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 그리스 똑똑 세계사 시리즈
제임스 데이비스 지음, 김완균 옮김 / 책세상어린이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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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로마 신화를 읽으며 그리스란 나라에 대한 호기심을 무럭무럭 키웠던 아이는 똑똑 세계사 시리즈의 「고대 그리스」 도 재미있어한다. 이번에도 표지부터 살핀다. 앞표지에 나오는 미노타우로스, 아테네는 특징으로 곧 알아챌 수 있고, 맨 오른쪽의 인물은 책을 읽고 나니 알렉산드로스 대왕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뒷표지에는 제우스, 트로이 목마와 메두사가 그려진 아이기스 방패, 파르테논 신전 등이 그려져 있다. 표지부터 시작해보는 책읽기 시간이다.



고대 그리스 신화와 신전에서부터 그리스 사람들의 삶과 예술, 철학과 전쟁의 역사까지 다루고 있는 초등세계사 책이다. 지식정보책으로서 초등 중학년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춘 설명과 호기심을 자아낼 수 있는 재미있고 익살스러운 일러스트가 함께 한다. 일러스트 속 말풍선은 만화에 익숙한 아이들에게 다가가기도 하는데, 「고대 그리스」 에서는 만화형식으로 프레임이 분리된 페이지도 등장한다.


말풍선 속의 '이집트 유행' 같은 설정에서 웃음이 난다. 같은 시리즈에 포함된 「고대 이집트」 를 자연스럽게 펼쳐보게 된다. 「고대 그리스」 의 테마 중에 알렉산드로스 대왕에 대한 것도 있는데, 「고대 이집트」 에서도 이집트를 정복한 인물로 나온다. 세계사의 경우 이렇게 나라별로 비슷한 시기의 사건들을 비교해보는 것도 중요하다. 그래서 아이들에게 연표도 들여다보게 습관화해주는 것도 도움이 된다.


그리스하면 철학자들을 빼놓을 수 없다. 피타고라스, 소크라테스,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가 등장한다. 마침 타 출판사의 「철학자가 들려주는 철학 이야기」 시리즈를 아이와 함께 읽고 있었는데, 네 명의 철학자에 대한 이야기도 읽을 책 목록으로 뽑아둔다. 철학은 '지혜를 사랑하는 학문' 이라는 뜻이다. 초등 중학년 즈음에 읽는 책들은 이렇게 관련된 책으로, 영상으로 확장할 수 있는 가능성이 무한하다. 아이의 흥미가 어떤 곳으로 향하고 있는지 관심있게 지켜볼 필요가 있는 이유다.


똑똑 세계사 「고대 그리스」 의 테마들이 앞으로 어떤 부분의 배경지식이 될 지 교과서와도 연계해서 읽어본다. 물론 지식을 쌓는 것보다 아이의 호기심을 불러일으키고 유지시켜주는 것이 더 중요한 시기일테지만 말이다.

「고대 그리스」 를 읽고 나면 자연스럽게 시리즈의 「고대 로마」 편도 궁금해진다. 고대 로마는 어떤 테마를 다루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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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 그리스 똑똑 세계사 시리즈
제임스 데이비스 지음, 김완균 옮김 / 책세상어린이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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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의 책들은 시리즈의 기획의도도 함께 살펴보면 좋다. 시리즈의 두 권째 책을 읽으면서 <똑똑 세계사> 의 다른 책들은 무엇이 있는지 함께 살펴보게 된다. 출판사의 시리즈 기획의도를 찾아보니 '어떤 사실을 알고 이해하는 능력이 뛰어나다’는 뜻인 ‘똑똑하다’의 밑말이면서 ‘물체를 가볍게 잇따라 두드리는 소리’를 일컫는 ‘똑똑’이라는 이름을 붙여, 이 책들의 문을 열고 들어가서 흥미진진한 이야기보따리를 풀어 헤쳐 지식을 쌓고 지혜를 모으기를 바라는 기대를 담았다.' 라고 되어있다. '똑똑' 이라는 단어에 담긴 두 가지 의미!



페이지수가 60여쪽이 넘는 초등 중학년용 책이다. 일러스트가 아기자기해서 지식정보그림책 느낌이지만 본문도 길다. 펼침면으로 두 페이지마다 한 주제씩 다루고 있는 구성이다. 똑똑 세계사 시리즈의 「고대 그리스」 에서 다루고 있는 주제들을 보면 '트로이 전쟁', '그리스의 신', '엄청난 신화, '더 엄청난 신화', '알렉산드로스 대왕' 등 다양한 분야를 짤막하게 다루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나저나 엄청난 신화 다음의 더 엄청난 신화가 무엇인지 저절로 궁금해지지 않는가.


트로이 전쟁에 관련된 주제는 아이의 호기심을 확장시켜 「트로이 전쟁」 을 함께 읽어도 좋다. 호메로스의 원전을 읽는 것은 큰 도전인지라 밤톨군은 뉴베리 수상작가의 편집본으로 읽었다.



다른 주제들도 확장해볼 수 있는 것은 마찬가지다. 아이가 흥미있어하는 부분이 있으면 또 다른 책으로 건너가 또 다른 이야기를 만나볼 수 있는 마중물 같은 책이다. ( 그러보면 책들은 서로의 마중물인것 같기도 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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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루한이 들려주는 미디어 이야기 철학자가 들려주는 철학 이야기 55
강용수 지음 / 자음과모음 / 200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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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도르노가 들려주는 예술이야기』에서 시작한 여정은 『발터 벤야민이 들려주는 복제이야기』를 지나 이제, 『맥루한이 들려주는 미디어 이야기』 까지 왔다. 맥락없이 흘렀던 과정이 아니라 예술에 대한 이야기가  이렇게 자연스럽게 다음 책을 연결하게 된 것이다. 흥미롭다. 



맥루한이 들려주는 미디어 이야기

강용수 지음

(주)자음과 모음


'금세기 최고의 미디어 이론가'라 불리는 캐나다 출신의 문화 비평가 마셜 맥루한(Herbvert Marshall Mcluhan)은 미디어가 어떻게 생겨났으며 우리의 생활과 감각을 얼마나 바꾸었는지에 대해 설명한 인물이다. 

인류 역사에서 동굴 안에 모여 몸짓 발짓으로 이야기를 나누던 고대의 사람들에게 문자가 발명되고 인쇄술이 발전하여 책이 보급되면서 큰 변화가 생긴다. 혼자 책을 읽는 것이 생활의 중심이 되면서 개인주의가 생겨났다. 그 후 여러 기술이 발전하면서 사람들은 책보다는 텔레비전, 라디오, 컴퓨터, 스마트폰이 생활화되는 시대를 맞이한다. 맥루한은 이 과학기술의 잠재력을 파악하고, 이 기술이 세계를 하나의 '지구촌'으로 만들 것이라고 예언하기도 했다. 

그런데 미디어(media)의 뜻을 무엇일까. 단어의 뜻만 보면 어떤 작용을 한쪽에서 다른 쪽으로 전달하는 역할을 하는 것을 의미한다. 미디어하면 신문, 텔레비전, 라디오, 영화 등의 대중 매체를 가장 먼저 떠올린다. 그러나 맥루한은 미디어란 용어를 광범위하게 사용한다. 인간이 인위적으로 만들어 낸 모든 것미디어라고 불렀다. 그렇게 보면 이 세상에 미디어가 아닌 것들이 별로 없게 되는 셈이다. 모든 미디어는 인간의 경험을 새로운 형태로 바꾸려는 경향을 가지게 된다. 

주인공 우현이는 아빠와 목욕을 하면서 자신의 여자 친구 이야기와 자신이 휴대전화중독인 것 같다는 상담을 한다. 엄마에게 들었던 미디어와 맥루한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하며 '미디어는 몸의 확장이다' 란 말에 대해 방송국에서 일을 하는 아빠에게 묻기도 한다. 아빠는 엉뚱한 사람이이기도 했던 맥루한에 대한 많은 이야기를 해준다. '모든 미디어는 인간의 팔과 다리, 우리의 감각을 연장시킨 것' 이라는 주장에 대해 설명을 해주면서, 우리 몸을 확장해서 만든 미디어가 다시 우리의 몸에 영향을 미친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해나간다. 

생각해보면 새로운 미디어가 등장할 때마다 우리의 감각 중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부분도 조금씩 달라진다. 그리고 그 감각을 발전시켜 새로운 미디어를 다시 만들어내게 될 것이다. 주인공은 우리의 몸 자체가 미디어가 되는 날이 올지도 모른다고 생각한다. 어떤 미디어가 세상을 바꾸게 될 것인지는 우리의 상상력에 달려 있다. 

맥루한은 '미디어는 메시지다' 란 말도 남겼다. 맥루한은 미디어를 통해 전달되는 내용보다 어떤 미디어를 통해 전달하느냐 하는 형시을 중요시했다. 같은 내용이라도 미디어가 달라지면  사람들은 모두 다른 내용이라고 인식한다는 것. 주인공의 아빠는 " 모든 미디어는 그 메시지와 상관없이 우리가 세상을 인식하는 방식에 영향을 준단다. 다시 말해서 미디어가 전달하는 것은 그 내용과는 전혀 다른 미디어 자체의 특질이라는 거야. 우리는 그 미디어의 특성에 맞게 메시지를 받아들이게 되지'(p91) 라며 형식의 중요성도 무시할 수 없다는 이야기를 이어간다. 

맥루한은 <미디어의 이해>에서 커뮤니케이션을 지배하는 미디어의 종류에 따라 인류의 역사를 4단계로 구분한다. 특히 네번째 단계에서는 텔레비전이 촉각을 되살리는 매채라는 것에 주목했다. 인쇄술이 발전하던 시대에는 시각과 함께 선형성(책을 처음부터 순서대로 읽어 나가는 것)이 요구되었다면, 전자 시대의 매체에서는 촉각성(tactility)이 강조되었다고 주장한다. 또한 시각에서 벗어나 오감을 모두 사용하는 원시 시대로 회귀했다고 말하며 인간이 시간과 공간이 넘어 하나가 되는 세상, 즉 지구촌에 대한 가능성을 열었다.


첫번째 단계 : 말을 통해 의사소통을 하던 원시 부족 시대, 인간은 모든 감각을 사용할 수 있다.

두번째 단계 : 문자가 발명되면서 말보다 글을 읽기 위해 눈을 사용하는 소수의 사람이 생겨나던 시대, 듣는 것에서 보는 것으로 커뮤니케이션의 비중이 바뀐다.

세번째 단계 : 손으로 쓰던 책(필사본)을 인쇄로 찍게 되면서 큰 변화를 맞은 시대, 개인주의와 민족주의가 발전한다.

네번째 단계 : 전기 매체의 시대로, 텔레비전과 라디오, 인터넷의 사용이 중요해진 시대



주인공은 아빠가 빌려준 맥루한의 <맥루한과 미디어> 란 책을 읽으며 '차가운 미디어(쿨 미디어)'와 '뜨거운 미디어(핫 미디어)' 의 개념에 대해서도 배운다. 뜨거운 미디어는 고밀도로 만들어져서 자료가 충분히 충족되어 있는 것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사진과 만화 중에서는 사진이 뜨거운 미디어에 속한다. 사진은 우리에게 많은 시각적 정보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책, 신문등도 뜨거운 미디어에 속한다. 만화도 책으로 되어 있긴 하지만 만화책에 있는 그림은 사진에 비해 정보가 적기 때문에 차가운 미디어에 속한다. 

뜨거운 미디어와 차가운 미디어를 나누는 또 다른 기준은 참여도다. 뜨거운 미디어는 대중의 참여도가 낮고, 차가운 미디어는 대중의 참여도가 높다. 예를 들어 책은 뜨거운 미디어고, 회화는 차가운 미디어다. 책은 그 내용을 읽고 혼자 이해하면 되지만 회화는 작가의 의도와 시대적 배경을 종합하여 작품의 의미를 파악하고 상상해보아야 하기 때문이다. 뜨거운 미디어는 정보에 충실하기 때문에 인간을 수동적으로 만들고, 차가운 미디어는 능동적으로 만든다는 의미다. 그리고 이 구분은 상대적인 것이며 뜨거운 미디어가 차가운 미디어로도 변하거나, 그 반대로 변할 수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아이와 직접 미디어를 만든다면 어떤 것을 생각할 있을지도 이야기해보고, 뜨거운 미디어와 차가운 미디어에 대한 생각을 들어보기에도 좋다. 이미 아이에게 익숙한 '미디어' 것에 대해 새롭게 인식해보면서 미디어가 인간의 사고방식과 사회, 문화에 일으키는 영향들이 어떤 것들이 있을지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져본다. 책의 부록인 [통합형 논술 활용노트] 나와있는 논제들을 활용하면 생각을 확장해보기에 용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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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더독스
나가우라 교 지음, 문지원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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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펼치면 홍콩반환을 앞둔 시기인 1996년을 배경으로 이야기가 시작되며, 타인의 시선이 고통스러운, 대인 공포증을 가진 고바라는 인물이 등장한다. 국익에 부합하는 정당한 일이라는 상사의 강요에 농림수산성의 비자금 조성에 가담했고, 비자금 조성건이 드러나자 농림수산성을 떠나야했던 인물이다. '가장 가고 싶던 대학에도, 직장에도 들어가지 못한 채 이렁저렁 임용된 직장에서 아무런 의심 없이 지시받은 대로 움직인 결과, 전부 잃었다.스스로가 그저 공부나 조금 했을 뿐인 무능력자로 느껴졌다 (p17)' 라고 독백하는 인물. 농림수산성에서 나온 후 친구의 소개로 일본 최초의 전문 인터넷 증권회사에 취직한다. 농축산물 지식을 살려 선물 거래나 기업 분석을 하게 된 고바는 사람을 많이 만나지 않아도 된다는 것에 끌려 다시 일을 시작한다.



언더독스

나가우라 교 장편소설

블루홀식스



‘언더독(underdog)’ 은 경쟁에서 열세인 사람, 패배가 예상되는 사람이라는 의미를 가진 단어다. 스포츠 경기 등에서 승리보다는 패배가 예상되는 사람 혹은 팀을 의미하기도 한다. 과거의 '투견(鬪犬)'에서 나온 말로, 승리한 개가 주로 위에 있어서 'top dog'이라고 하였고, 물려서 패배한 개는 아래에 누워 있어서 'underdog'이라고 불렀다고 한다. 그럼 언더독의 복수인 언더독스는 이야기 속에서 누굴 이야기하는 것인가. 


막대한 돈과 권력을 쥔 사람들의 '비밀스러운 제안'이 안전한 일일 리 없다. 정치인과 재계인사, 세계 각국의 관료들과 적지 않은 관계를 맺어온 농림수산성 시절 경험이 강하게 경고했다. 


-p23, 고바


주식이나 선물 거래와는 전혀 다른 종류의 일이야. 아주 간단히 말하면 자네를 헤드헌팅 하고 싶네. 앞으로 자네가 소속된 회사는 일절 개입하지 않을 거야. 그 점은 양해를 구해놨어. 자네와 나, 대등한 입장에서 내 인생을 건 일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네. 어떠한가? 들어 볼 마음이 생겼나? 


-p24, 마시모



마시모의 제안을 듣고 '고통과도 같은 자기 연민과 주체할 수 없는 분노'가 솟구쳤다는 고바. 제안을 들은 이상 빠져나갈 방법은 없다. 구르기 시작한 수레바퀴는 이제 멈출 수가 없다. 결국 주인공은 살아남기 위해 순간순간 필사적으로 노력하게 된다. 권총도 제대로 쏴본 적 없는,  '창과 방패가 없는 돈키호테(p396)' 같은 모습이었던 고바였지만 수많은 위기 때마다 어떻게든 살아남는다.그를 선택한 이유에 대하여 제안자인 마시모는 이렇게 말했었다. 


약한 자이기에 오히려 죽기 살기로 지혜를 짜내고 때로는 엄청난 힘을 보여 주지. 생각해 보게. 자네는 어떤 의미에서는 나와 비슷해. 뛰어난 선견지명과 계획성, 결단력이 있는 데다가 복수심이 뒷받침된 강한 동기까지 겸비했지. 무기력하게 현재를 살아가는 듯 보이지만 자신을 모함한 정치인과 관료들을 향한 분노와 억울함이 완전히 사그라지지 않았어. 자넨 분명히 한 번 실패했어. 하지만 그 실패는 자네를 더 강하고 신중하게, 그리고 교활하게 만들었을거야. 


-p33, 마시모




소설의 이야기는 두 축으로 전개된다. 1990년대의 고바의 이야기와 2010년대의 고바의 양녀를 비롯한 후대가 부모 세대의 숨겨진 이야기를 찾아 나가는 이야기가 번갈아 나온다. 후대가 선대의 비밀을 찾아 나서게 된 것은 고바의 안배다. 주인공 고바가 직접 경험하는 시간에서의 앞을 알 수 없는 사건의 전개를, 2010년대에 사실은 그랬더라.. 라는 식으로 조금씩 비밀의 문을 열어주는 식이라고 할까. 



초반부터 마시모가 살해되어버리지만, 계획은 그대로 진행되면서 팀이 한 개가 아니었다는 것이 밝혀지고, 이 계획에 러시아, 영국, 일본, 홍콩, 미국 등의 여러 나라( 그리고 첩보기관들 )가 얽혀버린다. 여러 나라가 얽히면서 등장 인물들의 배경 또한 얽히고 배신과 배신이 거듭된다. 팀원들간에 서로 의심해야하는 상황이다.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상황이 계속 바뀌는 터라 액션 스릴러 영화를 보는 듯 몰입감이 매우 크다. 탈취 계획의 타깃이기도 한 홍콩 난징은행그룹 산하의 헝밍은행 지하금고에 있는 플로피 디스켓과 서류에는 과연 각국 주요 인사들의 불법 투자와 부적절한 절세용 유령 회사의 활동 기록만 있는 것일까도 궁금한 포인트가 된다. 


그래요. 정말 성가시죠. 바보 같은 사람이었어요. 타로카드의 바보 카드(THE FOOL) 같은 사람. 카드 번호 0번인, 숫자가 없는 남자. 지식욕은 왕성. 그러나 금전욕, 물욕과는 관계가 없으며 아무것도 소유하려고 하지 않았지. 동료는 있었지만 파벌이나 무리를 만들지도 않았다우. 어디에도 속하지 않은 데다가 정말로 자신의 매력을 깨닫지 못했기에 오히려 타인을 끌어당겼지.


- p402



주위 사람의 이야기는  「언더독스」 의 주인공 고바의 매력을 더욱 드러내준다. 계획을 둘러싼 여러 나라들이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벌이는 모략은 더럽고 치사하다. 그에 맞서 살아남기 위해 애쓴 고바는 그 세력들에게 일침을 가한다. '나는 당신들이 더 이상합니다. 더러운 일은 세금에서 나온 예산으로 남한테 떠넘기고, 납치나 살인이 벌어져도 눈감고 모른척하고, 그러면서 결과만 가로채죠(p502)'. 



고바 스스로가, 다른 이들이 그를 언더독이라 생각했을지 모르지만 나는 책을 읽는 내내 그는 절대 언더독이 아니었다고 생각했다. 시작은 언더독이었을지 모르지만, 언더독이 언제까지나 언더독만은 아니니까! 그러기에 이야기의 결말이 더욱 만족스럽다.  



「언더독스」 는 164회 나오키상 후보와 '2020 이 미스터리가 대단해!' 5위에 오르며 대중의 머릿속에 나가우라 교라는 이름을 각인시킨 작품이다. 작가의 차기작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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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을 만나는 시간 - 오래된 책에서 오늘을 사는 지혜를 얻다
앨런 제이콥스 지음, 김성환 옮김 / 미래의창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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헨리 데이비드 소로의 「월든」 과 그에 관한 에세이를 읽던 중에 그가 「일리아드」 에 대해 써놓은 문장을 발견하고  「일리아드」를 다시 읽을까( 또는 아이와 함께 읽을까 )란 생각을 했었다. 그런데 「고전을 만나는 시간」 을 읽다가 또 「일리아드」 에 대한 글들을 마주한다. 소로가 '문명화되지 않은 자유롭고 야성적인 사유, 그것이 우리를 즐겁게 한다.' 라고만 표현해 둔 고전의 의미를 「고전을 만나는 시간」 을 통하여 좀 더 상세하게 만나보았다.


<일리아드>가 우리에게 끊임없이 보여주는 것은 바로 산 사람을 사물로 뒤바꿔놓는 무시무시한 변환의 과정이다. 


- p74, 「고전을 만나는 시간」 





고전을 만나는 시간

오래된 책에서 오늘을 사는 지혜를 얻다

Breaking Bread with The Dead

앨런 제이콥스 지음

미래의 창


 「고전을 만나는 시간」 에는 호메로스의 「일리아드」 부터 이디스 워튼의 「기쁨의 집」, 마키아벨리의 「군주론」, 헨리크 입센의 「인형의 집」 등 고대와 현대를 아우르는 50여 권의 책들이 빼곡하게 담겨있다. 작품에 대한 이야기 뿐만 아니라 저자, 영국의 철학자 루트비히 비트겐슈타인, 미국의 철학자 토머스 네이글 등 본문과 관련된 철학가나 예술가에 대한 이야기까지 이어진다. 이쯤되면 저자가 누구인지 궁금해지기 마련이다. 


저자인 앨런 제이콥스(Alan Jacobs)는 미국 베일러대학교 아너스 프로그램(Honors Program; 최상위권 학생 교육 프로그램)의 석좌교수이자, 영문학자, 작가다. 앨라배마대학교를 졸업하고 버지니아대학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1984년부터 2013년까지 휘튼칼리지에서 영문학을 가르쳤다. 그는 이 책  「고전을 만나는 시간」 을 통해 그동안 학생들에게 전달하려고 애썼던 '고전을 읽는 것의 가치' 를 이야기한다. 이번에는 스승으로서가 아니라 한 명의 독자로서 다른 독자들에게. 




과거의 모든 작품들이 다 고전인 것은 아니지만, 고전의 범주에 들지 않는 오래된 책을 읽는 데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저자는 이탈리아 소설가 이탈로 칼비노의 고전에 관한 에세이의 내용을 인용하며 그 이유를 설명한다. 



사람들이 오래된 책을 읽을 때 경험하게 되는 '친밀감'을 강조하는 것으로 글을 시작한 그는 "고전을 읽을 때 우리는 가금 우리가 항상 알아온( 또는 안다고 생각해온 ) 무언가와 새롭게 마주하게 된다. 그 작가가 그 말을 제일 먼저 했다는 사실을 처음 알게 되는 것이다. 이건 커다란 기쁨을 선사해주는 놀라운 경험으로, 기원과 관계, 관련성 등을 발견할 때마다 이런 종류의 기쁨을 느끼게 된다. "


- p118




이탈로 칼비노가 말한 그 기쁨은 나도 종종 느낀다. 이를테면 아이작 아시모프의 「파운데이션」 을 읽다가 체코의 소설가 카렐 차페크가 '로봇' 이란 단어를 처음 만들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을 때의 소소한 기쁨 같은 것을 떠올린다. 이어서 개인에게 다가가는 '당신만의(your) 고전'의 개념도 인용한다. '당신만의 고전 작가란 당신이 관심을 갖지 않을 수 없고, 그와의 관계에서 당신 자신을 정의하거나, 심지어는 그와 논쟁을 벌이도록 당신을 자극해주는 그런 작가들을 말한다.' 라고 말이다. 이 문장을 읽는 순간 '나만의 고전' 은 어떤 것들이 있는가 생각해보게 된다. '어떤 책이 당신 스스로 생각해보지 못한 것은 물론, 믿고 싶지도 않은 무언가에 귀를 기울이게 한다면, 그 책이 당신에게는 고전으로 인식될 수 있다'는 주장에 크게 공감하며 밑줄을 그어보게도 된다.



책은 하나의 주제나 개념이 소개되고, 그 주제와 관련된 이야기들이 왕창 쏟아지는 구성이다. 저자 스스로도 밝혔듯이 체계적이기보다는 '나선을 그리며 상승하는 형태를 모방' 하려고 애쓴 흔적들이다. 이탈로 칼비노의 인용은  '차이 없는 과거' 편에 나오는 이야기다. 이 장의 키워드는 '배움 | 과거로부터의 교훈' 이다. 


고전은 지금 이순간의 관심사를 배경 소음에 불과한 것으로 만드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그 배경 소음은 우리에게 없어서는 안되는 그런 것들이다. 


- p120




주제에 대해 운을 떼고, 다양한 고전들과 독자의 사례를 통해 이어지는 이야기들 및 저자의 주장은 매우 공감가는 내용들로 가득했다. '내가 읽는 그 책이 어떤 식으로든 내 삶과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은 독서에 필수적인 맥락을 제공해준다. '. 아. 정말 그렇다! 


이어 '죽은 이들과의 식사는 완수해야 할 학문적 과제가 아닌, 굶주린 모든 사람들이 초대받는 영원한 만찬이 되어야 한다. (p130)' 라고 해당 장을 맺는데, 만찬, 식탁에 대한 비유는 앞장에서부터 계속 반복되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최근 고전문학을 다시 관심을 가지기 시작하면서 이디스 워튼의 책도 관심있게 보고 있는 중이었는데, 책 속에서는 이디스 워튼의 「기쁨의 집(The House of Mirth)」 에 담긴 노골적 반유대주의 성향 때문에 책을 거부한 학생의 사례가 나온다. 작가에게서 자민족중심주의나 성차별주의, 인종주의 등을 발견할 때 어떻게 해야할 것인가의 문제다. 중요한 것은 시간여행을 하는 것은 작가가 아니라 독자들이다. '오래된 소설을 집어 들 때 우리는 그 소설가를 우리 세계로 데려오면서 그 사람이 이 세계에 속할 만큼 개화된 사람인지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그 소설가의 세계로 여행을 가서 주변을 둘러보는 것(p63)' 이라는 것. '작가는 우리의 식탁을 찾는 손님이 아니라 우리가 작가의 식탁을 찾는 손님이다.' 는 문장은 고전에 대해 독자로서 어떻게 접근해야하는지를 생각해보게 한다. 


단언컨대, 과거의 목소리(생각)에 놀라거나 심지어는 기분 나빠할 능력을 잃는다면, 진짜 핵심적인 것을 잃어버린 것이다. "이 문헌은 나를 불쾌하게 하니 더 이상 읽지 않겠어" 라고 말하는 건 근시안적 태도일지 모르지만, 잘못된 점이나 자기 의견과의 차이점조차 못 보게 될 정도로 과거의 '위대한 책' 에 대해 경외심을 품는다면, 그것도 해롭기는 마찬가지다. 


-p118




「제인 에어」를 새롭게 재해석한 진 리스의 「광막한 사르가소 바다」 와 베르길리우스의 「아이네이스」를 다른 등장인물의 시선으로 바라본 어슐러 르 권의 「라비니아」 에 대한 글(p137) 또한 개인적인 호기심을 폭발하게 했다. 각기 다른 시대에 쓰인 작품들을 비교하며 서로 다른 해석, 가치관 등을 풀어내는 글에 해당 책들이 궁금해질수 밖에.  「광막한 사르가소 바다」 도 펼쳐든다.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어슐러 르 귄의  「라비니아」 도 책 장바구니에 쏘옥. 



20대에 가장 인상깊은 책을 이야기하라고 할 때 나는 「데미안」 과 「작은 아씨들」 을 들곤 했다. 그리고 내가 「작은 아씨들」 을 선택했었던 이유를 다른 독자의 사례에서 만났다. 잊고 있던 기억들도 떠오르며 지금의 내 모습이 그 때 읽었던 책들의 영향도 있었음을 깨닫는다. 


도로시 오즈번과 같은 과거의 실존 인물들과 조우하거나 <인형의 집>의 노라 헬메르나 <작은 아씨들>의 조 마치 같은 허구의 인물들과 마주칠 때, 사람들은 본능적으로 그들과 자신의 가치, 가정, 희망, 두려움 등에 관해 이야기하게 된다. 그런데 이때 갑작스럽게 그들과 우리 사이의 불협화음을 인지하게 되더라도 그 불협화음으로부터 달아나서는 안된다. 우리는 그 속으로 곧장 뛰어들어야 한다. 선조들의 태도와 자신의 태도를 비교하는 이 과업은 매우 흥미로운 과정이 될 수 있다. (...) 레슬리 제이미슨이 말했듯이 양자 사이의 긴장은 타닥거리면서 불꽃을 튀기고, 이 불꽃은 빛과 온기 모두를 생성해낸다. 


-p218, 인형의 집에서 내다본 풍경 / 비교 | 과거와 현재의 끊임없는 타닥거림




저자는 맺는 말에서 '정보의 밀도가 높은 환경이 인격의 밀도가 낮은 개인들을 양산해낸다(p236)' 라고 말한다. 저절로 고개를 끄덕거리게 된다. 무한한 선택을 제공하는 듯 보이는 세상이 실제로는 선택을 거의 불가능하게 만들어놓는데, 이는 정보 환경이 우리를 대신해서 선택하기 때문이다. 


우리 자신을 위해서 우리의 정체성을 풍부하게 하고 스스로를 더 강건하게 만들기 위해서 죽은 이들에게 관심이란 피를 제공하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9장에서 말했듯이, 우리는 그렇게 획득한 강건함을 활용해 미래와 의미 있는 약속을 만들어 나갈 수 있다. (...)


우리가 옛사람들과의 관계를 회복할 때, 그들은 우리가 극복한 편협함과 사악함의 본보기로서가 아닌 이웃으로서, 심지어는 스승으로서 모습을 드러내게 된다 그리고 그들이 완전히 잘못된 방향으로 갈 때조차 그런 상황이라면 우리도 그랬을지도 모른다는 점을 인정한다면 우리는 그들에게 단순한 관심을 넘어선 사랑을, 후손들에게 바라는 것과 같은 바로 그런 종류의 사랑을 보내줄 수 있을 것이다. 인격의 밀도를 향상해야 한다는 이 책의 주장은 먼 과거에서 먼 미래로 이어지는 생명의 사슬에서 고리로서 제 역할을 담당해야 한다는 주장이기도 하다. 


- 앨런 제이콥스




'인격의 밀도를 향상'하기 위해 고전을 읽는 것은  다른 시간대, 다른 세계라는 시.공간상의 차이와 거리를 인식하는 것부터 시작한다. '인간의 역사에서 자신의 시대만 아는 사람들은 아무것도 모르는 것이나 다름없다' 는 앨런 제이콥스는 오래된 책에서 오늘을 사는 지혜를 얻자고 권유한다. 이렇게 '과거를 향해 자신을 열어젖힐 때 우리는 마음에 안 드는 옷을 입은 젊은 여성에게 분노에 찬 트위터 메시지를 보내거나, 반감이 가는 트위터 문구를 보고 경솔하게 직원을 해고하거나, 환경 변화에 비생산적인 분노나 전적인 무관심으로 반응하는 우행을 피할 수 있게 된다' 며 순간의 충동들, 결코 고요한 마음을 가져다주지 못하는 그 충동들에 복종할 필요가 없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고 전한다. 고전을 읽을 이유가 현실의 적나라한 모습에서 이해되는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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