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추석에 고향에 다녀왔다. 고향이 천안이라 서울에서 그닥 먼 거리는 아니지만 고속도로 정체구간 중 가장 많이 막히는 구간이 서울-천안인 관계로 항상 국도로 다닌다. 하지만 국도도 구간구간 마다 막혀 시간은 꽤 걸린다. 

그런데 이번 추석에는 새로운 길을 뚫으려 서울부터 과천-의왕-평택-아산으로 해서 둘러둘러 오니 2시간 30분 정도밖에 걸리지 않았다. 막판에 길을 잃어 헤맨걸 감안 한다면 2시간만에 서울에서 천안까지 온 것이다. 아침 일찍 일어나 와이프한테 구박받으며 길을 찾은 보람이 있었다.(구박받은 이유는 이런걸 미리미리 알아봐야지 왜 바쁜 아침에 해서 정신 사납게 하느냐 였다.ㅋㅋ) 

오는 길에 비가 너무 많이 와 고생 좀 했다. 와이퍼를 아무리 빨리 돌려도 눈 앞이 안 보일 정도였다. 비가 그렇게 오니 운전 좋아하는 나도 사실 좀 무서웠다. 무사히 고향집에 도착했다. 부모님과 여동생이 규진이를 아주 반갑게 맞아주었다. 처음에는 자다 일어나 조금 울더니 이내 '할머니', '할아부지', '고모'하며 좋아라 한다. 

비가 좀 그쳐 산소에 갔다. 천안시 광덕면에는 아주 규모가 큰 공원묘지가 있다. 주변에 있는 몇몇 산 전체가 묘지이다. 성묘때마다 가서 보면 시원하니 눈과 귀가 뚫리는 기분이 들어 좋기도 하지만 좀 무서운 기분도 든다. 도대체 몇 구의 시신과 영혼이 이 주변에 떠도는 것일까? 하는 생각을 하면... 할머니, 할아버지, 큰아버지 등 몇몇 분들에게 인사를 드리고 마지막에 음복을 하며 이러저런 애기를 하며 쉬다 집에 가려 움직이는데, 뒤에서 와이프가 깔깔대며 웃고 있더라. 내가 '왜 그러냐'하고 물으니 와이프 왈 "내가 방금전에 강아지풀하고 규진이에게 알려줬는데, 애가 바로 '멍멍이풀'했어"라는게 아닌가!!! 

 

요즘 규진이가 하루가 다르게 부쩍 말이 늘고 있다. 뭐 이만한 아이들의 발단단계상 당연한 일이겠지만 지켜보는 부모입장에서 참 경이로울 뿐이다. 어떻게 '강아지풀'을 '멍멍이풀'로 바꿔 애기할 수 있을까? 그 응용력과 상상력에 감사하고 또 감사한다. 어여 빨리 커서 나랑 책도 읽고 서점에 가서 책도 고르고 음악회에 가서 음악도 들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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