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보고싶은 영화 두 편이 생겼다.(영화관에서 볼 수 있을지는 미지수지만..) 한 편은 일본 스릴러 영화(스릴러지만 나에게는 왠지 코미디일것 같은)와 나머지 한 편은 제천국제음악영화제 개막작인 '더 콘서트'이다. 특히 제천국제음악영화제의 예전 개막작 '어거스트 러쉬'도 대단히 재미있게 보았는데, 덕분에 기대가 더 된다. 그리고 최근 음악 취향이 클래식쪽으로 기울어져서 영화 속에 나오는 음악에 대한 기대도 한층 오른다.
관련 기사를 스크랩한다. 근데, 문제는 과연 볼 수 있느냐 여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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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신문 2010.8.16 “내가 총리 암살범?”…‘숨은 인연’들의 누명 벗기기
나카무라 요시히로 감독 ‘골든 슬럼버’
권력이 ‘만들어낸’ 범인 이미지
끈끈한 관계로 바로잡는 과정
이사카 고타로와 3번째 협업
원작 행간까지 읽는 ‘찰떡 궁합’
이렇게 말해도 될까. 영화 <골든 슬럼버>에 반했다. 나카무라 요시히로 감독도 좋고 같은 또래인 원작 소설가 이사카 고타로도 마음에 든다.
나카무라 감독이 베스트셀러 제조기 이사카의 작품을 영화로 만들기는 <집오리와 들오리의 코인로커>(2008), <피쉬스토리>(2009)에 이어 이번이 세번째. 지금까지 영화화한 이사카의 작품이 여덟 편임을 고려하면 이들 사이는 우정을 넘어선다. 500쪽 넘는 분량의 장편소설을 두 시간으로 압축해 원작의 행간까지 영상으로 구현해낸 연출력은 원작자 머릿속에 들어갔다 나온 듯할 정도다.
영화는 반미 성향의 신임 일본 총리가 취임 퍼레이드 중 폭파 살해되는 사건으로 시작된다. 대학 선배와의 약속으로 사건 현장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던 전직 택배기사 노총각 아오야기는 아닌 밤중에 홍두깨 격으로 총리 암살범으로 몰려 경찰에게 쫓기게 된다. 하지만 홍두깨가 아닌 것이, 경찰은 곳곳에 설치된 시시티브이에서 빼낸 화면 등 미리 준비한 증거들을 속속 내놓고, 언론은 이를 그대로 받아 보도한다. 이미지가 지배하는 세상. 2년 전 아이돌 스타를 강도한테서 구출한 적이 있는 아오야기는 ‘영웅에서 암살범으로’라는 뉴스의 요건에 ‘딱’이었던 것.
“한때는 고향으로 가는 길이 있었지/ 그래, 집으로 돌아갈 길이 있었지/ 눈 감으렴! 예쁜 아기야 울지 마라/ 자장가를 불러줄게/ 금빛 졸음이 눈에 그득하구나/ 네가 잠 깨면 (정다운 사람들의) 미소가 너를 바라볼 거야.”
비틀스의 마지막 앨범에 실린 노래 ‘골든 슬럼버’가 바닥에 깔리면서, 대학시절 맛집 기행 동아리 선후배들, 축제 때 도와주었던 폭죽공장 사장, 후드를 뒤집어쓴 연쇄살인범, 지하배수관 지리를 꿰는 노인 건달 등이 숨은그림들처럼 하나둘 나타나 아오야기의 수호자가 된다. 거기에 앵무새 기자들에게 아들의 결백을 호통치는 아버지까지.
모든 것의 매개는 텔레비전이다. 텔레비전에선 아오야기를 범인으로 기정사실화해 호들갑을 떨지만 그 뒷면에선 중화요리 양념 광고, 날씨뉴스 배경으로 나온 동물원 원숭이, 옛날 자동차 시엠송 등이 실마리가 되어 잠재된 인연을 환기시킨다. 권력과 돈의 위세에 가려 눈에 띄지는 않지만 관계를 지탱하는 건 수면 아래에서 보이지 않는 ‘습관과 신뢰’가 아닌가.
이야기는 아오야기 마사하루와 그의 옛 캠퍼스커플 히구치 하루코의 시선을 오가면서 진행된다. 초콜릿을 잘라 먹어도 큰 것을 하루코한테 건넸던 아오야기. 하지만 그의 배려는 지질함으로 비쳤고 장래의 결혼생활이 ‘참 잘했어요’가 아닌 ‘잘했어요’ 수준이 될까 봐 헤어진 사이다. 이제 아오야기는 도망자 신세이고 하루코는 출장으로 바쁜 회사원 남편과 사이에 딸 하나를 둔 주부일 따름.
영화에서는 아오야기와 하루코는 단 한 차례도 마주치지 않으면서 이심전심 끊어진 관계가 다시 이어진다. 도망자-주민, 노총각-주부로 아무런 관련이 없는 현실과 불꽃을 함께 바라보며 첫 키스를 나눴던 기억이 뒤섞이지만 넘을 수 없는 선이 그어져 있다. 훗날 다시 스치는 옛 연인에게 딸아이를 통해 ‘참 잘했어요’ 도장을 찍어주는 것으로 그칠 수밖에 없지 않겠는가.
애초 영화화를 염두에 둔 소설로 다층적이고 공감각적이기는 하지만 막상 화면으로 옮겨진 모습은 참 놀랍다. ‘참 잘했어요’를 받을 만하다.
임종업 선임기자 blitz@hani.co.kr
ps : 이 영화 여주인공인 히구치 하루코역을 맡은 다케우치 유코는 한국에서도 좀 알려진 '지금 만나러 갑니다'의 여주인공 아오이 미오역을 맡은 배우이다. 이미지가 상당히 청순하면서도 섹시한 배우인 것 같다. 더욱 기대된다. 영화가?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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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신문 2010.8.16 청소부 마에스트로 단원의 ‘천상의 하모니’
영화 ‘더 콘서트’
올해 제천국제음악영화제 개막작
고운 선율·휴먼스토리 버무려
“천국에서 지옥으로 떨어졌던 30년 전 차이콥스키 바이올린 협주곡 연주회. 천상의 그 하모니를 다시 재연할 수 있다면….”
볼쇼이극장의 청소부인 안드레이 필리포프는 옛 볼쇼이 오케스트라의 마에스트로. 창창했던 지휘봉을 꺾인 탓에 알코올중독자가 된 그의 꿈은 차이콥스키를 다시 연주하는 것이다.
올해 제천국제음악영화제 개막작으로 비가 내리는 가운데 12일 밤 선보인 <더 콘서트>는 일생을 음악을 위해 열정을 불태웠으나 공산당의 유대인 박해로 나락으로 떨어진 단원들이 다시 모여 환상적인 하모니를 이뤄낸다는 내용. 거기에다 박해를 피해 프랑스로 빼돌려졌던 아기가 바이올린연주자로 성장해 중단됐던 협연을 하며 진실을 알게 된다는 휴먼스토리가 버무려져 있다.
필리포프는 어느 날 극장장의 방을 청소하다가 파리 샤틀레극장에서 온 팩스를 우연히 발견한다. 볼쇼이극장 오케스트라를 파리에 초청하고 싶다는 팩스를 읽는 순간, 중단된 옛 꿈을 재현할 계획을 세운다. 그는 브레즈네프 서기장 시절 오로지 완전한 화음을 위해 유대인 단원들을 몰아내라는 당의 지시를 어기고 연주를 하다가 지휘봉을 빼앗겼다. 연주를 그만두고 거리의 악사, 공장 노동자, 집시가 된 옛 동료들을 규합하여 정규 볼쇼이극장 오케스트라를 사칭해 파리로 연주여행을 떠난다. 단원과 매니저는 보따리장사, 파리 시내 관광, 옛 공산당의 영화 재건 등 동상이몽이지만 그가 조건으로 내세운 것은 젊은 여성 바이올리니스트 안 마리 자케와 바이올린 협주곡을 연주하는 것.
마리가 리허설 장소에 왔을 때 단원들은 서너명뿐. 급하게 빌린 악기가 실려오고 현장에서 연주복을 다리는 등 말도 안 되는 아수라장에 실망하고 옛 바이올린 협주자 레아 스트룸의 환상에 젖은 필리포프를 본 마리는 자신은 레아가 아니라면서 협연을 거절한다. 하지만 이튿날 아침 찾아온 첼리스트 그로스만이 자신들과의 협연이 끝나면 당신의 부모가 누군지 알 수 있을 거라고 말한다. “음악은 우리를 성장하게 하고 삶의 진실을 알게 한다”면서. 스물아홉 해 동안 후견인의 손에서 자란 마리는 부모가 비행기 사고로 죽은 줄로만 알아왔던 것. 후견인 구일렌은 연주를 하라면서 레아가 해석해 놓은 악보를 남기고 떠난다.
루마니아 출신의 라두 미하일레아누 감독은 프랑스 국립영화학교를 나와 1993년 장편 <밀고>로 데뷔하여 몬트리올영화제 신인감독상과 베네치아(베니스)영화제 국제비평가협회상을 받았다. <더 콘서트>를 통해 독재자 차우셰스쿠 정권에서 어린 시절 경험해야 했던 억압을 슬며시 끄집어내 아름다운 선율과 함께 유머러스한 연출로 관객한테 보인다. 파리의 유서깊은 샤틀레극장에서 펼치는 차이콥스키의 선율은 멋진 음악의 감동을 선사한다.
제천/임종업 선임기자