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극장 - 막이 내리고 비로소 시작되는 아버지, 어머니의 인생 이야기
노명우 지음 / 사계절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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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극장>을 통해 나 또한 그저 그런 '무명씨'의 이야기를 생각해본다.


나의 아버지는 1958년 그 유명한 58년 개띠

베이비 붐 세대이다. 20살에 날 낳아 너무나도 젊고

준비되지 않은 나이에 빠른 나이에 아빠가 되었던 것이다.

그래서 엄마와 나 그리고 내 동생은 참 많은 고생을 했다.


내가 어렸을 때 그리고 대학을 들어가고 사회 생활을

시작할때까지 난 이해할 수 없었다. 그리고 이해하고 싶지

않았는지도 모르겠다. 아빠의 시대를 그 시간을. 그리고 아빠를.


그래서 <인생극장>이라는 노명우 교수의 책이 출간 전 독자

서평단을 모집하는 소식을 듣고 책을 좋아하기도 하지만

어쩐지 그 어떤 '화해'의 근거를 찾을 수 있지 않을까라는 희망에서

읽어보고 싶다는 욕망이 생겼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근거를 찾았다. 그래서 이 책에 그리고 노명우 교수에게 감사하다.

그리고 '무명'한 지리 전공 아들을 둔 아빠에게 왠지 조금은 죄송한 마음이 든다.


지리를 전공했고 공부했기에 <인생극장>에서 묘사하는 일제 강점기와 군정기 그리고 1960-70년대의 우리 사회의 모습은 단순히 보통 사람들의 인생을 묘사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나에겐 하나의 큰 지리 공부였다.


예를들면 "만주사변 이전에 이주한 조선인들이 주로 농민이었다면, 만주사번 이후로는 주로 지식 계급, 상공업자, 노동자들이 만주로 흘러들었다. 당연히 그들의 목적지는 농촌이 아니라 신경, 봉천, 하얼빈 등의 도시 지역이었다."같은 내용은 다분히 지리적이었다. 그리고 난 일제 강점기 대부분의 사람들이 일본어를 구사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이마저도 보통교육을 받은 이들만의 특권이었다는 사실은 소소한 충격이었다. 그때나 지금이나 언어 구사력은 어떤 헤게모니인 것 같다.


<인생극장> 속 자연인 (고)노병욱씨와 마찬가지로 우리 아빠인 윤병걸씨도 가족를 보살피거나 가족 건사에는 관심이 크게 없었던 사람이었다. 하긴 20살에 아빠가 됐으니 그럴만도 하다. 지금 내 나이에 아들이 벌써 고등학교 3학년이니.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엄마의 어머니의 고생이 컸다. 노명우 교수는 아버지로 엄마로 호칭하는 것이 그 어떤 엄마에 대한 가까운 감정적 거리를 말한다고 한다. 맞다. 그런데 난 여기다 한 가지 더 이렇게 글을 쓸때는 오히려 엄마를 어머니로 불러 자신의 희생을 아들이라도 소소하게 치하해주고 싶다는 생각이다. 나의 어머니.


그래서 "모든 어머니가 처음부터 어머니로 태어난 건 아니다. 어머니도 어머니가 아니었던 때가 당연히 있었다. 자식들이 상상하지 못할 뿐"이라는 말은 참 가슴에 와 닿았다. 당연히 내 어머니도 그렇지.


우리 근현대사에서 미국, 미국인에 대한 '양가적' 감정이 있다고 이 책에서 말한다. 그럴것이다. 영어를 할 수 있다는 것이 친한 미국 군인이 있다는 것이 1946-48년 미 군정기 어떤 의미였는지는 이 책을 읽으면 알 수 있을 것이다. 아마도 이런 우리 역사의 기억이 지금까지 영어 교육 열풍으로 이어지고 있는지도 모른다. 아마도. 다시 본론으로 돌아가면 난 이 '양가적' 감정이 아빠에게 있다. 애증의 관계는 아니다. 그냥 '양가적' 감정이다. 정말 싫기도 그렇다고 싫어하기도 어려운.


이 책을 통해 참 많이 공감하고 또 공감했습니다. 

지금 우리의 역사는 그 어떤 사람들이 말처럼 이승만, 박정희, 이건희, 정주영 같은 몇몇 지도자들이 만드는 것이 아닌, 수 많은 '무명씨'들의 노력과 희생으로 만들어졌다는 것을.


부모님 감사합니다. 그리고 수 많은 보통의 우리 어른들께 감사합니다.


덧, 무수히 많은 그 유명한 사라들의 자서전이 아닌 우리 평범한 어머니, 아버지들의 삶을 다룬 말 그대로 보통 사람들의 보편적인 삶이다. 그래서 브로콜리 너머자의 '보편적인 노래'를 참 많이 생각났다. 그래서 많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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