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4.13(수) 2011 교향악 축제 KBS교향악단
이번 공연장에 간 이유는 크게 두가지이다. 첫번째는 신현수씨의 연주를 직접 보고 싶은 것이고, 두번째는 KBS 교향악단의 공연을 보기 위해서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공연은 상당히 만족스러운 공연이었다.
첫번째 프로그램은 Thomas Daniel Schlee의 Sinfonia Tascabile(포켓 교향곡)이라는 곡이었는데, 3악장으로 구성된 10분 정도의 짧은 곡이었다. 처음 들어보는 모르는 곡이기 때문에 뭐라 말할게 없다. 가볍게 몸푸는 곡이었다는 인상이다. 이름이 귀엽다.
이번 공연의 지휘자는 오스트리아 출신의 크리스토프 캠페스트리니라는 음악가였는데, 첫 등장부터 상당히 장난끼스러웠다. 그리고 첫 곡이 끝난 후 커튼콜이 좀 웃겼다. 나도 그랬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신현수의 등장을 빨리 기대하고 있었을 것이다. 그 때문인지 '포켓 교향곡'이 끝나고 커튼콜이 별로 나오지 않았다. 그런데 지휘자가 이런 분위기를 알았는지, 곡이 끝나고 박수를 받고 퇴장한 후 행여나 커튼콜이 없지나 않을까 1초도 되지 않아 바로 나왔다. ㅋㅋ 그리고 장렬히 퇴장!!
두번째 프로그램은 BRUCH의 Scottish Fantasy 고대하던 신현수의 무대였다. 첫인상은 상당히 '강다구'있어 보인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예쁜 드레스가 보이지 않을 만큼 마른 몸매의 소유자였다. 예습은 Jascha Heifetz와 Sargent경의 1962년 앨범으로 했다. BRUCH하면 바이올린 협주곡 2번이 생각나지만 그에 못지 않게 이 곡도 사랑받는 곡이다. 애절한 스코틀랜드 민요 가락과 감미로움 그리고 환상곡다운 몽환적 분위기가 나는 곡이다. 브루흐가 이 곡을 작곡하게된 동기는 스코틀랜드 태생의 월터 스코트라는 작가의 저서를 읽은 감동이 크게 작용했다고 한다. 더군다나 이 곡을 작곡할 당시에 영국 리버풀 교향악단의 지휘가로도 활동하고 있었다고 한다.(물론 스코틀랜드와 리버풀은 별 관계가 없어보이기는 한다.)
하이페츠의 앨범을 들었때는 파워와 힘이 느껴지지만 애수어린 감정은 조금 부족한 듯 했지만, 집중해서 들으니 몰랐던 이 곡의 많은 부분들을 일깨워줬다. CD를 들을때와 비교하여 Live 공연을 들을때는 공연장에서 느껴지는 그 무언가를 기대하곤 하는데, 사실 신현수씨의 이번 공연에서 그런 부분이 좀 약하다는 느낌이었다. 그래도 난 공연을 봤다는 목표 달성에 뿌듯함을 느꼈다.
신현수씨의 공연이 끝난 후의 반응은 상당히 폭발적이었다. '신현수'라는 맨파워를 보여주는 듯 했다. 공연을 기다리며 '사람구경'하며 느낀 점이지만 유독 바이올린을 매고 가는 학생들이 많이 보였는데 모두 신현수의 공연을 보러온 팬이었나보다. 앵콜곡은 파가니니의 '베네치아의 사육제'였다. 이 곡은 작년에 급하게(?) 내한한(2010년 11월 3일 정명훈 지휘 서울시향 공연) Vadim Repin의 앵콜 곡이기도 했다. 원래 이 공연의 협연자는 라두 루푸였다. 난 라두 루푸의 베토벤 피아노협주곡(4번이 예정되어있었다)을 듣고 싶어서 부랴부랴 예매를 했었는데, 건강상의 이유로 공연이 취소되어 레핀으로 협연자가 바뀌고 프로그램도 시벨리우스의 바이올린 협주곡으로 변경되었다. 그래도 공연은 아주 만족스러웠던 기억이 난다. 그렇기 때문에 신현수의 앵콜곡이 나오자마자 알게되었다. 레핀과 마찬가지로 현악기 단원들의 피치카토 반주에 맞추어 곡을 연주했는데 솔직히 개인적으로 별로였다. 레핀같은 경우 왼손 피치카토 연주가 상당히 자연스러웠으며 날카로운 연주였다면 신현수의 경우는 어색하고 둔중한 느끔이었다. 특히 마지막 부분에서는 눈에 띄는 실수도 있었던 것 같았다. 또한 레핀의 경우는 곡이 끝날 무렵 사뿐히 걸으며 자연스럽게 곡의 마지막을 알리며 퇴장하는 모습을 보여 공연 외적인 측면에서도 자연스렀게 관객에게 재미를 준 반면 신현수의 공연은 그런 외적인면에서도 비교가 되었다. 나에게는.
그리고 이번 공연에서 나의 촉수에 걸린 하나는 신현수씨의 앵콜 공연과 공연 후 인터미션 시간에 본 KBS 교향악단 단원들의 태도였다. 신현수씨의 앵콜곡이 진행될때 반주하는 단원들이 극히 적었다. 서울시향의 경우 바이올린, 첼로 비올라 단원 거의 모두가 독주자의 반주에 참여한 반면 KBS 교향악단의 경우 절반도 채 되지 않아보였다. 물론 레핀과 신현수라는 연주자의 연륜과 네임벨류에 따른 단원들의 참여도 차이도 무시할수는 없지만 나에게는 이런 KBS 교향악단 단원들의 태도는 과히 좋아 보이지 않았다. 그리고 이런 나의 생각에 기름을 부은 사건(?)은 인터미션 시간에 발생했다. 물론 나의 단편적이며 잘못된 판단일수는 있다는 전제하에 말이다.
난 악기를 다룰 줄 모르며 악기에 대한 전문적인 식견도 없다. 그런 나이지만 내 상식으로는 전장에 나간 병사의 '총'만큼이나 중요하고 소중하며 예민하게 다뤄야 하는 것이 '악기'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몇몇 단원들의 경우 인터미션 시간에 악기를 자기 의자 혹은 바닥에 놓고 나가는 모습을 보았다.(첼로같은 경우 거의 모든 단원들이 자리에 놓고 나갔다.) 나같은 일반인이 보기에도 좋아 보이지 않는 모습이라고 생각된다. 무대 뒤의 모습을 모르는 나이기 때문에 깊은 부분을 이해할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드는 생각이다.
신현수씨의 공연이 끝나고 내 예상대로 관객의 약 20% 정도가 빠져 나갔다. 이번 공연의 '방점'이 KBS교향악단 보다는 신현수라는 젊은 바이올리니스트에게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현상이리다.(그렇지만 '영웅의 생애' 공연을 보지 못한 관객의 이 공연을 보지 않은 것이나 마찬가지다.)
세번째 프로그램은 STRAUSS, R의 교향시 Ein Heldenleben였다. 이 공연은 앞으로 KBS교향악단의 공연에 대한 나의 흥미를 끌기에 충분했다. 특히, 팀파니의 박력은 정말 포악하다 못해 '흥분' 그 자체였다.(CD로 들을때는 팀파니의 타격이 그렇게 귀에 들어올 정도는 아니었는데 이날 연주에서 보여준 팀파니의 타격은 정말 대단했다. 지휘자의 요구가 있었겠지만.) 영웅의 생애는 LIVING STEREO Box Set에 있는 Fritz Reiner, Chicago Symphony Orchestra의 1954년 앨범으로 예습을 했다.(이것 말고도 음원으로 가지고 있는 Rudolf Kempe, Staatskapelle Dresden의 곡도 들어보았다.) 앨범으로 들을때는 사실 별 감흥이 없었다. 뭐 내가 곡에 대한 이해도가 약해서 그럴수도 있겠지만 내 스타일 자체가 들었을때 다가오는 '느낌'을 중시하는 성향 때문일수도 있겠다. 그런데 공연장에서 들은 KBS교향악단의 소리는 나에게 새로운 '영웅의 생애'를 알게해주었다. The hero's companion에서는 한 여인을 떠올리게 하는 애수와 The hero's battlefield에서는 격전지라는 한 공간이 떠올랐다.
작년부터 이어진 서울시향의 말러 사이클을 보면서 많은 사람들이 이구동성으로 하는 말이 서울시향의 금관파트의 연주력을 높이 평가하고 있다. 특히, 트럼펫이나 트롬본 파트는 문외한이 내가 보기에도 소리가 시원시원하다. 그에 비해 호른 파트는 약간 약하다는 느낌이 많았다.(작년 말러 2번 공연에서의 결정적인 순간의 미스는 아직도 기억이 난다.) 그런데 KBS교향악단의 호른 파트는 상당히 안정적으로 보였다.(특히 머리가 하얀 Leopold Stokowski 닮은 나이 지긋하게 보이는 단원은 멀리서도 눈에 확 띄더라, 찾아보니 이름은 알렉산더 아키모프이며 벨라루스 출신인듯 하다.) KBS교향악단의 경우 1998년 5대 상임지휘자에 정명훈씨가 있었으며 1956년 창단된 우리나라에서 가장 역사깊은 연주단체이며, 현재도 서울시향 못지 않은(또는 더 뛰어난) 연주력에도 불구하고 현실의 평가나 인기(?)는 못미치는 것 같다. 특히 함신익 현 상임지휘자가 내정될 때 이견이 많았던 걸로 들었다. 아무쪼록 KBS교향악단의 발전과 좋은 프로그램을 기대해 본다.
ps : 올해 KBS교향악단과 서울시향의 말러 사이클이 동시에 진행된다. 서울시향의 공연은 패키지로 모두 구매해서 당연히 볼 예정이지만 KBS교향악단의 공연은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 예전 같으면 흥미가 없었겠지만, 이번 공연을 통해 관신을 가지게 됬다.
말러 2번
2011년 5월 26일 (목) 8시 00분 PM KBS홀 / 2011년 5월 27일 (금) 8시 00분 PM 예술의전당
말러 5번
2011년 11월 24일 (목) 8시 00분 PM KBS홀 / 2011년 11월 25일 (금) 8시 00분 PM 예술의전당
말러 8번
2011년 12월 15일 (목) 8시 00분 PM KBS홀 / 2011년 12월 16일 (금) 8시 00분 PM 예술의전당
ps2 : KBS교향악단의 공연을 보며 좀 아쉬웠던 부분이 악장(전용우)의 카리스마였다. 음악의 내적인 부분에 대해서 내가 판단하기는 어렵지만 바이올린 솔로가 특히 많은 영웅의 생애같은 경우 악장의 연주력과 카리스마가 중요하다고 생각되는데 그렇지 못한것 같아 조금 아쉬웠다. 그리고 이분의 표정은 내내 뭔가 불만어린 표정인 것 같아 그걸 보는 내가 사실 더 불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