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교육에 좋은, 추억의 빌보드 팝송 8CD 단돈 만원!!

2010.11.3 지하철 3호선 잠원역에서

난 천안 촌놈이다. 태어나 천안에서 20년을 살았고, 대학을 가면서 천안을 떠나 공주에서 그리고 지금의 서울이란 대도시에 터를 잡고 살고 있다. 2005년 교사 발령을 받고 첫 한 학기 동안은 천안과 서울을 오가며 통근했다. 지하철을 타고 왕복 5시간. 말이 5시간이지 정말 길고 긴 시간이다. 그래서 난 나름 이 시간을 유의미하게 보내기 위해 12인치짜리 노트북도 사서 그 시간을 재미나게(?) 보내려 다짐도 했다. 그러나 그러지는 못했다. 왜냐하면 3월이 지나고 그 다음부터는 집에 가는 날이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회식 혹은 학교 일 등으로 천안에 전철을 타고 가기가 힘들었기 때문이다. 근데 말이 이렇지 사실은 '알콜'이 문제였다. ㅋㅋ

그러나, 그 한 학기 동안의 서울-천안간 통근 전철안에서 여러 일들을 겪었다. 그 중에서 전철 안에서 볼 수 있는 잡상인(?)에 관련된 일이 있다. 대부분 파는 것들이란, 볼펜, 작은 후레쉬, 보온병 등 자질구레한 것들이다. 처음에는 그 물건이 좋아 보이고 무엇보다도 물건값이 대부분 단돈 천원이라는 만족감에 몇 번 지갑을 열었다. 하지만 그 물건들은 나의 손에서 이내 멀어져 지금은 어디에 있는지 조차 모르는, 또는 조금만 사용해도 부서져 버린 그저 하찮은 것들이 되버렸다.

쉽게 얻은 것은 또한 쉽게 잊혀지게 마련인가 보다. 뭐 때로 어렵고 힘들게 얻은 것들도 허무하게 잊혀지기도 하지만 그건 일부의 예외적 상황이라 생각한다.

내 기억으로는 전철 안에서 파는 '추업의 팝송'의 홍보 문구가 뭔지는 정확하지는 않지만 대부분 말그대로 '추억'이 핵심이었던 것 같다. 중년을 상대로 한 과거를 파는 '추억 마켓팅'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이것 마저도 '영어 교육'에 기대어 마켓팅을 하고 있는 것이다. 내가 본 CD 판매원은 또박또박 이렇게 말했다. "영어 가사와 한글 가사가 들어 있는 해설서가 있어 자녀들 영어 교육에 효과적"이라 운운하며 잠재적 소비자들에게 이 CD가 너희들에게 '영어교육'까지 시켜줄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추억의 팝송이 아니라 이제는 자녀들의 영어교육을 위해 흘러간 팝송 CD를 구입해야만 하는 것이다. 내 지나간 '옛추억'이 아닌 지금 현실 자녀의 '영어 교육'을 위해. 물론눈에 보이는 세속적인 일과 이해관계도 중요하다. 하지만 그런 시대 조류 속에서 변하지 않았으면 하는 것이 '추억'이 아닐까 한다. 나의 지나간 사람과 장소와 노래 등과 관련된 아련한 기억의 조각들. 이것만은 세속화되지 말고 내 가슴속에 그냥 이대로 남아 있으면 좋겠다. 

ps : 이런 생각, 글을 쓰고 나면 이런 생각도 든다. "내가 너무 예민한가? 쓸데없이..."ㅋㅋ 그래도 할 수 없을 듯 하다. 워낙 이렇게 생겨 먹었으니, 그냥 살란다. 나이 먹고 경험이 쌓이면 10년 후에는 또 어떤 생각, 어떤 글을 쓰고 있을지는 모르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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