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신문 2011.8.31 “고음악 성악가로서 사명감 다양한 음악 도전도 꿈꿔”
에든버러 페스티벌 ‘꽃’ 소프라노 임선혜
하이든 오페라 등서 연기도 호평
10월 르네 야콥스와 내한 공연
지난 25일 영국 에든버러 페스티벌의 음악적 요충지인 에든버러 시내 어셔 홀에서는 지휘자 르네 야콥스가 이끄는 프라이부르크 바로크 오케스트라가 하이든의 오페라 <오를란도 팔라디노>를 올렸다. 바로 전날 축제 데뷔 공연을 성공적으로 마친 서울시향 연주가 남긴 여운이 채 가시지 않은 가운데, 그곳에서 또다른 한국인 음악가가 그 열기를 이으며 선전하고 있었다. 바로 소프라노 임선혜(35)씨였다.
하이든: 성기사 오를란도 Haydn: Orlando Paladino
사랑에 빠진 남녀 주인공을 이어주는 양치기 소녀 에우릴라 역을 맡은 그는 특유의 가볍고 청아한 목소리에 생동감 넘치는 연기로 청중의 시선을 모았다. 두 남녀 주역의 역할이 다소 무겁고 정적이었던 반면, 임씨가 등장하는 장면은 유달리 생기가 돌았다. 비단 그가 맡은 배역의 성격에서 기인한 것만은 아니었다. 확실히 임선혜씨는 “노래만” 잘하는 성악가가 아니라 상당한 수준을 갖춘 배우이기도 했다. 그런 그가 종횡무진하며 활약하는 오페라 무대가 한국에서 아직까지 마련되지 않은 것이 아쉬울 따름이었다.
1999년 시작된 고음악 시대 연주(원전 연주: 작곡가 생존 당시의 악기와 연주 형식, 발성법 등을 고증해 연주하는 클래식 장르)와의 인연은 현재 임씨의 활동에서 가장 중요한 비중을 차지한다. 이는 거꾸로 거장 르네 야콥스가 신뢰하는 성악가인 그가 시대 연주 음악계에서 차지하는 비중 또한 만만찮다는 것을 뜻한다. 1년 동안 집에 머무는 기간이 겨우 한 달을 채울 정도로 세계 각국의 시대 연주 무대가 잇따라 그를 부르고 있다. 이런 활동이 국내에 널리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임씨는 되레 ‘고음악 전문 성악가’로 이미지가 굳어져 버릴까 두려워한다. “우연히 접한 시대 연주가 지금 나의 활동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을 차지해요. 일종의 사명감을 느끼고 있는 게 사실입니다. 하지만 아직은 젊기 때문에 한정된 분야에 갇히기보다 더 다양한 도전을 해보고 싶어요.”
홀로 화려하게 스포트라이트를 독차지해야 직성이 풀리는 여느 프리마 돈나(오페라의 주역 여가수)의 이미지와 임씨를 결부시키기란 쉽지 않다. 그는 동등한 앙상블을 중요하게 여기는 음악가다. 어떤 역을 맡건 임씨가 등장하는 무대에 생기가 감도는 이유는 등장인물들이 그의 연기와 노래를 통해 유기적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이러한 역할은 무대 뒤에서도 마찬가지다. 워낙 떠돌이 생활인지라 가족보다도 함께 노래하는 동료들과의 유대가 지금 그에겐 마음의 정착지인 셈이다.
오페라는 아니지만 그에 버금가는 임씨의 앙상블 능력을 볼 수 있는 기회가 올가을 서울에서도 마련된다. 오는 10월30일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에서 그는 르네 야콥스가 지휘하는 바흐 의 솔리스트로 노래한다. 르네 야콥스의 첫 내한 무대라는 사실 자체만으로도 희귀한 가치를 가진 공연이다. 앞서 같은 달 12일에는 예술의전당 아이비케이(IBK) 챔버홀 개관 기념 연주회로 그의 독창회가 따로 마련된다. 이 무대에서 임씨는 슈만의 <여인의 사랑과 생애>를 부르며 가을에 흠뻑 젖어들 생각이다.
소프라노 임선혜 (Sunhae Im)
'Villanelle' (전원시 - 제비가 날아가는 것을 보았다네)
Eva Dell'Acqua 작곡
-2009년 KBS클래식오디세이(제432회) 출연-
ps : 10월 그녀의 공연에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다. 시간이 낼수 있으려나 모르겠지만. 그리고 생각난 김에 임선혜씨의 음반을 한번 찾아봤다. 최근에 나온 말러 교향곡 4번을 제외하면 거의 다 고음악 분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