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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의 달인, 호모 쿵푸스 - 공부하거나 존재하지 않거나! ㅣ 인문학 인생역전 프로젝트 1
고미숙 지음 / 그린비 / 2007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읽는 내내 유쾌 했다. 모호하지 않다. 자기 주장이 뚜렷하고 주장에 대한 근거를 확실하게 제시한다. 그래서 그가 읽을 필요없다고 말하는, 소위 말랑말랑한 내용의 책이 아님에도 읽는데 별로 힘이 들지 않고 페이지가 넘어간다.
그녀의 책을 읽다 보면, 정말 공부하는 사람은 타고 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무엇을 위해 공부를 한다기 보다 그녀가 책에서 몇번씩 외치는 말 '공부하거나 존재하지 않거나'에 드러나듯이, 존재하는 한 공부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공부가 이루어지고 있는 학교 제도에 대해 상당한 회의를 표현한다. 지금 학교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형태의 공부는 별 의미가 없다는 것이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근본적으로 '책읽기' 없이 공부가 이루어질 수 없기 때문이다. 여기에는 오스트리아 출신 교육운동가인 이반 일리히의 말이 자주 인용되는데, 학교가 유포한 환상 중에 가장 나쁜 것이 사람들을 제도적 서비스에 길들이게 하는 것이라고 한다. 서비스가 좋아질 수록 삶의 질이 향상된다고 생각에, 학교가 많아지면 교육수준이 높아진다고 착각하는데 절대로 그렇지 않다는 것. 오히려 그 결과는 자립적 활동력을 상실한, 제도에 길들여진 노예들을 길러낼 뿐이라고 한다. 나날이 하향 평준화 되어가고 있는 우리의 교욱 현실이 딱 그 꼴이라면서. 대학도 마찬가지이다. 학술 심포지엄이라는 것을 보아도 그렇다. 매해 열리고 있는 그 많은 종류의 심포지엄이 지식을 통한 축제의 장이 아니라, 발표자와 사회자와 토론자만이 근근히 현장을 메우며 시간을 때우는 형식적인 현장일 뿐 청중들과의 소통은 썰렁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겉은 번지르르한데 속은 텅 빈 학교를 그대로 닮아가고 있는 것에 다름이 아닌 것이다. 공부의 대상 역시 특정 연령층에만 국한할 것이 아니다. 그것은 평생의 일대사이기 때문이다. 이 세상 공부의 대상이 되지 않는 것이 없는데, 불행히도 근대 지식은 이런 역동성과 충만감을 다 잃어버리고, 그 누구도 행복하게 해주지 못하는, 앎과 일상이 분리된 공부로 변질되었다고 한다. 공부는 특정 영역이나 직업과 연관시킬 것도 아니며 삶과 분리되어서도 안된다. 따라서 근대의 이런 변질된 지식 전달 체계에 연연할 것이 아니라 고전이 말하는 공부법에 주목하라고 저자는 말한다. 인생의 모든 순간들을 학습하고, 지식, 기술, 경험을 서로 나누어 가지고, 서로 도와주는 순간으로 바꾸어 놓을 수 있는 가능성을 높일 수 있는 교육망 형성이 바로 우리가 추구해야 할 과제라는 일리히의 말을 인용하면서.
이 밖에도 질병과 죽음을 일컬어 최고의 가르침을 주는 스승이라고 한 것, 사랑을 하게 되면 모든 것을 전폐하게 되는 그런 사랑이 아니라, 어느 상황에 있던 배움을 멈추지 않았던 대장금식 사랑이어야 한다는 말도 일리있다. 암기가 아닌 암송의 중요성과 의미에 대한 얘기도 인상적이었다. 현대인들이 웃지 않는 이유로서 '거리두기'와 '자의식'에 길들여진 탓이라는 것도.
어쨌건 책을 손에서 놓지 않고 있다고 해서 안심할 일도 아니다. 책을 철저하게 가려서 읽으라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니까. 쉽고 재미있는 책, 읽어서 몽땅 이해되는 책은 당장 덮으란다. 그런 것들을 읽는 것은 취미 활동에 불과하다면서 우선 우리의 고전부터 시작하길 권하고 있다.
그리 어려운 문체로 씌어있지 않으므로, 청소년들이 읽어봐도 도움이 많이 될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