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은 특정 종교를 가지고 있지는 않은데, 아이가 다니는 초등학교가 기독교 학교이다보니 가끔 그에 관련된 질문을 할 때가 있다.
다린: "엄마, 하느님은 왜 인간에게 나쁜 병을 일으키는 바이러스 같은 것을 만드신거예요? 인간을 사랑하신다면서"
다린아빠: "나쁜 것도 있어야 좋은 것을 알것 아니겠니?"
다린엄마: "다린아, 우리 생각엔 바이러스가 사람에게 나쁜 병을 일으키니까 나쁜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하느님이 보실땐 바이러스도 사랑스러운거야. 우리에게 해롭다고 그것이 원래부터 나쁜 것이라고 생각하면 안돼지."
다린이가 다니고 싶어해서 요즘 교회 주일학교에 보내고 있다. 시부모님 제사, 차례를 모시는 우리 집은 절 할일이 많은데 지난 설, 차례 음식 준비하고 있는데 옆에 와서 그런다.
다린: "엄마, 교회 선생님께서요, 설날에 어른들께 하는 세배 말고는 절 하면 안된대요."
다린엄마: "맞아, 기독교에서는 그러기로 약속이 되어있어서 그래. 그런데 내 약속만 중요하다고 생각하면 기독교말고 다른 종교를 믿는 사람들과 부딪힐수가 있어. 엄마는 그래서 가끔 내 약속을 양보하는 것도 약속을 지키는 것만큼 좋은 일이라고 생각해. 교회 선생님 말씀이 틀린거 아냐."
오늘 Turnleft님 페이퍼를 읽고 문득 생각이 나서 써보았다.
아이에게 뭐라고 대답했어야 더 좋았을까 생각하다가, 한가지 빠뜨린걸 깨달았다. 엄마나 아빠의 생각을 얘기하기 전에, 우선 아이의 생각을 물어볼걸. 정리안된 상태라 할지라도 아이가 그런 질문을 할 때에는 자기 나름의 대답이 머리 속에 있었을텐데. 그것을 말할 기회를 지나쳐버리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