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틴아메리카와 미국사에 관한 괜찮은 책인 듯 하다. 특히나 옮긴이의 말처럼 국제정치, 사회과학분야에 역사학적 관점을 도입 책이라고 하니, 좀 더 읽기 수월할 듯 하기도 하다. 물론 비전공자인 나에게는 여전히 어렵겠지만. 비판적인 관점에서 세계지리 수업을 하려 할 때 요긴할 듯하다!! 검색해보니 대충 끌리는 책들은 이 정도이다. 이 중에서 예전에 <라틴아메리카의 역사>와 <수탈된 대지>는 구입해 놓았다. 지마지고전천출에서 나온 <라틴아메리카 자본주의 발달사>도 읽어보면 재미있을 듯 하다. 책소개를 찾아보니 "국내 초역이다. 라틴아메리카의 자본주의를 이야기할 때, 종속이론을 빼놓고는 이야기할 수 없을 것이다. 라틴아메리카의 자본주의는 외부(서구)에 종속되어 발달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책은 이러한 종속이론을 정면에서 비판한다. 지은이는 종속이론이 사회의 진정한 모순인 내적 계급 모순을 경시하고, 지나치게 종속과 같은 외적 요인에서만 문제의 원인을 찾았다고 비판한다. 원전에서 가장 핵심적인 장만 발췌 번역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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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신문 2010.8.21  사냥하는 독수리는 발톱을 감춘다  

미-라틴아메리카 200년 관계사
미국의 ‘호전적 팽창주의’ 설명
초국적 단결·교섭력 증진 강조 

민주주의는 미국이 다른 나라 내정에 군사 개입을 할 때 ‘전가의 보도’처럼 내세워온 명분이다. <라틴아메리카, 미국, 세계>를 읽노라면 ‘민주주의 수출’ 논리의 원형이 1차대전 뒤 ‘민족자결주의’를 내걸어 식민지 국가들에 독립 열망을 불어넣었다는 우드로 윌슨 대통령에게서 완성되었음을 알 수 있다. 



그는 군사 개입이 고결한 정치적 과업, 민주주의를 하기에 안전한 세상을 만드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미국이 속한 미주 대륙의 남반부 곧 라틴아메리카(중남미)를 향해서는 “헌정 정부 옹호”를 외쳤다. 1913년 윌슨 독트린은 나아가 라틴아메리카의 모든 비(非)헌정 정부에 승인을 거부했다. 윌슨의 ‘민주주의 십자군 운동’이다.

이 논리는 라틴아메리카 국가의 내정에 대한 지속적이고 자의적인 간섭의 구실을 만들어냈다. 민족자결주의는 미국의 처지에서 보면, 세계 식민지 나라들에서 유럽 열강들의 영향력을 축소시키려는 정책이었던 셈이다.

미국의 정치학자 피터 스미스가 쓴 <라틴아메리카, 미국, 세계>는 미국 독립 직후인 1790년부터 2007년 부시 집권기까지 200년에 걸친 미국-라틴아메리카의 관계사를 해설한 책이다. 1996년 출간된 초판의 원제목은 <독수리의 발톱>인데, 알다시피 독수리는 미국의 국조(國鳥)인바, 제목 ‘독수리의 발톱’은 미국의 호전적 팽창주의를 뜻한다. 2008년에 부시 정권의 대테러전쟁까지를 반영하여 ‘라틴아메리카, 미국, 세계’라는 부제목을 넣은 제3판이 출간됐는데, 이번에 국내 출간된 책은 이 제3판을 번역한 것이다.

피터 스미스는 라틴아메리카 연구의 석학으로 꼽히는 학자다. 정치학에서 역사학의 복원을 주창해온 학자답게 그는 ‘역사정치학’의 방법론을 통해 미국과 라틴아메리카의 200년 관계사를 미시적으로 짚어가면서 그 안에서 큰 흐름을 조망하고 있다. 옮긴이의 말대로 이 책은 “라틴아메리카라는 거울을 통해 미국을 볼 수 있는 책”이다. 

지은이는 미국과 라틴아메리카의 관계에는 일정한 구조, 일관된 패턴이 있다고 말한다. 이를 게임의 규칙이라고 그는 칭한다. 그는 게임 규칙의 변화에 따라 200년을 네 시기로 나눈다. 1790년대에서 1930년대까지가 제국 시대, 1940년대 말~1980년대 말은 냉전 시대, 1990년대는 불확실성의 시대, 그리고 2001년 9·11공격 이후부터 책이 집필된 2007년 말 현재까지가 테러와의 전쟁 시대다. 시대마다 변화한 게임 법칙은 라틴아메리카를 향한 미국의 행동만이 아니라 라틴아메리카의 반응에도 영향을 주었다는 것이 지은이의 기본 개념틀이다. 

‘제국 시대’는 갓 태어난 미국이 후발 제국주의 국가로서 얼마나 기민하게 움직였는지를 보여준다. 이 시기 게임의 규칙은 영국, 프랑스, 스페인, 독일 등 제국주의 열강들의 세력균형 경쟁과 식민지 확보를 위한 다자주의적 각축이다. 미국은 독립하자마자 각축전에 동참했다. 미주 대륙에 민주주의를 퍼뜨려야 한다는 복음을 앞세워 팽창주의 정책을 정당화했다. 그렇게 플로리다와 멕시코 북부 등을 야금야금 장악했고, ‘애송이’ 미국은 이 대륙에서 경쟁자 없는 세력권의 기틀을 마련했다.

2차대전 뒤 시작된 ‘냉전 시대’ 게임의 규칙은 글로벌 차원의 미국과 소련의 양자 경쟁이다. 이데올로기와 안보를 내세운 이 경쟁에서 미국은 봉쇄 독트린을 통해 미주 대륙에서 정치적 우위를 확장했다. 소련 붕괴 뒤인 1990년대 ‘탈냉전기’는 미국이 세계 유일 초강국이지만 경제 분야에선 하강세를 보였다. 일본과 유럽이 성장하며 (경제의) 다자주의 경쟁을 재촉하는, 힘의 불일치와 불확실성의 시기다.

‘테러와의 전쟁 시대’는 2001년 9·11공격 이후 형성된 구조다. 피해에 대한 복수, ‘대테러 글로벌 전쟁’이다. 이 규칙은 유일한 초강국 미국이 전세계에 작동시키는 게임 법칙이 되었다고 지은이는 말한다. 그는 이 시기 게임 법칙을 신랄한 어조로 이렇게 정리한다. “첫 법칙은 국가들이 테러리스트에 맞서 무차별 공격을 할 권리를 지닌다는 것이다. 이는 실정법이자 자연법이었다. … 냉전시대의 군사독트린은 폐기됐지만 반테러 안보 투쟁은 냉전기의 투쟁과 근본적으로 닮게 되었다.”

지은이는 그러나 이 시기에 미국은 국제적으로 점차 고립되는 결과를 맞게 되었다고 말한다. 워싱턴의 관심사가 남아시아와 중동으로 좁혀지자 ‘미국 뒤뜰’ 라틴아메리카에서 중도좌파를 표방한 핑크빛 물결이 일기 시작했다. 라틴아메리카 전문가로서 지은이는 부시 정권이 전략적 정책보다는 임시변통 대응으로 라틴아메리카의 목소리를 강화시켰고 반미감정을 키웠다고 분석한다. 이것이 미국의 정치적 영향력을 해쳤다는 것이다. 일방적인 게임보다는 라틴아메리카의 목소리와 열망에 귀 기울이는 것이 미국의 국익에 이익이 된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지은이는 미국인들의 정형화된 관념, 곧 라틴아메리카는 미국의 뒤뜰일 뿐이라는 관념도 통박한다. 라틴아메리카는 200년 관계사 속에서 수동적인 존재에 머무르지 않고 끊임없이 자율성을 높이려 노력해왔다는 것이다. 독립운동가 시몬 볼리바르(1783~1830)가 지폈던 라틴아메리카 통합론은 성공을 거뒀다. 제국 시대엔 불간섭 원칙을 내세워 저항 문화를 만들었으며, 냉전기엔 다른 강국과의 관계를 통해 미국의 영향력을 줄이려고 했다. 아르헨티나(19세기)와 브라질이 지역 헤게모니를 추구하는가 하면, 다른 3세계 국가들과 ‘남남단결’과 사회주의혁명을 추구하기도 했다.

지은이는 라틴아메리카 민족주의의 패러독스는 국가간 경계를 넘나들 수 있는 능력이라고 말한다. 이는 공통된 걱정거리인 미국의 지나친 힘에 초점을 맞추는 한에서 그렇다는 것이다. 그러니 지은이가 보기에 라틴아메리카의 중심 과제는 집단적 단결이다. 이 지역 국가들이 통합될수록 미국을 상대로 한 교섭력은 증가할 것이라고 그는 말한다. 

 

■ 옮긴이와 함께 / 이성형 교수 인터뷰

“이론 이전에 역사 있다”

미 대외정책사 큰흐름 조망…중미 통치 매뉴얼 볼 수 있어 

 
» 이성형 교수 

우리가 국제정치를 가르치고 배웠으나, (정치학 텍스트들의) 문제가 역사적 차원을 너무 경시한다는 겁니다. 사회과학에서 역사를 추방한 거죠. 지나치게 이론 위주로 가르칩니다. 이론을 가르친 뒤 사례를 가르치는 식입니다. 오히려 역사를 배우고 이론으로 가야 합니다. 이 책은 역사에 바탕해서 귀납적으로 이론을 추론하는 방식을 취합니다. 제 생각과 상통합니다. 양질의 텍스트들이 소개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서 번역을 하게 되었지요.”

<라틴아메리카, 미국, 세계>를 홍욱헌 교수와 함께 번역한 이성형(사진) 서울대 라틴아메리카연구소 교수는 이 책을 “역사정치학의 모범적 텍스트”라고 말했다. “미국 대외정책사의 큰 흐름을 조망하고 역사 속에서 그 흐름 안의 특징적 패턴을 찾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론만을 중시하는 사람들은 이론을 놓고 현실주의다, 자유주의다, 신현실주의다, 구성주의다 하는데요, 이론을 놓고 역사적 소재를 끼워맞추는 형국이죠.”

그는 지은이 피터 스미스는 미국-라틴아메리카 관계를 양자관계가 아니라 글로벌 체제의 하위체제로 놓고 분석한다고 설명했다. “글로벌 체제에 변화가 생기면 하부도 변화합니다. 지금이 바로 그런 시기죠. 기존 미국의 영향력이 쇠퇴하고 글로벌 체제 안에서 중국, 유럽, 러시아 등 강대국의 성장이 라틴아메리카에 자연스레 반영되겠지요. 라틴아메리카의 자율성은 제고될 수밖에 없어요. 라틴아메리카의 몸값은 계속 높아집니다.”

책이 부시 정권까지만을 다루고 있기에 지은이는 오바마 정권의 정책을 어떻게 평가하고 있는지 궁금했다. 이 질문에 이 교수는 “지은이는 말하자면 민주당 좌파 입장인데요. 오바마 대통령에 기대가 많고, 좀더 라틴아메리카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한다고 주장하죠. 막상 정치 현실에선 실행이 어렵죠. 오바마는 부시의 외교의 유산을 해결해야 합니다. 역시 다시 라틴아메리카는 우선순위에서 밀리는 겁니다. 오바마 1년이 그랬지요. 미국내 라틴아메리카 연구자들이 실망해서는 오바마를 두고 ‘나토’(노 액션, 토크 온리)라고 비판하고 있는 걸로 압니다.”

이 교수는 미국사나 대외정책 전공자뿐 아니라 한국사 전공자들도 이 책을 읽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가령 미군정시대 통치를 이해하려 한다면 중미 카리브해 통치에 대한 매뉴얼이 이 책에 잘 나와 있습니다. 미군정의 행태가 알고 보면 매뉴얼에 따른 겁니다.”

그는 지난해 7월 서울대 라틴아메리카연구소 교수로 부임했다. 그는 새로이 연구 보금자리가 된 이 연구소에 대한 강한 애정을 피력했다. “기존 분과학문에서 소외된 지역들 그러니까 라틴아메리카, 인도, 중동 등 지역 연구가 깊어져야 합니다. 이런 연구를 지원하는 인문한국(HK) 사업이 대단히 중요해요.” 그가 몸담은 라틴아메리카 연구소는 이 지역 연구 성과를 담아 매년 연보 발간과 함께 외국 석학 초청, 번역 사업도 활발히 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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