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든 이유 : 여름에는 바나나 살때 잘 생각해야한다. 알려져 있다시피 바나나는 냉장고에 보관하지 않는 과일인데, 그래서 밖에 내어놓으면 초파리가 얼마나 금방 모여드는지, 비닐에 넣어 입구를 잘 봉해놓아야 한다. 그랬더니 안에 습기가 차서 바나나가 금방 물러지는 것이다. 못 먹고 버리는 것을 두 눈 뜨고 못보는 이 고약한 성질때문에 일부는 갈아서 얼려 샤베트 만들어놓고, 그래도 잔뜩 남은 바나나를 가지고 할 수 없이 바나나 브레드를 구웠다. 케잌 반죽에도 들어가고 나중에 저렇게 토핑처럼 올리기도 하고. 케잌이라고 하기에 무척 부들부들했다. 

 

 

 

 

 

 

 

 

 

 

 

 

 

 

 만든 이유: 서재의 어떤 분께서 며칠 전에 올린 단팥빵 페이퍼 때문이다. 얼마나 생생하게 단팥빵에 대한 묘사를 해주셨던지 읽으면서 입에 침이 고이는 것이 아니라 나는 손이 근질근질했다. 단팥빵은 그 어느 빵으로도 연상되지 않는 특유의 그 사랑스럽고 푸근한 느낌이 있어서 언제적부터 한번 만들어보고 싶던 빵이었는데, 이것 역시 먹는 데는 5분, 하지만 만드는데는 팥소 만드는 것부터 얼마나 손이 많이 가는지 알고 있기에 외면하고 있다가 드디어 만들어보게 된 것.
이런 저런 레서피 찾아보다가 결국엔 내 방식대로 주먹구구식으로 만들었다. 제빵은 절대 주먹구구식으로 하면 기대하던 결과물을 볼 수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주먹구구식으로 하고 있는 이 아마추어 빵순이.
분할한 반죽의 크기에 비해 내가 열심히 만든 팥소를 잔뜩 넣다보니 단팥빵이라기보다는 껍질이 얇고 속이 꽉 찬 경주 황남빵 처럼 되었다. 남편이 먹어보더니 안의 팥소의 찰기가 좀 부족하다고.
어쨌거나 내일 아침은 이 단팥빵의 탈을 쓴 황남빵과 우유로 낙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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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노아 2010-08-04 21: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아아, 꿀꺽! 수영하고 와서 기진맥진했는데 너무 달콤한 페이퍼예요.T^T

hnine 2010-08-05 06:56   좋아요 0 | URL
수영 시작하셨다고 했죠? 와, 잘 하셨어요. 처음에 좀 힘드실지 몰라도 건강엔 분명히 도움이 될거예요. 수영하고 나서 배고픈 걸 잠 참는게 관건이라고들 하던데, 꾹 참았다가 내일 낮에 맘껏 먹기! ^^

프레이야 2010-08-04 21: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빵순이, 제 별명인데요.ㅎㅎ
아마추어 솜씨가 저 정도라면 허거덩 놀라워요.
나인님에게선 풍미가 느껴져요.^^ 아시죠.

hnine 2010-08-05 06:59   좋아요 0 | URL
여기 알라딘에 빵순이가 몇분 계시지요 ㅋㅋ
한식과 달라서 빵, 과자는 계량, 온도, 재료 등을 정확히 할수록 제대로 뭐가 만들어지는데 저는 그런 편이 아니라서 어제도 강력분 써야하는데 집에 없길래 그냥 중력분 쓰고, 버터도 남은 조각만 넣느라고 좀 덜 들어가고, 이런 식이랍니다.
저에게서 풍미가...저에게서 맛있는 냄새가 나나봐요? ㅋㅋ (농담입니다 ^^ 칭찬으로 해주신 말씀이란 것 알아요~)

2010-08-04 22:0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8-05 07:0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8-05 13:4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8-05 22:23   URL
비밀 댓글입니다.

꿈꾸는섬 2010-08-04 22: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너무 맛있게 생겼어요.^^
저도 바나나때문에 곤혹스러웠는데 몇날며칠 우유에 갈아서 먹이고 남은 건 얼리고 그랬어요. 빵 만드는 재주가 있었다면 좋았겠단 생각을 하게 되네요.

hnine 2010-08-05 07:05   좋아요 0 | URL
여름에 바나나는 정말 먹을 만큼만 사야되겠더라고요.
바나나를 갈지 않고 몇 조각 내어 막대기 꽂아 그냥 얼려보기도 했어요. 아이스바 처럼 손에 잡고 먹을수 있게요.
빵 만드는건 아직 시도를 안해보셔서 그렇지 누구나 다 할 수 있는, 재주랄 것도 없는 일이랍니다.

무스탕 2010-08-04 22: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바나나빵은 떡같아 보여요. 세상에.. 도대체 이 더운날 왜 그러세요? 라고 말하고 싶지만 작품이 그 말을 쏙 들어가게 만드네요 ^^

hnine 2010-08-05 07:06   좋아요 0 | URL
바나나를 소모시키느라고 제가 반죽에 바나나를 좀 많이 넣었나봐요. 좋게 말하면 부들부들 한 것이고 제대로 말하면 질척이는 것이고요. 빵이 떡 같아 보이거나 그런 질감이 나면 음, '실패'라고 할 수 있지요 ㅋㅋ 그래도 아무튼 다 먹었어요 ^^

순오기 2010-08-05 00: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아~~~~ 맛있겠다!! 나도 빵순인데...^^
우린 애들이 크니까 바나나 한 손도 게눈 감추듯해요.
단팥빵과 소보루빵은 언제 먹어도 좋은 추억의 빵이에요.

hnine 2010-08-05 07:09   좋아요 0 | URL
빵순이에 해당하는 좀 더 근사한 말 없을까요? 저, 프레이야님, 순오기님 모두 빵순이인데 저는 빵순이 그대로 좋지만 두 분께는 좀 더 산뜻하고 예쁜 별명이면 좋을 것 같아서요. 음...
어릴 때 단팥빵은 최고의 간식이었지요. 아차, 그러고 보니 단팥빵 위에 통깨를 심는 것을 잊었네요.

2010-08-05 00:2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8-06 09:54   URL
비밀 댓글입니다.

sslmo 2010-08-05 12: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허걱~전 바나나와 빵은 별로거든요.
공부하면서 손 쉽다는 이유로 평생 먹을 바나나와 빵을 다 먹어버렸나 봐요~
전 바나나를 한입 크기로 썰어 냉동실에 얼려 사벳처럼 먹어요~

근데,저 빵은요...진짜 군침 꼴깍인걸요~^^

hnine 2010-08-05 22:25   좋아요 0 | URL
바나나 그대로 얼려서 먹는 맛도 좋지요.
저는 왜 빵은 먹어도 먹어도 질리지가 않는지 모르겠어요. 질리기는 커녕 먹으면 먹을수록 더 먹고 싶으니 ^^

stella.K 2010-08-05 13: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분 페이퍼에서는 그다지 먹고 싶은 생각까지는 안 들었는데
여기선 무진장 먹고 싶어지네요.
저 당분간 hnine님 서재 들어오지 말까 봐요. 염장이라서...ㅠ

hnine 2010-08-05 22:26   좋아요 0 | URL
에고, stella님, 저 염장페이퍼 안 올릴테니 제 서재 발길 끊지 말아주세요~

stella.K 2010-08-06 13:10   좋아요 0 | URL
그러지 마시고, 택배로 보내주시면 hnine님 영원한
저의 우상으로 모시겠습니다.ㅋㅋ

야클 2010-08-05 14: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단팥빵이다 꿀꺽

hnine 2010-08-05 22:27   좋아요 0 | URL
저런 단팥빵 백번 쯤 만들어보면 J모 호텔 단팥빵 수준에 오를 수 있을까요?
그럼 저는 더 이상 여기서 이러고 있지 않겠지요 ㅋㅋ

pjy 2010-08-05 16: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앙금있는 빵을 좋아해요~ 황남빵도 당연히 경주갈때마다 꼭 사먹죠^^
아무리 목이 메여도 우유로 씻기는 느낌도 아깝습니다~ 천천히 꼭꼭 씹어먹으면 얼마나 찐득하니 입안이 행복한데요ㅋ

hnine 2010-08-05 22:29   좋아요 0 | URL
'우유로 씻기는 느낌도 아깝다', '천천히 꼭꼭 씹어 먹으면 찐득하니 입안이 행복하다'는 표현, 와~ 정말 단팥빵을 사랑하시는군요. 저랑 막상막하 이십니다 ^^

혜덕화 2010-08-05 18: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보는 것마다 배우고 싶은 것도 욕심이겠지요?
잘 지내시죠?
저는 요즘 재봉틀을 배워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어요.
사는 것을 줄이고 재활용하려니 재봉틀을 배우면 참 유용하겠다 싶은데, 생각만큼 시간이 나지 않네요.
사는 것, 먹는 것, 입는 것
지구가 이렇게 몸살을 앓는데 나 하나라도 멈추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바나나 케잌, 참 맛있겠네요.^^

hnine 2010-08-05 22:32   좋아요 0 | URL
혜덕화님, 오랜만이시어요. 반갑습니다. 지금은 방학 중이니 좀 한가하신지요.
안 만들어도 되는 음식을 만들때에는 무슨 이유가 있기 때문인데 제 경우엔 사놓은 것을 못 먹고 그냥 버리게 되는 것을 막아보자는 것이 대부분 이유가 된답니다.
재봉틀, 저도 배우고 싶어요. 빵을 만드는 것, 바느질을 하는 것, 수를 놓는 것, 이런 것들이 저에게는 일종의 기도 역할을 할 때가 많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