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 글을 읽으며 드는 생각이 있어 적어본다. 

일정 부분 맞는 말이기도 하고 이해도 가는 글이지만, 한가지 걸리는 부분이 있다. "우리 인식 속에는 막연히 ‘환자를 많이 상대한 병원과 의사가 실력이 낫다’는 잠재의식이 있다." 이건 잠재의식 속의 잘못된 생각이 아니라, '현실'이 아닐까? 학생을 많이 대해보고 겪어본 교사가 학생들을 잘 이해할 수 있듯이 환자를 많이 대한 의사가 실력이 좋을 확률이 당연하지 않을까? 

물론 그러지 않을 수도 있지만, 의사의 인간적 정과 환자에 대한 관심은 그 다음 문제일 듯 하다. 그리고 "국가의사 자격증을 취득하고 전문의가 된 의사들의 실력 차는 거의 없다는 게 업계의 정설이다."라는 말도 그렇다. 의사건 판사건 검사건 나같은 교사건 현대사회에서 대부분의 흔히 말하는 전문직종은 정해진 시험을 통과해야 한다. 예전에 그랬지 않았지만 요즘 임용고사같은 경우 경쟁률도 높고 공부열심히 하는 학생들이 시험에 많이 응시해서 신규임용 교사의 경우 예전 무시험 전형때보다 교사들의 실력들이 좋다고 애기한다. 근데, 정말 그럴까? 

정해진 어려운 1차, 2차, 3차 시험에 통과했다고 '좋은교사'라는 보증수표가 될 수 있을까? 이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이렇게 간단히 애기할 수 없는, 좀 더 복잡한 구조가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현재 대부분의 사람들은 어떤 사람(직업)을 평가하고 싶어하고 그것도 계량화된 간단한 도구을 이용하고 싶어한다. 바로 이게 문제다. 계량화된 평가를 할 수 없는(물론 평가 자체가 싫지만) 직종도 있다. 특히나 살아있는 인간을 대하는 교사와 의사같은 경우가 그런거 같다. 단순히 교과 실력이 좋다고(물론 이건 현재 우리나라의 학교 구조에서 하는 말이다. 우리나라는 교사에게 교과수업뿐만 아니라 행정잡무, 학생 생활지도 그것도 가정과 연계한 지도 등을 요구한다) 좋은, 훌륭한 교사일 수 있을까? 아니다. 현재까지의 내 생각으로는 그렇게 애기할 수 없다. 

하지만 현재 사회적 분위기는 '계량화된 교사', '표준화된 교사'를 요구한다. 그렇기 때문에 아래 글의 내용처럼 ‘환자의 심리적 만족도’를 높일 수 있는 의사는 사실 환자(수요자)들의 만족을 줄 수 없는 의사일 확률이 높다. 오히려 비효율적이고 괴짜로 보일 확률이 높다고 난 생각한다. 

자기 맡은 바 직분에서 최선을 다하는 개인적인 노력도 물론 중요하다. 하지만 그못지 않게 중요한 부분이 그런 노력을 충분히 뒷받침해줄수 있는 사회적 구조의 탄탄함과 분위기가 아닐까 한다.

---------------------------------------------------------------------------------------

한겨레신문 2010.10.13  브랜드 선호와 좋은 병원, 좋은 의사 

브랜드, 명품 선호 현상이 이제는 병원 선택까지 좌지우지하는 시대다. 이번 국정감사에서도 지적됐듯 이른바 ‘빅5’ 진료기관이라고 불리는 서울대병원, 서울아산병원, 삼성서울병원, 세브란스병원, 서울성모병원에서 수술이나 치료를 받으려는 경향이 뚜렷해지고 있다. 건강 보장성이 높아지면서 본인부담금이 줄어 대형병원 진입장벽이 낮아지면서 더욱 가속화하는 추세다.

건강·의학 분야를 담당한 지난 1년여. “○○병원 ○○의사를 소개해 달라”는 질문을 많이 받았다. 유명 브랜드 종합병원 잘나가는(?) 의사들을 추천해 달라는 의미였다. 암 같은 중병은 물론이고 흔한 감기도 큰 병원에서 진료를 받아야 직성이 풀리는 모양이다.

얼마 전 임신을 한 동생도 산부인과 병원 선택의 기로에서 결국 브랜드를 택했다. “분만은 위험하지 않으니 가까운 동네병원에 가라”는 내 충고는 먹히지 않았다. 동생뿐 아니라 젊은 여성들은 큰 병원에서 아이를 낳고 싶어한다. 덕분에 지방의 중소 산부인과는 설 곳이 없다. 동네 산부인과 병의원 중에 분만실이 있는 곳은 25%뿐이다. 강원 양구, 전북 무주, 경북 청송군 등은 산부인과 의원이 아예 없다. 심지어 콧물과 기침, 발열 증상만 보여도 동네병원이 아닌 종합병원 응급실을 찾는 사람이 수두룩하다. 이 때문에 최근 산부인과뿐 아니라 동네의 내과·소아과·외과 등의 휴·폐업 사태가 속출하고 있다고 한다.

우리 인식 속에는 막연히 ‘환자를 많이 상대한 병원과 의사가 실력이 낫다’는 잠재의식이 있다. 그러니 우리 사회에 만연한 브랜드, 명품 병원 선호 현상이 이해가 안 되는 것은 아니다. 건강권에 대한 욕구가 커지고, 교통의 발달 등으로 지방 사람들도 서울에서 진료받는 일이 한결 편해지기도 했다. 최고의 병원, 최고의 의사에게 몸을 맡기고 싶지 않은 사람이 누가 있을까!

적어도 병원과 의사 선택에서는 브랜드가 꼭 ‘최고의 선택’이 될 수 없다. 우리가 명품이나 브랜드 제품을 찾는 건 상품의 품질과 신뢰도, 애프터서비스를 중시하기 때문이다. ‘빅5’ 병원은 어떤가. 주차비나 선택진료비 등 진료비는 높은 반면 정작 진료시간은 5분도 채 되지 않는다. 맞춤처방 자체가 힘든 구조임은 물론이고 충실한 애프터서비스를 기대하기도 힘들다. 시간과 비용 투자 대비 품질이 턱없이 낮다.

병원의 브랜드나 환자 수, 의사 수, 크기가 ‘실력’과 반드시 비례한다고 볼 수도 없다. 국가의사 자격증을 취득하고 전문의가 된 의사들의 실력 차는 거의 없다는 게 업계의 정설이다. 의사의 시술이나 처치 역시 자의적 판단보다는 대개 진료지침서에 의존한다. 의사들은 “암 수술만 봐도 경험이 10회 미만이면 실력이 뛰어난 의사도 긴장하기 마련이다. 그러나 20번 이상 경험을 한 뒤부터는 횟수에서 오는 실력 차는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오히려 마케팅이나 언론노출 과정에서 브랜드 병원, 스타 의사의 실력이 과장되는 경우도 있다. 동네 병의원에도 유능한 의사들이 널렸다”고 말한다.

나에게 좋은 병원, 유능한 의사란? 환자를 얼마나 진심과 정성으로 대하느냐, 환자 상태를 꼼꼼히 점검하고 내게 꼭 필요한 처치를 해주느냐 여부로 따져야 할 것 같다. 병은 신기하게도 물리적 수술이나 처치뿐 아니라 ‘환자의 심리나 만족도’에 따라 예후가 달라지기도 한다. 그만큼 의사와 환자 사이의 신뢰와 교감이 중요하다. 적어도 당신에게 좋은 병원과 좋은 의사는 ‘나를 잘 아는’, 그래서 맞춤처방과 애프터서비스가 확실한 동네의원이나 중소병원의 의사일 수 있다.

김미영 스페셜콘텐츠부 기자kimmy@hani.co.kr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