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신문기사에서 아주 오랜만에 기분 좋은 내용을 봤다. 우리네 국악 음반이 국내 발매 음반으로는 처음으로 그래미상 후보에 올랐다는 소식이다. 클래식을 좋아하게 되면서 자연스레 조금씩 나오는 국악음반에 관한 소식도 조금씩 듣고 있어서 국악 음반을 출시하는 '악당이반'의 이름을 알고 있었다.
뭐 우리끼리 인정하고 뭐 그러면 되겠지만, 그래도 권위있는 단체에서 인정해주는 거니 뭐 기분 나쁜 일은 아닐게다. 그러나 한편으로 생각해보면 왜 우리네 음악 시상식에서는 국악에 대한 국악 음반에 대한 시상 소식은 없는 것일까?

얼마전에 판소리와 관련된 다큐 영화 <탱큐 마스터 킴>이 소개되 화제가 된 적이 있다. 사이먼 바커라는 오스트레일리아 출신 재즈 드러마가 세습무속인인 고 김석출씨의 장구 연주를 듣고 한국의 소리에 매료되어 그 후 7년 동안 17번이나 한국을 방문해 한국의 국악을 소리를 배우고 겪은 내용이 주된 다큐의 내용이다. 안타깝게도 이 다큐를 보지는 못했지만, 개봉할 당시 번뜻 든 생각은, 왜 우리들이 먼저 우리의 것에 대한 인정을 해주지 못하고 세계에 적극적으로 알리지 못할까 하는 안타까움이었다. 이번 <악당이반>에서 출시한 국악음반의 그래미상 후보에 오른 일 또한 기쁘면서도 안타까움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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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2011.9.6 전통 가곡 담은 국악음반 국내 첫 그래미상 후보에 올라
전통 가곡을 담은 국악 음반이 국내 음반 사상 최초로 그래미상 후보에 올랐다. 국악 전문 음반사 악당이반’ 김영일 대표(51)는 5일 음반 <정가악회 풍류 Ⅲ-가곡>이 내년 봄 열리는 제54회 그래미상에서 ‘서라운드 사운드’와 ‘월드뮤직’ 등 2개 부문 후보에 올랐다는 통보를 그래미상사무국 쪽으로부터 받았다고 밝혔다. 클래식, 가요, 전통음악을 통틀어 국내에서 레코딩된 음반이 그래미상 후보에 오른 것은 처음이다.

1957년 제정된 그래미상은 전미국 레코드예술과학아카데미가 1년 동안의 우수한 레코드와 앨범을 선정해 수여하는 음반업계 최고 권위의 상이다. 영화의 아카데미상에 비견된다.
가곡은 조선시대 문인들이 지은 시를 관현반주에 노래로 부르는 문인악의 하나로 2010년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지정됐다. 국내에서 지난 5월 발매된 「정가악회 풍류 Ⅲ-가곡」은 ‘우조 이수대엽’ ‘우조 두거’ ‘우락’ ‘반엽’ ‘계면조 두거’ ‘평롱’ ‘계락’ ‘편수대엽’ ‘태평가’ 등 9곡을 여창가객 김윤서씨가 노래하고 거문고, 가야금, 대금, 피리, 해금, 단소, 장구로 구성된 정가악회가 연주한 음반이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경주 양동마을 관가정의 대청마루에서 공연하고 녹음했다. 국악 음반으로는 처음으로 일반 CD의 최고 24배 용량에 이르는 월등히 높은 음질인 데다 멀티 채널이 가능한 SACD(슈퍼오디오CD)로 제작해 현장의 풀벌레 소리, 바람 소리가 고스란히 가미된 것도 이 음반의 특징이다. 악당이반은 지난달 31일 국악계 제1호 기술벤처기업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김영일 대표는 “유네스코에 등재됐음에도 불구하고 자국민에게조차 소외받는 우리 전통 가곡의 가치를 환기시키고 싶어 그래미상에 도전했다”고 말했다.
한국의 전통 가곡이 그래미상 후보에 올랐다는 소식에 음악계는 반기고 있다.
국악평론가 정창관씨는 “매년 국내에서 수천 수만장의 음반이 출시되지만 아무도 그래미상에 도전할 생각을 하지 못하던 차에, 우리 전통 가곡이 그래미상 후보에 오른 것은 우리 음악계의 큰 경사이자 기적 같은 일”이라고 평가했다. 음악평론가 임진모씨도 “그래미상이 미국 음악제전이긴 하지만 세계적으로 권위와 전통을 인정받는 상이기 때문에 후보에 오른 것만으로도 커다란 영광”이라며 “우리의 전통음악이 세계적으로 조명받을 수 있는 기회”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