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12.27 09:30
방학이다. 즐거운. 악몽같은 크리스마스가 지나고 12월의 마지막 주의 시작이다. 학교 교과교실 관련 워크샵이 있어 학교에 왔다. 워크샵 장소인 영종도로 갈 버스에 탔다. 비에니아프스키의 바이올린 협주곡 2번 2악장을 듣고 있다. 앨버트 O.허시먼의 <보수는 어떻게 지배하는가>를 읽으며... 그런데 창밖을 보니 소금 가루처럼 조그만 눈이 흩날리고 있다. 올 12월에는 이상시리 눈이 많이 내리는 것 같다. 아니면 내 맘이 눈을 더 많이 오래 기억하는지도 모르겠다. 나이를 거꾸로 먹어가나 보다. 솟아오르는 햇살과 흩날리는 눈발, 귀 속에 울리는 비에니아프스키의 바이올린 협주곡 2번 2악장의 선율이 절묘하게 어울린다.
www.youtube.com/watch (비에니아프스키의 바이올린 협주곡 2번 2악장)
1박2일간 재미있을지 어떨지 모르지만, 여하튼 난 재미나게 보내련다.
2010.12.27 09:35
사실은 어제 쓰려 했으나, 기회를 놓쳐 지금 쓴다. 이번 크리스마스는 나나 와이프나 '악몽'이었다. 아니 정확하게 애기하면 크리스마스가 끝날 무렵부터 26일 새벽이...
내년 2월 결혼하는 친구가 있다. 크리스마스에 양가 가족들이 모여 약혼식 비슷한걸 했다고 나에게 친구가 메신저로 애기하며 자기 싸이에 사진을 올렸다며 보란다. 와이프와 사진을 보며 이 여자가 친구와 결혼할 여자라 애기하며 사진들을 구경했다. 근데, 미묘한 감정의 움직임을 느꼈다. 기분 나쁜!!(이 미묘한 감정에 대해서는 따로 메로를 했다)
사진을 구경한 후 늦은 밤 허기를 달래기 위해 냉동실에 있는 피자를 전자렌지로 익혀 맥주와 먹었다. 근데 이게 문제였다. 나도 참 못났지(그때 좀 많이 배가 고팠다). 와이프가 좀 먹겠다는 걸 '땡깡'을 부려 못 먹게 하고 나 혼자 2조각을 다 먹었다. 캔맥주 2개와 함께. 그러고 잠이 들었다. 근데 새벽 4시 정도에 너무 배가 아파 잠에서 깼다. 배 속 내장이 베베 꼬이는 듯 통증이 왔다. 누군가 내 뱃속에 들어가 창자를 쥐어짜는 듯한 고통에 잠에 들 수 없었다. 집에 있는 약을 먹고 화장실에 가고 나서 1시간 정도 지난 후에야 잠에 들 수 있었다.
그런데 나만 이런 상황에 처한게 아니었다. 와이프는 목에 담이 걸렸나 움직이지도 일어나지도 못하는 것이다. 못난 난 '피자 사건'도 모자라 와이프에게 짜증을 부렸다. 살짝... 내가 아픈거야 욕심부린 내 탓이지만, 아내가 아픈것은 사실 자기 욕심 채우기 위한 행동이 아니라 가족을 위해 과로하고, 규진이 보느라 잠도 못자고 피곤해서 그런 것인데... 나도 참... 못 났다.
하여튼 둘 다 간신히 잠에 든 후 깨었다. 와이프는 계속 아프다며 병원에 가야겠다고 했다. 좀 겁을 먹었는지 척추전문 병원에 가야한다며 '114'로 병원 전화번호를 알아 본 후 전화를 했는데, 일요일이라 진료를 안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집 근처에 있는 동네 종합병원 응급실에 갔다. X-ray를 찍고 진료를 간단히 받으니 뼈에는 이상이 없고 스트레스를 받아서 그런거 같으니 월요일에 다시 와서 진료를 받고 물리치료를 받으란다. 그래도 아프고 의심스러우면 CT를 찍고 정밀검사를 해보라고 한다. 진료 후 병원에서 나온 후 침을 맞으려 근처에 있는 일요일에도 진료를 하는 한의원에 갔다. 그런데 진료하는 날이 변경됐는지 일요일에 진료를 하지 않는 것이다. 그래서 할 수 없이 집으로 돌아가는데, 그래도 찜찜해서 일요일에 진료하는 한의원을 찾아보기로 했다. 그런데 도무지 알 방도가 없는 것이다. 아는 사람들에게 전화를 해볼까 생각도 했는데, 그것도 별 효용이 없을거 같고. 그런데 불연듯, 서울시에서 운영하는 '112 다산 콜센터'가 생각났다. 어디선가 어떤 사람이 화장실이 급해 '다산 콜센터'로 전화를 해 문의하니 근처에 있는 화장실을 알려줬다는 체험담을 들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혹시나 하는 마음에 전화를 했다. 안내원은 너무나 친절했다. 그리고 상세히 안내해주는 것이다. 일요일 오전에 진료하는 집 근처에 있는 한의원을. 정말 신기하면서도 편리함을 느꼈다. 예전에 '112 다산 콜센터'가 처음 나왔을 때는 '뭐 이런걸 만들었을까?'하는 불필요성과 의구심이 들었는데, 막상 내가 생각지도 못하는 도움을 받으니 예전 그럼 마음이 창피해지기까지 했다.
지금 내가 집어들고 읽고 있는 책이 앨버트 허시먼의 <보수는 어떻게 지배하는가>인데 여기에 보면 보수주의자들이 진보주의자들을 공격하는 '레토릭' 세 가지를 애기하는데 역효과 명제, 무용 명제, 위험 명제가 그것이다. 그런데 이 수사적 공격은 보수주의자들만의 논리적 공격이 아니다. 자칭 진보주의자라하는 이들도 습관적으로 진정성 없는, 고민이 덜 된 상태에서 이런 수사적 논리로 보수주의자들을 공격하기도 한다. 아마 내가 예전 '112 다산 콜센터'의 필요성보다는 무용성에 초점을 둔 것은 세 가지 허시먼이 말 한 레토릭 중 '무용 명제'에 해당하지 않을까 한다. 하여튼 많이 읽고 많이 생각하고 여러 경험을 해봐야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