어떻게 보면 평범하다고 볼수 없는 그녀의 일상에서 종교가 얼마나 힘이 되어 주고 있는지, 그러면서도 어느 하나의 종교에 집착하지 않고 열린 마음으로 다른 종교를 대하려는 마음 가짐이 역시 세계를 무대로 활동하는 사람 답다는 생각이 들게 하였고, 그녀는 그녀 스스로 에너지와 행복과 열정을 자체 생산해내는 데 가장 열심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녀는 그것을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결론을 내렸지만, 모든 사랑이 그렇게 활동적인 에너지로 승화할 수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뭐 중요한 것은 아니지만, 그럼에도 이 책에 별점을 세개만 준 것은, 그녀의 글에는 너무나 틈이 없다고나 할까. 함께 공감할 수 있는 고민의 틈이 없다. 그녀라고 왜 늘 행복하기만 했겠는가. 하지만 그녀는 그런 과정에 대해 길게 늘어놓지 않는다. 결론적으로 나는 늘 행복하고 내가 마음에 든다고 말한다. 열심히 노력하면 무엇이든 다 된다고 하는 그녀의 말이 어딘지 모르게 마치 학교 다닐 때 종례를 마치는 선생님의 마지막 말씀처럼 들렸기 때문이다. 스스로 자신은 공주병 환자라고 말하는 김 혜자의 '꽃으로도 때리지 마라'를 읽으며 느낀 감동이 솔직히 더 컸음도 털어놓자.
하지만 이것은 내 눈에 비친 한 단면일 뿐, 이 책 전반에 대한 평가는 아니다. 우리 사회가 가장 필요로 하는 사람은 바로 저자 같은 이런 사람일테니까. 그리고 앉아서 이렇다 저렇다 느낌을 말하고 주장을 외치는 사람 백명보다, 직접 내 발로 뛰고 내 손과 땀으로 실천하는 이런 삶을 누가 함부로 뭐라 할 수 있겠는가.
그녀의 다음 행보에 조용한 응원을 보내는 마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