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 뒤집어보기] 국내 기상이변이 몰고 온 변화들 

  
    
한국에서도 기상이변이 그 강도와 빈도가 세지면서 일상화되고 있다. 올해 1월 첫 주에는 서울·경기를 중심으로 기록적인 폭설과 함께 한파가 발생했다. 연초인 1월 4일 하루 동안 서울에 내린 눈은 25.8cm로 1937년 적설 관측 이래 최대치였다. 또 3~4월에는 이상저온현상이 나타났다. 일조시간이 247.1시간으로 평년 338.1시간의 약 73% 수준이었으며, 최고 기온의 평균치가 예년보다 1.6℃나 낮았다. 그런가 하면 무더위 현상도 보였다. 지난 6~8월 평균 기온은 24.8℃로 관측 이래 두 번째로 높았으며 폭염과 열대야 일수가 각각 10.5일, 12.4일로 평년보다 2.3일, 7일 더 많았다. 특히 올 여름에는 집중호우가 많아 시간당 강수량이 30mm 이상인 날은 2.2일로 관측 이래 세 번째로 많았으며 추석 연휴에는 시간당 100mm 안팎의 집중호우로 수도권 1만1000여가구가 침수되기도 했다. 9월 하순 강우량으로는 기상 관측 이래 가장 많은 양이었다.

온실가스 증가에 따른 지구온난화가 이런 기상이변의 주요인으로 지목된다. 매년 1~8월의 전국 일조시간과 강수량 추이를 살펴보면, 일조시간은 1970년대 1548.9시간에서 2000년대에는 1388.1시간으로 160.8시간, 약 10.4%가 줄었다. 이에 비해 강수량은 1004.3mm에서 1124.2mm으로 79.9mm, 약 11.9% 늘었다. 국내 기온 상승 속도는 지구 평균인 0.74℃의 2~3배를 웃돌고 있고 해수면 오름 속도도 지구 평균인 매년 1.8mm보다 빠르다.

기상이변은 다양한 부작용을 발생시킨다. 첫째, 기상재해의 강도가 심해지고 피해액도 커진다. 재해당 사망자 수가 1990년대 7.6명에서 2000년대 17.5명으로 늘었다. 재해로 인한 피해액도 1990년대 6.3조원에서 2000년대 19조원으로 3배 이상 커졌다.

둘째, 기상상태에 큰 영향을 받는 농산물 가격이 크게 오른다. 신선채소 물가지수가 3개월(6~8월) 연속 전년 동월 대비 20% 이상 상승해 물가 불안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배추 가격은 9월 29일 현재 한 포기에 1만5000원까지 올랐다.

셋째, 기상이변은 건설업이나 물류, 유통업 등 기상상태에 민감한 산업의 생산과 판매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

넷째, 기상이변은 질병을 증가하게 해 건강을 위협하는 요소로도 작용한다. 아열대성 전염병인 말라리아의 전체 환자 중 국내에서 감염된 환자 비율이 1993년 33.3%에서 2009년 98.1%로 증가했으며, 발병환자 수도 1995년의 139명에서 2009년 1345명으로 최근 10년간 급증했다.

다섯째, 농작물재해보험과 풍수해보험 등 이상기후 관련 보험료와 보험계약이 증가함에 따라 위험회피 비용도 증가한다. 예를 들어, 풍수해보험의 계약건수는 2006년 1만7000건에 불과했으나, 2009년 34만9000건으로 크게 늘었으며 보험료도 각각 6억원에서 81억원으로 증가했다.

빈번해지고 일상화되는 기상이변을 최대한 막고 재난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정확한 기상예측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기상 관련 2010년 R&D 예산을 비교해 보면 미국은 한국의 21배, 일본은 2.3배나 많다. 기상용 슈퍼컴퓨터도 우리는 2대를 보유하고 있지만 일본은 16대, 미국은 277대에 달한다. 기상이변에 대응하기 위한 투자 증가가 절실한 상황이다.

[유병규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본부장]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1576호(10.10.13일자) 기사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