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진이의 웃음. 2010.11.25

어제 천안에 갔다 왔다. 어머니께서 외삼촌댁에서 배추를 받아 놓으셔서
가지러 갔다 왔다. 수업 끝나고 일찍 나와 혼자.

다행히 차가 막히지는 않았다. 배추 50포기 정도에 무 한포대 사과 한 박스. 배추를 보니 엄마가 다 미리 다듬어 놓으셨다. 그 많은 배추를. 마음이 짠해진다.

올라오는 길. 고속도로는 막히지 않았으나, 톨게이트에서 서초IC까지 막혀, 10분이면 올 거리를 50분이 걸렸다. 차 막히는건 시간의 문제도 있지만 사람 성격에 너무 않 좋은 영향을 미치는 듯 하다. 어찌나 짜증이 나는지. 와이프는 어차피 막히는거 짜증 좀 내지 말라지만, 내 성격이 급해서 그런지, 막힐때면 답답하고 짜증이 나는건 어쩔 수 없다.

장모님 집에 들러 배추와 무를 옮겨 놓고 집에 오니 9시가 넘었다. 규진이는 자고 있는 시간. 밥을 먹고 잠깐 TV를 보고 있는데, 방에서 규진이와 와이프가 나온다. 잠자기에 실패한 것이다. 규진이가 내가 보고싶었는지, 날 보자 마자 '씩' 웃으며 소리를 지른다. 근데, 웃음이 다르다. '눈웃음'을 치는게 아닌가. 전에 보지 못하던 얼굴 표정이다. 순간 드는 생각. 언제 저런 웃음 짓는 법을 배웠을까? 예전에는 그렇게 웃지 않았으니, 분명 저 웃음은 배운걸 것이다. 누군가의 모습을 보고 배웠겠지. 그 애기는 규진이와 같은 어린 아이는 모든것을 배울 수 있다는 애기이다. 어른들이 하는 말, 행동 등 모든 것들을. 그게 어떤 것인지는 전적으로 어른들의 책임이다.

내가 화내면 화내는 법을 배우고 내가 웃으면 웃는 법을 배우고 내가 책을 보면 책 읽는 모습을 배울 것이다. 무섭다. 책임이 무겁다. 조심해야겠다. 가끔 학교에서 아이들을 볼때 정말 아이들이 싫을 때가 있다. 꼴보기 싫을 때가 있다. '저 애는 정말 이상해.' 근데, 결국 문제는 아이가 아니라 부모라는 생각이든다. "이 세상에 나쁜 아이는 없다, 단지 나쁜 부모만이 있을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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