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정일씨의 신간이다. 뭐 이런류 자신의 독서편력을 엮은 책들이 요즘 많이 나오는 듯 하다. 생태 운동가 최성각씨도 비슷한 류의 책인 <나는 오늘도 책을 읽었다>를 얼마전에 출간했다. 뭐 내 개인적으로는 책의 디자인이나 그 면면이 최성각씨의 책이 더 구미를 당기기는 하지만, 장정일씨의 독서편력도 궁금하긴 하다. 글 기사 내용중에 장정일씨는 도서관에서 책을 빌려 읽은 다음 구입하고 곁에 둘 책을 선택한다고 한다. 쉽게 말하면 검증의 절차를 거쳐야만 내 책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미리 읽어보고 겪어본 다음에야. 하지만 난 정반대인 듯 하다. 난 느낌으로 직관으로 책을 선택한다. 그 선택은 지금까지 거의 틀린적이 없다. 읽어보지 않아도 알 수 있다. 뭐 얼마전에 피에르 바야르의 <읽지 않은 책에 대해 말하는 법>이라는 책이 나오기도 했지만, 난 읽지 않은 책에 대해 '말하고'싶은 것이 아니다. 느낌으로, 직관으로 내 곁에 있어야 할 내가 읽어야 할 책이 뭔지를 알 수 있다. 읽지 않아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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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신문 2010.9.4 장정일이 인연맺은 책 80권 담아
소설가 장정일씨의 독서 습관이 참 독특하다. 그는 우선 많은 책을 도서관에서 빌려 읽는다. 빌린 책을 읽다 너무 아까운 좋은 책을 보게 되면, 필히 곁에 두어야 할 책을 뒤늦게 산다. 이런 검증을 거치지 않고 산 책 가운데는 읽은 뒤 버리는 것도 많다. 그는 버릴 책은 아무 공중전화 부스의 전화기 위에 놓는 방법으로 버린다고 한다. ‘장정일의 독서일기’라는 부제가 붙은 <빌린 책, 산 책, 버린 책>의 제목은 그의 이런 독서 습관에서 따왔다. 빌리고 사고 버리면서 인연을 맺은 책 80여권이 담겨 있다.
어떻게 인연을 맺었건간에 책들은 나름대로 문제를 던지고, 지혜를 준다. 우선 책을 읽는 방식에 관한 책들은 삶의 방식을 되돌아보게 한다. 가령 그는 “300쪽짜리 책을 10여분 만에 읽을 수 있다”는 다치바나 다카시류의 속독술을 “사고의 숙성을 본질로 하는 ‘책 문화’에 대한 이해가 없다”고 비판한다. 어떤 책을 읽었는지는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도 파악하게 한다. 지은이는 이명박 대통령의 자서전 <신화는 없다>에서 이 대통령이 읽은 책의 제목을 써놓지 않았고 존경하는 스승도 거론하지 않은 점에 주목한다. 이런 점은 “모든 것을 혼자서 해낸” 이 대통령의 독불장군식 성격을 반영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지은이는 이 밖에도 역사문제를 서술한 책 속에서 오늘을 사는 지혜를 발견하거나, 같은 시대를 살아가는 타인들을 통해 나 자신을 살펴보기도 한다. 독자들이라면 이런저런 책을 소개한 이 책을 통해 내가 궁금해하던 책이 빌릴 책인지, 살 책인지, 아니면 버릴 책인지도 파악할 수 있을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