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안 말랐네!"
어제도 그제도 남편이 하는 말이다.
비에 젖고 땀에 젖고, 한창 뛰어놀기 좋아하는 아이의 운동화는 그냥 외양만 더러운 것이 아니라 지독한 냄새까지 풍기고 있다는 것을, 며칠 전 냄새의 근원을 찾다가 알아냈다.
그리고서 내가 한 일은 겨우 베란다 벽, 햇볕 들고 바람이 통하는 곳에 운동화를 쓰러지지 않게 세워둔 일.
그런데 그렇게 며칠을 세워두어도 냄새는 가시지 않았다.
지난 주말, 욕실에서 남편이 쭈그리고 앉아 뭘 하고 있다. 딱 내가 걸레 빨 때의 자세인데 남편이 절대 걸레를 빨 사람은 아니고 뭘 하고 있나 봤더니 아이의 운동화를 빨고 있었다. 잠시 후 얼굴에 땀이 송글송글 맺혀서는 흐뭇한 표정으로 깨끗해진 아이의 운동화를 들고 나왔다. 그리고 다시 베란다 창 앞으로 가져가서는 잘 마르도록 세워놓는다.
운동화를 빨아본 사람은 안다. 그것이 얼마나 더디 마르는지를.
빨리 보송보송하게 말라서 아이가 신고 다니는 것을 보고 싶은 남편은 매일 저녁 집에 들어오면 아이 운동화를 만져보고는 실망한다.
"아직도 안 말랐네..... 왜 이렇게 안 마르지?"
"운동화가 원래 좀 더디 말라."
내가 말했다.
"낮에 해가 잘 드는 곳에 좀 갖다 놓지."
남편이 내게 하는 소리이다.
"거기가 그나마 제일 볕이 잘 드는 곳이야. 그런데 요즘 비가 자주 오니 습해서 더 안마르는 것 같아."
아이는 지금 엄마 아빠가 무슨 얘기를 하는지 안중에도 없다.
이제는 아이를 위해서보다도 남편을 위해서 해가 좀 쨍 하고 나주었으면 좋겠다. 매일 해가 나기는 하는데 딱 그날 널은 빨래가 마를 정도일 뿐, 운동화가 마르기에는 좀 모자라는 날씨가 계속 되고 있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