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엄마가 보기에도 통통해져가고 있는 다린이. 너 다이어트 좀 해야겠다고 놀리고 나서,
"다린아, 너 오늘 저녁을 굶을래, 엄마랑 미술관 한바퀴 돌고 올래?"
"저녁을 굶다니요, 미술관 가지요."
(ㅋㅋ... 너 그럴 줄 알고 한 소리였어.)
미술관 까페에 가서 아이스크림 사준다고까지 하면서 데리고 버스를 타러 나섰다.
개관할 때 가보았으니 3,4년 쯤 되었나? 우리가 오늘 다시 가보기로 한 곳은 이 응노 미술관.

단층의 낮은 건물, 그리고 그 앞의 분수 물줄기가 사람의 마음을 위압하는 것이 아니라 참 편하게 한다. 한 시름 놓고 들어오라고 입구부터 우리를 맞아주는 느낌, 내 혼자 느낌이겠지? 요즘 아무데서나 위안을 받으려고 하는.

뒤의 내 카메라를 의식하고 연출 중. 찍어줘야 할 것 같았다.

미술관으로 들어가는 입구.
저 자리에, 그리고 딱 한 그루의 소나무가 있는 이유는...
미술관 내에서는 사진 촬영을 못하게 한다.
한 쪽 방에서 이 응노 화백의 짧은 다큐멘터리가 비디오로 계속 상영 중이길래 아이랑 둘이 앉아서 보았다. 남들은 프랑스 파리로 그림을 '배우러' 가던 1960년대에, 나는 가서 우리의 미술을 그들에게 알리겠노라, 가르치겠노라, 국내의 교수 자리를 버리고 떠났다는 이 응노 화백.
한쪽 다리에 마비 증상이 와서 병원에 입원하고 나흘 후, 가족들이 집에 가고 없는 새벽에 혼자 병실에서 눈을 감았다고 한다.
서양화에 김 환기가 있다면 동양화엔 이 응노라고.
은박지에 채색을 한 작품을 아이와 보고 있는데 자리를 지키고 계시던, 자원봉사자로 보이는 어르신께서 자세히 들여다 보면 뭐가 보이니 찾아보라고 하신다. A4용지 크기의 크지 않은 작품이었는데 말씀대로 잘 들여다보니 거기에 우리 글자 가, 나, 다, ㄱ, ㄴ, ㄷ 등이 얽히고 섥혀 있다. 미술에 조예가 깊으신 분인듯, 한지를 이용한 꼴라쥬 기법에 대해, 왜 그것이 프랑스 사람들의 이목을 끌게 되었는지 친절하게 설명을 해주셨다.



바로 옆에 있는 시립미술관으로 향하고 있는 중, 골인했을 때 감독이 취하는 포즈를 흉내내고 있다. 아무래도 한동안 저 포즈를 구경해야 할 것 같다.

앞에 보이는 건물이 대전에 있는 정부종합청사.

시립미술관에 들어가서 제일 먼저 들른 곳은 바로 미술관 내 '까페'.
아이스크림 사주겠다고 약속을 했기 때문이기도 하고, 한달에 한번 내가 아는 분들과 만나는 장소이기도 한데 아이에게 그곳이 어디인지 보여주기도 할겸 들렀다.

약속대로 아이스크림을 사주고, 다음엔 기념품 가게로.
내가 좋아하는 피카소 그림의 (브론테님 생각했다 ^^) 타일 받침을 골랐는데 한쪽 귀퉁이가 조금 떨어져 나가 있었다. 피카소의 다른 그림이 그려진 받침도 있었지만 난 꼭 이 그림의 받침이 사고 싶기에 다른 물건이 있나 물어보았더니 그것 하나 뿐이란다.


"아, 그럼 이것 가격 좀 낮춰서 파세요."
8,000원을 5,000원에 샀다.
작은 카드 두개 사고.

아래의 책은 아이가 집어 들었는데 가격이 54,000원이란다.
너 정말 이 책이 갖고 싶냐고 다섯 번쯤 연속으로 물으니 대답이 점점 약해진다 (그럴 때를 기다렸지 ^^) 무슨 책인가 하고 책을 펼쳐 보니 글자는 한자도 없는, 무슨 디자인 관련 책인가보다. 네가 정말 정말 갖고 싶으면 다음 주 엄마가 약속있어서 여기 또 올테니 그때 사주겠다고 했다.

엽서 코너에서 '권 기수' 화가의 엽서를 재미있다고 보고 있길래, 그 화가의 작품에는 어디에나 그 웃는 얼굴이 들어가 있다고 얘기해주고 집에 가서 권 기 수 라는 이름으로 검색해보라고 했다.
지금 자기 방에서 검색 중인 아이가 엄마, 이것 좀 와서 보라고 계속 불러대고 있다. 가서 보니 그림 뿐 아니라 동영상 까지, 재미있는 것들이 많다.
--> 여기를 보고 있더군요
I have a dream.
그래, 아이 해브 어 드림이다.
저녁 굶는 대신 미술관 동행해주었으니, 이제 저녁 해주러 가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