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엄마, 아빠가 이상해요!>

2010.12.16 (목) 18:05

며칠전 시험기간에 번개모임이 있었다. 부장님 제자분이(중국집을 운영하는) 중국 술인 '공부가주' 1box를 가지고 찾아온 것이다. 어떻게 아셨는지 부장님이 퇴임하신다는 소식을 듣고 인사차 온 것이었다. 주변에 계신 분들이 모두 '공부가주'를 보고 너도나도 중국음식이나 간단히 시켜서 점심을 먹으며 한잔 하자하여 자연스럽게 그렇게 되었다.

쟁반짜장, 깐풍새우, 볶음밥, 누룽지탕, 양장피까지 간단히 시키자는게 사람이 많다보니 이것저것 많이 시켰다. 음식이 배달되어 세팅을 한 후 오늘의 주인공 '공부가주' 한병을 뜯었다. 모두들 거하게 건배를 한 후 한잔 입에 털어 넣었는데, 이게 웬걸? 큰일이 났다 싶었다. 술이 너무 맛나는게 아닌가! 참고로 '공부가주'는 39도이다. 대학 1학년때 선배들이 중국집에서 준 빼갈 맛을 아직도 기억하고 있다. 그때는 난 술 맛을 모를때이니 그럴만도 하지만 난 왜 이런 술을 먹을까하고 너무나 의심스러웠다. 근데, 그런 독한 중국 술이 이제는 너무 부드럽고, 심지어 맛나기 까지 하다.

술을 먹을때 첫잔 맛이 이렇게 부드러울때 치고 술을 적게 마신적이 없었기 때문에 그 날도 걱정이 살짝 들었다. 그 독한 술을 종이컵에 한잔씩 받아서 벌컥벌컥 마셨다. 같이 점심을 한 멤버는 8명이지만, 본격적으로 술을 마신 멤버는 5명 정도였는데, 그 멤버들이 '공부가주' 8병을 순식간에 헤치웠다. 참고로 점심시간이었다. 오후 1시 정도. 점심먹으며 간단히 먹자고 했는데..마시다 보니 난 어딘가로 전화를 하고 있었다. 2차를 하기 위한 나의 '공작'활동이었던 것이다. 그러나 불행중 다행으로 그 '공작'이 모두 수포로 돌아가 난 어쩔수(?) 없이 일찍 집으로 귀가를 한 것이다. 요즘 운동을 하지 않은 뒤로 급속히 체력이 떨어졌는지 술을 먹고 집에 돌아가면 긴장도 풀리고 취기가 올라와 정신을 차릴 수가 없다. 와이프 왈 "이럴거면 일찍 들어오지 마"라고 하는 것이다. 살짝 빈정이 상하긴 했지만, 지금 생각해보니 미안한 마음이 든다.

하여튼, 그렇게 정신없는 와중에 SBS에서 하는 <우리아이가 달라졌어요>라는 프로를 봤다. 가끔 보는 프로긴 하지만 유독, 이날 따라 내용이 눈에 잘 들어왔다. 술을 먹어서 그런가? ㅋㅋ 이 날 내가 본 내용의 핵심은 이렇다. 약 6살 정도 먹은 남자아이가 여동생을 심하게 괴롭히고, 엄마에게는 심하게 떼(억지)를 쓰는 것이다. 이 프로를 본 사람들은 알겠지만, 여기에 나오는 아이들 대부분은 '폭력성'을 가지고 있는 경우 많다. 언어적, 신체적 폭력성이 강하다. 심한 경우에는 엄마에게까지 욕설과 폭력을 가한다. 그런데, 이런 아이들의 경우 아빠에게는 엄마와 다르게 행동한다. 처음에는 엄마와 같이 폭력적으로 대하다 이내 아빠의 육체적 힘, 완력에 의한 '훈육'에 들어가면 아이는 아빠에게 울며 순순히 '복종'을 하게 된다.(마음에서 우러나오는 '복종'이라기 보다는 위기를 모면하기 위한 '표면적 복종'일 뿐이다.)

그런데, 이 아이의 경우 약간 다른 것이, 부모의 과도한 관심, 아빠의 지나친 훈육이 문제의 원인이 아니라 정반대로 부모의 관심 부족 그로인한 아이의 '애정결핍'에 그 원인이 있었다. 아이는 부모의 특히 엄마의 관심을 받기 위해 지나치게 떼를 쓰고 동생을 괴롭혔던 것이다. 아이의 문제 행동에 아이의 문제는 없었던 것이다. 그 아이에게 그런 행동은 지극히 당연한 반응이었던 것이다. 그리고 또 한가지 느낀점은 이 프로에 나오는 부모들의 공통점이 하나 있는 것 같다. 바로 부부간의 나이 차이이다. 대부분 여자는 20대 초중반에 결혼을 해 아이를 바로 가졌으며(좀 일찍 결혼을 한 편이다), 남자는 여자보다 10살 이상 나이가 많은 경우가 많다. 그러다 보니 여자는 전업주부이고 남자에게 전적으로 경제권이 있으며 자연스럽게 남자는 집안일과 육아문제에 무관심하다. 여성의 결혼시기와 부부간의 지나친 나이차이에서 오는 가치관과 교육, 사회적 경험의 차이가 부부문제 더나아가 육아 문제에 큰 걸림돌이 되는 것이다.

인간의 성격형성에 선천적인 요인과 후천적인 요임이 어떤 관련성과 비중을 가지고 있는지에 대한 정확한 과학적 결론은 없다. 그러나, 내가 보기에는 선천적인 요인이 약 30%, 후천적인 요인이 약 70% 정도로 영향을 미치는 것 같다. 즉, 선천적인 요인에 의한 기본적 바탕에 후천적인 가정 환경과 부모의 양육환경, 태도, 사회적 환경과 교육에 의해 결정이 된다는 것이다. 선천적인 요인보다는 후천적인 것에 난 비중을 더 두고 싶다. 그러니 SBS의 <우리아이가 달라졌어요>의 제목은 사실 생각해보면 <우리 엄마, 아빠가 이상해요> 또는 <우리 엄마, 아빠가 달라졌어요>로 바꿔야 하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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