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신문 2011.2.25 100달러 찍은 ‘3대 유종’…세계 인플레이션 기름붓나
석유업체 생산중단 확산 ‘수출량 3분의 1로’
시장점유율 2% 불구 품질 좋아 영향력 커
“정점까진 아직 멀어…봄까지 상승세” 전망
» 세계 석유 수출량 비교
석유 파동 어디까지
리비아 사태 여파로 미국 서부텍사스산 원유도 배럴당 100달러를 돌파했다. 세계 3대 유종인 중동산 두바이유, 북해산 브렌트유, 서부텍사스산 원유가 모두 100달러대에 이른 것으로, 석유가격발 인플레이션 우려가 한층 커졌다.
미국 뉴욕상업거래소의 4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 원유는 24일 아시아시장 거래에서 배럴당 103.41달러까지 올랐다. 전날 2년4개월 만에 처음으로 100달러에 도달한 서부텍사스산 원유 가격은 지난주 초 이후 약 20%의 상승률을 보이고 있다. 브렌트유는 이날 119.79달러까지 올랐고, 두바이유 현물은 전날 104.33달러에 장을 마쳤다.
유가는 리비아의 석유 생산 및 수출 시설의 가동 중단이 확대되면서 더 솟구칠 것으로 보인다. <에이피>(AP) 통신은 리비아에서 하루 24만4000배럴로 가장 많은 석유를 생산하는 이탈리아 업체 에니가 이미 시설 가동을 축소한 데 이어, 10만배럴을 생산하는 독일 업체 빈터스할이 23일 생산 중단을 선언했다고 보도했다. 5만배럴을 생산하는 프랑스 업체 토탈도 생산을 줄인다고 밝혔다. 리비아의 하루 석유 수출량은 160만배럴에서 60만배럴로 급감한 것으로 추산된다.
석유시장 전문가들은 리비아 사태로만 유가가 배럴당 15달러 뛰었다고 보고 있다. 세계시장 비중이 2%가 안 되는 리비아가 가격에 미치는 영향력은 몇배인 셈이다.
<뉴욕 타임스>는 리비아 원유가 품질이 좋은 경질유라 석유시장에 주는 충격을 배가시키고 있다고 분석했다. 하루 400만배럴의 증산 여력이 있는 사우디아라비아 원유는 황 함유량이 많아 문제라는 것이다. 리비아 석유 수출량의 85%가 향하는 유럽에서 사우디산을 쓰려면 정제가 필요하지만 유럽에는 정제시설 여력이 부족하다. 이런 상태가 지속되면 유럽은 미국에 경질유를 공급하는 알제리나 나이지리아로 눈을 돌리고, 구매 경쟁 격화는 유가를 더 끌어올릴 수밖에 없다. 로런스 골드스타인 미국 에너지정책연구재단 사무총장은 리비아발 석유시장 혼란은 “양보다 질의 문제”라고 말했다.
아랍세계의 혼돈이 언제 가라앉을지 알기 어렵고, 이란과 사우디아라비아 등 걸프만(페르시아만) 주변으로 생산 중단 사태가 확대될 수 있다는 예상은 불안감을 더욱 키우고 있다. 미국의 석유시장 컨설팅업체 리터부시 어소시에이츠는 23일 보고서에서 “중동과 북아프리카의 불안정성은 석유시장의 상승세를 봄까지 지속시킬 것”이라며 “정점까지는 아직 멀었다”고 내다봤다.
유가는 마침 식료품값 앙등으로 인한 인플레이션 우려가 제기된 가운데 진행되는 것이어서 세계경제의 안정적 성장에 더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배럴당 유가가 10달러 뛰면 세계경제 성장률은 0.5% 떨어진다는 게 일반적인 ‘공식’이다. 식료품값 상승이 부른 북아프리카 시위 열풍이 기름값을 띄우고, 뒤이어 세계경제 전반이 위협받는 부정적 연쇄반응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이본영 기자 ebo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