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성 1 고양이 시리즈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전미연 옮김 / 열린책들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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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문명」 에 이은 고양이 시리즈 「행성」 시리즈를 읽는다. 베르나르 베르베르 세계로 오랫만에 초대되어 즐겁다. 인간 이외의 존재를 통해 인간에 대해 이야기해왔던 작가는 이번 작품에서도 고양이의 시선으로 인간에 대해 이야기한다. 또한 작품 속에 늘 등장해왔던 「상대적이며 절대적인 지식의 백과사전」 또한 이야기의 중간마다 존재감을 뽐낸다. 작가의 이야기 속에서 에드몽 웰즈의 「상대적이며 절대적인 지식의 백과사전」 은 어느새 확장판까지 나왔으며, ESRAE (Encyclopédie du Savoir Relatif et Absolu Etendue) 란 이름으로 「행성」 에서의 중요한 소재가 되고 있다. 웰즈 가문의 인물들 또한 등장한다. 이번에는 로망 웰즈 교수가 등장한다. 작가의 팬들에게는 익숙한 설정이지만 새로운 팬들에게는 다소 낯설게 다가갈 수도 있으려나.





행성 1

베르나르 베르베르 장편소설

열린책들



전작 「문명」(Sa majesté des chats, 2019) 에서 프랑스 시뉴섬을 떠나 미국으로 향했던 고양이 바스테드와 그 일행들은 「행성」 에서 미국에서의 여정을 시작한다. 이야기 초반의 등장인물(동물?) 들이 전작에서 이어지는 터라 자세한 소개 없이 곧바로 사건으로 진입하고, 몇몇 캐릭터들은 초반에 사망하기도 한다. 이 책으로 <고양이 시리즈>를 시작한 독자라면 살짝 허망하기도 할 듯. 



미국은 <프로메테우스> 라는 이름의 프로젝트로 쥐의 간을 공격해 파괴하는 독감 바이러스를 개발했지만, 이내 쥐들은 바이러스에 대처할 방법을 찾았다. 결국 사람들은 고층 빌딩으로 몸을 피한 뒤 1층에서 외부로 통하는 출입구를 모두 박아 지상과의 연결을 원천 차단한다. 그렇게 미국에서는 공중 생활을 하는 인간 공동체가 탄생하게 되었다. 힘겹게 배를 타고 바다를 건너왔으나 배 위에서 쥐들에게 공격당하고 있던 바스테드 일행들은 맨하튼의 고층 빌딩에 사는 이들에게 구조된다. 이곳의 공중 세계는 집라인을 설치해 타워마다 자리 잡은 공동체 간에 교류가 가능하다. 도르래 장치에 매달린 의자를 타고 빌딩간을 이동해 다닌다. 그 외에 자율 비행이 가능한 드론을 활용한 수송 시스템을 개발하여 활용하고 있다. 이들의 주식은 쥐다. 빌딩의 아래층에는 버섯도 재배하고 지붕에서는 소량이지만 과일과 채소농사도 짓는다. 전력은 태양광과 풍력 발전으로 해결하고 빗물을 물탱크에 받아서 쓰고 있는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바스테드는 '무서운 번식 속도와 놀라운 진화 능력을 보여주는 한 동물 종의 침략을 받고 이곳에 쫓겨 와 있는 현실(p146)' 을 슬퍼한다. 



미국의 공동체는 유럽처럼 무종교인 대 종교인, 가난한 자들 대 부자들의 대결로 내전이 벌어진 게 아니라, 미국이라는 모자이크를 구성하는 다양한 공동체 간에 동시다발적 충돌이 발생했다. 이들은 이것을 <부족 전쟁>이라고 불렀다고 했다. 현재는 101인의 부족 대표단이 모여 회의에서 다수결에 따라 의사결정을 내리고 있다. 이들은 의장을 선출하며, 현재의 의장은 힐러리 클린턴. ( 맞다. 우리가 알고 있는 힐러리 클린턴이다. ) 바스테드가 나중에 힐러리 클린턴과 부딪히며 의견대립을 할 때, 그녀에 대해 쏟아놓는 평가는 신랄하다. 



이렇듯 베르나르 베르베르는 실존 인물들을 교묘하게 이야기 속에 등장시킨다. 책 이야기를 종종 나누는 회사 동료 중에 찰스 부코스키를 언급하며 자신의 이루지 못한(?) 이상형이라며 농담을 하고는 했었는데, 당시 작가의 마초성(?)에 대하여 나름 치열하게 대화를 했던 기억이 떠올랐다. 바스테드가 미국에 와서 만난 고양이의 이름이 부코스키라는 것을 읽으며 웃음을 터뜨린 이유다. 



주인공 바스테드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인간에 대한 여러 평가들을 읽다보면 조금씩 뜨끔하게 되는 부분들을 만난다. 어찌보면 제 3의 눈을 통해 지식을 쌓은 바스테드 자체가 동물에서 인간화된 것은 아닌가 싶은 순간도 있다. 


문득 인간이란 존재의 문제가 뭔지 알 것 같다. 그들은 자신들의 상상력을 행복보다 불행을 위해 쓴다. 인간들은 신이라는 것을 상상해 만들어 내고 그 존재를 믿지 않는 사람들을 서슴없이 죽인다. 인간은 자신들이 사랑하는 대상이 바람을 피운다고 상상하고 그 사람과 헤어진다. 훌쩍거리는 집사를 바라보고 있자니 커플끼리도 서로 이해하지 못하는 종이 어떻게 오늘날까지 오랜 세월 영속할 수 있는지 의문이 든다. 


- p124




미국 쥐들의 대장은 알카포네라는 이름의 쥐다. 유럽의 쥐보다 덩치가 큰 종이다. 이 쥐들은 고층 건물의 아래층을 이로 갉아 무너뜨리고 만다. 동화 <아기돼지 3형제>에서 가장 튼튼한 집은 벽돌집이었건만, 현실 속 벽돌집 같은 곳이었던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은 쥐들의 공격으로 무너지고 만다. 그리고 불을 다룰 줄 알았던 전작 「문명」 의 빌런 티무르마저 미국에 도착하여 알카포네와 연합을 이루고야 만다. 



바스테드는 인간 부족들의 앞에 나서 자신이 이 상황을 해결할 아이디어가 있다고 말하며, 이에 대한 대가로 103번째 부족의 대표자격을 달라고 주장한다. 고양이들을 새로운 부족으로 인정해달라고 요구한 것이다. 어찌보면 이 소설은 고양이 바스테드의 성장소설이기도 하다. 과대망상적이고 자기중심적인 고양이라는 평을 받곤 하는 바스테드가 스스로의 정체성에 대해 고민하고 조금씩 무리를 이끄는 리더로서 변화해가는 모습이 흥미롭다. 바스테드는 현재 인간의 역사를 통해 '독재'에 대한 흥미를 내비치는 중이다. 



내가 전투에 임하는 자세를 봐서 알겠지만 나는 <순한 고양이>가 아니에요. 효율을 추구하는 고양이죠. 나에 대한 판단은 후대가 내릴 거예요. 물론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작은 위험도 감수하려 하지 않는 사람들이 결단이 요구되는 야심 찬 계획을 가진 사람들보다 착해 보이긴 하겠죠. (.. 중략)


최악의 독재자들은 대부분 천수를 누린 뒤 사랑하는 가족과 헌신적인 시종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평화롭게 생을 마감한 반면, 개혁가들은 제거되거나 처형되는 비극적인 종말을 맞는 경우가 많았어요. 그래서 나는 강한 지도자로 사람들 위에 군림해야겠다는 결론을 내렸어요. 


p239~241



이후 인간의 102개 부족( 이야기 중반에 기갑 여단 장병들이 102번째 부족으로 합류했다 ) 의 총회가 의견의 일치를 보지 못하고 계속 싸워대는 것을 보며 바스테드는 인간들은 오로지 자존심 때문에 상대를 반박한다라고 말하며, 남과 다른 점으로 자신을 정의하려고 하지 공통점에는 관심이 없다고 생각하게 된다. 자신은 이렇게 <앞뒤가 막힌> 인간과는 근본적으로 다르다며 '자기중심주의에서 벗어나 얼마든지 시각을 확장할 마음의 준비가 되어 있다' 라고 선언하기도 한다. 2권에서의 바스테드의 변화가 더욱 궁금해지는 장면이기도 하다. 서둘러 다음 권을 펼친다.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소설은 몰랐던 지식들을 서술하고, 주인공들은 물론 함께 읽는 독자들도 그 지식들을 통해 변화하도록 이끈다는 생각이 든다. 또한 그 지식들과 관련된 사건과 모험 요소, 그리고 상상력들이 덧붙여지면서 흥미로운 서사들을 완성한다. 이번 권에서 나는 '오스카, 비스마르크의 고양이' 에 대한 토막 지식이 재미있었다. '언싱커블 캣 샘(Unsinkable Sam)' 혹은 불침묘 샘 이라는 이름으로 불린 고양이에 대한 이야기 말이다. 


* 네이버 독서카페 리딩투데이 제공도서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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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노말리
에르베 르 텔리에 지음, 이세진 옮김 / 민음사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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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친구들끼리 입소문이 나며 함께 읽어보자고 권하게 되는 책들이 있다. 이 책 「아노말리」도 먼저 읽었던 책 친구가 함께 읽어보자며 선물해준 책이다. 책 표지의 느낌부터가 내 취향.



아노말리

L’Anomalie

에르베 르 텔리에

민음사

에르베 르 텔리에는 레몽 크노, 조르주 페렉, 이탈로 칼비노 등 세계적 작가들과 마르셀 뒤샹 같은 예술가들도 함께한 실험적인 문학 창작 집단인 ‘울리포(잠재 문학 작업실)’의 회원이자 2019년부터는 모임의 회장직을 맡고 있기도 한데, 『아노말리』는 울리포 작가로는 처음 공쿠르상을 탄 작품이자 르 텔리에가 울리포에 바치는 오마주 같은 작품이라고 소개된다. '울리포' 라는 창작집단이 궁금해진다.

에르베 르 텔리에는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다시금 시작되는 열 개 이상의 소설로 이루어진 (역시 울리포 작가인) 이탈로 칼비노의 『어느 겨울밤 한 여행자가』와 『아노말리』를 비교해 언급하며, 자신은 장르 소설이 아닌 ‘장르들로 이루어진 소설’을 쓴 것이며, 독자가 『아노말리』를 읽으며 완전함이라는 감정을 느끼길 바란다고 말했다.

온라인 책 소개 중에서

주말 독서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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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X 개론 - 실무에서 통하는 UX 기본기 다지기
앙투안 비조노 지음, 백남지 옮김 / 유엑스리뷰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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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무에서 언급되는 UX 개념, 그리고 적용되는 이론이나 방법론은 매우 다양함에도, 일을 통해 익혀나가다보면 경험해봤던 것들만 주로 떠올리게 되는 듯 하다. UX 에 관련된 키워드를 떠올려보자. 디자인 씽킹, 페르소나, 애자일, 스크럼, 린 스타트업, 디자인 스프린트.. 등등 여러가지가 엮인다. 분명 들어봤었는데 '아.. 그걸 뭐라고 설명해야 하더라?' 할 때가 종종 생긴다. 그럴 때 나는 이 책을 넘겨본다. 제목 그대로 UX 실무의 기초적이고 중요한 개념을 입문자 눈높이에서 정리해놓은 책이다.

실무에서 통하는 UX 기본기 다지기

앙투안 비조노

유엑스리뷰

최근 시작된 프로젝트는 워터폴 방법론을 벗어나기로 했다. 팀원들은 스크럼으로 가야한다느니, 린 스타트업으로 가야 한다느니 방법론에서부터 치열한 토론을 벌인다. 애자일 방법론 중 가장 잘 알려진 모델인 스크럼은 '애자일 선언문'에서 정립한 개념으로 인간중심적 사고와 프로젝트의 결과를 중시하며 불확실성을 염두에 둔다. 단어는 본래 럭비 용어로, 여럿이 팔을 바짝 끼고 횡대를 이루어 상대편과 밀치락달치락 하는 모양을 가리키는 용어다. 처음부터 제품의 모든 기능을 세밀하게 설계하면 오히려 역효과가 날 수도 있기에, 한정적인 기능만 탑재한 첫 번째 버전을 최대한 빠르게 만들어 사용자의 평가를 반영하고, 그 후 개발을 진행하면서 사용자의 실질적 욕구에 맞춰 제품을 수정해나가는 방법이다.

스크럼은 프로세스의 경험적 관리, 즉 경험주의에 기초한 이론이다. 경험주의는 경험을 통해 배울 수 있다고 믿는 것이며, 익히 알려진 사실을 토대로 의사결정을 하는 과정에서 꺠달음을 얻는다고 믿는 것이다. 스크럼은 반복적이고 점진적인 접근법으로 예측성을 확보하고 리스크를 통제하는 데 유용하다.

- 스크럼 가이드 중에서

애자일 프로젝트는 여러 개의 스프린트로 구성된다. 스프린트는 하나의 개발 주기로, 프로젝트의 특성에 따라 2~4주간 진행된다. 요구사항인 스프린트 백로그는 스프린트 중에 수정할 수 없으며, 기존의 작업 지시서가 없어 사용자의 요구를 잘못 해석할 수 있다는 리스크도 있다.

린 스타트업은 스타트업의 성공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최소 기능 제품(MVP, )을 개발한다. 결함이 없는 완벽한 제품, 모든 기능이 구현된 제품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고객 가치를 창조해낼 수 있는 최소한의 제품을 만드는 것이다. 이는 기업의 학습 과정에 꼭 필요한 요소로, 제품 기획자가 시장 상황을 재빠르게 파악할 수 있도록 돕는다. (p72)

IT 업계는 그동안 제품이 실제 효용성을 고려하지 않고 새로운 기능을 개발해왔는데 이러한 접근법을 '저스트 인 케이스 ', 즉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하는 방식이라고 부른다. 고객에게 유용할지도 모르는 기능을 일단 개발해두자는 것이다. 이런 방식은 인터페이스가 복잡해지거나 제품 사용이 어려워지는 등 사용자의 '인지적인 노력' 이 요구되는 문제점이 있다. ( 매우 공감되는 지적이다. ) 이제는 비용과 복잡성을 줄이고 '저스트 인 타임 ', 즉 사용자의 요구가 파악되는 '정확한 때'에 기능을 개발해야 하는 시대가 되었다고 주장한다. 이후 「UX 개론」에서는 린 스타트업을 위한 도구인 린 캔버스에 대해 간단하게 설명을 이어간다.

Part1 에서 UX 실무를 위한 주요 방법론을 풀어낸 후, Part2 에서는 좋은 제품을 디자인하기 위한 여러가지 기법들을 정리해놓고 있다. 사용자의 요구란 무엇인지, 이런 요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페르소나'와 연결해보는 접근법이나 '기회/해결책나무' 라는 접근법을 설명한다. 그리고 상호작용에 대한 여러 이론을 언급하고 인간의 지각 시스템이나 인지 시스템, 그리고 운동 시스템을 활용하는 방법을 요약한다. 인간 능력의 한계를 고려한 최적의 인터페이스를 디자인 하기 위한 방법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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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노말리
에르베 르 텔리에 지음, 이세진 옮김 / 민음사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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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묘한 이야기와 비교하거나, SF와 형이상학적인 미스터리가 우아하게 혼합되었다는 한줄평이 눈에 들어온다. 논리와 마법이 조우한다니 더욱 궁금한 책이다. 게다가 ‘번뜩이는 울리포적 장치‘ 는 어떤 느낌이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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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부 살인자의 성모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405
페르난도 바예호 지음, 송병선 옮김 / 민음사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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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틴 아메리카 작가 라고 하면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 정도 밖에 떠오르지 않는다. 페르난도 바예호라는 새로운 작가의 작품이 궁금해진다. 그의 작품 전체를 관통하는 주제 의식은 콜롬비아의 폭력의 역사라는데 폭력의 굴레에 갇힌 역사에 대한 통렬한 분노와 애도는 어떻게 표현되어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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