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구제역 때문에 난리도 아닌 듯하다. 연일 뉴스에서는 살처분되는 소들이 화면을 메우고 있다. 보기 민망하며 안타깝다. 더군다나, 숨이 붙어있는 살아있는 상태에서 생매장 당하는 동물들의 고통을 매번 지켜봐야하는 매몰 인부들도 고통이 심하다 한다. 인간들의 고통이 살아 묻히는 소들에 비하겠냐마는. 이래저래 슬픈 일이다. 

매번 나도 궁금했던 사실이 왜 '살처분'해야 하는가였다. 물론 전염성이 강한 바이러스성 질병이라 그러는 것 같기는 하다만 그것밖에 해결책이 없을까라는 의문증은 가지고 있었다. 그래서 관련 기사 몇개를 스크랩한다. 그리고 구제역을 검색해보니 백과사전에 이렇게 나온다. 

hoof-and-mouth disease, aftosa라고도 함. 동물에 생기는 전염력이 높은 바이러스성 질병.
소·양·염소·돼지 등 거의 모든 우제류(偶蹄類)에 생길 수 있다. 아메리카 들소, 사슴, 영양, 순록, 라마, 낙타, 기린, 코끼리 등과 같은 야생 초식동물도 이 병에 걸릴 수 있으나, 말은 감염되지 않는다.
혀·잇몸·입술과 그밖에 피부가 얇은 유방이나 유두, 갈라진 발굽 사이, 발굽 위 관상대(冠狀帶 coronary band) 주위 등에 통증이 심한 물집이 생기는 것이 특징이다.

구제역 바이러스는 면역학적으로 7가지로 나눌 수 있는데 각 종류가 침입하는 동물도 다르고 병증(病症)도 차이가 난다. 호흡기와 소화기를 통해서 전염되는데 처음 침입한 곳에 일차적으로 물집을 형성한다. 24~48시간 안에 혈액 속으로 침투하여 열이 나게 하는데 이 단계는 24~36시간 정도 지속되며, 이때 바이러스는 침이나 젖·소변·대변 등으로 배출된다. 그뒤 입술로 입맛을 다시는 듯한 독특한 행동을 하며 혀·잇몸·입술 등에 물집이 생긴다. 물집은 약 24시간 뒤에 터져서 껍질이 벗겨지며 매우 쓰라리고, 1~2주 정도 지나 아물 때까지 단단한 먹이를 먹을 수 없다. 물집이 발에 생기면 다리를 절뚝거리게 된다.

구제역에 의한 피해는 엄청나다. 보통 경미한 동물유행병의 치사율은 5% 정도이나 악성 구제역은 치사율이 50%이다. 살아남은 동물도 먹지 못해서 몸무게가 줄고 젖을 생산해내는 동물의 경우는 젖의 양도 엄청나게 줄어든다. 유산이 잘 되고 유방염이 흔히 생기며 2차 감염도 잘 된다.

구제역은 유럽·아시아·아프리카·남아메리카 등 여러 지역에서 항상 있는 풍토병이다. 바이러스는 공기·음식물·음식찌꺼기 속에서는 물론, 동물의 가죽·털·양털 등에서도 꽤 오랫동안 살아남기 때문에 이 질병을 막기 위해서는 그만큼 더 주의해야 한다. 이 병이 돌면 그 지역을 검역한 후에 감염되었거나 의심스러운 동물은 모두 도살한 다음 태워 버려야 한다. 그밖에 오염된 물건은 깨끗이 소독하고, 감염되었던 농장이나 지역은 몇 달 동안 그대로 격리·방치한다.

효과적인 백신의 개발로 구제역을 통제할 수 있게 되었으나 아직 완전히 없애지는 못했다. 우리나라의 경우 1934년 마지막으로 구제역이 발생한 이후 66년 만인 2000년 봄에 경기도 파주와 충청남도 홍성 등지에서 발생해 돼지고기의 수출이 중단되는 등 축산농가에 큰 피해를 안겨주었다. 또한 우리나라와 함께 구제역 청정지역으로 분류되었던 일본에서도 같은 시기에 구제역이 발생했다. 아메리카 지역의 경우 엄격하게 검역하고 감염된 동물을 신속히 태워 버린 덕분에 1929년 미국에서 크게 유행한 뒤로는 거의 발생하지 않고 있다. 이 병에 대한 효과적인 치료 방법은 아직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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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제역 확산을 바라보며    우희종 / 서울대 수의학과 교수

구제역(口蹄疫)으로 나라가 시끄럽다. 연일 확산되는 추세와 더불어 매장되어 목숨을 잃어가는 많은 동물들의 참혹한 광경이 이제 일상적인 것인 듯 여겨질 정도다. 질병확산 방지라는 명목으로 방역당국에 의해 희생되는 동물의 수도 하루에 몇만 단위로 늘어나고 있다. 이런 소식을 접한 시민들은 당연히 여러 의문을 지니게 된다. 정리해보면 크게 둘이다. 과거에는 못 보던 이런 험한 모습이 어째서 자주 등장하는 것일까? 과연 이런 식의 대량학살만이 유일한 선택인가?
 
사실 구제역 발생이 동물의 대량학살로 이어지는 이유는 비교적 간단하다. 구제역의 치사율이 성체(成體)에서 낮아도 어린 동물에게서는 높게 나타나고 전염력 또한 매우 강하다는 것 말고도, 질병에서 회복된 동물은 성장이나 사료 효율 등 경제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질병 확산을 막는 안전지대 확보를 위해 일정 거리 내에 있는 대상 동물들을 살처분(殺處分)하는 것이다.

구제역 바이러스의 특징과 살처분의 실효성

그런데 구제역 바이러스는 특정 기후환경에서 공기를 타고 가깝게는 10km, 멀게는 60km까지 전파된다고 알려져 있다. 살처분 조치는 초기 발생상황에서 유효할지 몰라도 이미 도처로 확산된 마당에는 별로 유효한 방법이 되지 못한다. 구제역 바이러스는 자연계 외부상태에서 그다지 생존력이 높은 편은 아니지만 최근 급증하는 야생돼지를 감염시킬 수 있다. 야생동물에 의한 구제역 확산 가능성이 상존하는 셈이다. 따라서 가축의 대량 살처분 및 매몰만이 아니라 질병의 발생규모에 따라 유연하게 적용할 수 있는 다양한 대책이 준비되어 현장에 적용되어야 했다.

그럼에도 국내에서는 단순하고 획일적인 살처분 방식만이 쓰이고 있어 안타깝다. 백신 접종을 포함해 질병 발생 규모에 따른 다양한 방역 및 방제 대책이 준비되지 못한 정부 탓에 심지어 동물을 산 채로 매몰하는 잔인한 광경이 연출되고 있는 것이다.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수많은 동물을 일시에 매몰하는 방식은 여러모로 걱정스럽다. 동물 생명권에 대한 진지한 사회적 논의는 차후로 한다 해도 우선 심각한 환경오염이 발생할 수 있다. 치료 불가능한 인수공통(人獸共通)전염병인 광우병에 대처하기 위해 약 200만마리 정도의 소를 도축해야 했던 영국에서 대다수의 사체를 소각 처분했던 사례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 국내의 좁은 국토와 밀집된 생활환경을 고려한다면 동물 매몰이라는 방식은 방역 차원에서 질병 발생의 규모와 확대 정도에 따라 검토됐어야 한다.

전염병의 사회문화적 요인
 
잘 알려진 바대로 질병의 발생과 유행은 단순히 생물학적 이유뿐 아니라 사람이나 동물의 생활 및 사양(飼養) 방식과 더불어 당시의 사회문화적인 요소와도 깊은 관계가 있다. 동일한 질병도 국가나 문화권에 따라 서로 다른 형태로 유행한다. 지구에 인류가 등장한 이래 특히 산업사회 이후 인구 증가와 식생활 변화는 매우 급속도로 이루어졌다. 특히 개발국가의 동물성 단백질 소비 증가를 뒷받침하기 위해 가축사육이 산업화되고, 이를 단시간에 정착시키기 위해 인위적 사육환경이 도입되었다. 이는 긴 시간에 걸쳐 안정된 상태를 유지해온 생태계에 큰 영향을 미쳤다. 그러니 질병의 발생과 유행 형태가 과거와 달라진 것은 결코 이상한 현상이 아니다.

세계화와 그에 따른 나라 간 교통망의 발달로 유동인구의 수와 이동범위는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확대되고 있고, 음식이나 사료 외에도 동물성 재료가 포함된 다양한 제품의 국제교역량이 그 규모를 파악하기 힘들 만큼 세계는 좁아졌다. 구제역을 비롯해 조류독감 등 여러 질병들이 요즘처럼 전사회적 관심을 끌 정도로 일상화된 데는 인간 위주의 시각에 더해 오직 생산성과 효율을 추구하는 산업구조 및 경제논리가 바닥에 깔려 있다.

이번 구제역 사태를 계기로 정부의 근시안적인 단순 방역대책도 지적해야겠지만, 생물권(biosphere)을 기반으로 하는 생태계에 무신경한 인간 위주의 시각도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동물에게 좋은 환경이 인간에게도 좋은 환경'이라는 인식 전환이 있어야 한다. 언제 질병 창궐을 부를지 모르는 비윤리적 밀집형 공장식 사육에 대한 재검토, 생태지향적 산업구조로의 재편, 그리고 전염병에 대한 단계별 대응책이 마련되어야 한다.

위생에 대한 과도한 집착의 결과

과거에는 볼 수 없던 참혹한 동물 대량학살의 모습이 매일 안방에까지 전해지는 현실은 그동안 자연과 단절된 인간의 생활방식을 바람직한 것으로 여기는 시선이 얼마나 왜곡된 것이었는지 말해준다. 그리고 이런 잘못된 시각이 인간의 먹을거리의 과도한 위생상태로 이어지고 있음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경제성 추구와 지나친 위생개념이 산업에 영향을 미치면서 이 현상이 더욱 인간 중심으로 진행되어 결과적으로 작은 외부요소의 개입으로도 막대한 혼란이 발생할 수 있는 취약한 방향으로 스스로를 몰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요즘 우리에게 익숙한 음식물의 HACCP(위해요소 중점관리기준)이라는 개념도 마냥 환영할 것만은 아니다. 먹을거리를 안전하게 지키자는 취지에는 동감이지만 그런 체제가 확립될수록 우리는 자연과 동떨어져 고립된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많은 비용을 지불해야 하고, 그러면서도 과거와 달리 작은 외부작용에 의해 급속히 무너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한편, 구제역 발생과 방역에 대한 언론의 보도행태도 아쉽다. 잘못된 대처나 문제점에 대한 생생한 보도는 필요하지만 우리 사회가 지향해야 할 생명존중과 생태적 삶의 모습 또한 염두에 두어야 하기 때문이다. 인간의 이익을 위해 건강한 생명체를 대량 매몰하는 현장이란 결코 바람직한 모습은 아니다. 인수공통전염병처럼 모든 개인에게 치명적인 위해를 끼치는 것이 아니라면, 굳이 이런 현장을 반복 전달함으로써 생명에 대한 무감각을 확산시켜야 할까. 당장 그 효과가 드러나지 않을지는 몰라도 이런 것을 태연히 보고 듣게 되는 어린 미래세대에 미치는 영향을 생각할 때 마음이 무거워진다.

2011.1.5 ⓒ 창비주간논평

 

2011.1.5  [한겨레 프리즘] 구제역 ‘팬데믹’에서 배운다

1918년 가을, 스페인독감은 일시에 5000만명의 목숨을 앗아갔다. 1차대전 4년 동안 숨진 900만명보다 한달 남짓 동안의 독감 사망자가 5배 이상 많았다. 팬데믹(Pandemic, 전염병의 전지구적 대유행)의 대명사로 불리는 20세기 최대의 바이러스 참사였다. 스페인독감은 그해 8월 말 미국 보스턴의 한 해군 병사에게서 시작해 군용열차를 타고 미국 전역을 덮쳤고, 1차대전에 참전한 군함에 실려 유럽 전체로 전파됐다. 위생이 취약한 아시아 국가들의 희생이 가장 커, 인도에서만 1700만명이 죽었다. 시베리아 철도와 만주 하얼빈역을 거쳐 9월 말 식민지 조선 땅에도 바이러스가 유입됐다. 당시 <매일신보>는 1600만 인구 중 740만명이 독감에 걸렸고, 14만명이 숨진 것으로 보도했다. 그리스어인 팬데믹은 ‘모두’를 뜻하는 ‘pan’과 ‘사람’을 뜻하는 ‘demic’의 합성어. ‘모든 사람이 감염된’ 가장 최근의 팬데믹은 지난해의 신종플루였다.

‘가축 팬데믹’이 한반도를 뒤흔들고 있다. 남한의 동쪽과 북쪽은 발굽 두개 달린 동물만 걸리는 구제역으로 오염됐고, 닭·오리 농장이 밀집해 있는 남서지역은 조류인플루엔자(AI)의 공격을 받았다. 구제역으로 생매장당한 소·돼지가 지금까지 모두 77만8850마리. 3일 하루에만 10만마리가 땅에 묻히는 참상이 벌어졌다. 가축 보상비와 방역비를 합친 직접적인 구제역 관련 지출이 8000억원에 육박했고, 1조원을 넘어서는 것은 이제 시간문제이다. 간접손실까지 고려한 가축 바이러스의 사회적 비용은 돈으로 가늠하기 힘들 정도다.

왜 이 지경까지 왔을까? 구제역은 후진국병이라는데, G20에 속한 대한민국이 왜 이런 참사를 겪어야 하나? 나머지 G19의 선진국들은 다 멀쩡한데, 자연이 내린 재앙이라고 치부할 수도 없다. 결국 좁은 우리, 너무 많은 가축, 밀식사육, 항생제, 분뇨와 범벅된 축사 등등이 문제를 풀어가는 열쇳말이다. 한마리라도 더 많이 기르고, 병에 약한 환경을 방치하고, 방역에 무신경하고, 분뇨를 바다에 투기하는 대한민국 축산이 혹독한 시련을 겪고 있는 것이다.

발상의 대전환 말고는 길이 없어 보인다. 가축 사육 총량을 줄이는 것이 시작이다. 집집마다 소를 기르고, 농가와 돼지 축사가 마을마다 공존해서는 팬데믹의 위험을 분산할 수가 없다. 환경에 주는 부담을 줄이기 위해서도 소와 돼지·닭 사육을 줄여야 한다. 우리처럼 땅이 좁은 네덜란드와 벨기에는 일찌감치 가축의 머릿수를 제한하는 총량제를 시행하고 있다.

동물복지가 안전한 축산물의 필수요건인 세상이 됐다. 유럽연합은 2006년부터 돼지의 사육과 운송·도축·매몰처분의 최저 복지기준을 만들어 시행하고 있다. 내년부터는 산란계(달걀 낳는 닭)의 닭장 사육을 금지하고, 2013년부터는 모돈(새끼 낳는 돼지)을 좁은 쇠울타리에 가두는 것을 금지하기로 했다. 국내에서는 창녕 우포의 한 농가가 돼지 분뇨를 곧바로 축사에서 빼내는 시설을 구축해 큰 재미를 보고 있다. 건강해진 어미돼지의 출산율이 한해 15마리에서 23마리로 늘어나면서, 수익성까지 크게 높아진 것이다.

20세기 초의 스페인독감이 열차와 군함을 이용한 바이러스였다면, 사람과 상품 교역이 무한정 자유로운 21세기의 전염병은 ‘비행기 바이러스’다. 그만큼 막기가 어렵다는 뜻이다. 당연히 가축 바이러스를 국가위험관리의 주요 대상으로 다루어야 할 것이다.

우리 농부에 대한 신뢰의 힘은 이미 한우 사랑에서 확인됐다. 우리 땅에서 건강하게 생산한 고기라면 소비자들은 얼마든지 제값을 치를 것이다. 지속가능하지 않은 축산, 판을 확 바꾸자.  

ps : 동물생존군 차원의 문제가 아니라 그것도 동물이 아닌 인간의 '수익성'차원에서 애기해야만 설득이 되고 말이 되는게 현실인가 보다. 하긴 아직 우리나라 수준에서 동물생존권, 생명권을 구제역이 유행하는 지금 애기했다가는 '돌' 맞기 쉽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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