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든 이유 : 여름에는 바나나 살때 잘 생각해야한다. 알려져 있다시피 바나나는 냉장고에 보관하지 않는 과일인데, 그래서 밖에 내어놓으면 초파리가 얼마나 금방 모여드는지, 비닐에 넣어 입구를 잘 봉해놓아야 한다. 그랬더니 안에 습기가 차서 바나나가 금방 물러지는 것이다. 못 먹고 버리는 것을 두 눈 뜨고 못보는 이 고약한 성질때문에 일부는 갈아서 얼려 샤베트 만들어놓고, 그래도 잔뜩 남은 바나나를 가지고 할 수 없이 바나나 브레드를 구웠다. 케잌 반죽에도 들어가고 나중에 저렇게 토핑처럼 올리기도 하고. 케잌이라고 하기에 무척 부들부들했다.
만든 이유: 서재의 어떤 분께서 며칠 전에 올린 단팥빵 페이퍼 때문이다. 얼마나 생생하게 단팥빵에 대한 묘사를 해주셨던지 읽으면서 입에 침이 고이는 것이 아니라 나는 손이 근질근질했다. 단팥빵은 그 어느 빵으로도 연상되지 않는 특유의 그 사랑스럽고 푸근한 느낌이 있어서 언제적부터 한번 만들어보고 싶던 빵이었는데, 이것 역시 먹는 데는 5분, 하지만 만드는데는 팥소 만드는 것부터 얼마나 손이 많이 가는지 알고 있기에 외면하고 있다가 드디어 만들어보게 된 것.
이런 저런 레서피 찾아보다가 결국엔 내 방식대로 주먹구구식으로 만들었다. 제빵은 절대 주먹구구식으로 하면 기대하던 결과물을 볼 수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주먹구구식으로 하고 있는 이 아마추어 빵순이.
분할한 반죽의 크기에 비해 내가 열심히 만든 팥소를 잔뜩 넣다보니 단팥빵이라기보다는 껍질이 얇고 속이 꽉 찬 경주 황남빵 처럼 되었다. 남편이 먹어보더니 안의 팥소의 찰기가 좀 부족하다고.
어쨌거나 내일 아침은 이 단팥빵의 탈을 쓴 황남빵과 우유로 낙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