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규진이의 고집이 장난 아니다. 청개구리 마냥 뭐만 하자고 하면, '싫어'를 연발한다. 퇴근후 돈가스가 먹고 싶어 와이프한테 얘기해 방배역에 있는 '댓짱돈가스'에 가기로 했다.(참고로 이 '댓짱돈가스'는 내가 생각하기에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돈가스 집이다. 진심이다!!!) 

예전에는 규진이가 먼저 나가자고 떼를 썼는데, 이상하게도 요즘은 집에서 잘 나가려고 하지 않는다. 오늘도 나가자고 하니, 나가기 싫다고 한다. 옷도 갈아입지 않으려 하더니 심지어, 지 엄마 옷도 입지 못하게 한다. 집에서 입는 옷을 벗고 다른 옷으로 갈아 입으니 울면서 벗은 옷을 집고 "이거 입어, 이거 입어..."라며 울면서 지 엄마 뒤를 졸졸 따라 다닌다. 

예전 같으면 좀 달래고 먹을 것으로 꼬시면 따라 나왔는데, 오늘은 아주 '장난'이 아니었다. 닭똥같은 눈물을 뚝뚝 흘리면서 "나가기 싫어..", "우유 주세요..."라며 자꾸 딴소리를 하는게 아닌가? 그래도 간신히 와이프가 달래서 옷을 갈아 입히고 집을 나왔다. 그런데 아파트를 나와 현관에 이르니 언제 그랬냐는 듯이 "아 춥다...엄마 차 타자..."라며 빙긋빙긋 웃으며 애기한다.(애들은 애들인가 보다...) 

산책 겸 나오는 저녁 시간때의 드라이브는 나름 기분이 좋다. 돈가스를 먹고 규진이 장난감(오늘 규진이가 떼를 많이 써 와이프가 좀 화를 내서 마음이 쓰였는지, 규진이가 좋아하는 폴리 자동차를 하나 사주려 했다)을 사주러 가는 길에 보이는 노란 달도 아주 예뻤다. 

오후 9시 정도에 양재 O마트에 가니 사람도 없고 아주 한산했다. 다른때와 다르게 음식코너에는 가지도 않고 바로 아이들 장난감 코너에 갔다. 폴리를 찾으러... 그곳에서 만난 폴리, 아니 로이. 

 

아주 간단히 변신이 된다. 그런데 소방차보다 로봇으로 있을때가 훨씬 멋있다. 아주. 이 놈은 내가 가져야겠다. 규진이한테는 미안하지만. 책상위에 올려 놓으면 예쁠것 같다. ㅋㅋㅋ 

 

그 다음은 같이 산 블도저 '브루너'다. 깔려 계신 푸옹님에게 죄송할 따름이다. ㅋㅋ 이 놈은 플라스틱이 아니라 다이캐스팅 제품같다. 무게가 좀 나간다. 튼튼해 보인다. 

 

사진을 찍고 있는데 규진이가 갑자기 서재로 들어왔다. 귤을 먹고 있다. 

그런데, 오늘 일어난 에피소드에 대해 페이퍼를 만들고 싶은 이유 중 하나는 바로 제목에 있는 말 때문이다. 규진이랑 밖에서 잘 놀다 집에 들어온 후 규진이 신발을 벗겨주며 내가 물어봤다. "규진아 아빠 엄마랑 이렇게 재미나게 놀거면서 아까는 왜 그렇게 울었어?" 어떤 대답을 들으려 물어본 말은 솔직히 아니었다. 이 질문에 규진이가 내가 납득할 만한 대답을 할꺼라 기대도 하지 않았다. 그런데 규진이 입에서 의외의 정곡을 찌르는 대답이 나왔다. 

규진이 왈 "아까는 가기 싫었어!" 

이게 26개월된 아이의 입에서 나온 대답이다. 나와 와이프는 너무 웃기면서도 어이없어(긍정적인 측면에서) 한동안 웃었다. ㅋㅋㅋ 

어찌보면 너무 내 입장에서 어른 입장에서만 규진이를 아이들을 바라보는게 아닌가 싶다. 아이들은 그냥 '싫고', '좋을'뿐인데, 어른들은 너무 따진다.  

반성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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